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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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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32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7.23 23:02
조회
467
추천
21
글자
8쪽

22. 지옥으로 가다

DUMMY

22. 지옥으로 가다


길을 잃었다. 아이도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건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습한 암흑이다.

-아이야, 아이야

불러보아도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덜그럭 덜그럭.

저 소리. 난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보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익숙한 광경에 나의 호기심은 공포를 뛰어 넘었다. 수레를 끌고 오는 건 저승사자였다. 설마 저 안에 내가 있는 건 아니겠지.

-겁나나?

사자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그의 말투는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고 있다는 투였다.

-··· ···.

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기는 왜 왔지?

그를 쳐다보았다. 이유를 알면서 내입으로 듣고 싶은 뻔한 질문.

-지옥으로 들어가려고요.

도전적으로 대답했다.

-돌아가.

기다렸다는 듯 단호한 소리로 말했다.

-싫어요.

내 의사 또한 단호했다. 그러면서 수레에 실려 있는 시체에 눈을 돌렸다. 내 시선을 따라 사자의 시선도 옮겨왔다.

-보고 싶나?

저 안에는 죽어져 푸르러진 나의 시체가 누워 있을 것이다. 난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바람이 일더니 시체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천 조각이 날아갔다.

-악!

저건···.

-그래, 너의 딸이다.

-왜 내 딸이 거기에 누워있는 거지? 왜!

난 싸늘한 딸아이의 시체를 껴안았다. 나의 눈물이 아이의 얼굴로 떨어졌다.

-아이는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더군. 그러다 결국 이 길을 택하고야 말았어.

난 아이가 지옥으로 끌려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안아들고 이곳을 빠져나가려 하였다. 하지만 아이의 몸은 천근만근이나 나가는 것처럼 무거웠다. 그래서 들 수 없었다.

-미련한 것. 이제 너의 딸과 너와의 인연은 끝났다.

수레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발, 가지마. 제발.

덜그럭 덜그럭···. 늙은이 걸어가는 것처럼 힘겹게 끌려가는 수레를 잡으려 걸었다. 그러나 수레는 손에 잡히지 않았고, 난 뛰었다. 분명 수레는 늙은이 걸음으로 끌려가고 있지만 나의 손에는 절대 잡히지 않았다. 일정한 거리를 두는 듯하다가 수레는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난 딸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땅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였다.

울고 또 울고···.

목이 쉬어 울음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지옥은 시작 된 것이다.


수레가 사라진 황량한 벌판엔 초록이 없었다. 앙상한 나무와 회색빛 우주와 겨울을 연상케 만드는 길, 난 그 위에 서 있었다.

수레가 사라진 길로 걸어갔다. 영혼이 육체를 떠나버림으로 해서 이승의 인연은 완전히 끊겼을 것이다. 이곳에서 서로 마주친다 해도 이제 엄마와 딸이 아닌 지난날 한 학급에서 공부했던 옛 동무 정도의 연결고리만 남을 것이다. 딸을 찾아 나선다는 게 부질없다마는 딸을 찾아 갈 것이다. 그래서 죄 값을 치르고 있을 아이의 발목을 부여잡고 용서를 빌 것이며 나와의 인연에 대한 연민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난 그것으로도 조금은 용서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 지옥으로 가야한다는 다짐이 더욱 견고해진 것이다.

내가 그렇게 꾸었던 꿈이 지옥과 연관되어 있는가 이해가 되었다. 지옥의 첫 관문이리라.

수레가 사라진 쪽으로 걸었다. 그리고 뛰었다. 자욱했던 연무가 걷히니 나지막한 구릉이 나왔다. 구릉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낯이 익었다.

아! 이제 생각났다. 저 구릉은 내가 어렸을 적에···.

그때 염소 몇 마리가 구릉을 따라 걷고 있었고 어린 목동이 기다란 막대기를 들고 염소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이 서쪽하늘에서 밀려오는 석양에 덮여 붉은 색과 검은색의 조화를 이루며 몽환적으로 비추어졌다.

6살 때 그 모습을 얼핏 봤던 나로서는 그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슬픔으로 승화되었었다. 왜 저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지옥의 문턱에서 내게 나타나는 것일까?

눈물을 흘렸다.

엄마, 아빠. 철없던 시절, 부모에게 했던 모든 못된 짓들이 저 염소들과 석양에 뒤섞여 아픈 기억으로 밀려왔다. 부모의 눈물, 부모의 회초리, 부모의 소리침···.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어도 시원하지 않았으며 가슴에 커다란 바위를 얻어놓은 것처럼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또 다시 밀려드는 아련한 추억들···.

이번엔 동생에 대한 아픔이 밀려왔다. 도사견에 쫓기는 막내 동생, 그 아이의 나이가 4살, 내 나이가 9살. 난 도사견이 얼마나 위험한 동물인지 몰랐다. 동생은 쫓기다 넘어졌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넘어진 동생보다 큰 개는 동생의 목떨미를 물고 흔들어댔다. 동생은 울었고, 난 구경을 하였다. 동생의 울음소리가 멎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난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금세 끝나 시시하다며 불평을 했다. 개는 입에 커다란 살점을 물고 있었다.

악! 소리 질렀다. 더 이상 아픈 기억을 되살리지 말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자비를 베풀 지옥이 아니었다.

난 쓰러질 듯 비틀 거리며 걸었다. 너무나 쓰라린 기억으로 인해 내 가슴은 절규의 바다를 건너고 있었으며 내 손은 배를 움켜쥐었다.

-제발, 이런 기억은 꺼내지 말아줘. 부탁이야.

이런 내 눈앞에 또 하나의 석양이 나타났다. 난 이미 진이 빠져 버렸다. 울 기운조차 없는 나에게 또 다른 기억이 달려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고무줄놀이에 한창이었고, 나도 숨 가쁘게 뛰고 있었다.

-나도 끼워줘.

나보다 두 살 위인 옆집 사는 언니였다.

-싫어. 언니 아빠 도둑놈이잖아. 우리 큰아버지가 형산데 언니 아빠 붙잡았었데. 언니는 도둑놈의 딸이잖아.

아이들이 손가락질하며 ‘도둑놈의 딸’을 외쳤다. 언니는 시큰둥하게 서 있다가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난 언니의 뒤에 대고 침을 뱉었다. 나는 언니가 이사 가는 곳 마다 따라다니며 동네에 ‘도둑놈의 딸’이라 소문을 냈다. 언니는 그런데도 나를 보면 웃어주었다

나의 울음은 지치지도 않고 나왔다. 그 언니의 모습을 언제부턴가 볼 수 없었는데 어렸을 적 난, 그게 궁금하지 않았다. 어딜 가든 그 언니는 벌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잔인했을 수가.

-나를 왜 벌하지 않았어요! 그 때 나를 왜 벌하지 않고 지금에서야 날 괴롭히는 거예요!

붉은 하늘을 보고 외쳤다. 하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영상.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였다.

장님인 외할아버지는 한 발짝 내딛기 위해 양팔을 벌려 더듬거렸다. 그렇게 더듬거리며 헤매는 할아버지를 향해 웃고 있는 내 모습.

이건 절망이었다. 더 이상 용서받을 수 없는 나의 짓에 나는 또 다시 절망에 휩싸여 주저앉아버렸는데, 내 맘속에서 말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일어 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저런 뼈아픈 과거는 누구에게나 있어. 저건 철없을 때 너의 모습이잖아.’

난 언덕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하늘을 보았다. 석양에 물든 하늘을. 그리고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저 아름다움을.

-잘했어.

아이였다. 아이가 내 곁에 있는 거였다.

-언제 왔어?

-여태껏 곁에 있었어. 네가 날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뿐이야.

-내가 괴로워하며 우는 모습도 봤어?

-응. 맘속에도 지옥은 있어. 넌 네 맘속 지옥을 본 거야.

-천국도 있겠네?

-물론. 하지만 넌 지옥에 왔기 때문에 지옥만 보게 될 거야.

영상을 뒤로한 채 아이와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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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분노 13.07.29 387 43 9쪽
23 23. 용암속의 사형수 13.07.28 554 24 8쪽
» 22. 지옥으로 가다 13.07.23 468 21 8쪽
21 21. 곡소리 13.07.23 369 3 7쪽
20 20. 죽음의 강 13.07.19 449 8 9쪽
19 19. 종전의 끝 13.07.17 280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0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8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2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2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12 12. 가슴앓이 13.07.03 715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5 7 9쪽
9 9. 스타 13.06.20 960 41 10쪽
8 8. 지옥의 불길 속으로 13.06.17 394 5 6쪽
7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2 8 8쪽
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5 3 12쪽
5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 먹다. 13.06.13 525 3 11쪽
4 4. 꿈 13.06.12 846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0 44 9쪽
2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0 38 9쪽
1 1. 꿈 13.06.09 2,31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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