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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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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41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7.0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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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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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4. 몰락

DUMMY

14. 몰락


-헉!!

꿈에서 본 일이 현실이 되었다. 두 노인이 난간에 목을 맨 것이다.

-혹..혹시 아가씨 못 보셨어요?

매니저가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마을 노인을 붙들고 물었다. 시신을 수습하다 말고 마을 노인은 매니저를 잡아먹을 기세로 노려보았다.

-타지 사람이 이곳은 웬일이유. 볼일 없으니 여기서 썩 나가슈.

그러자 노인들이 매니저를 밖으로 끌어냈다.

-도대체 무슨 일 입니까?

-다들 죽었소.

-왜 죽었답니까?

-그놈의 배운가 뭔가 하는 기생오라비 같은 놈 때문에 죽었어...

노인은 말끝을 흐렸다.

배운가 뭔가?

매니저는 두 다리가 허물어져 내리는 것처럼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빌어먹을 놈. 무슨 놈의 팔자가 가는 곳마다 사람을 죽어나가게 만드는가. 너도 참 험한 녀석이다...

-아이구, 몹쓸 년. 저수지에 몸을 던질 만큼 그 놈이 좋았단 말이여?

-그 저수지가 그 놈이 좋아하던 곳이라더군.

-내 참, 그 놈을 보는 순간 여자 몇 죽일 놈이란 걸 알아 봤어.

-그 내외는 무슨 죄여? 손녀 잘 키워 도심에 내보내겠다고 얼마나 애지중지 키워 놨냔 말이여. 그럼 뭘 해. 남자 하나 땜시 저러고 죽어버리는데.

-어휴, 고목신이 어찌 버렸을까.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나무에 가 빌더만.

-내 걔하고 그 놈하고 절대로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라고 수도 없이 말한 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봐 그랬잖여.

처녀의 시신이 올려 진 들것을 네 노인이 들고 오면서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고 있었다. 들려오는 노인들의 말에 처녀는 서러워 눈물을 흘릴거란 상상이 매니저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는 일어나 시신이 편히 들어갈 수 있게 몸을 비껴 주었다.

낯선 사람을 힐끔 쳐다보며 노인들은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저 사람은 누구여?

-몰라. 이제 낯선 놈이라면 치가 떨려. 아는 체도 하지 마.

-누가 아니래. 왜 여기서 얼쩡거리고 있어.

매니저 들으라 한 마디씩 하는 소리들이다. 스타가 이곳에 없는 게 확실한 이상 매니저도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그도 이곳을 빨리 빠져 나가고 싶은 것이다. 하늘에 덩그러니 보름달이 떠 있었다. 도시에선 몰랐는데 달 하나로 마을이 운치 있게 밝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운치보다는 누군가 마을을 엿보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꿈 때문일까. 그는 마을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다리를 향해 걸었다.

어두운길 바람에 몸을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대는 대나무 숲을 빠져나가려니 무서웠다. 저들끼리 부딪히는 대나무들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에 왜 왔어. 여기에 왜 왔어.

하고 말이다. 그는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달렸다. 달리면서도 몇 번을 넘어졌다. 그렇게 세게 넘어졌음에도 아픈 줄 몰랐다. 뒤에서 처녀 귀신이 쫓아오고 있는 것 같아 아픔을 느낄 여유도 없는 것이다.

-휴.

다리 앞에 이르자 그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다리의 모습이 어둠속에 보였다. 그러나 다리 말고도 다리위에 서 있는 처녀의 모습도 함께 보였다.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떴다. 처녀였다. 그녀는 몸을 돌려 그를 보고 있었다.

겁에 질린 매니저는 떨었다. 이끼리 부딪혀 딱 딱 소리가 났으며 두 발은 천근 쇳덩어리를 달아 놓은 듯 움직이지 않았으나 다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처럼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몸은 자기 것이지만 지금 자기 맘대로 조정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는 오줌까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처녀는 그에게 손짓하였다. 어서 오라고. 얼굴에는 미소까지 지으면서 말이다.

매니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지금 보이는 건 환상이다. 지금 보이는 건 두려움이 만들어 낸 환상이다. 나에게는 내가 믿는 신이 계시다. 신께서 날 지켜 주시고 계실 것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후 내뿜기를 서너 번 하니까 경직 되었던 몸이 사르르 풀리면서 다리에 어느 정도 힘이 들어갔다. 눈을 떴다. 여자는 없었다.

‘그래, 내가 허 것을 본 거야.’

그렇다고 두려움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백 미터 달리기를 기다리는 선수처럼 슬슬 뛰면서 다리와 몸을 풀었다. 이제 저 다리를 뛰어 건너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어서 이 마을을 벗어나자.

그는 다리를 향해 뛰었다. 좁은 다리는 그의 뛰는 힘으로 쿵쾅 쿵쾅 비명을 질러댔다. 처녀가 있었던 곳이라 생각하던 그쯤 왔을 때였다.

-악!!

그의 외마디 비명은 밤하늘을 가르다 사라졌다. 처녀가 나타난 것이다. 반사적으로 처녀를 피하려던 매니저는 그만 발이 엉키면서 다리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풍덩!

물살은 셌다. 물은 매니저를 물속으로 끌어 당겼다가 휘둘렀다가 바위에 부딪히게 했다가 제 맘대로 하면서 그를 빠른 속도로 하류를 향해 끌고 내려갔다. 바위에 여기저기를 부딪히고 물이 폐를 점령하는 동안에도 그는 처녀가 왜 자기에게 나타났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왜지? 왜지?...’

그의 의식이 점점 흐려지는 가운데 의문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매너저의 주검은 사흘 후 낚시꾼들에 의해 발견 되었다.

주검이 발견 된 곳은 그 마을에서 워낙 멀리 떨어진 곳이라 아무도 매니저가 그곳에서 실족사한 것을 몰랐다. 매니저의 죽음을 매스컴을 통해 알게 된 스타는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었다.

세상은 매니저의 죽음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이렇게 묻혀 질 사람이었던가. 스타는 매니저의 죽음이 허무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싸구려 모텔을 찾아 들어갔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적막함.

-형, 형...왜 죽었어...형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오열하였다.


-매니저의 죽음이 슬펐나요? 혹시 당신이 늘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 매니저였나요?

-후후...그래요. 섬 같은 마을에 있을 때 매니저 형이 내게 어떤 존재였나를 깨닫게 되었어요. 형을 만나면 나의 모든 것을 공유하면서 함께 있자고 영원히 함께 있자고 말할 생각이었어요. 나도 지금 알았네요. 형이 날 찾아 다녔다는 걸 말이에요. 고목에서 나와 형의 길이 엇 나지 않았다면 형도 죽지 않았을 거고 나도 지금 이러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습니까?

-그를 사랑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그도 내가 자기를 생각했던 것만큼 날 그만큼 생각했었는지 모르죠. 상관없어요. 어쨌건 그는 내가 사랑했던 남자입니다.

-그의 죽음이후 당신의 삶은 어땠나요?


엉망이었다. 그는 술로 살다시피 했다.

-히히...내가 누군지 알아? 1등급 배우란 말이야. 고기 등급이냐고? 후후. 그래 고기 맞아. 사람의 뼈와 살과 피가 고기와 다를 게 뭐 있어. 너 말이야. 너도 알고 보면 고깃덩이야.

나이 먹은 술집여자들은 그를 동정했다. 하지만 젊은 여자들은 그를 욕하며 피했다.

-아주 미쳐버렸어. 쳇 제가 지금도 탑 스타야? 완전 또라이.

-그래도 인물은 잘났더라. 근데 저 사람만 출연하면 영화가 망한다며? 이유가 뭐래?

-낸들 아니. 연기를 못하니까 그렇겠지.

-너희들, 누가 손님 욕을 해!

마담이었다.

-언니도 아시잖우. 저 인간, 인간 말종인거. 쫓아 버려요.

-그러면 못써. 다들 가서 일해.

그녀도 그가 손님으로 온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스캔들이 많았던 젊은 날을 이겨내지 못하고 망가져가는 그가 애처로운 것이다.

그렇게 스타는 술집에서도 애물단지에 지나지 않았다. 돈이 다 떨어진 그는 외상술을 마셔댔다. 업주들은 그에게서 더 이상 돈 나올 구멍이 없다는 걸 알자 그의 출입을 막았다.

-이곳 아니면 술 마실 곳이 없는 줄 알아?

스타는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렸다. 급기야는 기둥에게 맞아 코뼈까지 금이 가고 말았다.

-씨팔, 얼굴은 때리지 말라니까.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싸구려 여인숙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형씨, 2달이나 밀렸어. 이제 더 이상 머물게 할 수 없다니까.

그는 더 이상 스타 누구가 아니었다. 형씨이며 아저씨였다.

-아이 사장님, 이렇게 추운데 어디 가서 살란 말이유. 봐줘요. 영화 대박나면 10배로 갚을게.

-10배는 고사하고 밀린 방값부터 결제해야 한다니까.

-아이유, 사장님

그는 사장의 팔을 붙들고 들어지며 애교를 부렸다.

-아니, 근데 코는 왜 그래?

-코?

많이 부어 있었다.

-넘어졌수. 가 술이나 한잔 합시다. 내가 술 사올게.

-형씨가 돈이 어딨어. 내가 사들고 들어갈게. 방에 가 있어.

-어이구. 형님의 맘은 바다와 같은 게 내가 아는 형과 많이 닮았수.

스타는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해가 안 들고 써늘한 네모진 방으로 들어서면 스타는 급작스럽게 외로워지는 것이다.

-형...형


십여 년을 그렇게 방황하던 그에게 영화 제의가 들어왔다.

-첩보 영화야.

-첩보?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 봐.

-고맙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영화는 성공을 거두었다.

-자네 덕 일세.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았다. 그래도 스타는 고독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을 때보다 더 고독한 것이다.

날은 추웠다. 하늘의 별이 별이 아닌 얼음 결정체로 보일정도로 추웠다.

-형...

그는 천천히 옥상 난간을 향해 걸어갔다. 저 아래 달리는 자동차들의 불빛이 반짝였다. 저게 별빛인지 별빛이 불빛인지 구별하기가 모호하고 지루했다.

그는 난간 아래로 몸을 날렸다.


-내가 이렇게 멋지게 해 낼 줄은 나도 몰랐어.

-들리지? 저 함성 말이야!

매니저가 벅차오르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했다.

-들려!

스타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형..형. 사랑해.

스타는 형을 꼬옥 끌어안았다.

-정말 사랑해 형.

스타가 목에 감은 팔을 풀며 매니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의 눈빛은 굳어갔다.

-다..당신은?

이렇게 해야 하는 내 자신이 정말 싫다. 그러나 그는 이 길을 택한 거고 난 그 영혼에게 벌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검은 그림자들이 와서 그의 양팔을 잡아끌고 갔다.

난 울었다.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사랑을 이용해야만 하는 나. 나야말로 지옥으로 끌려가야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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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죽음의 강 13.07.19 450 8 9쪽
19 19. 종전의 끝 13.07.17 281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1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9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3 12 8쪽
» 14. 몰락 13.07.09 173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12 12. 가슴앓이 13.07.03 715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5 7 9쪽
9 9. 스타 13.06.20 961 41 10쪽
8 8. 지옥의 불길 속으로 13.06.17 395 5 6쪽
7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2 8 8쪽
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5 3 12쪽
5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 먹다. 13.06.13 525 3 11쪽
4 4. 꿈 13.06.12 847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0 44 9쪽
2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0 38 9쪽
1 1. 꿈 13.06.09 2,31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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