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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칰의 이야기

남만야수왕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와사비칰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7
최근연재일 :
2022.08.31 08:38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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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5
추천수 :
139
글자수 :
263,461

작성
22.06.2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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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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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세 번째 시험 - 다시 도채밀림으로

DUMMY

"하암. 이번 시험을 통과하려면 감독관들이 사전에 숨겨둔 징표를 찾아야만 해. 총 열 개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 아마 세 개 밖에 안 남았을 거야. 서두르지 않으면 너희 둘 중에서 한 명만 합격하게 될 수도 있어."


졸린 눈을 비비면서 세 번째 시험에 대해서 설명하는 티엔은 맹웅과 반고르를 도채 밀림으로 바래다 주기 위해서 새벽부터 은월랑을 데리고 나왔다.


"너희들이 포획한 화표가 새끼를 무려 두 마리나 낳았다고? 용케 비약을 먹이지 않고 기다려 주었구나. 비약을 먹였더라면 새끼들에게 악영향을 미쳤을 거야. 너희가 베푼 은혜는 언젠가 되돌아 올테니 너무 아쉬워 하지는 마."


화표에게 비약을 먹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가 뒤따랐는지 잘 알고 있던 강휘는 비록 남들보다 조금 늦어졌더라도 두 아이가 무사히 시험에 통과하기를 바라고 있다.


감독관들이 함께 심사숙고하여 흩뿌려놓은 징표들은 모두 야수신궁과 연이 깊은 장소에 숨겨져 있다. 만약 두 아이의 운명이 야수신궁과 이어져 있다면 무공 수위에 관계 없이 쉽게 찾아낼 수 있으리라.


"그래, 세 개나 남았으면 아직 충분하지!"


맹웅과 반고르는 이번에도 함께 시험에 임할 생각인지 주먹을 맞대며 의지를 불태웠다.


---------


"결국 다시 여기로 돌아왔네. 이 넓은 곳에서 징표를 찾아오라니. 앞서 합격한 아이들은 대체 어떻게 찾아낸거지?"


맹웅이 녹림이 우거진 도채밀림을 초입에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푸념을 늘어놓는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오척이 넘는 풀때기들과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푸르른 나무들은 언제 보아도 감탄을 자아낸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언제 비가 쏟아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간씨세가 놈들은 아마 간소소 사부가 몰래 일러주었을 거야. 저번 시험에도 몰래 도와주었다고 간약이 일러주었어."


덤덤하게 대답하는 반고르는 앉아서 숫돌로 남만 만곡도를 갈고 있다. 대체 간약과 언제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차피 간씨세가 아이들이 다른 마을 출신 아이들에 비해서 많이 남아 있는 것은 눈에 뻔히 보이는 사실이다.


오독문이 불타 없어진 이후로 홀로 남게 된 마지막 장문인의 아내 간이령. 그녀가 품 안에 감춰두었던 비급을 기반으로 하여 간씨세가를 일으켜 세운 이야기는 남만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혈혈단신으로 야수신궁으로 찾아와 지원을 요청한 것이 벌써 30년 전이다.


애초에 같은 혈족끼리 끈끈하게 뭉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 번 멸문지화를 겪었다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태양신궁의 후예인 맹씨 일가도 이건 마찬가지였기에 맹웅은 그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됐어. 어차피 일족끼리 돕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잖아. 일단 거점부터 잡고 생각하자."


풀숲을 베어넘기며 전진하던 맹웅은 반고르와 함께 도채밀림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미리 생각해 두었던 곳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이들을 대놓고 추적하는 인기척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뒤쪽 수풀이 사정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확인한 맹웅과 반고르는 조만간 튀어나올 적들을 대비하여 남만 만곡도를 꺼내 들고 혼원야수공의 기수식을 취하였다. 비록 시험에 늦게 임하게 되었지만 간단하게 탈락할 생각은 없다.


"이게 누구야! 반고르와 맹웅 아냐?"


"드디어 도채밀림에 도달했군."


간약과 맹저가 두 손을 하늘로 번쩍 들어올린 채 모습을 드러낸다. 적의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뭐야, 너희는 대체 왜 아직도 남아 있는 거야? 이미 합격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맹웅은 자신을 제외하면 수련동에서 가장 뛰어난 무공 실력을 지닌 두 아이가 아직도 도채밀림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쉽게도 보물 찾기와는 연이 없어서 말이야. 무공 실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더라고. 그러니 우리와 임시 동맹이라도 맺지 않을래?"


맹웅은 이들의 꿍꿍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두 아이가 지니고 있을 정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징표들의 대략적인 위치나 발견한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아, 맞다. 우리가 세어본 결과 징표는 아마 네 개 남아있을 테니까 사이좋게 2개씩 나누어 갖는 걸로 하자. 굳이 우리끼리 싸울 필요는 없어."


'벌써부터 수작질이네. 티엔 사부가 이미 3개 남았다고 알려주셨거늘.'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간약의 모습에 맹웅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애당초 모두 합격할 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이를 숨기고 자신들을 회유하려는 모습이라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 없다. 그럼에도 맹웅은 두 경쟁자들과 한동안은 어울려줄 생각이지만 말이다.


반고르도 그의 눈빛을 읽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이 비록 무언가 숨기고 있더라도 이를 미리 대비할수만 있다면 함께 호흡을 맞추어 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밀림에서 우연히 만난 네 명의 아이들의 본격적인 보물 찾기가 시작되었다.


----------


"여기서 너희랑 한 판 붙었던 것도 이제는 추억이네. 우리가 계속 쫓고 있었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하더라. 덕분에 알몸으로 밀림을 배회하는 건 잘 봤어."


"간약이 우리 알몸을 봤다고 하니 왠지 기분이 나쁜데?"


저녁 무렵 내리기 시작한 비를 피해 화표의 보금자리였던 동굴에 자리를 잡은 네 사람은 모닥불을 피우고 잡아온 뱀 고기를 구우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화표의 냄새때문에 다른 동물들은 들어와 볼 엄두를 내지 못 한 모양이다. 처음 방문했던 모습 그대로 입구는 상대적으로 폭이 좁고 안쪽은 넓어서 수성에 안성 맞춤이다.


"그 때 반고르가 배신만 안 했어도 맹웅은 진즉 탈락했을 텐데. 아쉽다 아쉬워."


"또 그 소리냐? 처음부터 맹웅을 떨어뜨릴 생각도 없었으면서 말은 잘해요. 시간 날때마다 찾아와서는 어떻게든 맹웅에게 두 번째 시험을 통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이 누구였더라?"


반고르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는 간약. 모닥불에 그을린 탓인지 어둠 속에서 두 뺨이 유난히 발그레해진 것만 같다. 맹저는 그 모습을 보고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크흐흐. 간약에게 직접 물어보더라도 아마 명확한 답을 줄 수 없을 걸? 본인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거든."


"아니, 혼자만 재미있어 하지 말고! 같이 웃으면 어디 덧나냐?"


무언가 아는 체 하는 맹저를 닦달하는 반고르. 그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맹저는 혼자서 웃느라 바쁜 지 대꾸조차 안 해준다.


"밤이 늦었으니 너무 큰 소리를 내지는 말자. 어떤 들짐승이 우리를 공격할 지 모르잖아. 내일을 위해서 기력을 보충해 두는 편이 나을 거야."


맹웅이 말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습을 드러내는 묵호 무리. 비를 피하기 위하여 숲속을 방황하던 맹수들은 요란스럽게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뱀고기 냄새에 이끌려 이 곳에 당도하게 된 것이다.


"당황하지 말고 각자 불을 들어! 아무리 맹수 무리여도 불을 들고 있으면 쉽게 덤벼들지는 못 해!"


맹저의 외침에 모닥불에서 불 붙은 장작을 꺼내 들고 모여든 아이들. 묵호 다섯 마리가 동시에 달려든다면 무사하지 못하리라.


그저 조용히 밤을 지내고 야수신궁의 징표를 찾아 나서고 싶었을 뿐인데 이런 사단이 벌어지다니. 네 아이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선두에서 아이들을 압박하던 두 마리의 호랑이가 먼저 달려들었다. 입구가 조금 더 넓었더라면 아마 세 마리를 맞이해야 헀을 것이다.


"맹웅! 조심해!"


자신에게 달려드는 맹수의 앞발을 남만 만곡도로 간신히 막아낸 뒤 나무 장작을 휘두르는 맹웅.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묵호는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뒤에서 밀고 들어오는 녀석들 때문에 애당초 몸을 돌릴 수도 없다.


"최대한 빨리 놈들을 죽여야 한다."


맹저는 이런 상황이 제법 익숙한 모양이다. 무공 실력이 늘었는지 그는 허공을 가르는 맹수의 앞발을 단칼에 베고 뒤이어 그 입에 불 붙은 장작을 밀어넣었다. 타는 고기 냄새가 진동한다.


"단 한 발자국이라도 뒤로 물러서지 마! 저 맹수놈들이 입구에서 더 깊이 들어오면 한 번에 더 많이 상대해야 되서 위험해질 수 있어!"


맹저의 다급한 지시에 세 사람은 두 다리를 더욱 단단히 지면에 고정했다.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전선이 밀려나게 된다면 부상을 입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네가 말 안해도 물러날 생각은 없어! 한 마리당 우리 무게의 세 배는 족히 될 텐데 대체 몇 마리나 몰려오는 거지?"


"...그건 솔직히 모르겠다."


반고르의 급박한 물음에 맹저는 확신이 없는 어조로 대답해 주었다. 허나 먹이를 노리고 달려드는 나머지 맹수들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눌 틈을 주지 않을 모양이다. 검은 호랑이 떼가 검은 파도처럼 밀려든다.


'젠장, 대체 몇 마리나 있던 거야! 죽을 뻔 했네! 그나저나 저건 대체 뭐지? 글자 같은데?'


반 시진이나 이어진 사투 끝에 이제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흑호 무리의 사체 위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맹웅과 아이들. 습격한 호랑이들의 엉덩이에 무언가 새겨져 있다. 도채밀림의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실마리를 발견한 모양이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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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전쟁의 서막 (2) 22.08.09 3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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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2) 22.07.26 39 1 9쪽
47 북룡폭포에서 벌어진 접전 (1) 22.07.24 4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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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망각행승 (1) 22.07.14 5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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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여인을 설득하는 방법 (2) 22.06.29 8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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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야수신궁의 5대 단체 22.06.28 98 2 10쪽
33 세 번째 시험 - 뜻밖의 기연과 새로운 약조 22.06.27 108 1 10쪽
32 세 번째 시험 - 호랑이 가죽에 남겨진 실마리 22.06.23 90 1 10쪽
» 세 번째 시험 - 다시 도채밀림으로 22.06.22 87 1 10쪽
30 하니 마을의 준예(哈尼儁乂) (2) 22.06.19 100 3 9쪽
29 하니 마을의 준예(哈尼儁乂) (1) 22.06.19 90 1 9쪽
28 다시 만난 스승과 제자 (3) 22.06.19 90 1 10쪽
27 다시 만난 스승과 제자 (2) 22.06.19 9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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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3) +1 22.06.19 99 1 9쪽
24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2) +3 22.06.19 105 1 10쪽
23 운귀고원(云贵高原)을 오르는 사내 (1) 22.06.19 95 1 9쪽
22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3) 22.06.19 99 1 9쪽
21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2) 22.06.19 93 1 10쪽
20 두 번째 시련 - 혼원야수공의 정수 (1) 22.06.19 10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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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무진이라는 사내 (3) 22.06.01 164 3 10쪽
12 무진이라는 사내 (2) 22.06.01 175 2 10쪽
11 무진이라는 사내 (1) 22.05.31 199 3 9쪽
10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3) +1 22.05.28 206 2 10쪽
9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 +1 22.05.27 233 2 9쪽
8 첫 번째 시험 - 도채밀림 (刀寨密林) 22.05.25 260 3 9쪽
7 비동의 회의 - 억취소악 (憶吹簫樂) +1 22.05.23 30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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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웅협객(英雄俠客) +4 22.05.18 32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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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야수신궁의 역사 22.05.13 465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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