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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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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44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7.0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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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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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11. 스타의 자리

DUMMY

11. 스타의 자리


회견장에는 수많은 기자들로 북적였다. 외신기자들도 꽤 됐다. 회견을 하는 스타와 매니저는 노련했다.

-그래서 루머라는 건가요?

-루머라고 명명하기에도 하찮습니다. 이 기사는 나에겐 치욕이었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를 고발하실 겁니까?

-그러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스타는 생각했다. 그 기자의 악명을. 한 번 문 뒤꿈치는 절대로 놓지 않는 녀석이었다.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기자의 본분을 허튼 데 사용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만, 이 사건을 백지화 시킬 용의가 제겐 있습니다. 그러니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에 대한 그릇 된 소문을 잊어 주십시오. 다 저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생긴 해프닝이라 여기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주저 마시고 꾸짖어 주십시오. 달게 받겠습니다.

스타와 매니저는 일어나 90도 각도로 절을 하였다. 여기저기서 자판 두드리는 소리 셔터 누르는 소리가 회견장을 가득 메웠다.


불을 켜지 않은 원룸은 무덤 같았다. 다리를 끼고 앉은 모델은 며칠이나 지났나 꼼짝하지 않았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또 한참 후에 전화벨이 울리고, 한참 후에 또 전화벨이 울리고...모델은 꼼짝하지 않았다.

원룸에 서서히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제 모델의 모습이 보였다. 반투명한 흰 슬립차림의 그녀. 그녀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녀는 벽에 기댄 체 였다.

초인종이 울리고...한참 후에 전화벨이 울리고...몇 번의 전화가 오면서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모델은 그대로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그 여린 아이는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기자가 유도해 술김에 내뱉은 말들이었죠. 다음 날 그녀는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이었어요. 착한 것이, 그 아이는 그 배우분을 무척 사랑했었어요. 그와 레드 카펫 짝이 됐다는 것을 얼마나 자랑했었는지...(목이 메어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모델은 죽었다.

기사가 나가던 날 모델들은 대놓고 조롱했고 심지어는 침까지 뱉었다. 그러나 그녈 더욱 참기 힘들게 만들었던 건, 스타의 말이었다.

‘치욕’

자기가 누군가에게 치욕스런 존재였다는 것, 모델은 그 단어에 충격을 받았다. 모델 협회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침대에 머릴 박고 울었다.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울면 가슴이 풀릴 줄 알았다. 그러나 슬픔이 용암처럼 온 몸을 녹여 버리자 그녀는 삶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검은 일주일 만에 발견이 되고 기사를 다룬 사람은 스타가 짝사랑했던 그 여기자였다. 기자는 모델의 죽음에 관해 그녀를 하찮게 여긴 모든 돼먹지 않은 사람들의 책임이라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나는 스타에게 물었다.

-그녀의 죽음이 슬프지 않았나요?

스타는 쓸쓸히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어요?

-나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잖아요. 그 여자에게 조금의 의심도 받기 싫었거든요.

-결국 그 여기자는 모델의 죽음을 애도했고, 그녀를 죽음으로 몬 자들을 비판했잖아요.

-어쨌든 난 패배잡니다.


인간의 기억력은 생각보다 짧다. 영원할 것 같았던 모델 사건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고 소속사마저 그녀가 존재했던 것을 생소해 했다. 스타에게 꼬리표와 같았던 사건이었기에 어찌 보면 그에게는 잘 된 일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이 그 사건을 쉬쉬하면서 뒤에서 자기를 욕하고 있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아니야, 그 사건은 잊혀진지 오래야.

매니저는 그가 저러는 것은 죄책감이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처음에는 ‘너도 사람이구나.’라고 좋게 생각했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발작처럼 몸부림치는 그에게서 불안함을 느꼈다.

-좋게 생각해. 거기까지가 그 아이의 삶이었어. 그 아이는 너 아니더라도 죽을 운명이었을 거라고.

-빌어먹을! 형도 날 무시하고 있어. 죽을 운명 운운하면 내가 형 말에 혹해서 형의 허수아비로 다시 돌아 올까봐? 젠장, 다들 나에게 왜 이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에게 손가락질들이야.

-너에게 뭐라 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이미 그들은 그 사건을 잊은 지 오래야. 멍청하게 왜 이래?

-멍청하다고? 그래. 그게 바로 형이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어. 또 또 형이 나를 생각하고 있는 그 단어들을 또 뱉어봐! 어서.

-미안, 그건 내가 실수 한 거야. 그러지 말고 우리 병원 한 반 가볼까?

-병원? 내가 아프다는 거야? 내가 미쳤다는 거야?

스타는 테이블 위에 있는 꽃병을 집어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꽃병은 산산 조각나며 안에 있던 물과 꽃들을 토해냈다.

매니저는 깨진 꽃병의 잔해를 치우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스타는 착한 척 구는 매니저에게 염증을 느끼며 그의 얼굴을 향해 발을 날렸다.

-턱!

나가떨어진 그를 향안 스타의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다.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고 몸을 움켜잡은 매니저는 그만하라고 소리 지르려 하였으나 이미 숨쉬기도 힘든 상태였다. 가까스로 한 손을 들어 그만 하란 제스처를 보였다. 이제야 정신이 든 스타는

-미안해. 미안해...젠장,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야.

스타는 구급대에 전화를 걸었다.

-사.사람이 주..죽을 것 같아요..빠. 빨리 와 주세요. 빨리요.

전화를 끊고 그는 매니저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조금만 참아. 괜찮아?

매니저의 얼굴에서는 피가 마르지 않고 나왔다. 허둥대던 스타는 얼른 욕실로 가서 수건을 들고 나와 그의 찢어진 이마에 대고 꼭 눌렀다. 그리고 얼른 베개를 집어다 그의 머리 뒤에 놔주었다.

-괜찮아...

그러나 매니저는 몹시 고통스러워 보였다.

-미안해. 정말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 내가 미쳤나봐. 용서해줘.

스타는 매니저의 손을 잡고 울었다.


매니저의 부상은 심했다. 안면부 골절, 늑골 3개 골절, 손목인대 파열, 폐 일부 손상.

스타는 그를 VIP실에 입원시켰다.

-괜찮아?

꽃을 들고 들어오면서 물었다. 매니저는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스타는 소파에 몸을 묻고 앉았다.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한참 후 스타가 입을 열었다.

-날 고소해도 돼.

매니저는 말이 없었다.

-정말이야. 고소 해.

매니저는 픽하고 웃어 보였다.

-내가 형에게 왜 이랬는지 모르겠다. 형이 날 너무 편하게 대해 줬나봐.

스타는 창가로 다가가 섰다. 그에게 매니저는 어떤 존재였던가. 그가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그의 옆에는 늘 매니저가 있었다. 그는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토라지거나 슬퍼하지도 않았다. 어떤 때는 그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아닌가 생각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로봇이 아니었다. 수술도 하고 피도 흘리고 아파 신음도 하니 말이다.

매니저는 자기에게 산소와 같은 존재라는 걸 이제 깨달았다.

-이제 다른 일을 할 거야.

침묵을 깨고 매니저가 말했다. 갑자기 둔기로 머릴 맞은 것 같은 현기증이 몰려왔다.

-뭐, 뭐라고 했어? 잘못 들었어.

-그만 둘 거라고.

-하하...그렇게 말하면 내가 겁먹을 줄 알았지? 미안 해. 사실 그 말은 겁나는 말이야. 형 다 나으면 우리 여행가자. 크루즈여행. 형 크루즈여행 가고 싶어 했잖아. 내가 표 끊어 놓을게.

스타는 문을 향해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농담 아니야. 얼마 전부터 사업을 하려고 생각 중인 게 있었어. 이제 그 사업을 해 보려고.

-내가 때려서 그래? 이젠 안 때린다고 했잖아. 그리고 병원도 가서 치료 받을게. 다신 형을 괴롭히지 않을 거야. 정말이야. 이제 날 믿어도 돼. 다시 시작하자. 다시 시작하자.

스타는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눈빛은 절실했다.

-이미 결정한 일이야.


-매니저는 당신에게 뭐였나요?

매니저 얘기를 하는 내내 그는 힘들어했다. 나의 물음에 그는 침울한 소리로 대답했다.

-헤어지자고 하기 전까지는 그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당연한 거였어요. 일어나면 그가 있고 슬플 때 그가 있고 웃을 때 그가 있고...지금 생각해 보니 그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그동안 나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놔 주었나요?

-놔 주기까지 참 힘들었어요.


-그래, 가고 싶으면 가. 내 매니저 하겠다는 사람들은 많으니까.

스타는 그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나왔다. 나오면서 그는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울었다.

왜 눈물이 나오는 건지. 변기통 위에 앉아 눈물만 흘리던 그가 결국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러려고 스타가 된 것인가! 이렇게 사람들의 맘을 아프게 하려고 스타가 된 것인가!

오랜 시간 부모보다 함께 있었던 시간이 더 많았던 사람. 그 사람의 빈자리는 매우 컸다. 공허함에 스타는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제작사와 영화감독의 출연제의를 거절하면서 은둔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간단한 짐만 꾸려 산간오지로 들어갔다. 그곳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곳이었다.

-어유, 총각. 도시에서 왔나뵈. 참 잘생겼네.

100년을 거꾸로 올라간 듯한 사람들의 모습에 스타는 맘이 놓였다. 이곳에서라면 모델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욕할 사람도 없을 것이고 매니저의 빈자리도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말

굶주리다님 감사합니다.^^ 힘이 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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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분노 13.07.29 387 43 9쪽
23 23. 용암속의 사형수 13.07.28 554 24 8쪽
22 22. 지옥으로 가다 13.07.23 468 21 8쪽
21 21. 곡소리 13.07.23 369 3 7쪽
20 20. 죽음의 강 13.07.19 450 8 9쪽
19 19. 종전의 끝 13.07.17 281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1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9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3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3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12 12. 가슴앓이 13.07.03 716 16 10쪽
»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6 7 9쪽
9 9. 스타 13.06.20 961 41 10쪽
8 8. 지옥의 불길 속으로 13.06.17 395 5 6쪽
7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2 8 8쪽
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5 3 12쪽
5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 먹다. 13.06.13 525 3 11쪽
4 4. 꿈 13.06.12 847 7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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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꿈 13.06.09 2,31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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