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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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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1
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작성
22.06.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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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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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여인을 설득하는 방법 (2)

DUMMY

"란 낭자. 얼굴 좀 피는 게 어때요? 싫든 좋든 우리는 앞으로 함께 다녀야 하니 굳이 노야에게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까요?"


"반웅 소협! 부디 눈을 뜨고 함께 힘을 합쳐서 달아나도록 해요! 이미 보름 전에 이곳을 떠난 망각행승은 대체 어떻게 찾을 것이며, 극양의 기운을 지닌 영약은 어디서 얻을 건가요? 이지노괴의 헛된 말에 속고 있는 거에요!"


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반웅과 아란. 음양쌍고를 복용하였다고 믿는 아란은 반웅과 함께 가천일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설득 중이다.


허나 남만의 주요 도시들을 배회하면서 마침내 도달한 북란성을 벗어나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남만 북부 지역 최대 무역 도시로서 다양한 물자와 사람이 오가는 이곳은 하니 마을에서 무려 사백 리나 떨어져 있다.


'에휴.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확신만 가득하네. 과연 누가 데려갈런지...'


반웅은 매번 똑같은 논리를 펼치는 아란의 말에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애초에 가천일에게 거진 납치를 당하여 여기까지 오게 된 그녀와는 달리 반웅은 운귀 고원에서 벗어나 남만 각지를 여행하는게 즐겁기만 하다. 틈틈이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모을 수 있으니 이 여행을 그만둘 이유가 없다.


"란 낭자, 제가 무공을 배운 건 언젠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이지노괴의 비호 아래 남만의 주요 도시들을 순회할 수 있으니 제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죠. 게다가 무공 수련도 시켜주잖아요? 저와 함께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부디 조금만 더 참아줘요. 가천일 할아범도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소협. 십괴가 가는 곳에는 항상 피바람이 분다는 걸 모르나요? 자국인에게는 호인이지만 타국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매정한 분들이에요. 게다가 저도 어머니를 찾고 있지만 금전도 인맥도 없이 정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대체 누구를 찾을 수 있겠어요? 부디..."


반웅은 아란의 말에 가슴 한 켠이 뭉클해졌다. 해방에서 기다리고 계실 어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2년 전에 극양의 기운을 지닌 영약을 찾기 위해 어머니와 헤어진 그녀와는 달리 자신의 어머니는 분명 아들이 수련동에서 전사로 길러지고 있다고 믿고 계실테니 말이다.


'어머니. 재능이 미천한 불효자는 반드시 아버지를 모셔올 테니 그때까지는 진실을 숨기는 것을 용서해 주세요.'


넋이 나간 얼굴을 하는 반웅을 바라보는 아란은 속이 타들어가기만 한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모른 채.


"크흠. 너희가 망각행승에 대하여 묻고 다니는 애송이들이냐?"


둘의 대화에 끼어드는 허름한 옷차림의 낭인. 거대한 철검을 등에 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북란성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거검문 소속일 것이다.


"저희가 그 분을 찾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시는 바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잘 되었구나. 본문의 소문주께서 그 분에 대하여 잘 알고 계시니 따라오거라."


거검문의 소문주가 그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니. 반웅과 아란은 서둘러 그와 함께 객점을 나섰다.


=============================


낭인과 함께 거검문으로 들어선 반웅과 아란. 비무대에서 대검을 마치 빗자루 다루듯이 가볍게 휘두르는 문하생들의 기운찬 모습을 보며 반웅은 눈을 빛냈다.


'야수신궁의 전사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나도 거검문에 입문이나 할까?'


한 번 수련동에 발을 들이면 타 문파에는 절대 입문할 수 없는 야수신궁의 규칙을 무시할 생각인 듯 하다. 그의 바람이 이루어질 리가 없지만 말이다.


"도착하였구나. 안으로 들라 하거라."


"예, 소문주님."


이들의 마중을 나온 20살 남짓으로 보이는 소문주가 자연스레 반웅과 아란을 자신의 거처로 불러들였다. 벽에 걸린 각양각색의 대검들과 야수를 표현한 금상들이 인상적이다.


"앉거라. 본좌는 거검문의 소문주 추허라고 한다. 망각행승에 대하여 묻고 다닌다고?"


"저는 반웅이며, 이쪽은 제 누이 반약입니다. 그 분을 아십니까?"


앉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가는 반웅. 저렴한 객점에서만 생활해온 터라 과하게 화려한 소문주의 방이 조금 불편하다. 어쩌면 아란을 바라보면서 번들거리는 소문주의 눈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분께서 거검문 문하생들에게 가르침을 선사하신지 아직 보름이 채 되지 않았다. 너희가 한 가지 청을 들어준다면 친히 그 분이 어디로 향하셨는지 일러주마."


다짜고짜 하대를 하며 당당히 조건을 내거는 추허.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기에 조금 거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대협의 청이 무엇입니까?"


"네 누이에게 하룻밤 시중을 들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당사자를 눈앞에 앉혀놓고선 밤시중을 들라고 하다니. 거검문의 소문주는 세간에서 협객으로 명성이 자자한 아비와는 달리 탕자인 모양이다.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누이와 함께 다시..."


"어허. 정녕 그 짝이 네 누이가 맞더냐? 산둥성 봉래각의 기녀가 아니고?"


'처음부터 아란 낭자가 목적이었군.'


반웅은 추허의 말에 뒷목이 서늘해졌다. 아마 쉽사리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처음부터 알고 계셨군요. 허나 소녀는 기녀가 아니라 가녀에 불과합니다. 나이가 차지 않아 풍류만 파는 여인이니 부디 청을 거두어 주시지요."


"그리하다면 더욱 좋구나. 내가 여인으로 만들어 줄 터이니 속히 방으로 들라!"


'빌어먹을 노인네. 술 좀 작작 마시지!'


미인박명이라 하였던가. 이곳에 당도하기까지 가천일이 쫓아낸 남정네만 한 수레가 넘어간다. 그가 술병이 나서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런 급박한 상황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반웅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만 한다.


"대협, 아직 혼기도 차지 않은 누이를 품으려 하시니 어찌 미천한 신분으로 막아서겠습니까. 다만 거검문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고 무공은 산과 바다를 가른다고 하니 한 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매형 되시는 분의 고강한 무공 수준을 몸소 일러주신다면 그에 탄복하여 물러나겠습니다."


"어디서 미천한 신분으로 거검문의 소문주를 시험하겠다는 게냐? 본좌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풋내기에게 우습게 보였나 보구나! 바로 네 놈의 머리통을 반으로 갈라 본문의 위신을 세워야 겠다!"


곧바로 벽에 걸려있던 대검을 휘두르는 추허. 거검문의 명성이 허명이 아니었는지 기세만으로 범인의 머리였다면 분명 반으로 쪼개졌을 것이다. 매일 가천일의 쌍지(雙指)에 얻어 맞던 반웅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뭐야? 생각보다 너무 느린데?'


아무리 추허의 무공이 고강하더라도 고작 약관에 불과하니 이지노괴보다 빠르지는 못하다. 그의 손가락에 반웅의 이마에 구멍이 날 뻔한게 대체 몇 번이던가. 반웅은 혼원칠영보의 이초식 사보로 오히려 그를 농락하였다.


"뱀처럼 이리저리 피하지만 말고 사내답게 맞서 싸워라!"


'맞서 싸우기는. 그냥 맞고 죽으라는 거겠지.'


반웅이 요리조리 피하는 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아무리 애를 써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반웅을 잡을 수는 없다. 결국 추허가 지원군을 불렀다.


"여봐라! 밖에 아무도 없느냐!"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거검문의 문하생들. 그 중에는 반웅과 아란을 데려온 낭인도 끼어 있다.


"이 놈들을 제압하여 옥에 가두어라!"


"예, 소문주님!"


대검을 들고 달려드는 수하들에게 반웅과 아란은 결국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다.


===========================


"반웅. 대체 왜 나섰어?"


"크흡. 란 낭자! 말투가 달라졌네요? 평소에도 그런 식으로 편하게 대해주면 좋았을 텐데. 어차피 우리는 음양쌍고를 삼켰으니 일심동체라 떨어질 수 없어요. 죽는다면 한날 한시에 죽어야죠."


"이런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내가 정조를 잃더라도 가천일 어르신을 모시러 갔어야지!"


"여인의 정조는 목숨과도 같은 법이죠. 그걸 잃는다면 목숨을 잃은 것과 다름이 없는 데 어찌 버려두겠어요."


평소에는 짐짓 얌전한 말투를 쓰더니 반웅과 함께 옥에 갇히게 되어 본래의 모습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래도 아직 죽을 때가 된 건 아닌것 같네요."


옥문을 곁눈질하는 반웅의 눈길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 아란. 객점에서 만난 허름한 옷차림의 낭인이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데려온 책임이 있으니 풀어주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북란성을 떠나라. 소문주의 눈에 띄면 어찌될지 모른다."


옥문을 열고 두 사람을 풀어준 낭인은 그대로 자리를 뜨려고 하였지만, 반웅이 그를 가로 막았다.


"형씨, 지금 두 사람이나 죽을 위험에 빠뜨리고선 겨우 이 정도로 퉁 치려는 거야? 그건 너무하지 않나?"


"반웅!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은공께 동생 몫까지 대신 감사드립니다."


아직 옥에서 나가지도 못하였는데 은인을 형씨라 부르며 되레 자극하는 반웅. 아란은 낭인의 눈치를 살피며 천재일우(千載一遇)를 놓칠까 불안하였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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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대리국을 향한 여정 (2) 22.08.26 33 0 9쪽
59 대리국을 향한 여정 (1) 22.08.23 23 0 9쪽
58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3) 22.08.21 26 0 10쪽
57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2) 22.08.18 28 0 9쪽
56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1) 22.08.17 32 0 9쪽
55 전쟁의 서막 (3) 22.08.15 35 0 9쪽
54 전쟁의 서막 (2) 22.08.09 33 0 9쪽
53 전쟁의 서막 (1) 22.08.07 35 1 9쪽
52 불협화음 (3) 22.08.04 40 1 10쪽
51 불협화음 (2) 22.08.02 33 1 9쪽
50 불협화음 (1) 22.07.31 38 1 10쪽
49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3) 22.07.28 50 1 9쪽
48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2) 22.07.26 39 1 9쪽
47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1) 22.07.24 40 1 9쪽
46 적야 노인의 친정댁 (2) 22.07.21 43 1 10쪽
45 적야 노인의 친정댁 (1) 22.07.19 43 1 9쪽
44 망각행승 (2) 22.07.17 45 1 10쪽
43 망각행승 (1) 22.07.14 54 1 10쪽
42 북란성을 떠난 이들 22.07.12 52 1 10쪽
41 진실을 찾아서 (3) 22.07.10 51 1 10쪽
40 진실을 찾아서 (2) 22.07.07 54 1 10쪽
39 진실을 찾아서 (1) 22.07.06 67 1 9쪽
38 거검문의 진짜 소문주 (2) 22.07.05 75 1 10쪽
37 거검문의 진짜 소문주 (1) +2 22.07.04 74 1 10쪽
» 여인을 설득하는 방법 (2) 22.06.29 86 1 9쪽
35 여인을 설득하는 방법 (1) 22.06.28 87 3 10쪽
34 야수신궁의 5대 단체 22.06.28 98 2 10쪽
33 세 번째 시험 - 뜻밖의 기연과 새로운 약조 22.06.27 108 1 10쪽
32 세 번째 시험 - 호랑이 가죽에 남겨진 실마리 22.06.23 90 1 10쪽
31 세 번째 시험 - 다시 도채밀림으로 22.06.22 86 1 10쪽
30 하니 마을의 준예(哈尼儁乂) (2) 22.06.19 10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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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3 1 10쪽
20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5 1 10쪽
19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4) 22.06.11 13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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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1) 22.06.07 15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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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무진이라는 사내 (4) +2 22.06.03 156 3 11쪽
13 무진이라는 사내 (3) 22.06.01 164 3 10쪽
12 무진이라는 사내 (2) 22.06.01 175 2 10쪽
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198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6 2 10쪽
9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 +1 22.05.27 233 2 9쪽
8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60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300 3 9쪽
6 첫 비무 - 선발제인(先發制人) +2 22.05.20 315 6 11쪽
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5 7 10쪽
4 수련과 생사기로(生死岐路) 22.05.16 400 11 9쪽
3 야수신궁의 역사 22.05.13 464 13 9쪽
2 여정의 시작 +2 22.05.11 687 18 11쪽
1 프롤로그 +4 22.05.11 666 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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