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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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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29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6.13 19:55
조회
524
추천
3
글자
11쪽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 먹다.

DUMMY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먹다.


내가 사냥할 수 있는 영혼이 있을까. 과연 나를 사랑해서, 날 끝까지 믿어서 내게 자기의 모든 것을 내 주는 그러한 영혼이 있을까. 저승사자는 나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끝을.

끝도 모를 어둠과 어둠을 방황하고 있는 잡귀들, 이들의 세계는 어둡고 습했다. 둘 아닌 혼자이기에 늘 외롭고 그 외로움에 지치고야 만다. 순간 두려웠다. 이곳에서 영원히 빠져 나갈 수 없을까봐. 또 죽어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 올까봐. 그래서 영혼 사냥을 하기로 결심했다. 순진한 영혼을 사냥하지 않기 위하여 나름대로 규칙을 만들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아주 못 된 영혼을 찾아 사냥을 하기로.

인간의 머리위에는 영혼의 빛이 있어 빛의 밝기로 여생을 짐작할 수 있다. 죽은 자는 빛이 꺼져 있고, 삶이 다해가는 자는 그 밝기가 미세하다. 가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교통사고라든가 사형 집행 하루 전인 자이다. 그자들에게선 죽음의 그림자가 전혀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빛이 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무리수를 던지기로 했다. 사형수의 영혼을 사냥하는 것이 양심의 가책을 덜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떨리나요?

완전히 밀어 버려 머리칼이 한 올도 남아 있지 않은 두피에 권총 문신을 한 에스파니아계의 남자는 270Kg 정도 나가는 거구였다. 나의 질문에 그는

-아니, 전혀.

하고 감정 없이 말했다. 그의 입에는 햄버거가 하나 가득 들어있었다. 교도관이 그에게 삼일 후 집행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난 후였다. 대게 날을 받은 사형수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시계 초침만 원망스럽게 바라본다. 그러면서 자기가 저지른 비상식적인 일들을 떠올리며 참회하거나 유가족에게 미안한 맘을 전달하는 등 주변정리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는 아직 감정에 동요가 일지 않았다. 자기가 반드시 살아날 거라 믿고 있기 때문에.

-왜 그런 믿음을 갖는 거죠?

-난 예수니까.

싸이코군. 왜 자신을 예수라 믿고 있는 것일까?


1965년 무더운 여름날 새벽 미국 빈민가,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에스파이니계 여자가 산만한 배를 움켜쥐며 소리를 질러댔다. 진통이 시작된 것이다. 여자 혼자 부엌 딸린 거실에서 뒹굴고 있고, 동그란 탁자위에 뚱뚱한 남자는 팔을 괴고 자느라 여자의 비명을 듣지 못했다. 탁자 위에는 바닥을 드러낸 술병과 마약부스러기가 뒹굴고 있다.

여자는 남자의 이름을 불러댔다.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자도 술기운에 계속 비틀거린다.

여자는 뚱뚱한 몸을 질질 끌며 진통에 시달린다.

얼마 후, 아이의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릴 뿐 여자의 신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남자는 계속 자고 있다. 어둠밖에 없는 거실에 빛줄기가 서서히 뻗히기 시작한다.

아이의 울음은 힘이 없다. 여자가 누워있는 바닥에 오물들이 흥건하다. 빛줄기는 아이의 배와 탯줄을 사선으로 지나가고 오물 위는 어느덧 파리들의 파티 장에 되어버렸다. 점점 빛줄기가 강렬해지고 젖을 찾는 아이의 울음은 칭얼대는 소리로 바뀐다. 뜨거운 열기와 구역질나는 냄새에 남자가 눈을 떴다.

-물...물..

물을 찾았으나 여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화가 난 남자는 탁자위에 나뒹구는 술병을 한 팔로 밀어버렸다.

-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찢어질 듯 울어대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

그는 찌푸린 얼굴로 의자를 밀며 일어났다. 그러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발라당 자빠져 버렸다.

-문 열어! 문 좀 열어봐!

남자는 바닥에서 일어서려다 오물과 그 위에 시커멓게 앉아 있는 파리 떼들과 탯줄이 말라 붙어 있는 신생아를 보았다.

‘어떻게 된 거지?’

-문 열라고!

그는 쪼개질 듯 밀려오는 두통 때문에 한 손으로 머릴 누르며 문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옆 집 사는 흑인이었다. 그는 여자의 비명과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깨 뒤척이다 찢어질 듯 울어대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으로 와 본거였다.

그는 집안에서 풍겨오는 역한 냄새에 코를 막고 헛구역질을 했다.

-그럴 거면 가.

-미안. 아이 울음소리가 나 던데?

남자는 들어오라 고개 짓을 했다. 옆집 남자가 다가가자 파리 떼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오물과 피로 범벅 되어 있는 여자에게로 흑인이 다가갔다. 여자의 남자는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아이가 죽었나봐.

아까 떨어진 병에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여자도 죽었네.


간신히 살아난 아이는 남자는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입양시설로 옮겨졌다.

-입양 시설에서 다섯 살까지 있었군요.

-그랬었나.

-기억 없어요?

-지나간 것은 기억 안 해.

사실 이 남자는 자기가 시설에서 다섯 살까지 있었다는 걸 알지 못한다. 누군가 말해 준적도 없고 관심도 없다. 나에게 보여 지는 영상들일 뿐이다.

남자는 귀엽지도 않았고 잘생기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에스파니아계라 입양을 목적으로 오는 이들에게 그 아이는 보여 질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은 입양의 희망을 안고 사람들이 오면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썼다. 그 아이들의 삶의 목적은 단 하나, 입양뿐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피해 이 아이는 구석에 앉아 멍하니 있거나 밖에서 그네를 탔다. 어느 날이었다. 금발의 여자가 아이에게 다가 온 것이다.

-뭐 하니?

다가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여자에게서 늘 맡던 땀 냄새가 아닌 꽃냄새가 났다.

-좋은 냄새 나.

여자는 아이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 후로 여자는 한 달에 서너 번씩 아이를 보러 왔다. 아이는 타지의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 지 못했다. 그래서 늘 수줍게 얼굴을 숙이고 있었고, 백인 여자는 그 모습이 맘에 들었다.

-너도 나처럼 수줍음을 잘 타는 구나.

삼 개월 후 백인 여자는 백인 남자를 데리고 왔다.

낯선 얼굴이 늘자 아이는 어찌할 바를 몰랐기에 구석에 서서 훌쩍였다. 그러자 백인 남자가 미소 지으며 다가와 아이를 안았다.

-울지 마. 이제 너에게도 엄마와 아빠가 생겼단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란 말을 아이들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란 존재가 자기에게 어떤 대상인지 알 수는 없었다. 아이는 부러워하는 아이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차에 올라 부부와 함께 시설을 떠났다.

차라는 걸 처음 타 본 아이는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이 신기했다. 그런 아이를 보며 부부는 이 아이를 선택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열두 살 때까지는 흐르는 세월위에 유영하듯 무난하게 지냈다. 양부모도 아이에게 불만이 없었고, 아이도 양부모에게 불만이 없었다.

-파티에 다녀올게 잘 지내고 있어야 한다.

밤 10시에 양부모가 집을 비우자 아이는 친구들에게 전화 했다.

-빨리 와.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와 그의 친구들은 호기심, 그중에서도 나쁜 호기심에 몸서리 칠 지경이었다. 친구들은 이때다 싶어 아이의 집에 몰려와 그간 가슴에 묻어 둔 호기심을 발산하기에 바빴다.

난 남자 머리통에 새겨진 권총문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 문신과 12살 때의 상관관계를 나름 생각해 보았다.

-열두 살, 저 사건이 인생을 바꿔 놓은 건가요?

남자는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중 한 친구가 또래 아이들보다 다섯 살은 더 많은 형과 함께 왔다. 형은 자기의 또래보다 덩치가 훨씬 컸다. 닭 벼슬처럼 머리 윗부분만 빼고 빡빡 밀어버렸고 남은 머리칼은 도끼날처럼 세웠다. 머리와 닿은 부분은 녹색을 그 위는 분홍색을 써서 염색을 했다. 이런 도발적인 스타일은 텔레비전에서만 봤었다. 어른들은 저 모습에 세상이 말세란 말을 했고, 아이들은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대항할 수 없는 어른들의 보이지 않는 힘을 닭 벼슬의 형들은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게 바로 대. 리. 만. 족.

아이들은 이런 형과 함께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형과 함께 온 아이는 모임이 끝나는 내내 목을 빳빳이 세울 수 있었다. 그날 아이는 형에게서 많은 걸 보았고, 들었고, 배웠다. 자위행위, 여자 다루는 법, 돈 훔치는 법...등등

이 사건 이후, 아이는 학교를 가지 않았다. 형과 함께 모든 걸 같이 했다. 형은 쉽게 돈을 벌고 재미있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15살 되던 해, 아이의 양부는 사고로 숨졌다. 형은 지금이 기회라 했다. 집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과 차를 훔쳐 나왔던 것이다. 사실 아이는 차말고 다른 것은 흥미가 없었다. 집에서 돈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싹쓸어 나온 것은 일종의 반항이고 허세였다. 갑자기 변한 아이 앞에 남편의 빈자리마저 휑한 양모는 무기력했다. 눈앞에서 아이가 자기의 재산을 가져가는데도 막을 힘이 없었고 아이가 더 이상 나쁜 길로 빠져 들지 말게 해 달라고 기도할 기력도 없었다. 텅 빈 냉장고, 텅 빈 지갑, 1센트도 남지 않은 통장, 남편에게 선물로 받았던 보석들도 모두 사라지고... 식탁의자에 앉아 차를 끌고 나가는 양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양모의 얼굴과 몸은 피멍으로 만신창이였다.

차의 엑셀을 힘껏 밟으며 아이는 환호성을 질렀다. 세상은 내 의지대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진 블록놀이였기에 이제부터 본능이 시키는 대로 할. 것. 이. 다!!

그러나 할럼가의 주먹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이는 이곳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고 싶었다. 아이는 적을 경찰과 나약한 심성과 도덕이라 정하고 봐두었던 패거리에 끼기 위해 자기가 가져온 물건들을 내놓았다.

패거리의 중간 보스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흑인이었는데 그는 매우 교활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정도의 잔꾀는 있어야 했다. 중간 보스는 앞날이 창창한 이 아이가 아주 쓸모가 많았다. 이 아이는 충성심이 강했고 겁이 없었고 매우 재빨랐다.

우선 아이의 능력을 실험해 보기로 하였다. 그는 아이에게 상대 폭력 조직원 하나를 살해 하고 오라 했다. 살해를 하되 평범한 방법으로 하지 말고 신문 일면을 장식할 아주 무시무시한 방법으로 하라 했다.

중간보스는 잔인한 사람이었다. 아이는 그의 그 점이 아주 맘에 들었다.

밤에 거리로 나갔다. 밤의 거리는 사람의 거리가 아니라 차들의 거리이다. 차외에는 다니지 않으며 행여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죽고 싶어 환장한 자이거나 경찰에 쫓기는 자일 것이다. 누군가 다가와서 자기의 등에 칼을 꽂을 것 같아 등과 목이 뻣뻣해져왔다. 아이는 상대 조직 나부랭이들이 있을 법한 술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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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종전의 끝 13.07.17 280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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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내전 13.07.13 530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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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남매 13.07.11 882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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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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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2 8 8쪽
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5 3 12쪽
»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 먹다. 13.06.13 525 3 11쪽
4 4. 꿈 13.06.12 846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0 44 9쪽
2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0 38 9쪽
1 1. 꿈 13.06.09 2,31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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