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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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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50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7.08 06:23
조회
465
추천
16
글자
10쪽

13. 불길한 꿈

DUMMY

13. 불길한 꿈


남자가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처녀는 안절부절못했다. 이 남자가 왜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아가씨, 저 마을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가야 되죠?

처녀는 뜨끔하였다.

-왜요?

-마을이 참 아름다워서요. 동화에서 그려진 마을의 느낌을 완전히 살리고 있어요. 한번 들어가 보고 싶군요.

-들어가는 길이 막혔어요.

대뜸 내뱉어진 말이다. 매니저는 처녀를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당황해하는 처녀의 기색이 역력했다. 매니저는 시골소녀의 순수한 본래의 모습이라 생각하며 픽 웃었다.

-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

처녀가 보기에도 그렇게 보였다. 나쁜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남자와 스타가 만나면 스타는 반드시 떠날 거라는...그러한 예감.

처녀는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와 다리를 건넜다. 남자가 제풀에 지쳐 사라져주기를 바라면서. 마을에 도착한 그녀는 스타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분 어디 계세요?

-저수지에 있는 것 같더라.

처녀는 저수지로 달려갔다. 뛰어가면서 그녀는 울었다. 뭔지 모를 슬픔과 아픔이 그녀의 심장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저 멀리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물끄러미 서 있는 모습은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안아주어 달래주고 싶은 맘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처녀는 그의 슬픔을 달래주면서 자기의 슬픔을 달래 받고 싶어 달려가 그의 허리춤을 끌어

안았다.

-어...어?

그는 몹시 당황하였다. 처음에는 갑자기 자기를 안아버린 처녀 때문에 당황했지만, 지금은 처녀의 통곡에 가까운 울음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왜..왜 그래?

-죄송해요. 이렇게 조금만 더 있을게요.

이상했다. 처녀가 자기를 와락 안아버린 순간, 스타는 콩깍지가 벗겨지듯 사물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내 몸을 문명의 혜택도 거의 받지 못하는 시골 촌뜨기가 이렇게 만지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안개가 아름다워 찾았던 이 저수지, 낡은 서랍 같았다. 그는 허리춤에 둘려진 여자의 팔이 부담스러웠다.

-팔 좀 빼주지 않을래.

스타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그의 감정은 폭발 직전이었다.

-저를 떠나지 않을 거죠. 약속해 주세요. 여기서 저와 함께 사신다고요.

스타는 점점 더 짜증이 났다. 조여 오는 여자의 팔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기서 자기와 함께 살자는 여자의 말 때문이기도 했다. 이미 그의 감정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것 놓으란 말이야!

그가 처녀의 팔을 힘껏 잡아 빼버리자 처녀는 뒤로 나뒹굴었다. 울음은 멈추었지만 지금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마을이 답답했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그의 가슴을 부글부글 끓게 했고, 이제 이 마을과 사람들에게 애정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의 감정을 지금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싫음, 싫음 뿐 이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싫어질 수 있나요?

내가 물었다.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스타가 된 후 나의 습관인 것 같아요. 싫증나면 버리는 거.


스타는 자기가 머물고 있는 집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이 없으면 난 하루도 살 수 없다고요!!

뒤에서 처녀의 울부짖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처녀는 당신에게 잘해 주었잖아요. 단지 촌뜨기라 싫어진 건가요?

내가 물었다. 동공이 거의 풀려가고 있는 스타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득 내 머릿속을 파고 든 사람이 있었어요.

-그게 누구죠? 첫사랑, 그 여인인가요?

-아니요.

그의 머리는 중력에 못 견디겠다는 듯 서서히 땅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한적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짙은 안개가 마을에 깔리면 아무도 이곳을 찾을 수 없을 거란 생각. 고목에 등을 기댄 매니저는 한순간 피곤이 몰려와 눈을 스르르 감았다. 그리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처녀가 간 길을 따라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부랴부랴 언덕을 끼고 돌았다. 그랬더니 마을과 언덕을 이어주는 아주 가냘픈 다리가 하나 나왔다. 이 다리가 무너져 내리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 그는 천천히 다리를 건너갔다. 보기에는 짧은 다리였지만 지루할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건너는 도중 날은 어두워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었다. 드디어 다리가 끝나고 마을에 내려섰으나 짙은 안개까지 피어오르면서 마을은 안개 속으로 숨어버렸다. 돌아갈까 생각하고 뒤돌았으나 다리도 어둠과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난감했다. 이걸 보고 진퇴양난이라 하던가.

매니저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웅덩이나 이물질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레 한발 한발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핸드폰이 생각나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불빛을 켰다. 푸른빛을 내는 불빛이 시야를 밝혔다.

-억!!

그는 놀라 뒤로 자빠질 뻔하였다. 낮에 보았던 처녀가 나무에 목을 매고 죽어 있는 게 아닌가. 나무는 낮에 매니저가 앉아 쉬었던 그 고목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낮에 고목이 있던 곳으로 고개를 돌려 고목을 확인하려 하였다. 그러나 짙은 안개에 강 너머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가지에 감겨있을 줄을 확인하는 순간 그는 다시 놀라 뒷걸음질 쳤다. 처녀의 목을 감고 있는 줄이 묶여진 건 고목의 가지가 아니었다. 손이었다. 어디와 연결 된지 모를 손이 줄을 꼭 쥐고 있는 것이었다. 처녀는 고목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 것일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힘껏 뛰었다. 어디로 뛰고 있는지 본인도 모르게 뛰었으나 저 멀리 어둠속에 마치 등대처럼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그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불빛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다. 불빛은 다행히도 인가였다.

-문 열어 주세요. 문 좀 열어 주세요.

땀이 비 오듯 쏟아지지만 그는 한기를 느꼈다. 뭔지 모를 한기가 소용돌이처럼 그의 몸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문이 열렸다. 두드리는 그의 힘을 어쩌지 못하고 문이 절로 열린 것이다. 그는 독감에 걸린 사람처럼 떨리는 몸을 양팔로 감싸며 안으로 발을 디디고 들어섰다.

-악!!

난간에 목을 맨 두 노인의 사체가 빨래처럼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닌가!


-헉!!

매니저가 벌떡 일어났다. 꿈이었다. 이런 악몽을 꾸다니.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 물을 마셨다. 그래도 불길함은 지울 수 없었다.


여자의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 온 스타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니, 왜 그러시우?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할머니가 물었다. 스타는 지갑에서 꽤 많은 돈을 꺼내 할머니에게 내밀었다.

-그동안 제가 머물렀던 방값과 밥값입니다.

-아.아.아니. 여..여기를 떠나려 그래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할머니는 마루에 주저앉고 말았다.

-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여.여..보 영감.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부르며 마당으로 내려갔다. 오갈 데 없는 돈은 마루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스타는 돈이 적어 그런가 생각하며 돈을 더 꺼내 놓고 돈이 날아가지 않게 선반 위 바구니를 꺼내 담아 놓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돈 좋아하는 것은 시골도 마찬가지군.’

배낭을 메고 마당으로 내려오자 밖에서 일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처녀까지 뛰어 들어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이런 법은 없소이다. 이런 법은 없어.

소리치는 할아버지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고, 할머니는 스타의 가방을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돈은 저 마루에 놓았어요. 더 원하시는 것 같아 아까보다 좀 더 얹었습니다. 더 이상은 드릴 수 없어요. 설마 나를 봉으로 아시는 건 아니죠? 그렇다면 난 당신들을 고발할 수밖에 없어요. 그동안 잘해 주신 건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곤란하죠.

-뭐..뭐라고? 이런 식? 봉?

할아버지는 스타의 멱살을 잡아 흔들었다.

-할아버지 이러지 마세요.

처녀가 울며 할아버지의 팔뚝을 잡고 매달렸다.

-내 금쪽같은 손녀를 실컷 희롱해 놓고 이 마을을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내 손으로 네 놈을 죽이고 말겠어.

할아버지가 흉기를 찾기 위해 광으로 들어가자 스타는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막아서는 처녀와 대문을 걸어 잠그는 할머니를 밀치고 낫을 들고 뛰어나오는 할아버지를 피해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리고 내달렸다. 다리를 향해.

다리를 건너고 돌아보니 다행히 아무도 자기를 쫓아오지 않았다.

-무서운 사람들이군.

마을을 지켜준다는 고목이 눈에 들어왔으나 스타는 외면하였다. 마을에 얽힌 모든 것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도시를 향해 걸었다.

땅거미가 사러져 가는 마을은 외로웠다. 매니저는 불길한 꿈 때문이더라도 꼭 저 마을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처녀가 사라진 쪽으로 걸어 내려가 보니 꿈에서 보았던 다리와 비슷한 느낌의 왜소한 다리가 나타났다. 그러자 그는 꿈이 현실로 나타날까봐 입이 바짝 타들어갔다.

다리를 건너갔다.

마을을 향해 어느 정도 걸어 들어가자 뭔가 마을에 일이 생겼음을 직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니저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향해 뛰었다.


작가의말

*휴가 다녀오느라 이제 올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천둥도 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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