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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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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42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6.23 06:44
조회
565
추천
7
글자
9쪽

10. 루머

DUMMY


10. 루머


화려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파티의 취지는 배우와 제작사와 영화 관계자들을 위로하고 성금으로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를 돕자는 거였다. 하지만 결국은 스타들을 위한 파티였다. 모든 귀와 입이 그들에게로 집중되었으니까.

모델은 불빛도 흐릿한 곳에 찾아 들어가 앉았다. 창가와 밝고 유쾌한 자리는 스타들과 유명 제작자들이 앉을 자리란 걸 그녀도 은연중 깨달았던 것이다.

자기 말고도 무명 모델 둘이 음침한 곳에 자릴 잡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말이 없었다. 자기의 처지가 너희들보다 낫다는 생각을 상대가 느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랬기에 뼛속 깊이 외로우면서도 아닌 척 미소 지었고 파티를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잔잔한 음악에도 도도한 몸짓으로 음을 탔다.

웨이터가 술잔을 들고 돌고 있었다. 교활한 녀석들은 영화감독과 늙은 주연급 여배우 주변을 돌며 술과 안주를 공급해 주었다. 행여 자기가 감독의 눈에 띄어 배우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재수가 좋으면 늙은 여배우의 정부가 될 터이니 말이다.

아무도 젊고 싱싱한 세 모델을 상대해 주지 않았다. 웨이터들까지 말이다. 술과 음식이 들어오지 않는 그곳의 세 모델은 초라했다. ‘나가라!’ 하고 누군가 말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곳을 나가고 싶었다.

들러리 모델 중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모델은 연회장 가운데 쯤 자리를 잡고 우아한 손짓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들에게는 술과 안주가 공급되었다.

스타는 유명 모델과 함께 술을 마시기도 했고, 여주인공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웃기도하였다. 구석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모델은 한없는 자괴감으로 빠져 들었다.

-술 드시겠습니까?

웨이터가 술과 안주를 들고 왔다.

세 명의 모델들은 옅은 미소와 함께 그것들을 집어 들었다. 술이 들어가자 세 명의 모델들은 서로가 편해졌다. 서로의 나이가 19살의 동갑내기란 걸 알자 그들 앞을 가로 막았던 장벽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난 B의 들러리는 섰는데 소문대로 싸가지가, 와우- 장난이 아니야.

-나도 그래. C는 어쩌면 한 마디 말도 안하니? 오히려 짜증을 내는 거야. 그러면서도 카메라 앞에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함박웃음이. 와- 배우는 배우더라.

두 명의 모델 얘기를 듣고 있던 모델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를 대했던 스타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게 그들이 자기가 최고라는 대서 오는 자부심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그 남자에게 무시당하지 않았니?

물음에 모델은 미소 지으며 고갤 흔들었다. 어차피 그의 행동이 날 무시하는데서 오는 게 아니라 몸에 밴 최고에서 오는 무의식의 행동이었다면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내게 친절했어.

-그랬나요?

언제 와 있었는지 아까의 연예기자가 세 여자 틈을 비집고 들어섰다. 그 기자는 웨이터에게 술과 안주를 더 달라고 주문하였다. 세 모델은 기자의 거침없는 행동을 보며 아마 경력에서 오는 자신감일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들도 어느 순간 정상에 오르면 이러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 믿었다.

세 명의 모델과 기자는 즐겁게 술과 안주를 먹었다. 이렇게 맘껏 먹어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늘은 행복했다.

-괴팍하기로 소문난 저 스타가 왜 유독 당신에게만 친절했나요?

-하나도 괴팍하지 않아요. 그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술이 들어간 모델은 대담해졌다. 그와의 일들을 상상하기 시작했는데, 상상이 어찌나 진지했는지 현실과 헛갈릴 지경이었다. 모델은 상상속의 일들을 들뜬 맘으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순진한 세 새내기 모델들은 이 기자의 속셈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였다. 이 기자에게는 루머를 기정사실화 시키는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다. 그래서 사실보다는 이런 기상천외한 공상을 좋아하고 따라 다니는 것이다. 그에게는 룰이 있다. 소문이 자기의 입이 아닌 당사자의 입에서 나오도록 유도 하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그분과 사적인 얘기도 나눴습니까?

-그럼요.

그러자 두 명의 모델도 관심을 보였다.

-어떤 얘기를 했죠?

모델은 다시 상상했다. 상상하는 동안 행복했고 자기도 스타의 반열에 오르는 듯 했다.

-저보고 톱 모델이라 격찬하셨어요. 동작 하나하나 부드럽고 프로라 해도 손색이 없다고 하셨어요.

두 모델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기자는 웃음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는 웨이터에게 다시 술을 가져오라 하였다. 웨이터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자기의 안목을 원망하였다. 이 바닥 생활 5년이면 어느 정도 눈치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완전 무명인 줄 알고 무시했더니 유명 연예부 기자가 모델들에게 술을 대접하면서 인터뷰를 열심히 하고 있지 아니한가! 이럴 줄 알았다면 저 늙은 여배우 곁을 파리처럼 왔다 갔다 할 게 아니라 젊고 늘씬한 모델의 시중을 드는 건데 그랬다.

-배우자로 어떠신가요?

-배우자요?

모델은 웃었다.

-저는 매우 만족해요.

-그분께서는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 것 같아요?

모델은 스타의 눈초리를 생각했다. 차가웠던 그의 눈동자 자리에는 어느새 미소 짓는 눈동자가 차지해 버렸고 ‘포토존에서 대기실로 가면 돼.’하던 그의 말은 ‘대기실에서 날 기다려. 알았지?’하는 소리로 되돌아왔다.

-그분은 정말 따뜻한 분이에요. 여기까지입니다.

모델은 여운을 남기며 말을 끊었다. 그러나 그것은 듣기에 따라서는 여운이 아니었다. 결론이었다.

기자는 수첩에 적었다.

-따뜻한 사람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


그의 인터뷰 내용은 일차적으로 증권가에 뿌려졌다. 그는 모델이 속해 있는 소속사 주식을 아주 헐값에 사들였기 때문에 주식을 올릴 만한 사건이 필요했다. 그래서 집요하게 모델을 따라다니고 모델로 하여금 미친 소리를 내뱉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그의 작전은 성공했다. 3일 연속 모델 소속사 주식은 상한가를 쳤고, 반대로 스타가 소속 되어 있는 주식은 며칠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드디어 팔 때가 됐군.

그가 주식을 내놓으면서 그 기사는 1면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소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결혼을 빙자한 성폭행, 갈 때까지 간 스타들의 도덕성, 무명 모델 파혼을 조건으로 얼마를 받기로 했나? 무명 모델의 신데렐라 꿈꾸기....기상천외한 발상들이었다.

-전혀 그렇지 않아. 난 돈도 필요 없고 그 사람과 결혼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았다고.

모델은 친구를 찾아 가 울었다.

-그럼 그렇지 않다고 기자회견을 해. 바보니? 어찌 사람이 당하고만 살아.


모델은 친구의 조언대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자신감을 잃지 말고, 너의 생각과 너가 받고 있는 고통을 진실 되게 전해.

친구가 모델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며 말했다.

-고마워.

모델은 자기에게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게 든든하고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자기가 과연 이번 기자회견을 성공리에 아니 성공이 꼭 아니더라도 자기의 생각을 올바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시간이 다가 올수록 그녀는 초조해져만 갔다.

‘자신이 없어. 어떡하지...어떡하지.’

거의 울상이 돼 버린 모델은 친구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런데도 뛰는 가슴은 좀처럼 내려앉지 않았다.

입안은 점점 말라갔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기 앞으로 다가가는 친구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모델을 곁눈으로 힐끔 쳐다보고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예...뭐라구요? 그럴 수 없습니다. 우리도 할 말이 있으니까 기자회견 한다는 것이 아닙니까. 여보세요, 여보세요....젠장!

친구는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왜?

느낌...일이 꼬였을 거란 느낌...모델은 체한 게 쑥 내려간 듯 맘이 편해왔다.

-무슨 일이야?

-그 놈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건 취소가 됐데.

친구는 씩씩거렸다.

정말로 해야 되는 게 맞긴 맞지만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적극적으로 회견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이제 그 결과를 스스로 매듭 짖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니 안도감에 씨익 웃고 말았다.

-웃음이 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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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종전의 끝 13.07.17 281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1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9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3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3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12 12. 가슴앓이 13.07.03 715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 10. 루머 +1 13.06.23 566 7 9쪽
9 9. 스타 13.06.20 961 41 10쪽
8 8. 지옥의 불길 속으로 13.06.17 395 5 6쪽
7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2 8 8쪽
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5 3 12쪽
5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 먹다. 13.06.13 525 3 11쪽
4 4. 꿈 13.06.12 847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0 44 9쪽
2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0 38 9쪽
1 1. 꿈 13.06.09 2,31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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