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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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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9
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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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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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DUMMY

“맹웅. 지금까지는 너의 의견을 존중해서 지급된 비약을 화표에게 먹이지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먹이는 게 맞는 것 같아. 일전에 간약과 맹저의 말한대로 이미 두 번째 시험을 통과하고 다음 시험으로 넘어간 아이들이 늘고 있어.”


아무런 성과 없이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반고르는 더 이상 맹웅의 방식대로 진행할 생각이 없었다. 제 아무리 맹웅의 무공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이 시험을 통과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반고르가 알아본 결과, 두 번째 시험에 합격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비약을 먹이고 나서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한 번씩 놀리러 오던 맹저와 간약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상황. 비록 늦은 상황이지만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앞서간 아이들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분명 원일 사부님께서는 먹이면 무공 증진은...”


“거기에만 집중하지 말아줄래? 정확히는 야수와 생활하면서 주변을 관찰하라고 하셨어.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야.”


반고르가 원이에게 지급받은 호리병을 들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화표에게 다가섰다. 분명 살은 뒤룩뒤룩 쪘는데도 하루 종일 나무에 묶여있다 보니 기운이 없는 모양이다.


반고르가 여기서 비약을 먹인다면 아마 모두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이를 납득할 수 없었던 맹웅이 마지막으로 악을 쓴다.


“지금 네가 그 약을 먹이면 지금까지 화표를 관찰하면서 혼원야수공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보내온 시간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 버릴 뿐이야! 제발...”


“맹웅. 제발 네 꼴을 좀 봐. 거리의 거지들도 너보다 나은 모습일거야. 그만 포기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실제로 반고르의 말처럼 맹웅의 모습은 꾀죄죄하기 그지 없다. 산발이 된 머리카락은 기름이 좔좔 흐르다 못해 떡이 졌고, 총기로 가득했던 그의 눈은 그저 아집만 남은 채 휑하니 허공을 탐하고 있다. 대체 며칠이나 처소로 돌아가지 못 한 건지 정갈했던 의복은 온데간데 없고 구김만 가득한 것이 오갈 곳 없는 피난민 보다 심한 몰골이다.


허나 아직도 미련을 내려놓지 못한 맹웅은 기력마저 쇠한 몸을 이끌고 반고르의 앞을 막아선다.


“딱 하루만 더! 하루만 더 보게 해줘! 드디어 무언가 알 것 같단 말이야!”


볼이 움푹 패인 얼굴로 고집을 부리는 맹웅의 추태에 오히려 차갑게 가라앉은 반고르의 눈. 그는 이미 무언가 결심한 듯 하다.


“맹웅. 네가 첫 번째 시험에서 나를 짝으로 선택해주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너가 계속 무공 증진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자신의 앞길은 물론 나의 앞길마저 가로막는다면 나도 더 이상 옆에서 그걸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오늘 밤까지야. 더는 안돼.”


결국 맹웅을 뒤로한 채 자리를 뜨는 반고르. 오늘이 아마 맹웅을 기다려줄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멀어지는 반고르의 모습에도 여전히 화표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맹웅. 그는 다른 아이들이 비약을 먹이고 나서야 풀어낼 수 있었던 두 번째 시험을 그러한 기교 없이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고.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은 능히 이루어 내리라는 환상을 품고 그 안에 갇혀버린 것이다.


“내가 바로 수련동의 최고 수련생이 될 재목이야! 그 누구도!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것을 나라면 할 수 있어! 그 끝이 다가왔다고!”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조금씩 정상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맹웅. 안타깝게도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만야환상대법의 비밀은 커녕 화표의 움직임이 무공과 어떤 연관성을 지녔는지 깨닫지 못하였다. 아직 그의 경지가 미천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래, 아직 대소변을 저 놈처럼 누지는 않았어! 그게 문제인 거야!’


또 다시 잘못된 방향으로 빠진 맹웅은 결국 의복을 모두 벗어 던지고 한 마리의 짐승이 되었다. 그의 뒤틀린 집착이 낳은 말로는 조만간 무공은 커녕 인간의 길에서 벗어날 듯 하다.


물론 처음부터 맹웅이 이랬던 건 아니었다. 그저 화표가 어떻게 몸을 놀리고 목줄을 풀어내려 하는 지 관찰했을 뿐. 그걸 직접 자신의 몸으로 따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결국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맹웅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치 상형권을 창시해낸 수많은 천고 시대의 무인들이 그러하였듯이 맹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이 또한 쓸데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더 지나자 그건 더 이상 모방이 아니라 동화라 칭할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네 발로 걸어다니는 것은 물론, 뒷발로 몸을 긁기도 하고, 가려운 곳을 나무에 비비면서 이윽고 한 마리의 짐승으로 전락하였다. 차마 날고기를 먹지 못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리라.


이런 엽기적인 행각을 무려 한 달이나 계속하였으니 반고르가 그의 기괴한 행동에 신물이 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찌 친우가 망념에 사로잡혀 망가져만 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누군가 그의 기행을 멈추어야만 하는 것이다.


망상이 극에 달한 오늘. 나체로 네 발로 선 맹웅의 모습에 화표의 눈이 도리어 휘둥그레진다. 짐승의 입장에서 보아도 맹웅의 행동은 기이하기 짝이 없다.


“크와아앙! 크와아앙!”


입으로 짐승 소리를 내면서 앞발을 휘두르는 한 마리의 가짜 맹수. 그의 도발에 화표가 오히려 뒤로 멀찍이 물러선 뒤 눈을 가리고 잠을 청한다. 마치 못 볼 꼴을 본 것만 같다.


그럼에도 연신 앞으로 다가가며 간격을 좁히는 짐승 한 마리. 그 기세를 몰아 이대로 표범과 자웅을 겨룰 모양이다.


허나 이를 무시한 채 계속 누워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화표는 맹웅의 기행에 질린 나머지 이제는 아예 없는 셈 치고 있다.


“크와아앙!”


화표의 품 안에 파고들어 절박한 앞발로 짐짓 건드려 보아도 미동조차 없다.


“젠장! 대체 여기서 더 뭘 어떻게 해야 되는거냐! 대체 무엇을...”


길을 잃은 한 마리의 가짜 맹수는 결국 절규를 쏟아내며 다시 맹웅이 되었다. 무슨 짓을 하여도 인간의 형상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하리라.


눈물을 흘리며 화표를 껴안은 맹웅은 그대로 잠에 들고 말았다.




‘젠장! 맹웅이 위험하다!’


한 밤중이 되어 맹웅의 상태를 살피러 온 반고르. 그는 알몸으로 화표를 껴안고 잠이 든 맹웅을 보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그 품아귀에서 구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리 큰 무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상대는 도채밀림의 악명 높은 맹수 중의 한 마리다. 얼마나 많은 사냥꾼들이 그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에 목숨을 잃었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평소 고양이처럼 대했다고 하더라도 정신이 멀쩡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그리하는 것이지, 맹웅처럼 무방비한 상태로 껴안고 잠을 청하는 건 자살이나 다름 없다. 애당초 무기도 없이 알몸으로 저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게 기적이다.


맹웅이 망상에 사로잡혀 기괴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반고르는 진작에 그를 말리지 않은 자신이 한탄스러웠다. 맹웅 몰래 비약을 먹였다면 이미 다음 시험을 준비하면서 평화로운 나날을 즐기고 있을 터.


‘항상 네 목숨을 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착각이겠지?’


반고르는 도채밀림에서 맹저와 간약 앞을 가로 막았던 지난 날을 떠올리며 자조섞인 웃음을 지었다. 무공 수위가 보잘 것 없는 자신이 무려 두 번이나 그의 목숨을 구하다니. 두 사람 모두 화표의 품에서 무사히 살아나간다면 자자손손 자랑하리라.


‘설마, 저 녀석 깨어난 건가?’


한 발자국씩 다가설 때마다 움찔거리는 화표.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표범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있는 맹웅을 이대로 둔다면 좋은 간식거리로 전락할 뿐이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맹웅! 짐승의 뱃속에서 생을 마칠 수는 없지 않느냐!’


허나 반고르의 소리없는 외침은 의도와는 달리 전혀 다른 생물에게 전해진 모양이다. 화표가 눈을 떴다.


‘젠장! 맹웅을 살려야만 한다!’


화표의 금빛 눈동자가 십 장 안에 다가온 반고르의 눈과 마주친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반고르는 오른손으로 맹웅의 머리끄댕이를 잡은 뒤 냅다 바깥으로 던졌다. 머리털이 조금 빠지더라도 목숨을 잃는 것보단 낫지 않겠는가.


“끄아악! 누구야!”


따뜻한 화표의 품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가 봉변을 당한 맹웅. 머리 가죽이 모조리 벗겨지는 듯한 고통에 잠시 현실로 돌아왔지만 이내 다시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한 달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자, 이제 한 바탕 놀아보자! 네 먹잇감은 이미 빼냈으니 덤벼라!’


화표를 노려보며 자세를 잡은 반고르.


허나 그의 투지가 무색하게 화표는 다시 조용히 눈을 감는 게 아닌가?


‘뭐, 뭐야? 왜 안 덤비는 거지?’


어색하게 혼원야수공의 기수식을 펼치고 있던 반고르는 화표의 무관심한 대처에 한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다가 슬그머니 몸을 뺐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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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3) +1 22.06.19 9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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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1) 22.06.19 92 1 9쪽
22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3) 22.06.19 97 1 9쪽
»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2 1 10쪽
20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3 1 10쪽
19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4) 22.06.11 129 1 10쪽
18 운귀고원(云贵高原)으로 보내진 아이 (3) 22.06.09 14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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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무진이라는 사내 (4) +2 22.06.03 151 3 11쪽
13 무진이라는 사내 (3) 22.06.01 163 3 10쪽
12 무진이라는 사내 (2) 22.06.01 173 2 10쪽
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195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5 2 10쪽
9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 +1 22.05.27 231 2 9쪽
8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58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298 3 9쪽
6 첫 비무 - 선발제인(先發制人) +2 22.05.20 314 6 11쪽
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3 7 10쪽
4 수련과 생사기로(生死岐路) 22.05.16 394 11 9쪽
3 야수신궁의 역사 22.05.13 457 13 9쪽
2 여정의 시작 +2 22.05.11 681 18 11쪽
1 프롤로그 +4 22.05.11 655 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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