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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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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38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7.13 17:03
조회
530
추천
9
글자
9쪽

17. 내전

DUMMY

17. 내전


키스란 사람을 참 용감하게 만든다.

답 없이 주변만 맴맴 돌 것 같았던 두 사람은 그날의 키스로 인해 아주 가까워졌다. 오빠는 시험을 핑계로 학교에서 늦게 온다고 집에 통보하고 동생은 테니스 연습 있어 늦게 온다고 통보하면서 비밀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아이스크림 먹자.

오빠는 동생을 아이스크림 가게로 데리고 들어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금세 끈적끈적한 땀을 말려 버렸다. 딸기 아이스크림이 높게 쌓여진 콘을 두 개 들고 와 그녀에게 내밀었다.

-오빠, 내가 딸기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왜 생각 했어?

-응?

-그러니까 물어보지도 않고 많은 아이스크림 중 왜 딸기로 골라왔냐는 말이야.

-후후. 글쎄

왜 그랬을까? 왜 당연히 동생은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생각했을까. 그날 밤 그녀의 입에서 났던 딸기향 때문일 것이다.

-딸기 아이스크림 싫어하니?

-아니.

눈웃음치며 혀끝으로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동생이 예뻤다.

-어? 누구야. 동생?

긴 생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자가 오빠의 어깨에 손을 얻으며 물었다.

-으.응..어..

당황한 그는 말을 더듬고, 여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빙긋 웃으며 오빠의 옆에 앉았다.

-오빠, 누구야?

-나? 과여친이야. 계모의 딸이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렇게 예쁜 줄 상상도 못했는데. 둘이 이러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애인인 줄 알잖아. 후후

여친의 웃음은 두 사람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맘이 간절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오해이기를 바라는 웃음이고, 설사 그 소문이 오해가 아니더라도 이 시점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게 하고 싶은 그러한 웃음이었다.

웃음에 대한 의미를 그는 깨달았다. 그래서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려 하였다.

-공부는 잘 돼가니?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

-시험이 무슨 대수야. 내란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판국에.

내란?

동생의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

-너의 부족과 음...너의 동생 부족...

-그만!

그가 말을 막았다. 정권이 바뀌면서 부족 간에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소문에 사람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들 남매처럼 다른 부족간의 결합으로 가족이 생성 된 경우라면 더더욱 말이다.

-이건 숨겨서 될 일이 아니잖아. 정치라고. 그리고 꼭 해결 되어야 될 일이고.

여친이 동생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와 여친은 같은 부족이기 때문에 남매간에 형성 된 이상한 기류는 부족간의 독립으로 충분히 해결 될 거라 믿었다.

-그래서 난 이번 전쟁에 참여 할 거야.

의지는 단호해 보였다.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은 동생은 심하게 떨었다. 때문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테이블 위로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만 해.

그가 동생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여친은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메며 나왔다.

집으로 돌아 온 그는 동생이 불안에 떠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괜찮아. 내가 널 지켜 줄 거야.

-거짓말 하지 마. 어떻게 어떤 식으로 날 지켜 줄 건데. 130여 년 전에 일어났던 내전 몰라? 우리 부족들이 오빠네 부족들을 거의 몰살 시켜버렸다잖아. 결국 오빠네 부족을 노예로 삼고...

노예 해방 된지 6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노예 부족들은 씨를 늘리기 위해 무조건 아이들을 낳았고 -아버지가 다른 애들도 많았다. 그러나 씨 퍼트리기가 급했던 노예들은 그걸 문제 삼지 않았다. 어쩌면 암암리에 튼튼한 씨를 받아오길 원했는지도 모른다. -노예를 부리는 부족들은 그들을 짐승과 같은 대우를 함으로 자기네 위치를 재확인하였다. 노예 해방 후 과도기를 겪으면서 노예 부족들은 살해를 많이 당했다. 노예 부족들은 자식들에게는 비참한 현실을 물려주기 싫어 교육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노예 출신의 똑똑한 인재가 많이 나왔고, 정부는 노예 출신의 인재들에게 많은 자리를 내어 주었다. 그것은 그들에게 정치적 발판을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되었고 노예출신들은 정치에도 떳떳하게 참여하게 되었다. 그들은 지배 부족과 피지배 부족간의 뿌리를 들먹이며 조상이 같음을 강조하였고, 이것은 부족들간에 평등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렇게 평화는 계속 될 것처럼 보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예 부족에서 권력을 잡으면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소문에는 정권을 잡은 군부에서 130년 당했던 살상에 대해 살상으로 보복하겠다고 나산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소문 때문에 몹시 불안해하고 있었고 -군 부대끼리 충돌은 자주 있다.-해외로 이민 가려고 하는 자가 늘자 정부에서는 이민을 막아 버렸다. 이민 뿐 아니다. 거주 지역까지 봉쇄하고 나선 것이다.

-전쟁이 나는 거야? 그럼 나하고 오빠하고 우리 집은?

-내가 널 지킨다고 했잖아.

그래도 그녀는 불안했다.

-저녁 먹자.

주방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반항이라도 하려는 듯 동생이 씩씩 거리며 내려가자 그가 뒤따라왔다.

-어서 와 앉아.

엄마의 표정은 변함없이 명랑해 보였다. 여태 잘도 속였다는 배신감에 그녀는 울면서 소리쳤다.

-엄마나 먹어. 난 안 먹을 거야.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판에.

-그. 게 무슨 소리니?

-엄마는 다 알고 있었잖아. 내전 날지도 모른담서.

-누가 그런 소릴 해? 전쟁은 안 일어날 거야.

-거짓말 하지 마. 다 알아...다 안다고..

엄마가 다가와 딸을 꼭 껴안았다.

-일어난다 해도 상관없어. 널 지켜 줄 사람은 많아. 나도 있고, 아빠, 그리고 오빠도 있잖아.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단다.

-엄마, 그래도 난 무서워. 미안하지만 밥은 못 먹을 것 같아.

울고 있는 딸의 이마에 키스를 하며 그녀를 놓아 주었다. 그녀는 2층 자기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몸을 던지며 울었다.

-울지 마. 울지 마.

오빠가 와서 달랬지만 그녀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여보, 정말 전쟁이 일어날까요?

아내의 물음에 남편은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아내는 경기를 일으키듯 음식들을 걷어 쓰레기통에 처넣어 버렸다.


-정말 무서웠겠구나.

난 처음으로 여자 아이가 불쌍하단 생각을 했다. 피기도 전에 죽음의 공포로 떨어야하다니.

-무서웠어요.

아이의 이마에 키스를 해 주었다. 이마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학교에 가기 싫어.

아침을 먹으라는 엄마에게 그녀가 말했다.

-학교는 가야한다. 괜한 소문에 휩싸이지 말고.

마지못해 의자에 앉아 수저를 들었지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엄마 말 들어야지. 아무 일 없을 거야. 너도 와 밥 먹어라.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오빠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 저 일찍 학교에 가 봐야할 것 같아요.

-왜?

오빠를 빤히 쳐다보는 그녀의 눈은 불길함에 흔들렸다.

-저도 오늘만 가고 안 가겠습니다. 책을 다 챙겨와야겠어요.

-상황이 그렇게 안 좋은 거니?

아빠의 물음에 그는 동생과 엄마를 조심스런 눈길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집에서도 준비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무슨 준비?

그녀가 발끈해서 말했다.

-다녀올게.

-오빠, 오빠 같이 가.

오빠가 뛰어나간 현관을 향해 그녀도 뒤따라갔기만 오빠는 정류장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그날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이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영혼이 사라진 텅 빈 육체를 바라보았다. 영혼이 사라졌음에도 그는 자는 것처럼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한손으로 아이를 안고 한 손가락으로 청년의 미간부터 오똑한 콧날까지 쓸어 내렸다. 두 불쌍한 영혼을 위해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있을까.


-엄마, 어떡해. 오빠...오빠는 돌아오지 않을 건가봐.

그가 나간 지 5일이 지났다.

-아빠, 오빠가 어디로 끌려 간 건가요?

남은 세 식구는 오빠를 기다렸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총 소리와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가깝게 들려왔다.

-내가 나갔다 와야겠어.

아빠가 웃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엄마가 기겁을 하며 말렸다.

-가지 말아요. 그러다 당신마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린 어떡해요.

-괜찮아. 기다리고 있어. 아빠 곧 돌아오마.

아버지가 사방을 살피면서 밖으로 나가자 엄마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이번에는 딸이 엄마를 위로해 줄 차례였다.

해가 져도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모녀는 굳게 닫힌 창가와 현관을 왔다갔다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대포소리만큼 크게 들리는 총소리에 모녀는 악소리와 함께 귀를 막으며 주저 앉았다.

-쿵 쿵 쿵!

누가 들을세라 재빨리 두들겨대는 현관문 소리에 모녀가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다가갔다.

-누구세요.

-나야. 빨리 문 열어.

엄마가 자물쇠를 돌리자마자 밖에서 밀치는 힘에 의해 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얼른 들어와 문을 잠갔다. 그는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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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분노 13.07.29 387 43 9쪽
23 23. 용암속의 사형수 13.07.28 554 24 8쪽
22 22. 지옥으로 가다 13.07.23 468 21 8쪽
21 21. 곡소리 13.07.23 369 3 7쪽
20 20. 죽음의 강 13.07.19 450 8 9쪽
19 19. 종전의 끝 13.07.17 281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7 48 11쪽
» 17. 내전 13.07.13 531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8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3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2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12 12. 가슴앓이 13.07.03 715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5 7 9쪽
9 9. 스타 13.06.20 960 4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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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2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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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꿈 13.06.12 847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0 44 9쪽
2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0 38 9쪽
1 1. 꿈 13.06.09 2,31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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