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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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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9
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작성
22.07.2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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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1)

DUMMY

"노인과 두 젊은 소년 소녀가 북룡폭포로 떠났다구요?"


"그렇다니까, 글쎄. 며칠 전에 그리 말하고 마을을 나갔는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것을 보면 분명 변고가 생긴 것이야."


저잣거리 상인을 통해 지금까지 쫓고 있던 일행과 인상 착의는 물론 용모파기까지 비슷한 이들이 북룡폭포로 향하였다니. 거검문에서부터 이곳까지 이어진 긴 추적이 마침내 끝을 보이는 듯 하다.


기쁜 마음에 약속 장소로 정해둔 어느 객점 앞으로 돌아가 다른 네 명의 아이들에게 먼저 이를 알리는 맹웅. 한 시라도 빨리 이들을 추격하려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 어서 괴팍한 노인에게 사로잡힌 소년과 낭자를 구해내고 이들을 증인으로 내세우자. 거검문에서 벌어진 사달에 대해서 지금까지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만 해. 거검문 내부에서 몇몇 사람들이 소문주와 함께 간악한 마교 무리와 작당모의를 하고 있었다면 그들을 모두 색출해내어 불안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맞겠지."


"네 말도 물론 맞는 말이지만, 우리끼리 바로 출발하는건 위험한 일이야. 그들을 구해내고 싶은 너의 마음은 잘 알지만 간소소 사부님도 없이 북룡산을 오르는건 위험해. 먼저 사부님께 알리고 나서 행동하자."


손사레까지 치면서 맹웅을 막아서는 간약. 그녀는 정의감으로 불타오르고 있는 맹웅이 성급하게 독단 행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실제로 거검문에서 흑도 무리의 수장이었던 중년인이 자결한 이후로 그는 어딘가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인다. 밝고 투명하게 빛나던 눈빛은 어딘가 탁한 빛으로 물들어 그 속내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간소소가 그 책임을 물어 거검문 앞에서 따귀를 때렸을 때도 그의 눈은 이미 생기를 잃은 채 그저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옆에서 이 모든 과정을 바라본 간약과 다른 아이들은 그가 얼마나 이 사건으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지 얼추 유추할 수 있었으나, 짐짓 괜찮은 척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통에 허심탄회하게 이에 대해 논할 수도 없었다. 연신 아무렇지 않다고 답하는 이에게는 어떤 위로도 남길 수 없는 법이다.


"후. 어쩔 수 없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이동하고 있을거야. 내가 앞장서서 북룡산에서 그들의 행방을 찾아볼 테니까, 너희들은 간소소 사부님께 최대한 빨리 여기서 알아낸 사실을 전달해줘."


"혼자 보냈다가 무슨 소리를 들으라고! 나도 같이 갈게."


조급한 마음에 먼저 북룡산으로 신형을 날리려던 맹웅을 자진하여 따라나서겠다는 반고르. 결국 맹웅과 반고르는 북룡산으로, 간약과 맹저는 마을 어귀에서 봉황 만두를 먹으면서 보고를 기다리고 있을 간소소에게 향하였다.


============================


"이놈아, 똑바로 못 업겠느냐! 네놈 다리가 짧은 탓에 자꾸 바닥에 질질 끌리지 않느냐!"


아란을 업고 북룡산맥을 내려가고 있는 반웅에게 뒷짐을 진 채로 호통을 치는 노인. 이지노괴 가천일이다.


"할아버지가 그럼 업으시던가요! 아란 낭자가 키가 커서 그런걸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에요!"


큰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반웅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아란을 옮기는 것을 도운 적 없는 가천일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아직 오 척 정도 밖에 자라지 못한 반웅에게 비슷한 키의 아란을 업고 산을 내려가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리라.


"쯧. 네 놈이 평소 밥 잘 먹고 잠을 잘 잤으면 아란 보다 작을 일이 없지 않느냐!"


밤까지 이어진 혹독한 수련으로 평소 늦은 시각까지 잠들지 못하였던 반웅. 그 고된 수련을 일방적인 폭력으로 강압한 가천일이 낮게 혀를 차는 모습은 뻔뻔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무공을 가르쳐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나 높은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향상심이 반웅을 버티게 해 준 것도 아니다. 그가 차마 항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의 작게 쪼그라들어 버린 분신을 어떻게든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가천일의 수련법을 따라야만 한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여행하는 내내 말이다.


가천일이 일러준 대로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하루의 반나절을 생활하고, 남은 반나절은 남근거기공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심법과 혼원야수공을 익히고 있는 반웅은 수련 지옥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나 거진 다름이 없다.


나날이 조금씩 바깥으로 고개를 드는 반웅의 소중한 분신의 모습이 아니었다면 진즉 포기하고 도망쳤을 것이다.


이 기괴한 훈련법은 물론, 망가행승을 찾아나선 이 여정 자체에 대해서 이따금씩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지만 다행히 이 점은 근래에 조금 사그라 들었다.


밀교라 불리는 비밀 집단의 소굴. 적야 노인의 친정댁이라 처음 소개하였던 그 곳에서 아란의 극음지체를 호전시킬 수 있는 극양의 기운을 지닌 영약을 찾아낸 것이다. 일전에 거검문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거짓부렁으로 이름을 언급하였던 천년화조의 내단를 얻어낸 것이다.


한 평생 동안 태양을 향해 끝없이 날아오르다 그 심장에 쌓인 열기로 인해 결국 사망하고 만다는 천년화조의 내단이라면 분명 아란의 상태는 더욱 나아질 것이다.


대체 가천일이 어떤 수단을 써서 이런 귀한 물건을 얻어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수완이 무척 뛰어나다는 점은 인정해야만 하리라.


아란을 업고 긴 터널 끝을 대체 얼마나 걸은 것일까.


밀교에서 파견된 복면인들과 처음으로 마주친 곳에 도달한 반웅 일행. 북룡폭포 뒤쪽에 위치한 암굴 초입의 낯익은 광경에 반웅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란을 잠시 자리에 뉘었다. 조금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할아버지, 여기서 이제 어떻게 나가야 하나요? 어디 사다리라도 있나요?"


"사다리는 무슨. 처음 이곳에 올라왔던 것처럼 너희를 안고 허공답보를 펼칠 것이다! 아란의 옷이 젖을 수 있으니 네 놈 몸으로 최대한 대신 맞아 주거라!"


아무래도 반웅의 고행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


"후...여기가...북룡폭포인가? 마을 사람들이 얘기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운 곳이네. 폭포수가 떨어지고 있는 산의 정상은 보이지도 않는구나."


마침내 북룡폭포에 도착한 맹웅과 반고르. 저잣거리의 상인들이 이곳으로 향하는 길을 상세히 알려준 덕에 헤매지 않고 쉽게 당도할 수 있었다.


이제 이곳 어딘가에 남아있을 노인과 그에게 납치당한 불쌍한 소년과 적발 낭자의 흔적을 찾을 수만 있다면 상의도 없이 먼저 산에 오른 것에 대하여 문책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맹웅의 꿍꿍이는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맹웅,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딘가 수상해. 간소소 사부님께 아무런 말도 없이 먼저 여기까지 온 저의가 뭐야? 어차피 우리밖에 없으니까 시원하게 속내 좀 털어나봐. 그리 경계하던 간약과 맹저도 지금은 없잖아."


어딘가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맹웅에게 질문을 던지는 반고르. 그와 수련동 시험들을 함께 이겨냈기에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그의 속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발가벗고 밀림 속을 배회하면서 화표를 추적하는 것도 모자라 맹웅이 네 발 짐승 흉내를 내는 것조차 본 사이가 아니던가.


"반고르, 잘 들어. 간소소 사부님은 진실을 밝히는 것 외에도 무언가 숨겨둔 꿍꿍이가 있으셔. 그리고 그 손속이 오죽 잔인해야지. 오래된 전당포에 방치해두었던 서역인 상인도 모진 고문으로 인해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잖아. 만약 이 노인과 우리 또래의 소년 소녀를 만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 난 진상만 듣고 나서 이들을 도망치게 할 생각이야."


맹웅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반고르.


"그래, 네 말이 맞아. 나도 흑도 무리들 앞에서 간소소 사부님께서 벌이신 혈겁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어. 그 많은 사람들을 굳이 죽여야만 했던걸까? 게다가 난 똑똑히 읽었거든.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서 마지막 남은 흑도 중년인에게 전음입밀로 협박하는 것을."


"아, 그건 나도 독순술을 통해 읽어낼 수 있었어. 확실히 우리가 그걸 깨닫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았지. 우리가 먼저 밝히지 않는다면 아마 평생 모르실거야."


거검문의 새로운 문주 앞에서 중년 페르시아 남성에게 몰래 보낸 전음을 독순술을 통해 엿들었다니. 타인의 입술을 읽고 몰래 내뱉은 말을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을 수련동에서 티엔이 전수해 주었다는 것은 아마 누구도 모를 것이다. 티엔 또한 이를 떠벌리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기에 조용히만 있는다면 꽤나 오랜 시간 어둠 속에 묻히리라.


잔인하게 흑도 무리를 살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 중에서 유일한 생존자였던 중년 남성의 아들을 볼모로 잡아 협박하다니.


맹웅과 반고르는 간소소가 이러한 수상한 행보를 보이는 이유를 어쩌면 그들이 먼저 마주칠지도 모르는 노인 일행을 통해 몰래 알아볼 심산이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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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대리국을 향한 여정 (2) 22.08.26 3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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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2) 22.08.18 29 0 9쪽
56 봉소, 대월, 그리고 주술 (1) 22.08.17 32 0 9쪽
55 전쟁의 서막 (3) 22.08.15 35 0 9쪽
54 전쟁의 서막 (2) 22.08.09 33 0 9쪽
53 전쟁의 서막 (1) 22.08.07 35 1 9쪽
52 불협화음 (3) 22.08.04 40 1 10쪽
51 불협화음 (2) 22.08.02 33 1 9쪽
50 불협화음 (1) 22.07.31 38 1 10쪽
49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3) 22.07.28 50 1 9쪽
48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2) 22.07.26 39 1 9쪽
»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1) 22.07.24 41 1 9쪽
46 적야 노인의 친정댁 (2) 22.07.21 43 1 10쪽
45 적야 노인의 친정댁 (1) 22.07.19 43 1 9쪽
44 망각행승 (2) 22.07.17 45 1 10쪽
43 망각행승 (1) 22.07.14 55 1 10쪽
42 북란성을 떠난 이들 22.07.12 53 1 10쪽
41 진실을 찾아서 (3) 22.07.10 51 1 10쪽
40 진실을 찾아서 (2) 22.07.07 54 1 10쪽
39 진실을 찾아서 (1) 22.07.06 67 1 9쪽
38 거검문의 진짜 소문주 (2) 22.07.05 7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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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세 번째 시험 - 호랑이 가죽에 남겨진 실마리 22.06.23 90 1 10쪽
31 세 번째 시험 - 다시 도채밀림으로 22.06.22 86 1 10쪽
30 하니 마을의 준예(哈尼儁乂) (2) 22.06.19 10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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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3) +1 22.06.19 9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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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3 1 10쪽
20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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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무진이라는 사내 (3) 22.06.01 164 3 10쪽
12 무진이라는 사내 (2) 22.06.01 175 2 10쪽
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198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6 2 10쪽
9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 +1 22.05.27 233 2 9쪽
8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60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300 3 9쪽
6 첫 비무 - 선발제인(先發制人) +2 22.05.20 315 6 11쪽
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5 7 10쪽
4 수련과 생사기로(生死岐路) 22.05.16 400 11 9쪽
3 야수신궁의 역사 22.05.13 465 13 9쪽
2 여정의 시작 +2 22.05.11 687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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