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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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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31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7.23 06:24
조회
368
추천
3
글자
7쪽

21. 곡소리

DUMMY

21. 곡소리


검은 실루엣이 여자에 닿기 전 내가 먼저 여자에게 닿아야 했다. 아이와 난 빠른 속도로 달려 나룻배에 뛰어올랐다.

-저리 가!

사자가 무서운 소리로 말했다. 난 사자의 노여움을 애써 외면하고 여자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어서 내 손을 잡아!

여자는 멈칫했다. 남자도 갑자기 나타나서 여자에게 선심을 베푸는 우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이 강이 의미하는 바를 말이다. 남자도 다급하게 다가와 배에 납작 엎드려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서 잡으라니까!

남자가 손을 내미니 그제야 여자도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저승사자는 우리 일에 동참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가 노를 휘저으며 여자와 남자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왜 그러는 거야?

내가 신경질을 부렸다.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갈 길이나 가!

그의 미간이 험하게 찌그러졌다.

저승사자의 훼방에 남자는 지지 않으려는 듯 강으로 몸을 더 쭉 빼고 여자의 손을 잡으려 하였다. 저만치서 여자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빨리 빨리...

남자가 외쳤다. 여자도 뒤돌아보다 급하게 헤엄질치면서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닿을 듯, 닿을 듯...

-조금만 더!

내가 소리 질렀다....‘아!’

드디어 여자의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도움으로 여자가 끌어 올려 지려는 찰라,

-딱!

저승사자가 노를 들어 여자의 정수리를 내리친 것이다.

-악!

비명은 동시에 두 군데서 나왔다. 여자와 나. 여자는 뒤로 자빠지면서 풍덩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남의 운명에 끼어들지 마!

사자가 화를 내며 말하였다. 지옥의 실루엣이 여자의 양 팔을 잡고 배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러자 나룻배를 감싸고 있던 음침한 색상의 물들이 서서히 제 모습을 되찾아갔다.

-안 돼!

남자가 소리치며 강으로 뛰어들었다.

-저런 멍청한!

저승사자가 눈을 부라렸다. 검은 실루엣이 강물에 뛰어 든 남자를 향해 다가왔다. 먹잇감이 빠지길 기다리는 파라냐들 처럼 말이다.

일이 점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것에 난 혼란스러웠다. 내가 끼어들면서 일이 이 지경으로 얽히고만 것일까?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사이 저승사자는 빠른 속도로 노를 저어 남자에게 다가가려 하였다. 그러나 실루엣들도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들이 몸을 움쩍거릴 때마다 강물이 사납게 일렁였다. 나와 아이는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배 모서리를 잡으며 균형을 유지하려 애썼다.

이미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자 안개처럼 들리던 곡소리가 강물 위를 감싸며 울려 퍼졌다. 난 저승사자와 지옥사자들의 싸움에 멀미가 날 지경이었지만 저 소리, 저 곡소리 때문에 머릿속의 뇌수를 믹서로 갈고 있는 것처럼 어지럼증에 구토가 치받쳐 올라왔다.

-젠장, 저 소리를 좀 멎게 할 수 없나...

-여자의 장례를 마칠 때까지 계속 들리게 될 거야. 아마 부모의 울음소리라 저리도 큰 걸 거야.

여자의 영혼도 육체를 떠난 것이다. 울음을 그치게 할 방법은 없었다. 나라도 자식이 죽으면 창자가 빠져라 울을 테니 말이다. 어쨌건 우린 저승사자를 도와 남자를 끌어 올려야 했다.

저승사자가 노를 휘저어 실루엣들을 물리칠 때 나와 아이는 틈을 노려 남자의 팔을 잡으려 하였다. 하지만 지옥사자들의 견고한 협동심에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럴 때마다 저승사자는 성질을 부렸다.

‘성질 더러운 개뼉다귀 같으니.’

그의 짜증을 보면서 속으로 한 마디 했다.

-난 뼈다귀라는 소리가 제일 싫어!!

저승사자도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뼈다귀란 말에 그는 급격히 화를 내며 지옥사자들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덕분에 강해진 노의 반격으로 실루엣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남자는 강위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기회는 이때였다. 나와 아이는 강으로 뛰어 들어가 남자의 팔을 잡고 배 위로 올렸다. 저승사자가 내어준 노를 잡고 남자는 간신히 배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같이 안 가는가?

저승사자가 물었다.

-저는 지옥으로 가 봐야할 일이 있습니다.

대답 중에 지옥으로 끌려간 여자 아이의 오빠를 생각했다. 사자는 그간의 일을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으나 진지한 표정으로 한 마디 했다.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는 알고 있는가?

-꿈을 찾아가라 저승사자에게 들었습니다.

-그 길은 매우 위험할 것이야. 부디 조심하길 바라네.

저승사자는 우릴 강가에 내려 주었다. 우린 두 손 모아 합장하였다. 그와 사내도 합장하였다.

죽음의 강을 끼고 걸었다. 안개와 울음소리 아래로 떠나보낸 자를 위로하는 여러 종교인들의 나름의 방식이 깔려있어, 어떤 때는 웅장하게 어떤 때는 오싹하게 만들었다.

-여자는 지옥으로 끌려갈 운명이었나?

내가 물었다.

-아마도.

-여자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어. 그런데 강물에 빠졌다는 이유로 지옥으로 끌려 간 거야?

-자의로 육체에서 영혼을 뺏거든. 자살과 같은 의미지.

-너무한데. 여긴 인간의 세상이 아니잖아. 그런데 자살이 가능해?

-의지란,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서 나오는 것이거든.

-그렇군.

칼로 자르듯 엄격한 사후의 세계에서 내가 그녀의 오빠를 꺼내올 수 있을까? 과연 그 길은 옳은 길인가 잠시 맘이 흔들렸다.

-사후세계도 인간세상에서와 마찬가지로 강한 의지는 꺾지를 못해. 네가 옳다고 생각했으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야.

-내 생각이 읽혀지더라도...

-아, 미안. 절대로 입 밖으로 내지 않을게.

영혼의 세상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되는 나는 이곳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겁 없이 덤비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지만 곡소리는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마 이 지점이 지옥으로 이어지는 곳 일거야.

앞은 어둠의 장막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음산한 분위기가 그 안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어둠이라면 진저리가 날 만도 할 텐데 아직도 생소한 것이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다.

-무서워?

-아니.

태연한 척 했지만 아이가 내 맘을 알 것이라는 짐작은 하기 싫었다. 내가 무섭지 않다고 말한 이상 난 두렵지 않다. 그렇게 내 자신을 믿고 싶었다.

-자, 들어가자.

어둠 속으로 한발 디뎠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초현실적인 힘이 내 몸을 쓱 끌어 당겼다.

-헉!

예상한 대로였다. 습한 어두움과 나쁜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묘한 기운. 내 기분은 몹시 불안하고 언짢아졌다. 식은땀이 흘렀다.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불쾌함이 용암처럼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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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분노 13.07.29 387 43 9쪽
23 23. 용암속의 사형수 13.07.28 554 24 8쪽
22 22. 지옥으로 가다 13.07.23 467 21 8쪽
» 21. 곡소리 13.07.23 369 3 7쪽
20 20. 죽음의 강 13.07.19 449 8 9쪽
19 19. 종전의 끝 13.07.17 280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0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8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2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2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12 12. 가슴앓이 13.07.03 715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5 7 9쪽
9 9. 스타 13.06.20 960 41 10쪽
8 8. 지옥의 불길 속으로 13.06.17 394 5 6쪽
7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2 8 8쪽
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5 3 12쪽
5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 먹다. 13.06.13 525 3 11쪽
4 4. 꿈 13.06.12 846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0 44 9쪽
2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0 38 9쪽
1 1. 꿈 13.06.09 2,31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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