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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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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34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6.12 00:19
조회
846
추천
76
글자
9쪽

4. 꿈

DUMMY

4. 꿈


빛나는 별 아래에서 밤은 본능의 오선지에 그려진 감정의 음표였다. 그건 영혼도 마찬가지여서 혼자임을 감당하지 못하여 밤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영혼들은 늘상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그러한 영혼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중력의 지배를 받으며 걸었던 익숙한 길들이 처음 와 본 길처럼 생소했고, 처음 와 본 거리는 무서울 만큼 생소했다. 인간과 영혼이란 객체에 생긴 괴리로 인해 감정의 혼란이 일었으나 어차피 내가 겪어야할 일이기에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나처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영혼들은 인간의 눈에도 영혼의 눈에도 띄지 않을 곳에 숨어 지옥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 영혼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저승으로 들어가길 거부했기에 -이승의 정을 떼지 못했거나, 자기가 죽은 줄 모르고 있거나, 지옥으로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저승은 두 번 다시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때문에 그 불쌍한 영혼은 지옥으로 갈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지옥의 문도 쉽게 열리지 않았다. 여러분은 의아해 할 것이다. 그 영혼 중, 천국으로 갈 수 있는 영혼도 있지 않느냐? 하고 말이다.

천국으로 가는 영혼은 육신을 이탈한 직후 하늘이 열리며 빛의 길이 생긴다. 그들은 자신의 죽음에 절대로 당황하지 않는다. 가야할 길이라면 가는 사람들이기에 그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인지도 모르면서 단지 심판을 받기 위해 길에 오른다. 그것은 ’자신이 이승에서 행했던 죄 값을 정당하게 치르겠노라.’ 라는 단호한 의지인 것이다. 그들의 걸음걸음에 저승사자들은 몸을 숨기고 지옥 대왕은 숨소리도 낼 수 없다. 그들이 곧 천상을 다스리는 왕에 될 것이기에.

숨어 있는 영혼들은 포악해져 있거나 주눅 든 상태여서 그들을 건드리려면 매우 신중해야 했다. 난 그걸 몰랐다. 그들이 어둠속에 얼굴을 내밀 때면 심장이 멋을 듯 무서웠다. 그래서 비명을 지르거나 뒷걸음질 쳐 도망쳤지만 그런 영혼을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나자 점점 짜증이 났다.

-그런 곳에 숨어 있다 왜 나타나는 거야!

하고 소리치자 영혼의 얼굴이 무섭게 변하며 내 목을 조르려고 덤벼들었다. 그자의 손이 나에게 닿는 순간, 녀석이 이승에서 살았던 삶의 일부분들이 섬광처럼 훑고 지나갔다.

-너..넌

녀석은 희대의 살인마였던 것이다. 내가 자기를 알아보자 놈은 의기양양해진 표정과 함께 생의 마지막 모습을 연출해 냈다. 그는 교수형을 당한 것이다. 밧줄은 그의 목에 감겨져 있고, 밧줄은 그의 목을 비틀어 공중으로 끌어 올렸다. 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는 웃고 있었다. 밧줄은 점점 더 그의 목을 조였고 그의 혀와 눈깔은 밖으로 ‘툭’ 하고 밀려 나왔다.

-으악!

그 장면에서 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가 자빠져 버렸고, 그자는 자기 연기에 매우 흡족해 하는 배우 같았다. 비현실적인 곳에서 빨리 빠져 나가기 위해 뛰었다. 몸은 공기의 저항을 느끼지 못하였고, 발은 바닥으로부터 전해지는 마찰을 느끼지 못하였다. 그제야 나도 영혼이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자를 보기 위해 뒤돌지는 못했다.

혼자라는 게 문득 외로워졌다. 인간이었을 때 느껴지는 외로움과는 전혀 다른 외로움이었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외로움. 소리쳐도 메아리마저 돌아오지 않는 외로움. 외로움에 치를 떨었다.

온통 어둠만 있는 이곳은 생전 날이 밝을 것 같지 않다. 나의 육신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그러나 길을 알 수 없다. 양 무릎을 세우고 웅크리고 앉아 팔을 포개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얼굴을 파묻었다.

-누구야! 누가 내 집에 있는 거야!

앙칼진 소리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분명 거리였는데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남의 집 거실이었다. 누가 날 옮겨 놓은 거라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옮겨 놓은 것이다. 남이야 나에게 뭐라 하건 말건 집안에 내가 있다는 게 좋았다. 올려 보니 천장도 있고 방 안에 이불도 있었다.

-죄송해요. 조금만 쉬다 갈게요.

-내 집에서 나가!

-내 집에서 나가!

나가란 소리가 여기저기서 수많은 목소리로 들려왔다. 깜짝 놀라 둘러보니 허름한 차림의 잡귀들이 서로 자기 집이라며 우기고 있었다.

-여기가 어째서 네 집이야? 내 집이지.

-어째서 네 집이야. 내 집이야. 너도 나가. 썩 꺼지지 못해!

그들은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 까지 다양했으나 제대로 생을 마감하지 못한 듯 매우 더러웠고 살들과 뼈들이 뜯겨져 있었다. 이러한 몰골들을 몇 번 봐왔던지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어둠과 추위에 내던져지지 않기 위한 그들의 싸움은 필사적이다. 나도 그들과 섞여 싸웠다. 그건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다.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이것은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이집이 내 집이라는 정당한 정의가 세워져 있어 내 권리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영혼들은 서로 할퀴고 머리채를 잡아 뒤흔들어댔다. 한참을 맞붙어 싸우다 문득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뒤 돌아 보았다. 할머니였다. 흰 한복을 말끔하게 입고 서 있는 할머니는 어디 하나 흠집 난 곳이 없었다. 그녀는 자세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우릴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는데 그 눈빛이 어찌나 무서운지 다들 쭈뼛 거리며 싸움을 멈추었다.

-내 집에서 뭐하는 짓들이야! 꺼져!

잡귀들은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꺼지란 말 안 들려!

-여기가 어째서 당신 집이야?

정강이 중간이 부러졌는지 다리 한쪽이 종이짝처럼 흔들거리고 있는 자가 말했다. 잃을게 더 이상 없어 보이는 그자는 한쪽 다리를 껑충거리며 할머니에게 다가가 눈을 부라리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가 앞으로 나서자 다른 영혼들도 성질을 부리며 할머니를 에워쌌다.

-철썩!

할머니가 정강이가 부러진 잡귀를 회초리로 내갈겼다. 회초리는 바로 전까지- 내가 눈을 깜빡이기 전까지- 없었던 거였다. 할머니의 회초리를 맞은 잡귀들은 하나씩 사라졌다. 난 영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두려워 밖으로 뛰쳐나오고 말았다.

한숨을 돌리며 뒤돌아보았다.

헉! 내 눈앞에 있는 건 거대한 이층집이 아니었다. 빈터에 있는 초라한 무덤일 뿐이었다.

‘내가 무덤 안에 있었다니...’

생각 할수록 오싹한 기분에 어깨를 움츠렸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영혼을 훔치러 가야 하는데 길을 잃었다.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무작정 걸었다. 어둠에 둘러싸인 길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이 길...익숙했다. 이렇게 걷고 나면... 아, 난 밀가루 반죽해 놓은 것 같은 진흙에 빠지고 말았다. 꿈이 현실이 된 것인가? 이곳을 절대로 빠져 나올 수 없다는 절망감에 소리쳤다.

-누구 없어요!

소리를 집어 삼키는 고요함. 불길함이 온몸을 엄습했다. 혹시 저승사자에게 속아 꿈속에 갇혀버린 것이 아닐까.

-살려 주세요!

다시 내 소리는 귓바퀴를 맴돌다 이내 어둠으로 사라졌다. 온 몸에 힘이 빠져 주저앉고 싶었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았다가는 온 몸이 땅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아 다리를 들어 올렸으나 흙은 집요하게 내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덜그럭 덜그럭...

수레다. 수레가 나타나면 난 꿈에서 깰 것이다. 소리 나는 쪽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수레 소리는 나에게 희망일수도 있고 재앙일수도 있었다. 왜 저 소리를 꿈에서는 불길하게 느꼈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알 게 될 것이다.

드디어 수레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레는 흰색이었고, 나무로 만든 두 개의 바퀴가 컸기 때문에 마치 수레가 바퀴 위에 얹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레를 끌고 있는 자는 모자가 달린 모직으로 된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은 뒤집어 쓴 커다란 모자 속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수레 손잡이를 억세게 잡고 있는 그의 손은 길고 앙상했다. 수레를 끄는 게 힘들어 보였으나 그것 때문에 내딛는 발걸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점점 내게로 다가오는 그는 낯이 익었다.

-......

저승사자였다. 내게 영혼을 사냥해 오라던 그가 내게로 오고 있었다. 혀를 날름거리던 심술궂은 사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너무도 진지했기에 난 수레 안의 내용물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내 옆을 스치며 지나갔고 난 수레 안을 내려다보았다. 흰 수의 위에 베 끈으로 꽁꽁 묶여 있는 주검이 누워 있었다. 수레를 끌고 있는 자가 저승사자란 것 때문에 오는 불길함이었나 적이 안심은 되었다. 주검의 얼굴은 흰 천으로 덮여 있었다. 흰 천이 작게 이는 바람에 나풀거렸다. 나풀거리는 사이로 얼굴이 언뜻언뜻 보였다. 설마...흰 천을 확 벗겨냈다. 그것은 나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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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용암속의 사형수 13.07.28 554 24 8쪽
22 22. 지옥으로 가다 13.07.23 468 21 8쪽
21 21. 곡소리 13.07.23 369 3 7쪽
20 20. 죽음의 강 13.07.19 449 8 9쪽
19 19. 종전의 끝 13.07.17 280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0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8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3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2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12 12. 가슴앓이 13.07.03 715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5 7 9쪽
9 9. 스타 13.06.20 960 41 10쪽
8 8. 지옥의 불길 속으로 13.06.17 394 5 6쪽
7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2 8 8쪽
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5 3 12쪽
5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 먹다. 13.06.13 525 3 11쪽
» 4. 꿈 13.06.12 847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0 44 9쪽
2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0 38 9쪽
1 1. 꿈 13.06.09 2,31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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