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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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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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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글자수 :
263,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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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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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DUMMY

도채밀림에서 치른 첫 번째 시험을 마치고 원일·원이 형제와 함께 무사히 송금림 수련동으로 복귀하여 바닥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아이들. 각자 제압한 야수가 담긴 무거운 수레를 끌고서 이곳까지 무려 이틀이나 행군을 한 탓에 많이 지친 모양이다. 치명상을 입거나 목적에 알맞은 야수를 포획하지 못하여 탈락한 9명의 아이들은 이미 도채밀림에서 비후단(飛猴團)으로 보내졌다.


원일·원이 형제가 속해있었던 비후단은 원숭이를 부리는 비술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데 특화된 단체이다. 이들이 수많은 간자와 전령을 길러온 건 야수신궁 내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다. 아이들의 무공 실력이 부족하여도 오히려 범인들 틈에 녹아들 수 있어 장점으로 작용하게 되리라. 유독 경공술에만 조예가 깊은 고수들이 즐비한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반웅이 간소소의 농간으로 퇴출당하지 않았더라면 이 곳으로 보내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잘하면 올해 역대급 성과급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시험 내내 도채밀림의 그늘에서 다른 6인의 감독관들과 함께 아이들을 감시하고 보호한 원일·원이 형제는 올해의 성과가 자못 마음에 드는 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똑같이 생긴 얼굴로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으니 기괴하기 짝이 없지만 말이다.


평소 절반가량이 이 시험에서 탈락하여 비후단으로 보내지던 것에 비하면 대단히 우수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올해 가장 크게 기여한 당사자는 징계를 받고 흑철웅 무리를 잡고 있지만 말이다. 무진이 돌아오려면 아직 두 달이나 더 남았다.


원일·원이 형제와는 달리 기진맥진한 아이들은 그저 한 시라도 빨리 석실로 돌아가 눕고 싶은 마음뿐이다. 오늘은 안타깝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예정이지만 말이다.


그들의 뒤편으로 길게 이어진 다양한 크기의 수레들에는 아이들이 도채밀림에서 포획한 각양각색의 야수들이 교룡삭에 제압된 채 애처롭게 울부짖고 있다. 비교적 흔한 지약저, 흑철웅, 은월랑은 물론 숙련된 사냥꾼도 잡기 어렵다는 금호와 화표까지. 올해의 수련생들은 확실히 우수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을 찬찬히 둘러보던 원일은 벌써 다음 과제를 공개할 생각이다. 빨리 공개할수록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두 번째 시험으로 넘어가자. 첫 번째 시험이 기운을 흡수할 야수를 포획하고 만야환상대법을 완성시키는 일이었다면, 두 번째 시험은 너희들의 무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야. 어쩌면 첨예한 깨달음을 얻게 될 지도 모르지.”


이제야 숨 좀 쉬고 기운을 추스르려 했건만, 벌써 두 번째 시험이라니. 아이들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며 원일의 말을 경청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두 번째 시험은 매우 간단하거든. 그냥 너희들이 포획해온 야수와 함께 정해진 구역에서 마음을 비우고 생활하면 되는 일이야. 어때?”


원일의 말에 웅성거리는 아이들. 첫 번째 시험에 비해서 너무나 수월해진 난이도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근데 그냥 같이 생활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주변을 관찰해야만 해. 그렇게 하다보면 두 번째 시험이 대체 무얼 요구하는 건지 알 수 있게 될 거야. 원이 사부가 나누어주는 비약은 꼭 하나씩 챙겨가도록 해. 이번 시험을 통과하는데 핵심이니 잃어버리지 말고. 이걸 먹이면 야수들이 온순해져서 쉽게 친해질 수 있어. 다만 한 번 먹이고 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지도 모르니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맹수와 함께 생활하면서 끝없이 관찰하라니.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들은 원일의 말을 각자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상형권(象形拳)이라도 익히라는 걸까? 아니면 야수의 본성이라도 모방하라는 걸까?


“이 시험은 철저히 운에 따를 거야. 누군가는 빠르게, 또 누군가는 늦게 합격하게 되겠지. 너희들끼리 구역을 오가면서 교류하는 건 괜찮지만, 훼방을 놓으면 안 돼. 명시된 기한은 없지만 빠를수록 좋겠지?”


의구심만 늘어갔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물어보는 아이는 없었다. 그저 하나 둘씩 비약이 든 호리병을 챙겨 들고 수레로 이동할 뿐. 두 번째 시험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반고르, 저 놈은 고양이가 아니야. 방심하다 보면 녀석의 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한 방에 골로 가고 말테니 정신 바짝 차려.”


긴 나무 막대기에 이전 시험에서 지급 받은 교룡삭을 묶고 그 끝에 생쥐 한 마리를 대롱대롱 매달아 장난을 치는 반고르.


“에이, 원래 이런 애들은 이렇게 하다 보면 친해지는 법이라니까?”


‘저 포악한 놈이 아무리 온순한 척을 해도 나는 속지 않는다!’


다행히 배가 부른 지 거듭되는 반고르의 공세에도 다 먹은 멧돼지 뼈에 머리를 기대어 하품만 해대는 화표. 지금은 유순해 보여도 개나 고양이보다 체구가 10배는 족히 큰 화표의 송곳니에 물리면 무사할 수 없으리라. 티엔에게 전해들은 것보다 훨씬 포악하고 식탐이 많은 화표의 본모습을 알고 있는 맹웅은 반고르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분명 내 주먹에 머리를 거진 백 대는 맞았을 텐데 태평하기만 하구나.’


지금은 무해한 척을 하고 있지만 맹렬히 달려든 저 맹수와 맹웅이 일기토를 벌인지 일다경이 채 되지 않았다. 먹이를 가져올 때만 순해지는 걸로 보아 역시 간악한 짐승이 분명하다.


애초에 사람보다 커다란 맹수를 기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기가 귀한 수련동에서 멧돼지를 잡아 오는 것도 힘든 일인데 저 놈은 알려진 것보다 두 배는 더 많이 먹어치우고 있다. 고기를 뜯으며 가증스럽게 흘겨보는 녀석의 모습에 벽곡단만 삼켜야 하는 맹웅은 한 번씩 배알이 뒤틀릴 지경이다.


게다가 지금은 비록 얌전히 누워있지만, 표범의 본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교룡삭으로 목줄을 채워 나무 기둥에 단단히 묶어두었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네 발 짐승은 목이 조여 오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마다 무모하게 날뛰고 있다. 이를 제압하고 있는 맹웅의 눈그늘이 나날이 먹물처럼 짙어지고 있다.


“맹웅, 반고르! 너희는 야수 데리고 산책 안하냐?”


뒤에서 지약저에 목줄을 채워 이들에게 할당된 송금림 내의 구역을 방문한 간약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길들이기도 쉽고 상대적으로 인간을 잘 따르는 지약저를 선택하여 시간이 남아도는 모양이다.


“짐승들도 한 번씩 운동은 시켜줘야 하는 법이지.”


그의 단짝 맹저도 어김없이 얼굴을 비추는 걸로 보아 오늘도 여느 때처럼 흘러갈 듯하다.


“또 왔냐? 앞으로는 올 때마다 은자 좀 내놓고 가라.”


매번 같은 대사를 읊는 반고르. 간약에게 아직도 받지 못한 은자 40냥이 아쉬운지 볼 때마다 돈을 달란다.


‘저 놈들은 항상 산책 타령이나 하면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구나.’


온순한 동물이었다면 저들처럼 산책이라도 시켰을 테지만, 상대는 밀림에서 뛰놀던 표범이다. 도망이라도 친다면 영영 두 번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리라. 이번 시험에서는 직접 상대방을 방해하는 게 금지되어 있으니 실수라도 유도할 생각인 듯 하다.


“흐흠. 꼴을 보아하니 화표와 친해지는 데 진전이 없어 보이는데? 자존심 그만 세우고 지급 받은 비약을 사용하지 그래?”


“그런 인위적인 방식에 의존할 생각은 없다. 맹수는 그 야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야만 하는 법이지. 너처럼 집돼지나 키우는 사람은 모를 테지만 말이야.”


맹웅은 지금껏 사용하지 못한 비약을 언급하는 간약을 가볍게 골려주었다.


“그게 무슨 망언이냐! 집돼지라고? 지약저도 엄연히 한 마리의 맹수야! 이 늠름한 자태를 좀 봐! 하늘로 곧게 뻗은 엄니가 마치 우리 간씨세가의 위상 같지 않아?”


지약저는 분명 다양한 약초를 백 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어 매우 유용한 동물이었지만 그 정도로 높게 평가할 만한 짐승은 아니다. 간약의 무리수에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짓는 맹저는 또 일침을 놓을 생각인가 보다.


“겨우 지약저 한 마리를 간씨세가에 비한다고? 제정신이냐?”


“아...”


자신의 헛소리에 정신을 차린 간약. 감독관을 역임하고 있는 간소소의 귀에 이 일이 들어간다면 심히 문책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다른 간씨 아이들에게도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다.


“그...그러니까 허튼 짓거리 하면서 화표랑 친해지려 하지 말고 그냥 비약을 쓰라고! 욕심을 비워! 난 분명 알려줬어!”


얼굴이 봉숭아꽃처럼 붉게 물든 간약이 마치 계집애처럼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자 맹저도 한 마디 첨언한 뒤 그의 뒤를 따른다. 첫 시험 이후로 묘하게 맹웅 주변을 알짱거리는 모습이다.


“네놈들이 여기서 탈락하면 저번 시험에서 은혜를 베푼 게 무의미해 진다. 우리 이외에도 이미 다음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독선적인 생각은 내려놓고 잘 생각해봐라.”


맹저의 말을 곰곰이 따져보는 맹웅. 공격성을 낮추고 인간에 대한 친밀감을 빠르게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간씨세가의 비약은 이미 많은 남만인들이 애용하고 있다. 비록 그 원리를 외부인은 정확히 알 수 없더라도 말이다.


‘이 비약을 쓰게 되면 저 표범은 더 이상 야수가 아니게 된다. 관찰하다 보면 무공에 대한 첨예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하셨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맹웅은 두 번째 시험을 소개하면서 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라고 일러준 원일의 말이 귓가에 맴도는 바람에 선뜻 비약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하루 종일 나무에 묶여있는 표범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무언가 깨달음이 다가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후단(飛猴團) - 간자와 전령을 길러내는 데 특화된 야수신궁 내 조직.


상형권(象形拳) - 동물의 모습을 본따 만든 권법. 실존하는 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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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불협화음 (1) 22.07.31 3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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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2) 22.07.26 3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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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3) +1 22.06.19 9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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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1) 22.06.19 92 1 9쪽
22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3) 22.06.19 97 1 9쪽
21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2 1 10쪽
»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4 1 10쪽
19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4) 22.06.11 129 1 10쪽
18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3) 22.06.09 14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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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1) 22.06.07 15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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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무진이라는 사내 (3) 22.06.01 163 3 10쪽
12 무진이라는 사내 (2) 22.06.01 173 2 10쪽
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195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5 2 10쪽
9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 +1 22.05.27 231 2 9쪽
8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58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29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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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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