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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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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39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6.20 23:53
조회
960
추천
41
글자
10쪽

9. 스타

DUMMY

9. 스타


그의 재기는 꿈같았다.

-내가 이렇게 멋지게 해 낼 줄은 나도 몰랐어.

한물가도 완전히 한물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를 찾는 펜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5년의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말이다.

사실 공백기는 아니었다. 꾸준히 활동을 했었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는 번번이 망하거나 촬영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펜들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가고 있었던 것뿐이다.

-들리지? 저 함성 말이야!

매니저가 벅차오르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했다.

-들려!

스타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10대 시절 그는 빼어난 외모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돼 버린 그는 자신에게 이러한 능력이 있다는 걸 신기해했고, 많은 이들이 그를 국민 남동생이라 치켜세우며 사랑하게 되자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가 고등학교 다닐 때 잠시 짝사랑했던 같은 반 여자 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전교 부회장으로 공부도 잘했고 똑똑했으며 그리고 예뻤다. 여학생은 도도했다. 많은 여학생이 스타와의 사랑을 꿈꿀 때 여학생은 코웃음 치며 그를 멀리했다. 그게 이 남자를 미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스타는 이 여학생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너에게 관심이 전혀 없어.

스타는 꼭 이 여자가 자기에게 미안하다고 그 땐 철이 없어 그랬다고 발밑에 엎드려 빌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어린 나이임에도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 대스타가 되기 위해.

-감독님, 이 부분 다시 찍을게요.

-이정도면 괜찮아.

영하 16도가 넘었다. 산골이라 체감온도는 영하 35도에 육박했고, 더구나 동도 안 튼 새벽이었다. 그러나 스타는 팬티 한 장만 입은 채 다시 계곡으로 입수한다고 했고, 아무도 그 열정을 말리지 못했다.

-자식, 대단해.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영화를 위해 대학까지 포기하였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은 매우 고독했다. 그는 그걸 몰랐다.

-일이 없으면 친구도 없어요. 일이 없으면 할 일도 없어요. 그리고 일이 없으면 난 죽어 있는 시체 같아요.

언젠가 그가 매니저에게 한 말이었다.

-좀 쉬어가면서 해. 이번 작품은 취소할까?

-무슨 소리에요?

그는 버럭 화를 냈다. 은막 앞에서는 자기 관리가 누구보다 철저했지만 은막 뒤에서는 점점 자기감정에 휘둘려가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불안한 거야? 넌 누구보다 앞서 있고, 누구보다 잘 나가는 스타야. 좀 쉬어도 된다고.

스타는 쉰다는 말이 싫었다. 자기를 이 세계에서 완전히 고립시킬 것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쉬라는 말을 계속하시면 전 하는 수 없어요. 매니저를 바꿀 수밖에.

매니저는 입을 꼭 닫았다. 자기 밥벌이의 90%가 이 스타에게서 나오는 것 아닌가.


-왜 그렇게 불안해했죠?

내가 물었다.

-자취를 감춘 스타들의 얼굴이 가끔 스쳤어요. 하나같이 나처럼 혹은 나보다 훨씬 잘 나가던 사람들이었죠. 잘 나갈 때 그들은 쉬고 싶어 했어요. 해보니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렇게 쉬는 기간이 일 년이 되고 이 년이 되고...후후. 그제야 자신들의 선택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후회를 해요. 은막에서 사라진 배우를 누가 기억하겠어요. 하루하루 별보다 더 많이 배출 되는 게 연예인인데요.

그리고 내게는 목표? 우습군요. 그래요 목표라고 해 두죠. 목표가 있었잖아요.

-목표라면 그 여학생?

-예, 난 꼭 그 여학생을 후회하게 만들 거였거든요.

-성공했나요?


스타의 영화 한 편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 무렵, 기자라며 한 여자가 찾아왔다.

-인터뷰인가요?

여자는 배시시 웃었다.

-예, 인터뷰 맞아요. 저 기억 못하시겠어요?

웃는 여자를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아, 너는...

바로 그 여자였다.

두 사람은 반갑다며 악수하였고, 차를 주문하였다.

-잘 지냈니? 가끔 네 안부가 궁금했어.

-보시다시피 난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가졌어. 경쟁률이 무척 셌어. 운이 좋았지.

-기자가 네가 원하던 직업이었니?

사실 스타의 눈에 기자란, 그것도 연예 기자란 하잘 것 없었다.

-나한테 얘기했으면 경쟁률하곤 상관없이 뽑혔을 텐데.

사실이었다.

-난 백 싫어. 나도 실력이 있는데 왜 백을 사용해?

여자는 아직도 도도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여자는 활기 넘쳤다.

-신입이지?

신입 아니면 저런 용기는 어디서든 나오지 않을 것이다.

-왜 하필 나의 인터뷰지?

-국장이 널 해오라더라. 그러면 승진하는데 점수를 줄 거라고. 알고 보니 괴팍한 심성을 가졌더군.

-왜 괴팍하다 하는 거지?

-너의 인터뷰를 성공한 기자가 단 한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야. 우리 바닥에서는 넌 아주 유명해.

-어떤 식으로?

-후후..아주 못 된 녀석이라고.

스타와 여자가 웃었다.

-그래서 못 된 녀석의 인터뷰라는 게 구미가 당긴 거니. 아니면 그 녀석이 나라는 것에 구미가 당긴 거니?

-둘 다라고 볼 수 있지.

스타는 점점 여자에게 빨려 들었다. 인터뷰 끝 무렵 그는 용기 내서 여자에게 말했다.

-우리 사귀자.

가방에 수첩을 넣고 있던 여자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어댔다. 스타는 그 웃음이 불쾌했다.

-농담이었어.


그의 기사는 연예 1면에 실렸다. 그가 말한 것에 약간의 살을 붙인 정도의 참신한 내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라고 기자는 마무리 했다. 단 한 줄의 감정도 없이 써내려간 기사에 스타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글을 이렇게 엉망으로 써도 돼?

여자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 나쁘지 않게 내보냈는데 왜 화를 내?

스타의 속을 알 리 없는 매니저는 연예기자 치고 꽤 바람직하게 써 준 글이 맘에 들었다.

스타는 매니저를 흘겨보고는 신문을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다.

스크린에서는 여자에게 매너 있고 사랑고백도 분위기 있게 할 줄 아는 스타였지만 밖에서는 180도 달랐다.

여자를 감동 시키는 방법도 자기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느끼게 하는 방법도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여자에 대한 감정을 혼자서 키우고 있을 무렵 스캔들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어디 있어?

1면에 다뤄진 자기 기사를 보며 그가 소리쳤다. 무명 모델과의 염문설이었다.

-신경 쓰지 마. 이런 스캔들은 누구나 한 번 쯤 일어나는 일이라고.

매니저는 피곤한 듯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말했다.

-젠장 내가 쟤를 본 건 레드카펫 들러리 모델로 10여 분 함께 있었던 게 다라고. 그런데 우리가 깊은 사이?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기사야. 이걸 쓴 기자를 당장 고소 해 버리겠어.

-그렇게 흥분하지 마. 자, 생각해 보자. 왜 이런 기사가 났는지.

매니저는 스타에게 의자를 권했다. 그리고 주방에서 커피를 타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커피 마셔.

-저 모델, 나에게 원하는 게 있는 거야?

-그야 모르지. 그 속을 어떻게 알겠어. 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야. 국민 배우라고. 설령 너를 혼자 짝사랑 했다 할지라도 그걸 밖으로 어떻게 표출을 해. 아마 여자 연예인들 대부분이 이 스캔들의 대상이 자기가 아닌 것에 뿔딱지 나 있을걸. 기다려. 넌 아무 말 하지 말고 기다리기만 하면 돼.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야.

-이게 나에게 얼마나 치욕스런 사건인지 알아? 무명 모델이라니. 젠장...기가 막히는군.

스타는 그 모델과 레드카펫 밟았던 걸 상기시켜 보았다.

-선생님, 선생님과 짝이 되어 레드 카펫을 밟게 돼서 영광이에요.

수줍게 얘기하고 있는 모델의 말을 들으며 그는 미소 지었다. 모델은 그 미소가 자기를 향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펜들을 향해 짓고 있을 뿐이었다. 펜들은 그의 천사표 미소를 보고 싶어 했다. 그의 미소에 팬들은 소리 지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스타는 자기를 향해 던져지는 팬들의 함성을 사랑했다. 저 함성을 이 여자가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포토존에서 당신은 대기실로 가면 돼.

-예.

스타의 목구멍에서 나오는 말들은 얼음장을 끼고 있는 것처럼 싸늘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미소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젠장 그래서 그년이 날 엿 먹인 거라고!


스타에게 버려진 모델의 퇴장은 참으로 비참했다. 그녀는 포토존이 잘 보이는 곳에 서서 여전히 미소 짓고 있는 스타를 보았다.

-파티가 시작될 거예요. 파티장은 H호텔이니 그리로 가시면 됩니다.

안내를 맡은 행사 도우미가 일러 주었다. 모델은 자신의 초라함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우아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감사하다 말했다.

그녀가 막 돌아서는데 기자가 달라붙었다.

-그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으시면서 얘기를 나누던데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그녀는 그가 자기를 대기실로 쫓아버렸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명예와 앞길에 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호소나 하는 그런류의 여자는 아니었다.

-제가 당신을 인도해 줘서 영광이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포토존에서 왜 함께 사진을 찍지 않으셨습니까?

-어머. 같이 찍는 건가요? 저는 제 할 일을 다했다 생각하고 나온 것 뿐 입니다. 신인이라 모든 게 낯설거든요.

기자는 여자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수첩에 계속 적어댔다. 자신의 인터뷰가 맘에 들었던 모델은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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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종전의 끝 13.07.17 281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1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8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3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2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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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가슴앓이 13.07.03 715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5 7 9쪽
» 9. 스타 13.06.20 961 4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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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꿈 13.06.09 2,31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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