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현대판타지

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46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6.14 21:36
조회
335
추천
3
글자
12쪽

6. 권총문신의 남자

DUMMY

6. 권총문신의 남자


술집은 술과 오줌에 찌든 냄새가 났고, 담배연기가 자욱했으며, 음악과 사람들이 악쓰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아이는 낯선 풍경이 편했다. 이것은 예감이리라. 앞으로 자신이 속해 있을 장소, 집보다 더 많이 있게 될 곳. 마치 오랜만에 집에 온 양 아이는 주변을 살피며 둘러보았다. 스트립걸이 쇼를 하면서 아이를 쳐다보았다. 술에 떡이 된 남자들이 여자의 몸에 손을 대보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 안달 난 남자들을 덩치 몇몇이 막아댔다. 아이와 눈이 마주친 스트립걸이 한쪽 입술을 올려 보이며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을 받은 아이는 팔짱을 끼며 그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여자는 보란 듯 아이 쪽으로 몸을 돌려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묘사했다. 아이는 엄지손가락을 입속에 넣다 빼고는 들어보였다.

놈들의 패거리 넷을 발견했다. 놈들 중 한 놈은 여자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추근대고 있었고, 한 놈은 스트립걸이 쇼하고 있는 무대에 못 올라가 안달이 나 있었다. 또 한 놈은 은밀한 곳에서 뽕을 맞아 이미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놈은 놈들 중 제일 덩치가 좋고 자기처신을 잘 하는 놈으로 위스키 한 잔을 앞에 두고 음악만 들었다. 그에게 매력을 느낀 여자들이 다가와 수작을 걸어도 놈은 정중하게 거절하며 좋아하는 음악에 심취해 있을 뿐이었다. 거절당한 여자들이 돌아서서 욕을 해댔다.

-미친 놈, 술집에 와서 폼 재기는.

아이는 그 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해 있는 동안 한 나쁜 일들을 참회라도 하는 것일까. 남자는 괴로운 듯 가끔 빡빡 깎은 머리통을 두 손으로 문질렀다. 남자의 머리통엔 권총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아이가 의자를 끌어다 남자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남자는 힐끗 쳐다 볼 뿐 아이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한 시간 쯤 흘렀을 것이다. 마약과 술에 취한 녀석이 난동을 부린 것이다. 아이는 옆에 있는 자와 난동을 부리고 있는 자를 번갈아 보았다.

-나와 저자 중 누가 더 쉽게 죽어 줄 것인지를 고르는 중이니?

권총문신의 남자가 비아냥거리듯 물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아이는 남자를 빤히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아무도 너의 손에 죽어 줄 사람은 없다는 거다. 그리고 이 바닥이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야. 내일 해가 뜨거든 당장 이곳을 떠나!

그러나 아이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목표물을 완전하게 정해 버렸다. 아이는 권총문신의 남자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 다녔다. 그는 허물어져가는 싸구려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에게는 여자가 있는 것 같았다. 새벽에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남자는 절대로 외박을 하지 않았다. 남자가 들어오면 안에서 여자의 웃음소리가 실처럼 가늘게 들려왔다.

아이는 남자가 들어간 아파트 현관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렇게 여러 날을 보내고 나니 남자가 아이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당장 집으로 가라니까!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러나 아이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날 밤, 남자가 들어가고 아이는 벽을 타고 흘러내리듯 주저앉았다. 워낙 낡은 아파트였기에 비는 사방에서 들어왔고 그 비는 아이를 타고 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추위에 오돌오돌 떠는 아이는 자기가 왜 이러고 있는지 잊지 않으려고 고인 빗물 위에 떨어져 튀는 빗방울을 쳐다보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들어오라 고갯짓을 했다. 아이는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니?

노파였다. 남자랑 같이 사는 사람은 70이 훌쩍 넘어 보이는 노파였다.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등이 굽었고, 주름도 많았다. 그리고 많이 말랐다.

-친구요.

남자가 대답하면서 아이에게 의자를 권했다. 아이는 남자가 던져 준 타올로 빗물을 닦았다.

-춥겠구나.

앞니가 없는 잇몸을 드러내며 노파가 웃으며 말했다. 노파는 거동이 불편한지 의자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노파를 번쩍 안고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 그 집은 방이 한 개였다. 남자는 노파와 함께 잤다. 아이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 오랜만에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다음날 아침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아이는 양부모가 있는 집이라고 잠시 착각했다. 착각의 시간은 찰나였지만, 그러나 그 달콤함을 느끼는 것은 영원처럼 길었다.

아침을 만들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착각의 영상과 뒤섞여 어렴풋이 보였다. 잠시 넋 놓고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딱 벌어진 어깨와 그 위로 탐스럽게 붙어 있는 근육들, 남자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근육도 따라 움직였다.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가 뒤돌아 아이를 보았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웃었다.

사실 아이는 남자와 함께 하고 싶었다. 함께 하고 싶다는 감정, 집, 가정, 형제...

이제는 이러한 것들에게서 인연을 끊으리라. 라고 맘먹는 순간, 아이의 심장은 얼음처럼 차가와졌다. 아이에게는 세상을 떨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만 필요했다.

계란 프라이를 하고 있는 남자의 등이 손놀림 때문에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는 있는 힘껏 남자의 목에 칼을 꽂았다. 막 방을 나서던 노파가 비명을 질렀다.

-아들아!

이것이 노파가 생전에 한 마지막 말이 되었다.

아이는 패거리의 중간보스를 찾아가 문신한 남자를 죽였노라 말했다. 패거리들은 아이의 말을 듣고 믿지 않았다. 아이가 죽인 남자는 그 패거리의 중간보스였기 때문이다.

-약속대로 날 껴줘.

중간보스는 아이의 눈을 보았다. 눈빛은 섬뜩했다. 그랬기에 이 아이가 거짓말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는 아이의 눈빛이 싫었다. 저 잔인한 눈빛이 말이다.

중간보스를 해치웠다는 소문은 켄터키 토네이도 보다 강하고 빨랐다. 아이는 약속대로 중간보스 아래로 들어갔다. 패거리들의 이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은 한 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로 살벌했다. 적을 상대하는 아이의 순발력은 반사적이었고 본능이었다. 중간 보스는 이 아이에게 언젠가는 잡아먹히고 말거라는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혀 신경질적으로 경계 하였다. 아이는 그 경계를 비웃었다. 중간 보스가 하는 짜잘한 걱정거리를 이미 꿰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아이는 알고 있었다.

-뜻대로 그런 날이 오고 중간 보스로 올라가서 기뻤나요?

나의 물음에 남자는 웃었다.

-이제 계단을 밟기 시작한 약자에게 작은 성취는 오히려 짐이 되더군.

-짐?

-더 높이 올라가야 될 과제가 생긴 거고. 내가 밟고 올라온 계단을 누군가 똑같이 밟을 거란 불안에 사로잡히게 되니 말이야. 난 아래계단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지. 후후...그리고 위로 향하는 계단에 누군가 서 있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어.

중간 보스를 해치우고 19살에 중간 보스가 되었다. 젊은 너무나도 젊은 그를 막을 자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이상했어. 점점 더 커갈수록 외로움의 골도 그만큼 깊어지는 거야.

난 보았다.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내가 처음으로 죽인 남자의 집을 지날 때, 가슴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복받쳐 오르더군. 나에게 비를 피하게 해 준 사람, 나에게 따뜻한 차를 준 사람, 나에게 타올을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 준 사람, 나에게...

그는 웃었다.

-그래서 남자를 따라 머리를 깎고 문신을 한 건가요?

-아마도.

남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권총문신의 남자가 자기에게 있어 무엇이었던가?

남자의 생각이 나에게 이입되어 왔다. 남자는 예를 들고 있었다.

세 종류의 여자가 있다. 여자의 절친한 친구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았다고 할 때,

1번 여자는 절친에게 전화해서 남편이 A란 여자와 함께 우리 병원에 와선 진료를 받고 갔는데 깊은 사이인 것 같으니까 조심해라. 라고 구체적으로 말해 준다.

이 여자의 의도는 부부 사이의 이간질이다. 걱정해주는 척 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이다. 다음번에 전화해서 얼마큼 사이가 벌어졌는지 떠볼 것이다.

2번 여자는 절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절친이 어떻게 알고 느닷없이 물었을 때 이 여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지 못한 상태라 아무 말 하지 않고 입을 꼭 다문다.

2번의 여자는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는 자신의 단점을 알기 때문에 행여 자기로 인해 오해가 더 확산 될까봐 아예 입을 봉하고 있는 것이다.

3번의 여자는 남편검사 받으러 왔다. 하지만 우연히 다른 여자와 함께 서서 신상기록을 작성했을 뿐이다. 상대 여자의 이름을 알고 싶다면 말해 주겠다. ‘C'이다. 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해서 철친의 맘을 상하지 않게 한다.

이 남자의 생각을 읽고 나도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난 몇 번째의 여자일까? 남자가 생각했다. 권총문신의 남자와 2번 여자가 닮았다고.

-왜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정직한 사람이었어. 수작이란 게 없는 사람이지.

-1번의 여자는 누구와 닮았다고 생각해요?

-푸푸...

남자는 자기가 없애버린 자기파의 중간보스를 생각하며 웃었다.

-그자를 죽였어도 죄책감 같은 건 남아있지 않아.

-그럼 권총문신을 똑같이 한 건 그 사람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 있어서 인가요?

-하하하하...

웃는 남자의 목소리가 감방에 울렸다. 그러나 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남자의 영혼은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으니까.

-3번은 당신인가요?

-나냐고?

남자는 배를 움켜쥐며 또 웃었다.

-이 바닥은 네가 발을 들여 놓을 곳이 아니야. 그러니까 내일 날이 밝거든 집으로 돌아가. 너는 아무도 못 죽여. 그리고 죽여서도 안 돼.

빗물을 닦는 아이에게 그가 그렇게 말했었다. 아이는 갈등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집으로 갈 것인가, 권총문신의 남자를 죽일 것인가.

-권총문신의 남자 말을 들었더라면 어땠을까요?

-가끔 어땠을까 자문해 보았어. 학교를 마치고 취직을 했을 거고...

남자의 머릿속에 양모의 얼굴이 스쳤다. 멍투성이 양모의 얼굴이. 그와 함께 자기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던 그날 밤 그 모임 형 얼굴도. 그리고 현실적이진 않지만 직장에서 바빴을 자신의 모습도.

-후회하나요?

-난 후회 같은 건 안 해. 내 인생을 후회해 본적 없어.

그의 말끝은 흐려졌다.

그는 보스가 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죽였다. 자기와 대적해 있는 자들을 죽인 건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선량한 일반인들도 죽였어요.

선량한 일반인...그는 한 여자의 얼굴을 떠 올렸다. 꼭 죽여야만 했던 보스의 딸. 눈이 양모를 닮았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란 말만 되풀이 하면서 남자의 칼이 두려워 뒷걸음치던 그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에 그는 흔들렸었다. 양모가 내 앞에서 저런 눈물을 흘리고 울었었더라면...

눈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양모는 지금 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 봤다. 그러면서 이런 쓸데없는 감상에 젖어들고 있는 자신이 역겨웠다. 날 감상에 젖게 만들고 있는 것은 저 눈물이야.

칼로 여자를 해치면서 죄의식이란 걸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과 속으로 묻어 버렸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애쓴 것뿐이다.

-이제 죄의식이 드나요?

그는 강하게 머릴 흔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혼 사냥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24. 분노 13.07.29 387 43 9쪽
23 23. 용암속의 사형수 13.07.28 554 24 8쪽
22 22. 지옥으로 가다 13.07.23 468 21 8쪽
21 21. 곡소리 13.07.23 369 3 7쪽
20 20. 죽음의 강 13.07.19 450 8 9쪽
19 19. 종전의 끝 13.07.17 281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1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9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3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3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12 12. 가슴앓이 13.07.03 716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9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6 7 9쪽
9 9. 스타 13.06.20 961 41 10쪽
8 8. 지옥의 불길 속으로 13.06.17 395 5 6쪽
7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2 8 8쪽
»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6 3 12쪽
5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 먹다. 13.06.13 525 3 11쪽
4 4. 꿈 13.06.12 847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1 44 9쪽
2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0 38 9쪽
1 1. 꿈 13.06.09 2,313 1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