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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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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33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7.11 07:39
조회
882
추천
12
글자
8쪽

15. 남매

DUMMY

15. 남매


다시 영혼 사냥을 위해 구천을 떠돌고 있었다. 늘 공허하기만 한 곳. 이제 적응이 될 만도 한데 적응이 되지 않는 곳이다. 차라리 모든 걸 포기하고 저승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이 들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들. 그들은 내 영혼을 빼가고 싶어 안달이다.

그것들을 볼 때마다 다시 생각을 고쳐먹는다. 나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기에.


‘아!’

음침한 공간을 헤맬 때였다. 어둠의 그림자들이 영혼 하나를 끌고 재빠르게 사라져버렸다.

-젠장, 늦었어.

끌탕을 하고 있는데 나와 같은 사냥꾼이 다가왔다.

-첫발을 디딘 새내기 치곤 실적이 아주 좋아. 잘해 보라구.

그의 비아냥거림에 신경이 거슬린 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는 날 노려볼 가치도 없다는 듯 코웃음 치며 어둠속으로 들어갔다.

‘죽기 직전까지 경쟁이군.’

허탈한 기분으로 자리를 뜨려는 순간 빛을 잃어가는 영혼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여학생이었다. 잃어가는 빛 옆에는 놈들이 빼간 빈껍데기의 주검이 있었다.

-왜 죽으려 하니?

여학생이 안쓰러워 물었다.

-오빠와 함께 있고 싶어서요.

‘철부지군.’

철부지 여학생을 내려 보았다. 남자와 함께 있고 싶다는 그 이유하나만으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철없는 여학생을 보며 내 가슴은 써늘하게 식어갔다.

‘너는 필요 없다고 간단히 버리는 거지만 저 작은 불빛만이라도 하고 원하는 영혼들, 그리고 불빛이 빨리 사라지기를 원하는 나 같은 파렴치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쯧, 철없는 것.’

여학생의 동공은 서서히 풀려가고 있었다. 역겨운 일이지만 난 나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여학생 옆에 앉아 그녀의 턱을 살며시 받쳤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두 영혼을 사자의 입안으로 밀어 넣은 난 나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노련해졌다. 목소리의 톤은 자다 깨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그것이었다.

여학생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난 여학생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며 정수리에 입술을 갖다 댔다.

-서러워하지 마.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내 얼굴은 무표정했으며 가슴은 꽁꽁 얼어버린 얼음판이었다.

-오빠가 간 데로 절 데려다 주세요.

-이불이 꺼지는 순간 가게 될 거야.

불이 꺼지는 순간은 매우 짧다. 그렇지만 여학생이 느끼기에는 매우 긴 것 같았다.

-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여학생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 모든 과정을 알아야 했다. 난 여유롭게 -그러나 내게도 시간은 많지 않았다.-여학생의 머리를 내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있는 여학생의 미간에 주름이 지어졌다. 그리 썩 좋은 기억이 아닌 듯싶었다.

-나의 엄마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산으로 남들보다 넉넉했지만 엄마는 외로우셨나 봅니다.


-오늘은 밖에서 저녁먹자.

-그래. 저녁은 뭘 먹을 건데?

아직 어린티를 벗지 못한 여자애가 물었다.

-맛있는 거. 그리고 너에게 소개 시켜줄 사람이 있어.

-누구?

-가보면 알아.

여자애는 엄마가 모는 자가용을 타고 누군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음식점으로 향했다. 누굴 소개 받는다는 것이 여자아이에게는 흥분된 일이었다. 엄마와 단둘이 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비싼 음식점이었다. 그래서 여자 아이는 멈칫거리며 이곳이 맞나 엄마의 얼굴을 살폈다. 엄마는 아이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끌며 안으로 들어섰다.

고풍스러운 곳이었다. 격 있게 흐르는 클래식과 고급스런 인테리어, 반들반들한 바닥. 여자아이는 혼자만 촌뜨기가 된 기분이었다.

-이곳입니다.

웨이터는 모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들어가기 전 엄마는 아이에게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밥은 천천히 품위 있게 먹고, 얼굴에 감정 같은 것 나타내지 말고... 그리고 엄마를 이해해 줘야한다.

아이는 신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중년의 신사가 의자에서 일어나 엄마에게 인사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아들로 보이는 사람도 쭈뼛거리며 일어섰다.

여자애는 이들이 누굴까 생각했다. 엄마는 오빠를 잘 아는 것 같았다.

-아들이군요.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잘생겼어요. 제 딸이에요.

신사도 아이가 엄마 닮아 예쁘다고 했다. 아이가 볼 때 엄마와 아저씨는 친해보였다. 하지만 엄마와 오빠는 어색한 것 같았다.

-이것 좀 더 드세요.

엄마가 오빠에게 음식을 권하자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아들에게 누가 존댓말을 합니까.

아들? 여자애는 엄마를 흘낏 보았다. 엄마도 웃었다. 앞에 앉은 오빠를 곁눈질로 보았다. 그도 이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여자애는 혼란스러웠다.

엄마와 아저씨에게는 즐거운 자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지만, 아이와 오빠에게는 가시방석이었다.


-맘에 드니?

거실 소파에 외투를 던지며 엄마가 물었다.

-어떤 게 맘에 드냐는 거야?

알면서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장차 네 아빠가 될 사람과 오빠 말이야.

-나도 몰라.

아이도 외투를 벗어 소파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화났니?

아니 화 난 건 아니다. 사진으로만 봐 온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때문에 들뜬 엄마의 맘을 헤아려 줄 기분이 아닌 것이다.

대답이 없자 엄마는 팔짱을 낀 채 아이를 내려 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다가 중력을 이기지 못해 흘러 내렸다.

-엄마가 결혼하는 게 싫은 거니?

말투는 원망이었다. 겨우 얹은 행복을 반대할 거니 하는 원망, 일을 왜 복잡하게 만들어가니 하는 원망, 끝까지 너의 그늘 안에 날 가두고 있을래 하는 원망. 아이는 원망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모기소리 만하게 말했다.

-맘에 들어. 그러니까 엄마 결혼해.

아이의 말이 맘에서 우러나 한 말이 아닌 줄 엄마는 알지만, 쿨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고마워. 다음 주에 우린 결혼하게 될 거야.

‘다음 주?’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흘러갔다. 그 사이 아이는 아빠가 묻혔다는 묘지를 혼자 찾아가 꽃을 갖다 놓았다.

-미안해요, 아빠. 이 일로 너무 서운하지 않았으면 해요.

두 사람의 결혼식은 소박하게 이루어졌다.

아담한 집을 얻어 네 식구가 함께 살았다. 서로 의지하고 편안해하는 부부와는 달리 남매는 아직 불편했다.

-오.빠..엄마가 아침 먹으라고...

-그래


-왜 불편했니?

내가 물었다.

-오빠는 너무 잘생겼었어요. 내가 과연 오빠의 여동생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어요.

난 여학생의 머리칼을 쓸어 주었다. 여학생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머리위의 불빛은 서서히 빛을 잃어 갔다.

-잘생겼다는 것 외에 너의 맘을 사로잡은 것은 없었니?

-그 사람은 정말 완벽한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어려워하지 마. 오빠잖아. 오빠는 어려운 사람이 아니야.

오빠의 허리춤밖에 오지 않는 아이는 수줍어 고개람 끄덕였다. 오빠는 편하게 대해 주었다.

오빠는 여동생에게 테니스를 가르쳐 주었다.

-라켓은 이렇게 잡는 거야. 그리고 폼은 이렇게. 시선은 공을 보고...옳지. 잘하는 구나. 이게 포핸드, 백핸드.

아인 열심히 따라했다. 사실 아이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빠가 테니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 그래야 오빠와 함께 공유할 시간이 생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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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죽음의 강 13.07.19 449 8 9쪽
19 19. 종전의 끝 13.07.17 280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0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8 6 9쪽
» 15. 남매 13.07.11 883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2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12 12. 가슴앓이 13.07.03 715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5 7 9쪽
9 9. 스타 13.06.20 960 4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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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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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꿈 13.06.12 846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0 44 9쪽
2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0 38 9쪽
1 1. 꿈 13.06.09 2,31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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