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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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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49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6.10 22:03
조회
1,780
추천
38
글자
9쪽

2. 망할놈의 저승사자

DUMMY

2. 망할 놈의 저승사자


할머니가 누웠던 침대로 어린 남자 아이가 들어왔다.

남자 아이가 들어오던 날부터 저승사자는 나에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난 그제야 할머니가 왜 날 그렇게 저주하였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아주 노련하게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할머니 침대를 사용하고 있는 어린 남자 아이는 꿈을 꾸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는 어서 몸에서 나오라 내 영혼을 재촉했다. 난 싫다고 했다.

-컬컬컬컬....

그의 웃음소리는 건물을 울릴 정도로 크고 음산했으며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가래가 들끓었다. 난 귀를 막았다.

-처음엔 그렇게들 버티지.

그의 몸통 없는 얼굴은 침대위로 날아와 내 얼굴의 정면과 나란히 마주했다. 흰 머리칼이 흘러 내 얼굴을 감쌌다. 머리칼을 치우려 하였으나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빨간 입술이 벌어졌다. 그 사이로 검은 혀가 나와 내 입을 향해 다가왔다. 난 입을 꼭 다물었다. 혀는 살아 있는 듯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숨을 내뿜고 있는 내 코를 핥았다. 혀에서 고약한 내가 진동했는데, 북어 찢어 먹은 냄새 같기도 하고 한 여름 생선 내장 썩어 들어가는 냄새 같기도 했다. 역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냄새니 그런 것 때문에 내가 어쩌느니 이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괴로워하고 있는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는 혀는 콧방울을 쓸며 서서히 미간 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 눈동자는 혀를 따라 움직였다. 아니 혀를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혀 돌기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구더기들을 따라 움직이는 거였다. 구더기들은 아주 작았다. 작은 것들이 돌기 하나에 서너 마리씩 모여 서로 몸을 비비며 꿈틀대고 있었기에 혀가 들쑥날쑥 하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게 했다. 정말이지 건강했을 적에 난 시력이 아주 나빴다. 버스 옆면에 커다랗게 쓴 번호도 안 보일 정도였지만 지금은 좁쌀만 한 구더기의 눈알까지 다 보였다. 시력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죽음에 가까운 것인가 삶의 끈을 끈덕지게 잡고 있는 나에게 내려진 저주였다. 난 눈을 감아버렸다. 미간까지 온 혀는 내 눈으로 이동하였다. 감겨진 눈과 속눈썹을 천천히 아주 성의껏 매만졌다. 이상했다. 난 분명 눈을 감고 있는데 그의 얼굴과 그의 혀와 돌기 안의 구더기가 선명하게 보여 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 다음에 일어날 일들이 머릿속에 스크린처럼 펼쳐졌다. 저 혀는 내 입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싫어! 난 머리를 흔들어 혀를 떨쳐 버리려 하였다. 그가 웃었다. 내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이다. 그의 웃음을 떨쳐 버리기 위해 또 머릴 흔들었다. 그는 나의 힘없는 반항에 즐거워하였다. 절대 권력을 내 앞에서 맘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난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누구든 나 좀 도와달라고. 그러나 아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꿈을 꾸고 있었다. 아직도.

아이에게 욕을 퍼부어댔다. 그러나 아이는 눈썹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사자는 웃었다.

-아이가 도와주길 바래? 그렇다면 더 크게 아이를 불러. 자, 더 크게. 병원이 무너질 만큼 아주 크게.

난 사자의 원대로 아이를 불렀다. 사자의 몸통이 벽에서 나와 내 침대 옆에 와 섰다. 머리가 몸통에게로 다가가 목 위에 둥둥 떠 있다. 몸통은 뚜렷하게 형체를 갖춘 것이 아니라 검은 실루엣만을 가지고 있었다.

-눈을 떠 보란 말이야! 어서 이 빌어먹을 저승사자에게 침을 뱉어 주란 말이야. 어서!

그러나 아이는 그대로 있었다. 아직도 꿈만 꾸고 있는 것이다. 분명 저 아이의 꿈에도 어둠이 있을 거고, 다리를 붙잡는 끈적끈적한 진흙이 있을 거고, 그리고 수레 소리가 있을 것이다.

사자는 웃었다. 웃는 동안에도 혀는 춤을 추듯 꿈틀거렸다. 몸통은 팔짱을 끼며 머리와 나를 관망하는 자세로 서 있었다.

-저 침대에 누워 있던 할머니도 너를 애타게 불렀었지. 네가 꿈만 꾸고 있자 결국 널 저주하더군. 저승 가는 날, 널 죽여 버리고 가겠다나. 하하...누구나 그런 소리들을 하지. 자기의 운명을 남 탓으로 돌려버리는 불쌍한 영혼들이야. 저 아이가 깨어 있은들 널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천만에. 저 아이의 눈에는 아직 내가 보이지도 않고 몸부림치는 너의 모습도 보이지 않아.

사자의 얼굴은 몸통에서 내려와 내 얼굴과 마주했다. 제발 혓바닥을 늘여 트리지 말라고 속으로 빌었다. 그러나 혀는 꿈틀거리며 입안에서 나와 내 왼쪽 얼굴을 턱부터 관자놀이까지 훑고 지나갔다. 느낌은 개가 핥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차가웠고 끈적였다. 푸른 끈끈이 침을 연신 흘리던 에얼리언이 연상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처음에는 밤에만 되풀이 되다가 어느 날 부터인가 낮에도 아침에도 일어났다.

-땀을 흘리고 있어.

엄마가 차가운 물수건을 가지고 내 얼굴에 방울방울 맺혀진 땀을 닦았다. 내가 흘린 땀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내 신체에서 일어난 별것 아닌 것-사실 별거 아닌 것이 아니다. 내가 망할 놈의 저승사자에게 당하고 있는 순간이니까-에 온갖 희망과 추측을 부여하고 있었다.

새벽이 되자 망할 놈의 저승사자가 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익숙해 질만도 하지만 공포감은 늘 새로웠다. 그는 날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그러니 생명줄을 놓고 자기와 함께 지옥으로 가자고 했다. 난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로 함께 가지 않을 거야. 제발 날 좀 내버려 둬. 당신이 지겹게 내게 매달리지 않더라도 때가 되면 난 이승을 뜰 거 아니야.

그는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며 벽 속으로 사라졌다.

휴-하고 안도의 숨을 쉬는데 그가 다시 쑥 튀어 나왔다. 몸통과 목이 함께 있는 모습이었다. 머리만 목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아닌 사람과 같은 모습 말이다. 더군다나 그의 얼굴과 체형은 내가 늘 상상만 하던 멋지고 건강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185cm정도의 키와 날렵한 얼굴, 긴 눈 꼬리와 오똑한 콧날, 잘 발달 된 인중에 굳게 다문 입.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칼은 어깨까지 내려왔다.

난 그가 저승사자란 걸 알면서도 역겨웠던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황홀함으로 가득했다.

그가 내 침대 옆에 앉았다. 프리지어 꽃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

그는 도도했다. 내 옆에 있으면서도 날 무시했으며 그의 시선은 공허했다.

-왜 그렇게 있어요?

설마 저 남자가 뒤로 도는 순간 그 더러운 저승사자로 변해 있는 건 아니겠지. 혀 돌기 속의 구더기가 생각나 더 이상은 이 남자에게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그는 그렇게 앉아 있다가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외로움이 안개처럼 서서히 날 지배해갔다.

-엄마, 오늘은 엄마의 모습이 예뻐 보여.

딸아이가 와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픽 웃었다, 내 영혼이. 웃는 모습을 딸에게도 보여주고 싶지만 그럴 날이 올 런지.

자정이 조금 지나자 벽이 열리며 그가 왔다.

난 침묵으로 그를 맞았다. 뭔가 말을 꺼냈다가는 그가 토라져 사라져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함부로 말을 붙일 수 없었다. 그는 내 침대가 지저분하다고 했다.

-그리고 또 뭐가 맘에 안 드는데요?

-당신의 몸에서는 냄새가 나.

아 그래요? 당신의 혓바닥은 아직도 구더기를 키우고 있나요? 이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다 사라졌다.

-하지만 당신의 머릿결은 아름다워.

머릿결? 항암치료 덕분에 거의 다 빠져 민둥머리만 남았는데 머릿결이 아름답다고?

-자, 봐봐.

그가 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여 주었다. 내 머리칼은 검은 색이었고, 아주 풍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홍빛이 도는 얼굴은 통통했다. 난 젊고 건강했다.

그가 속삭였다. 당신은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나도 그에게 속삭였다. 당신 또한 그렇다고.

-내 모습이 이대로 영원할까요?

-저승으로 간다면 아마도.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을까요?

-우린 함께 있을 수도 있을 거야.

-가겠어요. 당신을 따라 가겠어요.

그렇게 내가 생명줄을 놓으려는 순간, 남자아이가 발작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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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종전의 끝 13.07.17 281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1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9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3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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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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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꿈 13.06.12 847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1 44 9쪽
»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1 38 9쪽
1 1. 꿈 13.06.09 2,315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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