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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흘 님의 서재입니다.

슈퍼 SSS 급: 전설이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무흘
작품등록일 :
2018.10.26 00:18
최근연재일 :
2019.04.14 18:30
연재수 :
170 회
조회수 :
13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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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9,231

작성
18.12.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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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1화 희생과 책임 사이

DUMMY

41화 희생과 책임 사이


전성기 시절 창민에겐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 둘은 나이트메어 현상과 관련해 공동연구를 진행했고, 다양한 성과도 이룩했다.


비록 연구 과정에서 마찰이 많기는 했지만,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진.


창민은 연구에 관해선 거의 완벽한 인물이었다. 다만, 수단이 정당화되지 않더라도 결과가 좋다면 인정하자는 쪽이었다.


유리 아버지는 정 반대였고.


어느 날, 창민은 붉은 안개를 이용해 강제로 키메라를 만드는 실험을 하는 중이었다. 처음엔 동물을 이용해 어느 정도 성공했고, 마침내 사람을 키메라처럼 변형시키는 실험에 도전하려던 참이었다.


어떻게 변하는지 구조적인 원리를 알게 되면 키메라가 된 사람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으며.


하지만 이런 실험에 선뜻 나설 지원자가 없었다. 정말 위대한 연구인데 말이다. 창민은 생각 끝에 올바르지 못한 수단을 택하기로 했다.


외촌 빈민가 출신 고아를 잡아 실험을 하고 몰래 해치우면 감쪽같지 않을까?


설령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죽으면 재가 되고 만다.

증거는 남지 않는다.


그리고 납치에 성공한 날 바로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좋아, 이번 데이터를 얻으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한 창민이 버튼을 눌렀다.


윙윙 거리며 진동한 거대한 챔버가 달아올랐다. 곧이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으며, 끔찍한 살덩이 괴물이 튀어나왔다.


나름 B급 헌터인 그를 증오에 찬 얼굴로 쳐다보는 키메라가.


연구실 밖으로 도망친 창민은 당시 정신없이 도망쳤다고 했다.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멈출 수 없었다고.


동료가 불렀지만 무시한 채 무작정, 비명 소리가 들려도 무시했다고 했다.


결국, 키메라가 가드에 의해 소멸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유리의 아버지에게 책임이 향할 때, 오히려 입을 다무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창민은 그렇게 오늘까지 살아왔고, 속죄의 대가로 유리를 보살폈다고 한다.


하필 이럴 때 갚아야 할 빚이 생겼지만.


모든 말을 마친 창민이 강한을 쳐다봤다. 끝없는 회환과 자책감을 담아 조용히 쳐다봤다.


강한이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수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여기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인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면회실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온 그녀가 저벅저벅 걸어왔다.


창민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살피곤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유리가 서있었기 때문이다.


*


이중 유리 너머에서 모든 걸 들은 유리는 용납할 수 없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스승이었다니.


밀려오는 배신감과 충격에 유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창백해진 얼굴과 붉어진 눈으로 한동안 창민을 노려본 유리가 성큼 다가갔다.


창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닥만 보았다.


유리가 창민 앞에 서더니 물었다.


“고행? 속죄? 이번 일을 책임진다고 당신이 저지른 죄가 사라질 줄 알아?”


창민이 얼굴을 감싸 쥐며 한숨을 토했다.


“미안하다.”


주먹을 꽉 말아 쥔 유리가 말했다.


“최악이야, 당신은 정말 최악이라고, 이 살인자야.”


당장 손을 올려칠 기세였다. 강한과 수환이 살짝 긴장한 얼굴로 유리를 보았다. 주먹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쥐고 몸을 떨던 유리가 등을 돌렸다. 때릴 가치도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유리가 말했다.


“이번 일은 내가 책임져요. 저런 사람한테 떠넘기지 말아요.”


그렇게 말한 유리가 방을 나섰다.


강한과 수환은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 몰라 지켜보기만 했다.


*


창민이 저지른 죄는 공소시효가 지났다. 법에 따라 처벌 할 수 없으므로 창민에겐 다른 죄목이 적용되었다. 관리감독을 소홀과 안전관리 규정준수 미흡을 근거로 과실치사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언론에 모든 일을 사실대로 알리고, 원리원칙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책임자가 처벌을 받은 이상 유리가 다시 처벌 받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강한 비판여론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아무리 과거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한들, 다섯 헌터가 희생된 사건이었다.


일부는 유리에게도 똑같이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며 주장하고 나섰다.


강한은 이 모든 일을 지켜보며 한 가지 생각을 했다.


만약, 포탈 연구가 영구중지 된다면 유리는 다시 재기하지 못한다.

그동안 해온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갈 테니까.

사람을 설득할 만한 반전을 위해 포탈 내부 비밀을 밝혀내지 않는 이상.


하지만.


놀이터에 앉아 집을 올려다본 강한이 인상을 썼다.


가능하면 멀리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저기 계신 이상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는 여기였다.


이기적이라 욕해도, 아니, 강한이 고개를 저었다.


누가 이기적이라 욕할 수 있단 말인가?


처음으로 느껴보는 행복과 평화인데 그걸 포기할 사람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


강한은 유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니며 집으로 들어갔다.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저 왔어요.”


문을 열고 현관을 지나 거실로 향하니 어머니가 앉아 계셨다.


수연이 강한을 발견하곤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아들, 엄마랑 대화 좀 해.”


진중한 분위기에 강한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수연 앞에 앉았다.


한동안 말없이 강한을 쳐다본 수연이 미소를 지었다.


강한이 물었다.


“왜 그래요?”


수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엄마가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잘 자랐다 싶어서.”


겸연쩍은 말에 강한이 쑥스러워 했다.


“에이, 아니에요. 어머니가 없었으면 저도 없어요. 유일하게 절 지탱해주신 분이니까.”

“엄마가 중간에 포기해서 미안해.”

“포기라뇨, 그런 말씀 마세요. 어머니는 버틸 만큼 버텼고 한계가 찾아왔던 것뿐이에요. 전 충분히 이해해요.”


강한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두른 건 정말 용서 받지 못할 짓이에요. 아무리 고주망태였다고 해도.”


그때 기억이 난 수연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강한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고마워, 아들.”


든든한 손을 느낀 수연이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런데 엄마가 아들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알지만, 부탁 하나만 할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단 얼굴로 멀뚱히 보고 있자 수연이 본론을 꺼냈다.


“엄마는 아들이 힘을 가진 만큼 책임을 졌으면 좋겠어.”


강한이 가만히 말을 듣곤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


수연이 반대로 강한 손을 잡았다. 그리고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가진 힘만큼 책임을 지지 않으면 네 아버지처럼 되는 거야. 한아, 사랑하는 우리 아들. 우린 가진 만큼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자. 엄마가 정말 못된 사람이지만 아들에게 부탁할게.”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수연을 보며 강한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힘과 책임이라는 말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지금 내 모습이 아버지와 같단 말인가?


강한은 입을 열 수 없었다.


*


자신이 가진 걸 지키려 했을 뿐인데, 누군가에게 비친 강한의 모습은 아버지를 연상케 했나 보다.


강한은 이 사실을 곰곰이 생각하며 고심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도 그랬다.


항상 자신이 우선이었고, 조금이라도 피해본다 싶으면 욕과 손이 날아갔다.


술을 사오지 않으면, 저 자식이 술을 사오지 않아 내가 술을 굶게 생겼구나 하는 논리.


행복과 평화를 지키고 싶다는 욕구를 위해, 모든 이를 외면하는 것.


비슷하지 않은가?


자신만 생각하며 행동하는 이기심의 발로니까.


강한이 침대에 몸을 반쯤 걸쳤다. 그리고 손바닥을 내려 봤다.


책임이라.


정말 막강한 힘을 지닌 단어였다. 무게감도 크고 태산처럼 거대해 보이기까지 했다.


쓰게 웃은 강한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힘을 지닌 자가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지만, 그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다.


가령 창민은 과거 일을 책임지기 위해 모든 걸 버렸다. 오랜 시간 쌓아온 학자로써 명예와 부까지 전부 한 번에 날려 먹었다.


강한은 창민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엄연히 아버지와 자신은 틀리니까.


일신을 위해 행동하는 것과 누군가를 위해 행동하는 건 의미 자체가 다르다. 더군다나 강한이 지키려는 존재는 가족이었다.


그러니.


책임을 위해 포탈로 가라는 부탁은 거절할 샘이었다. 대신 다른 이유 때문에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결코, 거창한 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만의 이유를 위해서 말이다.


모든 건 어머니를 위해서다.


충분히 행복하실 자격이 있으시니까.


강한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


강한이 내린 결정을 존중하기로 한 수환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경험한 이상 강한 스스로 희생이나 책임 따위를 언급할 인물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미노타우루스를 잡거나, 도머를 박살낸 일 전부 개인적인 일이 연관되어 있었다.


전자는 빛을 위해, 후자는 이유를 묻기 위해.


이번 일도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수환은 진하게 다가오는 그런 생각을 고려하며 강한이 내민 제안을 받아 들였다.


“어머니를 지켜주신다고 약속하신 겁니다.”


수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런 얼굴을 한 강한이 유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


포탈을 연구하는 일은 폴리스의 존폐가 달린 일이었다. 이미 엄청난 보급품을 투자한 후였고, 포탈을 에너지로 사용 할 수 있다면, 현재 남아있는 엔진보다 훨씬 뛰어나고 효율이 좋은 신형 엔진을 개발할 수도 있었다.


여러 잠재가치가 뛰어난 만큼 수환은 이번 일을 이대로 묻어두기 싫었다.


순전히 어머니가 원하셔서,

유년기 시절 자신을 위해 희생하신 그분이 슬퍼하는 걸 용납할 수 없어서,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되고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니까, 라고 생각하는 강한을 막지 않은 이유다.


아니, 막을 수 없었다.


그가 들어가고 싶다고 하면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성과를 이룬다면 여론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놔두었다.


각오를 다진 강한이 포탈을 눈앞에 두고 신형 헌팅 슈트를 입었다. 옆에서 유리가 도와주며 미안하고 걱정스런 얼굴을 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을 끝마친 다음 포탈 앞에 섰다.


이번 일을 성공하면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압박했다.


미안한 마음을 들게 했다.


강한이 그런 유리를 무시한 채 강렬한 에너지 파장을 내뿜는 푸른 포탈을 쳐다봤다.


유리가 고개를 돌린 상태로 포탈 안정화 기계를 작동 시켰다.


윙윙 거리는 진동과 함께 열기를 빨아들인 기계가 에너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기회는 단 한번.


몸을 푼 강한이 앞으로 걸어갔다.


기계가 굉음을 내며 에너지를 폭사하자 포탈 주변으로 퍼져 나오던 에너지가 급격히 감소했다.


동시에 사방이 고요해지더니 포탈이 은은하게 빛났다.


강한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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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벌레 군단 18.12.07 688 16 11쪽
44 44화 벌레 군단 18.12.06 698 15 11쪽
43 43화 벌레 군단 18.12.05 721 15 12쪽
42 42화 희생과 책임 사이 18.12.04 696 16 12쪽
» 41화 희생과 책임 사이 18.12.03 741 17 11쪽
40 40화 희생과 책임 사이 18.12.02 756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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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알다가도 모를 결과 18.11.30 803 18 11쪽
37 37화 알다가도 모를 결과 18.11.29 831 20 12쪽
36 36화 얼음과 눈의 세상 18.11.28 869 15 11쪽
35 35화 얼음과 눈의 세상 18.11.27 860 16 11쪽
34 34화 얼음과 눈의 세상 18.11.26 922 16 11쪽
33 33화 각자의 사정 18.11.25 994 18 11쪽
32 32화 각자의 사정 18.11.24 960 20 11쪽
31 31화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 18.11.23 1,019 21 12쪽
30 30화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 18.11.22 960 17 11쪽
29 29화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 18.11.21 1,072 20 13쪽
28 28화 안개 속으로 18.11.20 1,047 20 11쪽
27 27화 안개 속으로 18.11.19 1,049 19 12쪽
26 26화 안개 속으로 18.11.18 1,197 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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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악으로, 깡으로 18.11.16 1,222 22 12쪽
23 23화 악으로, 깡으로 18.11.15 1,264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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