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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8,213
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작성
22.07.04 21:52
조회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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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거검문의 진짜 소문주 (1)

DUMMY

아란이 아무리 타일러도 반웅은 빳빳하게 든 고개를 내릴 생각이 없다.


"저희 란 낭자는 쉽게 속였을지 몰라도, 저는 그리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이제 그만 거검문까지 끌고 온 진짜 이유를 밝히시지오, 소문주님."


야밤중 이들의 뇌옥에 찾아온 야인이 소문주라니. 반웅의 당당한 기세에 놀란 아란은 아직도 혼란스러운지 연신 두 사내를 번갈아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소협은 어린 나이에 비해 지혜롭군. 내가 소문주 추허라는건 어떻게 알았지?"


"그거야 쉽죠. 란 낭자를 다짜고짜 덥치겠다고 한 사람이 갑자기 손속을 거두고 얌전히 저와 함께 이곳에 감금한다면 누구든지 의심하지 않겠어요? 게다가 명성이 자자한 거검문의 소문주가 욕정에 눈이 멀어 아녀자를 겁탈하고 어린 소년을 납치한다면 세간 사람들의 눈은 다 옹이 구멍이겠죠. 좀 전에 소문주라 자칭한 사람이 보여준 무공 수준도 형편 없었구요. 그리고..."


반웅이 잘난 체를 하면서 설명을 이어갈수록 경악하는 아란과는 다르게 진짜 소문주라 주장하는 자의 입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운다. 반웅의 추리를 모두 듣고 나서야 그는 거검문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그러니까, 망각행승께서 거검문에 닥칠 큰 변고를 피하고 싶다면 빠른 시일 내에 문파를 떠나라고 하셨다구요?"


"그래. 허나 그분이 떠나신 뒤로 보름이 훌쩍 지났지만 아버지께서는 떠날 생각이 없으시다. 덕분에 당시 망각행승의 말씀을 가까이서 들었던 문하생들만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지. 하여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그분의 행적을 쫓던 와중에 비슷한 입장의 봉래각 출신의 가녀와 어린 소년이 나타났으니, 어찌 운명이 아니라 하겠느냐."


허나 거검문의 소문주의 답변에도 반웅은 어딘가 석연치 않은 모양이다.


"그럼 더더욱 저희에게 잘 해주셔야 되는 게 아닌가요? 게다가 아란 소저가 가녀 출신이라는 건 대체 어떻게 알았죠?"


"그건 아니지. 우리가 자네들에게 잘 대해준다고 하여도 그분께서 거검문에 다시 행차하시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자네들을 가두어두고 몰래 저잣거리에 소문을 흘리면 오히려 그분이 찾아오시리라 판단하였지. 게다가 아란 소저 정도로 유명한 가녀라면 망각행승과 일면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 말일세. 산둥성에서 가장 유명한 적발가녀를 어찌 못 알아보겠는가?"


거검문의 진짜 소문주라 주장하는 이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반웅은 마지막 대목에서 조금 놀라고 말았다. 아란이 그의 말처럼 유명한 인물이라면 앞으로의 여정에서 그녀의 정체를 알아채고 수작을 부리는 남정네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조치를 취해야만 하리라.


게다가 아직 눈앞에 서있는 남자가 진짜 소문주가 맞는지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후.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소문주라는것부터 증명해주시죠. 한 수 부탁드립니다!"


"...그래, 소협이 그리 바란다면 무공 실력으로 내가 추허라는 것을 입증하겠네."


두 남자의 비무는 좁은 뇌옥에서 무려 60합을 겨루고 나서야 끝이났다. 결과는 물론 추허의 깔끔한 승리였다.


=================================


오밤중에 거검문의 담벼락을 따라 조용히 자신들이 들어온 거검문의 입구로 향하고 있는 반웅 일행. 가장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아란은 궁금한게 아직 많은 모양이다.


"추 소협, 대체 왜 저희를 풀어주시는 건가요? 기왕 미끼로 사로잡았는데 허무하리만치 쉽게 보내주시는군요."


"상황이 바뀌었소. 아버지께서 익일부터 거검문은 완전히 봉문에 들어가라 명하셨으니 붙잡아 두어도 의미가 없소. 부디 작은 결례에 대한 보답으로 은자 100냥을 드릴테니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시오. 망각행승을 쫓는데 노잣돈이 되어줄 것이오."


피하는 데 특화된 반웅을 60합만에 제압한 뛰어난 무공 실력과 예의바른 언행. 거친 겉모습과는 다르게 배려심이 깊고 베품이 큰 것으로 보아 거검문의 소문주의 명성은 허명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들 앞에 별안간 나타난 남자가 아니었다면 적어도 반웅과 아란은 오랫동안 그리 생각하였을 것이다.


"기어코 망각행승께서 말씀하신대로 쥐새끼가 나왔구나! 여봐라, 당장 저 두 놈들을 잡아서 다시 감옥에 가두고 배신자는 사지를 절단하고 무공을 폐하거라! 아무리 직전제자라고 하여도 그 일신의 무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예, 소문주님!"


사방에서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줄줄이 나타나는 문하생들. 다들 왼손에는 횃불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검의 손잡이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만반의 준비를 한 모양이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죠? 저 사람이 소문주라니?"


"그러게. 아무래도 이름모를 형씨가 우리를 제대로 속인 모양인데?"


반웅과 아란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누가 진짜 소문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어린 놈들이 말이 많구나! 거검문의 유일한 후계자는 바로 이 추허밖에 없거늘! 옆의 놈이 무어라 떠들었어도 바뀌는 건 없다! 서얼(庶孼)에 불가한 저 놈은 비록 직전제자의 자리는 빼았았을지 몰라도 거검문까지 뺏어갈 수는 없다! 뭣들 하느냐!"


"예, 소문주님."


일사분란하게 원형 검진을 펼치고 세 명을 둘러싼 거검문의 무인들. 족히 20명은 넘어 보이는 이들에게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옥에서는 진짜 소문주라 주장하였으나 끝내 서얼로 불린 사내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차분한 눈빛으로 이들을 둘러보고 있다. 옆에서 그를 노려보는 반웅과 아란은 사기꾼에게 속아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게 분해 보이지만 말이다.


먼저 달려든 건 쪽수만으로도 압도적으로 유리한 거검문의 문하생들이었다.


"흐아아아압!"


거대한 검을 사방에서 차례대로 휘두르자 반웅 일행은 속수무책으로 중앙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똬리를 튼 한 마리의 뱀처럼 간격을 점점 좁혀오는 무인들의 눈빛에는 주저함이 없다. 빈틈없이 중앙에 몰아넣은 상대를 자신들의 키보다 크고 넓직한 대검으로 단번에 짓이길 생각이다. 범인이라면 그 무게에 짓눌려 한줌의 고기덩어리로 전락하였을 것이다.


허나 이들이 지근거리에 도달하자 서얼이라 불린 남자는 실성한 것처럼 얼굴로 거산처럼 떨어지는 검에 달려들었다.


"아저씨!"

"대협!"


아란과 반웅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지만 이들의 다급한 외침이 마치 기우에 불과하다는 듯 남자는 허공을 박차고 발 끝으로 검 위에 올라탔다.


"저, 저놈을 잡아라!"


검을 다시 들어올리는 무인의 움직임에 맞춰 하늘로 뜀박질을 한 사내는 옆으로 늘어선 검들의 원형 계단을 차례로 밟고 질주하면서 수도로 그들을 에워싼 무인들의 혈도를 짚고 있다.


'세상에. 저 형씨가 이 정도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고?'


분명 옥문 앞에서 겨룰 때는 자신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거늘. 역시 세상은 넓고 반웅의 무공 실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의 시선을 느낀 사내는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외쳤다.


"내 이름은 서얼이 아니다! 비록 첩의 자식이라도 나는 거검문의 직전 제자 추결이다!"


아란과 반웅은 자신들을 이 사단에 휘말리게 한 작자가 갑자기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나서는 모습에 제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의협심이 아니라 그 뻔뻔함과 당당함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네놈이 정녕 아버지의 목숨에 이어서 이 거검문마저 집어삼키려 하는구나!"


자신이야말로 진짜 소문주라 주장이라도 하는 것처럼 검을 찔러오는 추허. 반웅은 문주의 직전제자와 아들의 사생결단이 시작되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란 낭자, 우리는 이 틈을 타서 도망치죠."


"그래, 아무리 봐도 우리는 이대로 도망치는 게 맞아."


추결의 무공 수준으로 보아 추허가 아무리 분전하여도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질 것이다. 반웅을 60합만에 제압한 남자와 제대로 타격조차 입히지도 못한 남자의 대결이 아니던가.


내심 안심하면서 아란과 함께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던 반웅. 그는 출구를 향해 도망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등 뒤에서 자신들을 추적하는 익숙하면서도 사이한 기운에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저건 또 뭐야!'


예상과는 다르게 추허가 두 배는 부풀어오른 몸에서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그들을 쫓고 있는 게 아닌가!


이상한 점을 느낀 건 아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무심결에 뒤돌아 본 반웅과 아란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붉은 거인의 형상에 놀라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그들의 몸은 결국 무력하게 바닥으로 쳐박히고 말았다.


딱딱한 흙무덤에 얼굴을 정통으로 박은 반웅과 그대로 기절한 채를 하는 아란. 새롭게 마주한 악귀나찰 앞에서 살아나갈 방도는 없어 보인다. 이지노괴 거야휘가 기적처럼 나타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반웅은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잡기술로 시간을 벌기 위해 온몸에 묻은 흙더미를 털어내면서 꼿꼿이 일어섰다.


지금까지 갈고닦은 세치 혀를 놀릴 시간이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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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3 1 10쪽
20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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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진이라는 사내 (5) +3 22.06.05 157 2 11쪽
14 무진이라는 사내 (4) +2 22.06.03 156 3 11쪽
13 무진이라는 사내 (3) 22.06.01 164 3 10쪽
12 무진이라는 사내 (2) 22.06.01 175 2 10쪽
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199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6 2 10쪽
9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 +1 22.05.27 233 2 9쪽
8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60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300 3 9쪽
6 첫 비무 - 선발제인(先發制人) +2 22.05.20 315 6 11쪽
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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