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조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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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로 갔더니 여전히 멤버들은 동우를 중심으로 댄스를 연습하고 있었다.
이 무렵 춤 좀 춘다고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스트리트 댄스에 빠져 있었다.
스트리트 댄스의 역사와 유래는 너무 복잡하니 인터넷을 참고하시라.
어쨌든 동우도 팝핑, 락킹 등을 잘 소화해 멤버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재성도 그에게 많은 춤을 배웠다.
잠시 기다리다가 한 곡이 끝나자 CD플레이어를 끄고 멤버들을 모았다.
양실장과 정현승도 불러왔다.
“실장님! 제가 말했던 사항들은 어떻게 되었죠?”
“우선 카메라, 편집기 구입과 촬영기사, 편집기사 모집은 끝났어. 어제부터 출근했지. 3층 홀 개조도 어제 끝났고.”
“고생하셨네요.”
“고마워. 그리고 전문 트레이너들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나올 거야.”
“아? 다 구했어요?”
“연줄 연줄 통해서 겨우 구했어.”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우리 팀을 담당할 스타일리스트와 코디네이터는요?”
둘 다 비슷한 말이지만 스타일리스트는 주로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코디네이트는 주로 의상, 신발, 액세서리를 맡는다.
이건은 그제 갑자기 생각나서 말해둔 것이었다.
“회장님께 말했더니 우리 회사에서 가장 실력 있는 사람을 데려다 쓰라고 해서 예전에 HQT를 담당했던 송아림씨와 조영희씨를 데려왔어.”
“그래요? 형들이 뭐라고 않던가요?”
“아니 HQT가 누구 덕에 다시 뭉치게 됐는데? 겨우 그만한 일로 그러면 안되지.”
갑자기 양실장이 흥분한다.
그새 재성에 대한 충성심이 더 커진 모양이었다.
“진정하시고요.”
“전혀 그런 말은 없었으니 걱정마.”
“다행이네요. 두 분은 어디 있죠?”
“옆에 사무실에 있어.”
“예? 사무실이요?”
“이 이사가 명색이 이산데 사무실 하나 없어서 되겠어? 3층 홀 개조하면서 이 옆에 조그만 사무실을 하나 만들었어.”
“아니 거긴 다른 아이들 연습실이잖아요?”
“얘들은 지하 1층으로 보냈어.”
재성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과잉충성이 화를 부른다고 얘들 중에는 나중에 톱스타가 되는 녀석들이 즐비했다.
동팡신기의 제윤호와 신창민, 심지어 빅팽의 씨드래곤으로 데뷔하는 권치용도 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은 이미 벌어졌으니 무를 수도 없고 나중에 먹을 거라도 사주면서 달래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저에게 물어보고 하세요.”
“아, 알았어. 미안해.”
“그렇다고 미안할 것까지는 없고요. 두 분 데리고 오세요.”
재성의 말에 정현승이 얼른 나간다.
조금 있으니 송아림과 조영희가 들어왔다.
“누나들! 안녕하세요?”
“어? 어어. 안녕!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네. 이사님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은 아이돌 연습생이니 그냥 편하게 이름 부르세요.”
“그, 그래. 알았어. 재성아.”
“실장님께 이야기 들었죠? 오늘부터 블랙비트는 실전과 같은 무대를 가질 거에요. 그러니 헤어와 풀 메이크업을 해주시고 완벽한 무대의상도 준비해주세요.”
“풀 메이크업을 한다고?”
이 당시 남자연예인들은 아직 비비크림으로 볼터치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문제는 내년부터 방송국에도 디지털 카메라가 도입된다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해상도가 높아지고 얼굴과 피부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동안 연예인들은 여기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재성은 그 대비까지 한꺼번에 하려는 것이다.
거기에 영화급 뮤직비디오를 찍게 되면 헤어와 풀 메이크업은 필수였고, ‘풋 칸타타’에 어울리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송아림을 갈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오후 3시에 촬영할거니까 지금부터 바로 준비해주세요. 현승형은 두 분 준비를 도와주세요.”
“어. 알았어.”
이야기를 마친 재승은 양실장과 정현승만 사무실로 불렀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봉투를 하나씩 주었다.
“두 분 다 월급이 너무 적죠?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드리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마세요. 송아림씨와 조영희씨는 한 달간 시켜보고 버티면 다음 달부터 줄게요.”
이 무렵 매니저들의 월급은 정말 박했다.
초임일 경우 연습생들과 같은 2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4년이나 된 정현승도 겨우 80만원을 받고 있었고, 양실장은 180만원을 받고 있었다.
재성은 두 사람에게 각기 70만원을 더 주었다.
그들은 크게 감격한 표정이었다.
양실장이 말했다.
“이,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어쨌든 정말 고마워. 더 열심히 할게.”
“앞으로는 연예인 정산을 분기별로 할 예정이거든요? 12월 정산 끝나고 흑자가 나오면 전체적으로 직원들 월급을 올릴 생각이에요. 두 분은 몇 달 앞서 받는다고 생각하세요.”
이 당시 SW의 정산기간은 무려 1년이었다.
재성은 이우만 회장과 의논해 기간을 대폭 줄여 3개월로 정했다.
두 사람은 감격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부하들의 신뢰를 얻는 방법으로는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최고다.
과하지도 적지도 않은 보상을 통해 두 사람의 충성심을 더욱 이끌어내고 있었다.
정현승이 나가자 양실장을 보고 말했다.
“실장님, 저 때문에 지하로 내려간 얘들 응원해주게 통닭하고 피자 좀 시키세요.”
“알았어. 점심시간에 시켜줄까?”
“11시 40분에 배달해 달라고 하세요. 그때 같이 내려가 보죠.”
“준비할게.”
멤버들과 댄스 연습을 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11시가 되자 송아림과 조영희가 돌아왔다.
재성이 먼저 송아림에게 물었다.
“아림 누나! 오늘의 컨셉은 뭐에요?”
“커, 컨셉? 그게 뭔데?”
“....”
난감하네. 난감해.
잠시 얼굴을 쓸어내리던 재성이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떤 필로, 어떤 스타일로 헤어와 메이크업을 할 거죠?”
“어? 어? 그러니까...”
역시 대답을 못한다.
재성은 다시 조영희를 보고 물었다.
“영희 누나는 무슨 컨셉으로 의상을 골랐죠?”
“그, 그냥 튀는 원색을 위주로 골랐어.”
도긴개긴이었다.
“그래요? 일단 입어보죠.”
의상을 갈아입고 다섯 명이 나란히 서보니... 가관이었다.
얼룩덜룩한 원색이 툭툭 튀지만 촌스럽고 난잡해 정신이 사나울 정도였다.
“하하! 우리 꼭 서울대공원에서 본 맨드릴 개코 원숭이 같다. 그렇지 않냐?”
예전에 멤버들 전체가 서울대공원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얼굴만 얼룩덜룩 여러 가지 색깔을 한 원숭이가 워낙 인상 깊어서 이름까지 외우고 있었다.
동우의 말에 민성은 물론 도익, 익희까지 고개를 끄덕인다.
양실장과 정현승도 외면한다.
재승이 조영희를 보고 물었다.
“누나는 어때요? 괜찮아 보여요?”
“아, 아니... 전혀...”
“제가 팁을 드릴게요. 이건 의상뿐만 아니라 헤어와 메이크업에도 적용되는 거니까 잘 들으세요.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지만 튀지 않아야 해요. 또한 뭔가 꾸미려는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냄새가 나면 안되요. 자연스럽게 블랙비트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너무 복잡하고 난잡하면 안되요. 심플하면서도 포인트가 있어야 해요. 아시겠죠?”
“....”
“....”
송아림과 조영희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고 멤버들과 양실장, 정현승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이게 어찌 하룻만에 되겠는가?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듯 풀메이크업을 하는 기술, 헤어를 만지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머릿결.
이러한 기술은 10년은 더 지나야 완성되는 것이니...
“아무튼 수고하셨어요. 영희 누나는 현승형과 함께 다시 가서 옷을 골라 오시고, 아림 누나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시작하죠. 먼저 도익부터...”
“저기, 이 이사! 벌써 11시 40분이야.”
양실장의 말에 시계를 보니 정말이었다.
아이들을 보러 가야할 시간이었다.
“그럼 점심 먹고 다시 시작하죠. 실장님은 저하고 같이 가시고요.”
재성은 대충 땀만 닦고 지하로 내려갔다.
마침 주문한 음식도 도착했다.
“얘들아! 안녕?”
“어? 형!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얘들이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모여든다.
그러다가 음식이 들어오자 환호성을 울리며 좋아한다.
재성은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같이 음식을 먹고 웃고 떠들었다.
당연히 사심도 나왔다.
“치용아! 넌 절대 다른 회사 가면 안된다. 형하고 끝까지 같이 가자. 알았지?”
“그럼요. 저는 절대 SW를 떠나지 않을 거에요.”
이렇게 되면 YC의 간판 빅팽은 생기지 않을까?
아니면 멤버를 바꿔 나올까?
그걸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재성의 마음을 아는지 제윤호와 신창민도 형하고 끝까지 같이 할래요를 외치고 있었다.
아이들과 피자, 치킨 등으로 점심 대신 파티를 벌이고 나서 조금 쉬고 있으니 천현종 이사에게 연락이 왔다.
오전에 시피은행 서울지점을 찾아가서 대출문제를 상의하라고 지시한 바 있었다.
“대표님! 시피은행의 반응이 영 껄끄럽습니다.”
“왜죠?”
“이자율 때문입니다. 한국 이자율은 12%나 되는데 6%로 하자니 내키지가 않는 모양입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이자율은요?”
“9%면 당장 합의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우~! 정말 쉽게 되는 일이 없구만.
재성은 얼굴을 문지르다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가급적이면 시피은행과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싶었다.
한성일렉트로닉스 지분 9.8%도 문제지만 현재 세계 최대의 자산을 보유한 은행이라 자신이 필요한 돈을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모종의 의도도 있었다.
칼 로프에게 다시 연락해서 말이 다르지 않느냐며 따지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그 놈이 또 무슨 요구를 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렇다고 시피은행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참 생각하다 보니 이 시기에 탄탄한 기반을 굳히며 소리 소문 없이 커 나가는 은행이 생각났다.
바로 뉴욕멜론은행이다.
이들은 탄탄한 자금력에도 불구하고 투자업무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는다.
파생상품과 파생증권도 취급하지 않았다.
덕분에 2008년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휘청거릴 때 이들만은 건재했으며 순수 은행으로는 단숨에 업계 1위로 떠올랐다.
지금 이들의 자산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2005년 총자산이 5천억 달러를 넘었으니 못해도 지금 역시 2~3천억 달러는 될 터였다.
잘하면 그 중 10~20% 정도는 대출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뉴욕멜론은행이 거액을 대출해 주면 시피은행도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거액을 소화해줄 업체나 개인이 재성 말고 누가 있겠는가?
더구나 시피은행은 신용도가 최상이다 보니 이자율 3%에도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아닌 말로 3%에 회사채를 발행해서 그 돈을 재성에게 빌려주면 3%를 그냥 앉아서 먹는 것 아닌가?
원금이 거액이면 거액일수록 이자도 커진다.
뉴욕멜론은행이 덤벼들면 시피은행도 지금처럼 뻣대지는 못할 터였다.
재성은 생각을 끝내고 말했다.
“시피은행이 9%를 고집하면 다른 은행을 알아보겠다고 말하고 그냥 오세요. 그리고 축서백 이사에게 말해서 지금 즉시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라고 하세요.”
“미국지점을 바로 세우시려는 것입니까?”
“아니요. 그건 시간이 좀 필요하고 우선 미국 뉴욕멜론은행 본점을 찾아가서 대출 문제를 상의하라고 하세요. 거기라면 분명 대출을 해줄 것입니다.”
“뉴욕멜론은행이라? 낯선 이름이군요.”
하긴 이 시기에 뉴욕멜론은행은 한국에 지점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럴 겁니다. 하지만 축 이사는 알고 있을 거에요.”
“대표님 지시를 전달하겠습니다.”
재성은 길이 막히자 즉시 다른 길을 모색했다.
이번 일이 잘 처리되면 자신을 보는 천방지축 마 이사들의 시선도 달라지게 될 터였다.
- 작가의말
이야기가 느리다 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네요.
주인공이 회귀한 것이 8월 27일이고 이번 글이 9월 20일이니 글의 전개 속도가 무척 느립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불만을 사는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지적받는 아이돌 활동은 멤버들이 각성할 계기가 필요합니다.
또한 월요일에 트레이너들이 오면서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고, 금요일에 방주혁이 합류하면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입니다.
대충 몇줄 쓰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게 또 안되네요.
늦어도 일요일까지는 방주혁이 와서 앨범 준비를 시작하는 부분까지 올리겠습니다.
분량이 제법 되는데 토,일요일 양일간 연참, 아니 3연참을 해서라도 끝내겠습니다.
양해하시고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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