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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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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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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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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7.0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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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0쪽

12. 가슴앓이

DUMMY

12. 가슴앓이


마을은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는 살 수 없었다. 사무실이란 것도 이곳에는 없다. 그래서 그들은 싫든 좋든 도심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인들은 땅을 파며 살았다. 아침 해 뜨기 전에 일어나서 해질녘까지 일했다. 그래야만 그들은 굶지 않는다. 스타는 마을 저수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좋아했다. 그래서 물안개가 핀 날이면 저수지에 앉아 아침나절을 보냈다.

-아저씨, 할머니가 아침 드시래요.

마을에 있는 유일한 젊은이이자 처녀였다. 처녀도 젊고 잘생긴 남자가 마을에 들어와 내심 좋아하던 차였다. 어쩌면 그녀의 할머니도 좋아했을 것이고, 그녀의 할아버지도 좋아했을 거였다. 스타는 처녀와 함께 집으로 가면서 말했다.

-일부러 부르러 올 것 없어.

-괜찮아요. 어차피 할 일도 없어요.

-번거롭잖아.

-저는 괜찮아요.

처녀는 곱게 빗은 긴 머리칼을 수줍은 듯 뒤로 넘겼다.

젊은이가 들어오자 노부부는 식사를 시작했다.

-저 때문에 식사도 못하고 계셨던 거예요?

늘 있는 일이었지만 스타는 미안한 맘에 물었다.

-아니야. 우리도 막 하려던 참이야.

똑같은 대답이었다. 처녀는 스타 옆에 앉아 밥을 먹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저, 손님은 도심에서 뭘 하다 왔수?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음에 그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순수한 눈망울에 맘이 놓여 밥 한술 크게 떠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배우를 했었습니다.

-배우? 영화에서 나오는 배우? 아유- 그래서 인물이 이리도 좋았구먼.

할머니는 스타와 함께 있을 때면 그에게서 눈을 한시도 떼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타박과 처녀가 주는 눈치에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특급배우의 희소성에 대해 알지 못한다. 배우는 잘생긴 사람들이 갖는 조금은 특별한 직업군 정도로만 인식할 뿐이었다. 팬들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부터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자기를 왕 이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그는 ‘시선’이란 것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했다. 오지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자기들과는 확연히 다른 -단순히 시각으로 전해지는 궁금증에 대한 시선이고, 팬들의 시선은 스타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기인하는 시선이었다. 스타는 팬들의 시선이 왜 그렇게도 싫었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처녀는 스타를 사랑했다. 사랑이란 말은 많이 들어 왔었다. 하지만 사랑이란 느낌에 대해서 는 알지 못했다. 이제는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 말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그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고 그의 목소리도 듣고 싶었고 그의 얼굴도 질릴 만큼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중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아마 말도 걸어봤을 것이고 목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굴도 자세히는 아니지만 적지 않게 봤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되면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허망감에 그녀는 목이 말랐다.

처녀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젊은이가 이 마을에 나타나 준 것은 자기들이 모시는 고목의 은혜라 생각했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고목이 한그루 있다. 사실 입구는 아니다. 나무와 마을 사이에 넓지 않은 강이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상징적 표현으로 고목으로 부터를 입구라 부르고 있다.

지금은 다리가 놓아져 있지만 다리가 없던 시절에는 밧줄을 연결해 배를 타고 밧줄을 당겨 오고갔다고 했다. 나이 많은 어른들은 그때가 운치 있고 좋았다들 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으니 결국 0인 셈이다.

고목은 10여 미터의 높이를 가졌고 양팔 벌린 어른7명 정도의 둘레를 가졌다. 마을이 생길 때 고목도 생겨났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나무의 나이는 어림잡아 육백 살에 가까웠다.

전쟁으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 돌림병으로 세상이 어수선할 때, 사람들은 나라에 큰일이 닥치면 나무에게 달려가 제를 지내고 기도를 했다. 그러면 기적처럼 재앙은 마을을 비껴갔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고목이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마을을 수호하는 신으로 자리 잡은 나무는 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들어 주었다.

노부부는 나무를 믿었다. 그것은 당연한 거였다, 빌면 이루어진다는 것은. 처녀도 고목의 신이 자기의 배우자로 스타를 점지해 준거라 생각했다. 그것은 고목에 대한 믿음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마을 구성원들의 특징이었다.

그녀는 고목에게로 달려갔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두 손 모아 기도를 하던 그녀는 문득 과연 자기가 그의 짝으로 맞는지 너무 모자란 것은 아닌지, 고목의 신은 자기에게 왜 그리도 높은 나무를 보내주었을까.

-정말 그이가 내 짝으로 맞는 것입니까? 그가 날 색시로 삼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것이 맞습니까? 그가 나와 결혼해서 과연 행복하겠습니까? 그는 큰 도시에서 온 사람입니다. 보잘것없는 시골에 처박혀 농사나 지을 수 있겠습니까?

머릿속에 그를 넣고 기도하면 할수록 모든 것은 의문이었고 불확실성이었다.

아무리 기도를 해도 그녀의 맘은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고목에 기대어 앉았다. 모든 게 낯설어지는 지금 새들의 지저귐과 내리쬐는 해살이 오래 된 친구처럼 다가와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

일방적으로 주고만 있는 사랑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처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미소와 그의 목소리와 그의 향기와 그리고 그의 희고 기다란 손가락.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은 옳지 않았다. 그는 내 짝이 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그는 떠날 것이다.

여러 상념에 사로잡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놀란 눈으로 돌아보니 웬 남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는데 많이 지친 것 같았다.

-아가씨, 말 좀 물어 봅시다.

-아, 예

-혹시 이렇게 생긴 남자 못 봤소?

그가 내민 사진은 스타였다.

-봤어요.

사진을 보고 대답하기까지는 눈 한번 깜빡이는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그녀는 여러 가지 생각과 갈등을 했다.

이 남자는 스타를 왜 찾아 온 것이며, 그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으며 이 남자와 스타는 어떤 관계에 있으며, 그리고 이 남자로 인해 그가 이곳을 떠날 것인가.

어쨌든 이 남자와 스타가 만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임이 분명했다.

-어디서죠?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물었다.

-저 산을 넘으면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거기서 봤어요.

-그래요?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처녀는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저 마을에서는 본 적이 없다고 하던데.

-정말이에요. 제가 분명히 봤는걸요.

-그래요. 암튼 고마워요.

매니저는 뒤돌았다. 도대체 이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스타와 헤어진 후 요양 차 고향으로 내려가 있었다. 몇 달이 흐르자 그의 몸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스타가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사라졌다고? 어디로 갔는지 전혀 모르고? 나도 모르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래 고마워. 아는 것 있으면 연락 줘.

매니저 하는 친구들도 스타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오히려 그들이 그에게 스타의 행방을 물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가 스타를 찾고 있다는 소문은 금세 연예계에 퍼져 기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그를 찾아왔다.

-저도 알 지 못합니다.

-왜 헤어졌나요? 혹시 두 분 사이에 헤어질 만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나요?

-없습니다.

-모델의 죽음과 관계 된 일인가요?

-저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제발 오늘은 가 주세요. 그분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군요.

다음날 스타에 관한 기사가 일면으로 떴다.


-모델의 죽음이 그를 은둔하게 만들었는가!!

-모델의 죽음, 그 실체를 말한다!

-그는 힘들어하고 있다. 모델의 죽음으로 인해.


매니저는 허탈했다. 역시 사회는 가십거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스타마저 온전한 삶을 살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그는 스타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한 달 가까이 그를 찾아 헤맨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길함은 만기를 기다리는 적금처럼 한 없이 부풀어갔다.

소녀의 말대로 이 마을에 없는 것일까. 나무 언덕을 내려가던 그의 눈에 강 건너 마을의 아름다움이 들어왔다. 그는 고목이 있는 언덕으로 다시 올라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새들이 날아와 울었다. 일순간 모든 걱정을 다 내려놓고 강을 끼고 있는 마을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곳이구나.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물 위에 떠 있듯 조용히 몸을 숙이고 있는 마을 대나무 숲 저만큼 뒤로 언뜻 보이는 지붕들. 아마 저 마을은 비가 오면 강물이 넘쳐 수해를 당하는 것 같았다. 일층은 공간으로 두고 이층부터 거주하게끔 만들어 놨으니 말이다.

스타가 이 마을에 없다는 말을 했음에도 남자가 떠나지 않는 걸 보며 처녀는 애가 탔다.

-어서 가야 그 분을 찾을 수 있을 건데요.

넌지시 말을 건넸다.

-....

매니저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저 마을에서 쉬었다가야겠다는 생각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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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죽음의 강 13.07.19 450 8 9쪽
19 19. 종전의 끝 13.07.17 281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1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9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3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3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 12. 가슴앓이 13.07.03 716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6 7 9쪽
9 9. 스타 13.06.20 961 41 10쪽
8 8. 지옥의 불길 속으로 13.06.17 395 5 6쪽
7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2 8 8쪽
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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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꿈 13.06.12 847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0 4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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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꿈 13.06.09 2,31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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