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현대판타지

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6.09 09:04
최근연재일 :
2013.07.29 21: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6,528
추천수 :
474
글자수 :
98,626

작성
13.06.16 00:02
조회
461
추천
8
글자
8쪽

7. 내가 예수니라

DUMMY

7. 내가 예수니라


살인의 순간을 생각하는 내내 그는 웃었으나 웃음에는 생기가 없었다. 공허한 웃음소리는 오선지에서 떨어져 허공을 헤매는 음표와도 같았다.

정상에 올랐다. 누가 보든 그는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내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어. 맘 한구석에서는 죽인 이들의 선한 눈망울을 의도적으로 떠올리고 있었고 그걸 떨쳐버리기 위해 마치 경기하듯 살인을 저지르고...반복, 또 반복... 이 모든 부조리한 것들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뭔가가 필요했어.

-살인이란 걸 괴로워했군요.

-그런 감정은 내 의지들을 소진시켜 놓기 때문에 약으로 버텼지.

그는 마약에 몸과 정신을 의지했다. 환상이 보이고 환청이 들렸다.

-너를 멸시하는 자들을 심판 하여라! 너의 생각은 곧 나의 생각과 같나니, 너는 나를 대신해 세상의 모든 악을 다스려라!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고 천사들이 나팔을 불었다. 천사들은 남자를 예수라 불렀다.

그는 완전한 예수가 될 것을 하느님께 맹세하고 10살의 어린 여자 아이를 잡아다 제사를 올렸다.

흰 천으로 몸을 가린 여자 아이의 사지는 밧줄에 묶인 채 재단에 올려져 있었다. 의식이 시작 된 것이다. 재갈물린 사이로 아이의 울음이 새어 나왔고, 겁에 질린 눈망울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굴러갔다.

남자는 재단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머리를 밀었다. 부하들은 진정으로 그가 예수라, 혹은 예수이길 믿었다. 삶이 고된 그들이었다. 생각이 그릇된 그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참과 거짓이 라는 명제가 혼동이었으며 누구든 강한 힘으로 나타나 ‘내가 신이다, 나를 따르면 죽음은 면하리라.’라고 달콤하게 속삭여주면 신이라 부를 자들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머리통을 늙은 남자에게 내밀었다. 그는 15년 전 이 남자가 죽인 권총문신의 남자 머리통에 문신을 새겨 놓았던 문신가였다.

문신가는 예수라 사칭하는 자의 머리통에 문신을 하면서 17년 전 자기가 해 주었던 권총문신의 남자를 생각했다. 그자를 이자가 죽이지 않았던가!

죽은 자는 참으로 남자다웠다. 왜 하필 권총문신이냐 물었다. 거울에 비친 자기의 얼굴을 볼 때 마다 권총을 볼 것이고, 권총을 되도록 사용하지 말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자기의 총 놀림에 억울하기 희생당하는 자가 없게 함이라고 그는 말했었다.

그는 총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이 정신병자 같은 놈에게 당하고 만 게 아닌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한순간 평정심을 잃고 손이 움찔거렸다. 당황한 그는 재단위의 어린 소녀를 보며 심호흡을 길게 하고 다시 시작하였다.

-똑같아. 아주 똑같아.

그는 양팔을 벌려 문신이 아주 맘에 든다 말했다.

문신가는 문신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17년 전의 문신은 스스로를 견제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살인 본능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라고.

의식이 절정에 달했을 때, 남자는 시퍼렇게 잘 갈려진 칼을 빼들고 소녀가 누워 있는 단상 앞으로 다가갔다. 아이는 자기를 향해 올려지고 내려지는 칼을 보았다.

-헉!!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그 장면에서 난 숨을 몰아쉬었다. 붉은 선혈이 단상을 타고 내려와 흘렀고, 밖으로 도려내진 어린 아이의 심장을 본 남자의 부하들은 흥분하여 소릴 질러댔다.

-내가 예수니라!!

그는 식지 않은 심장을 들고 외쳤다.


자신을 예수라 믿는 그자는 신의 이름으로 선량한 사람들을 죄책감 없이 죽였다.

유다역을 맡은 헐리우드의 남자배우가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 납치가 되었다. 이미 자신의 역을 다 찍은 상태였기 때문에 배우가 납치 된 줄은 아무도 몰랐다. 남자가 예수의 이름으로 유다를 벌했다는 구체적인 증거자료들이 경찰의 손에 들어가기 전까지 말이다.

유다를 했다는 이유로 빈민굴에 갇힌 그는 15일간 생명을 유지할 정도의 물만 공급받았다. 처음 며칠은 광팬에 의한 단순 납치라 생각하고 납치범들을 잘 설득하리라 맘먹었었다. 그러나 자신을 예수라 믿는 자를 보고 맘을 바꿨다. 이자들은 미친 것이었다. 이자들이 과연 자기를 살려둘 것인가 의심이 생겼다. 단지 자기는 주어진 역할만 했을 뿐이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하고 자기가 사라진 걸 경찰들이 알면 당신네를 가만두지 않을 거란 협박도 했다.

-그 주어진 역할을 한 게 네 죄다!

15일로 접어든 날, 배우의 눈은 퀭했고 뼈를 감싸주던 살들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의 입은 테이프로 봉해졌다. 남은 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예수라 믿는 자와 그의 심복 부하들의 손에 의해 머리에 철심이 13개 박히게 되었고, 십자가에 못 박혀 최후를 맞았다.

그의 주검은 그가 납치당했던 장소에서 발견 되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어느 미치광이의 소행이라 단정 지었다. 남자는 아직도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세상을 파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파괴는 신성한 것이며, 세상을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이다.

남자의 생각은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시골의 작은 교회에 몸담고 있는 목사를 잡아들인 것이다.

-당신의 그릇 된 행동은 하나님을 분노케 할 것이오!

남자는 목사가 진정으로 하나님의 종인가 시험하고 싶었다. 그에게 물리적인 두려움보다 정신적인 두려움을 주기로 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목사를 좇거나 살인도구로 위협을 가했다. 목사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숨거나 피해야 했다. 그는 점점 지쳐갔다. 살인마를 따돌렸을 때 처음에는 하나님께 감사기도와 함께 이 난관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두려움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진정한 하나님의 종으로 거듭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사흘이 넘어가자 그는 미쳐가기 시작했다. 절대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던 성경책을 찢어 입안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여보...여보...나 좀 살려줘. 경찰에 신고해야 돼.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 줘...전화기를 가져오는 건데..전화기를...젠장 하나님이 날 버렸거나 아니면 아예 존재 하지도 않는 신이었어.

누군가 그에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목에 길게 걸려 거추장스러운 십자가를 끊어 버리고 뛰었다. 이러한 것을 모니터로 보고 있던 남자는 큰소리로 웃었다.

-별것도 아닌 놈이!!

오일 째 되는 날, 목사는 싱크대 안에 숨어 오줌을 질질 쌌다.

-더 이상 저 놈의 추한 꼴을 보기 싫군.

부하는 목사가 들어 있는 싱크대를 묶었다.

-정말 잔인하군요.

싱크대가 불속에 던져지는 영상에서 난 고갤 돌려 버렸다.

난 이 남자가 왜 이렇게 잔인하게 변하였는지 생각해 보았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것? 아이가 뱃속에서부터 마약과 술과 담배에 찌들었다는 것? 그리고 예민했던 시절 인생 선배를 잘못 만났던 것?

-뭐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어 놨지요?

나의 질문에 그의 입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영상이 강물처럼 흘러왔다.

-저건...

아침을 만들고 있는 권총문신의 남자 뒷모습, 빗물, 그리고 타올, 노파의 처절한 비명, 그리고 양모의 멍든 얼굴.

이 남자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해 준 사람을 없애버렸다는 죄책감. 더 큰 죄로 죄책감 자체를 묻어버리려 하는 것, 그건 아이러니일 수 밖에 없다.

이 자의 영혼을 지옥으로 빠뜨려야겠다는 맘이 불처럼 타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혼 사냥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24. 분노 13.07.29 387 43 9쪽
23 23. 용암속의 사형수 13.07.28 554 24 8쪽
22 22. 지옥으로 가다 13.07.23 467 21 8쪽
21 21. 곡소리 13.07.23 368 3 7쪽
20 20. 죽음의 강 13.07.19 449 8 9쪽
19 19. 종전의 끝 13.07.17 280 13 11쪽
18 18. 아이스크림 13.07.16 596 48 11쪽
17 17. 내전 13.07.13 530 9 9쪽
16 16. 금지된 사랑-비밀 13.07.11 448 6 9쪽
15 15. 남매 13.07.11 882 12 8쪽
14 14. 몰락 13.07.09 172 12 11쪽
13 13. 불길한 꿈 13.07.08 465 16 10쪽
12 12. 가슴앓이 13.07.03 715 16 10쪽
11 11. 스타의 자리 13.07.01 638 6 10쪽
10 10. 루머 +1 13.06.23 565 7 9쪽
9 9. 스타 13.06.20 960 41 10쪽
8 8. 지옥의 불길 속으로 13.06.17 394 5 6쪽
» 7. 내가 예수니라 13.06.16 462 8 8쪽
6 6. 권총문신의 남자 13.06.14 335 3 12쪽
5 5. 드디어 사냥하기로 맘 먹다. 13.06.13 524 3 11쪽
4 4. 꿈 13.06.12 846 76 9쪽
3 3. 계약 13.06.11 1,400 44 9쪽
2 2. 망할놈의 저승사자 13.06.10 1,780 38 9쪽
1 1. 꿈 13.06.09 2,313 1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