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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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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1
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작성
22.07.2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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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3)

DUMMY

젖은 몸으로 혼원야수공을 펼쳐 마을로 내려가고 있는 반웅. 그의 등에 업힌 아란은 여전히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 있기에 반웅은 평소보다 많은 내공을 소모하고 있다. 이 속도로 내공을 소진한다면 산을 다 내려가기도 전에 지쳐 쓰러지고 말 것이다.


허나 여기서 잠시라도 멈춰설 겨를이 없다.


같은 마을 출신의 반고르가 맹렬히 쫓아오고 있다.


다행히 반고르의 경공술은 반웅에 비해 조금 뒤쳐지는 모양이다. 아란을 업고 이동하고 있는 반웅을 쉽사리 붙잡지 못하고 있다. 본신의 무공 실력과 내공의 양은 분명 반웅보다 뛰어나겠지만 말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가고 있는 반웅 또한 가천일이 반고르 보다 무공 실력이 뛰어난 맹웅을 막아서지 않았더라면 진즉 붙잡혔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반웅! 거기서 멈춰! 우리는 그저 거검문에 대한 것을 물어보고 싶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어! 우리와 함께 간소소 사부를 만나..."


"간소소 사부? 하, 그 간악한 사람을 사부로 모시는 건 너희들 뿐이지. 내게는 생판 남이나 다름 없으니 신경 끄고 다른 사람이나 알아봐!"


간소소의 이름에 오히려 코웃음을 치면서 더욱 속도를 높이는 반웅. 이대로는 그를 놓치고 말 것이다.


쉬익.


반고르가 다급히 반웅의 허벅지 쪽으로 비수를 던지자 이를 간신히 수도로 쳐내는 반웅. 손등을 베였는지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미쳤어? 지금 환자 업고 있는거 안 보여? 목적을 위해서는 다짜고짜 비수나 날리는 게 너희들 성호단의 방식이야?"


"반웅! 네가 멈춰서지 않으면 계속 비수를 날릴 수밖에 없어! 등에 업은 여인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면 멈춰!"


그의 말처럼 반고르가 뒤에서 계속 비수를 날린다면 필연적으로 등에 업힌 아란은 다치고 말 것이다. 반웅이 도망치는 것을 멈추고 우뚝 멈춰선다.


"반고르. 수련동 생활 좀 했다고 옛날 일은 다 잊어버린 모양이지?"


아란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반고르에게 날카로운 안광을 뿜어내는 반웅. 불과 몇 개월 전에 해방 마을에서 치르었던 수련동 입단 시험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었던 그가 아니던가. 당시에는 반고르는 물론 다른 아이들 또한 그에게 덤벼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후. 대체 어디서 무공을 수련했는지 몰라도 수련동에서 퇴출된 이후로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었는지 너는 상상도 못할 걸? 예전에 알던 내가 아니야!"


반고르 또한 맹웅과 함께 수련동의 고된 시련들을 지금까지 겪으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내었다. 그 또한 첫 번째 시험에서 탈락하리라 생각하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견뎌내어 결국 성호단에 입단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제와서 그 시련들을 겪어보지도 못한 반웅에게 압도될 리가 없다.


서로를 그렇게 가만히 노려보던 두 사내 아이들.


선공에 나선 건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반고르였다.


"하아압!"


반고르가 본신의 내공을 끌어올린 뒤 자신의 주먹에 기운을 실어 허공을 유영하는 독봉처럼 반웅의 얼굴을 향해 돌진한다. 탐화봉권(探花蜂拳)을 펼쳐낸 것이다.


수련동 시절 그대로의 반웅이었다면 그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을 터.


허나 반웅 또한 그대로 정체되어 있던 것은 아니다. 가천일의 독문무공과 탄지공에 매일 같이 당하면서 동체시력 하나 만큼은 일품이 되지 않았던가. 반고르의 움직임은 그에 비하면 나풀대는 나비처럼 느릿하게 보일 뿐이다.


"헛!"


주먹을 내지른 반고르는 물 흐르듯 자연스레 피해낸 반웅의 몸놀림에 놀라 짧은 숨을 내뱉으며 재빨리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반웅보다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리라 생각한 단 한 순간의 방심으로 이미 뒤를 빼앗겨 버린 것이다.


"쯧. 이렇게 쉽게 뒤를 내주어서야...수련동에서 쌓은 실력이 겨우 이 정도냐?"


허탈한 듯 작게 혀를 차며 반고르의 옆구리에 정권을 찔러넣는 반웅. 맹웅과 함께 대련하다가 쓰러지고 말았던 적응비권(赤鷹飛拳)을 지근거리에서 펼쳐내었다.


"허..헙"


갑작스럽게 옆구리를 파고드는 그 낯선 통증에 심히 일그러지는 반고르의 얼굴. 비록 단 한 수를 허용한 것이지만 그 타격은 절대 작지 않았다.


"실력 차이를 깨달았으면 이제 그만 좀 쫓아와라. 설마 성호단의 단원이 비열하게 뒤에서 공격하는 건 아니겠지? 패배를 인정하는 것도 미덕이라던데..."


바닥에 조심스레 뉘었던 아란을 다시 들쳐업고 혼원야수공의 정수가 담긴 비연보(飛鸢步)를 시전하는 반웅. 우두커니 서서 자신의 옆구리를 부여잡고 있는 반고르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하...치사한 녀석....비수에 독을 발라두었구나..."


반 시진 가량 도주하다 마침내 첩첩산중에서 무너지고 마는 반웅. 그의 몸 위로 등에 업힌 아란의 몸이 포개져 바닥에 쓰러진다.


반고르가 비수에 발라놓은 마비독이 드디어 전신 곳곳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흐음...이게 누구야. 반웅이잖아? 수련동에서 퇴출 당한 이후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금 궁금하긴 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뒤에 아리따운 처자를 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디서 보쌈이라도 해온 모양이네? 어린 것이 벌써부터 여색을 밝히면 안되는데..."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게 되는 법이라 하였던가.


반웅을 수련동에서 퇴출시키는 것을 주도한 여자.


10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이에게 어른들의 세계와 세상의 무정함을 일러준 여인.


손속이 매서워 흑도 무리 중에서 단 한 명의 증인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몰살한 비정한 철선을 펼쳐든 성호단의 여협.


간소소가 그의 눈 앞에 나타났다.


"...다, 당신은! 간소소! 당신이 대체 무슨 일로 이곳에..."


"하하...당신이라니? 어린 놈이 아주 말버릇이 고약하네? 보아하니 네가 아직도 해묵은 감정을 털어내지 못한 것 같은데, 그만 현실을 직시해. 어차피 수련동에서 탈락하였을 네놈을 조금이라도 빨리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오히려 도운 것이 바로 나야. 오히려 고마워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어?"


바닥에 쓰러진 반웅에게 가시 돋힌 말을 퍼붓는 간소소.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반웅의 가슴에 날카롭게 박혀 마음을 후벼판다.


"그건 당신이 내게 일말의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당신이 행한 일을 난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오늘 이 곳을 빠져나가면..."


이글거리는 적대감과 분노를 그대로 토해내는 반웅. 허나 이를 가만히 두고 볼 간소소가 아니다.


"내게 송곳니를 드러낸 아해를 몸 성히 돌려보낼 성인군자는 아니라서. 보아하니 독에 당한 듯 하니 이 참에 그 미천한 수준의 무공을 직접 거두어줄게. 아마 뒤에 업고 있는 아해를 납치하다가 변을 당한 모양이지? 무림에서 은원 관계를 대놓고 표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다니...참으로 미련하기 짝이 없네."


철선을 펼쳐든 간소소. 내공을 모아 한 번에 반웅의 손목을 향해 쏘아내려 하는 것은 어쩌면 목숨만은 살려주려는 그녀만의 자비였을 지도 모른다.


무력하게 쓰러진 반웅의 몸 위로 떨어지는 무형의 강기.


이제 겨우 11살을 바라보고 있는 아해가 더 이상 무공을 익힐 수 없도록 양손마저 앗아가려는 간소소의 비정한 술수에 반웅의 미래가 산산히 부서지려던 찰나.


시기적절하게 간소소의 얼굴을 노린 탄지공이 가까스로 반웅의 미래를 지켜냈다.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낯선 기운에 일갈을 날리는 간소소. 자신의 기예를 이렇게 쉽게 막을 수 있는 인물은 남만은 물론 온 무림을 통틀어 몇명 없으리라.


"끌끌끌. 나이는 찼는데 임자를 만나지 못하여 그리 속이 좁고 매정한 여인이 되었느냐. 어찌 어린 아해의 양손을 그리 쉽게 앗아가려 하는게냐!"


뒷짐을 지고 반웅 뒤쪽에서 나타난 이지노괴 가천일은 간소소를 정면에서 노려보면서 매서운 안광을 뿜어낸다.


'이...이건 대체 어디서 나타난 은거기인이야? 설마...십괴 중 한 명인가?'


그가 앞서 시전한 탄지공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내공에 정체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던 간소소. 그녀가 다짜고짜 공격을 퍼붓지 않았기에 목숨을 여태 부지할 수 있었으리라.


천외천이라 하였던가.


야수신궁의 몇 안되는 절정 고수로서 대월국 전역에 이름을 떨치고 있던 간소소. 그녀를 비롯한 수련동의 고수들은 분명 어디서든 인정 받는 실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들과 정면으로 겨룰 수 있는 이는 정해져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첫 번째 정사대전부터 이름을 날린 뒤 남만의 역사 속에서 암암리에 활약하고 있던 10인의 은거기인들.


일괴 남만야수왕 무단을 필두로 그의 의형제들이자 괴짜들의 모임인 십괴(十怪)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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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대리국을 향한 여정 (2) 22.08.26 33 0 9쪽
59 대리국을 향한 여정 (1) 22.08.23 23 0 9쪽
58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3) 22.08.21 25 0 10쪽
57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2) 22.08.18 28 0 9쪽
56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1) 22.08.17 31 0 9쪽
55 전쟁의 서막 (3) 22.08.15 33 0 9쪽
54 전쟁의 서막 (2) 22.08.09 32 0 9쪽
53 전쟁의 서막 (1) 22.08.07 34 1 9쪽
52 불협화음 (3) 22.08.04 39 1 10쪽
51 불협화음 (2) 22.08.02 32 1 9쪽
50 불협화음 (1) 22.07.31 37 1 10쪽
»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3) 22.07.28 48 1 9쪽
48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2) 22.07.26 38 1 9쪽
47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1) 22.07.24 39 1 9쪽
46 적야 노인의 친정댁 (2) 22.07.21 41 1 10쪽
45 적야 노인의 친정댁 (1) 22.07.19 42 1 9쪽
44 망각행승 (2) 22.07.17 44 1 10쪽
43 망각행승 (1) 22.07.14 51 1 10쪽
42 북란성을 떠난 이들 22.07.12 5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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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3) 22.06.19 97 1 9쪽
21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2 1 10쪽
20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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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195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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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58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29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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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3 7 10쪽
4 수련과 생사기로(生死岐路) 22.05.16 394 11 9쪽
3 야수신궁의 역사 22.05.13 45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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