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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흘 님의 서재입니다.

슈퍼 SSS 급: 전설이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무흘
작품등록일 :
2018.10.26 00:18
최근연재일 :
2019.04.14 18:3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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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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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9,231

작성
18.11.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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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3화 각자의 사정

DUMMY

33화 각자의 사정


검은 머리를 질끈 묶고 스냅 백을 뒤집어 쓴 남자가 있다.


의자에 앉아 발을 건들거리던 남자가 이어폰 속 음악을 흥얼거렸다.


“인생이란 술잔, 차고 넘치는 한잔, 찰랑이는 하루!”


이를 지켜보던 수환이 헛기침을 했다.


남자는 듣지 못했다.


이어폰 속 노래 소리가 훨씬 컸다.


어깨를 으쓱한 수환이 강한에게 말했다.


“노래를 참 좋아한다고 그러더군.”


강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이네요. 블랙 스미스라는 게 가수명이었나 보죠?”


한동안 이를 지켜보던 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왜 저러는지 몰라.”


그런 다음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성큼 걸어가 남자 이어폰을 잡아 뽑았다.


화가 난 표정이었다.


흥에 취해있던 남자가 여자를 올려봤다.


“뭐하는 거냐?”


여자가 빠르게 속삭이듯 말했다.


“아, 손님이라고.”


심드렁하게 고개를 돌린 남자가 강한과 수환을 쳐다보았다. 눈썹이 천천히 올라가더니 화들짝 벌어졌다.


평범한 손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맙소사!”


남자가 서둘러 다가와서는 악수를 청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만나 뵙게되서 영광입니다. 전 준이라고 합니다. 김준! 그쪽은 강한 씨?”


강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가 자신을 소개한 남자 옆으로 다가갔다.


“전 김미영이에요. 이쪽은 저희 오빠고요. 편하게 부르고 싶으면 그냥 김 팀장이라고 불러도 되요.”

“아, 네.”


허둥지둥 거리던 준이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


*


각종 기계들이 가득한 장소였다. 바닥엔 이런 저런 잡동사니가 굴러다녔고, 하나같이 정리가 안 된 모습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는 걸까?


강한이 그런 생각을 하며 준이 마스터 블랙스미스라는 점을 떠올렸다.


어중이 떠중이 블랙 스미스도 아니고 무려 마스터 말이다.


익숙한 발걸음으로 성큼 성큼 공간을 가로지른 준이 테이블을 안내했다.


“일단 앉으세요. 주변에 있는 건 건드리지 말고요. 전부 쓰는 물건이라 위치를 기억해두고 있거든요.”


나름 정리된 상태라는 걸까?


어깨를 으쓱한 강한이 기름때로 얼룩덜룩한 의자에 앉았다.


사방을 두리번거린 준이 녹차를 찾아 타왔다.


“미노타우루스를 잡은 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준이 녹차를 내려 놓으며 말했다. 강한이 대답 대신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때 일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어색하게 웃은 준이 말했다.


“알다시피 사일런스는 미노타우루스 뿔로 만든 무기에요. 이 외에도 우린 키메라가 지닌 부품을 이용해 다양한 것들을 발명하고 있죠. 예를 들어, 헌팅 슈트는 키메라가 가진 케블라 가죽을 이용해 만들었고, 공기정화기에 사용되는 하늘 고래 모터도 우리가 결합했어요.”


팔짱을 낀 준이 싱긋 웃었다.


“강한 씨, 그거 알아요? 당신이 지닌 플레임 이블과 사일런스는 내 역대 걸작이라는 거.”


몸을 기울인 준이 강한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한 가지 거래를 제안하고 싶어요.”

“무슨 거래요?”

“니플헤임을 방문해 줘요.”

“니플헤임?”


거긴 딥 헌팅 지역이었다.


준이 말을 이었다.


“난 당신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내 목적과 당신 목적이 부합한다는 것도.”


대답 대신 묵묵히 준을 쳐다본 강한이 생각했다.


같은 목적을 지녔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일까?


궁금증을 해결시켜 줄 의향인지 준이 몸을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사냥하고 싶어하는 리치는 니플헤임이라 부르는 지역에서 출몰합니다. 미영의 연구대로라면 나름 급이 있는 키메라는 반드시 그와 어울리는 장소에 존재하거든요.”


강한이 눈썹을 구부렸다.


사족이 긴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찔리는 게 있다는 소리니까.


입을 연 강한이 직접적으로 물었다.


“빙빙 돌리지 말고 본론부터 말해요. 당신이 원하는 게 뭔데 그러는 겁니까?”


준이 등을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리치를 잡고 나오는 뼈.”

“뼈?”

“한기를 가득 담은 그 뼈가 필요해요. 도감과 고문서를 분석한 결과 아주 훌륭한 재료라는 사실을 알아냈죠. 난 그걸로 3번검을 만들 겁니다.”


말만으로도 흥분했는지 준이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이름도 벌써 결정했어요. 프로스트 블레이드라고. 그래서 말인데 그 뼈를 가져다주시면 사례를 하죠.”

“사례라면 어떤?”

“불사의 구슬을 휴대할 수 있도록 제련해 드릴 겁니다.”


강한이 눈동자를 떨었다.


미영이 옆에서 거들었다.


“불사의 구슬을 목적에 맞게 이용하기 위해선 제련과정이 반드시 필요해요. 순순한 아이템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번엔 원하는 바가 분명하시잖아요?”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습니까? 꽤 괜찮은 거래 아닙니까?”


강한이 수환을 슬쩍 쳐다봤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여길 데리고 온 거군.


어깨를 으쓱한 강한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손해 볼게 없는 좋은 거래였다.


준이 환호성을 질렀다.


*


니플헤임은 설헌이 방문했던 무스펠헤임과 정 반대에 위치해 있다.


발록이 출몰했던 무스펠헤임은 옛 지역 수원 근처, 니플헤임은 정 반대인 의정부 부근이었다.


나이트메어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장소로, 오랜 시간 동안 콘셉트가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지역이었다.


보상으로 받은 아파트 안,


강한은 발록과 리치를 비교하며 어느 쪽이 더 강할지 가늠해 보았다.


결론은 무의미하다였지만.


불을 다루는 발록과 한기를 다루는 리치는 각 영역에서 정점에 달한 키메라였다.


강한은 플레임 이블과 사일런스를 내려 보며 착잡한 마음을 다잡았다.


리치를 잡으면 설헌을 넘어선다.


언제까지 그녀 망령에 사로잡혀 있을 순 없어.


전설이 되려면 전설을 뛰어 넘어야 했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


오래 간만에 강한이 청하와 재승을 만났다. 두 사람은 수환이 지급한 보상금과 강한이 따로 지급한 돈으로 작은 컴퍼니를 차렸다고 했다.


식당 의자에 앉은 강한이 물었다.


“어떻게 잘돼가고 있어요?”


청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를 열 명 가량 모았어. 아직까진 적자지만 다음 헌팅에 성공하면 흑자전환을 할 거야.”

“혹시 제가 더 도울 부분은 없나요?”


재승이 손을 저었다.


“이미 충분히 도움 받았다. 네가 의원장을 소개시켜 준 덕분에 일사천리라고.”

“다행이네요.”


청하가 불판에 고기를 올리며 물었다.


“그런데 듣자하니 딥 헌팅을 계획 중이라며?”

“네.”

“니플헤임이라 들었는데, 정말이야?”

“그렇게 됐어요.”


재승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무스펠헤임도 그렇고 두 지역은 대단히 위험한 곳이라 그러던데.”


청하가 끼어들었다.


“50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지?”

“맞아, 평범한 나이트메어가 길어봐야 일 주일 후에 변한다면 여긴 무려 50년이라고. 심지어 키메라도 보통 강한 놈이 나오는 게 아냐.”


두 사람이 걱정스런 눈으로 강한을 봤다. 고기를 집어 먹은 강한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가 나오던 전부 씹어 먹어버리면 되요.”


대단한 자신감이었지만 두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걱정된다는 얼굴로 강한을 쳐다봤다.


“급하게 먹으려다 채하는 법이다.”

“맞아, 천천히 먹어도 늦지 않아, 강한.”


두 사람이 번갈아 말했다.


강한이 잠시 생각하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맞는 말이네요.”


*


준과 미영이 운영하는 메탈 포지는 여러 아이템 제작소 중 하나였다.


주로 실무는 미영이 제작은 준이 도맡았는데, 시중에선 구할 수 없는 희귀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준에게서 받은 연락 덕분에 메탈 포지를 재방문한 강한이 전시관으로 사용하는 방을 둘러봤다.


준이 말했다.


“다양하죠?”


유리로 된 창을 손으로 만진 강한이 대답했다.


“이걸 전부 혼자서 만드신 건가요?”


자랑스러운 표정을 한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한정판이에요.”


강한이 준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런 물건들을 대량생산하면 좋을 텐데, 왜 안하시는 건가요?”


무식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꼭 하고 싶던 강한이었다. 준이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거기다 제작비용이 엄청나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시제품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죠.”

“능력을 낮추고 비용을 절감할 순 없는 건가요?”

“그 방법을 연구 중이긴 한데 뾰족한 수가 없어요. 기존 전리품을 합쳐 만든 생산품이야 단가가 낮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이런 품질을 그 정도 수준까지 낮추면 의미가 없죠.”

“그렇군요.”

“그래도 다행이라면 강한 씨 덕분이 이 물건들이 빛을 본다는 사실이죠.”

“네?”


준이 진열장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천천히 골라보라는 소립니다.”


당황한 강한이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이런 대단한 물건을 어떻게.”


준이 씩 웃었다.


“공짜로 준다는 게 아니에요. 값은 제대로 받겠습니다. 다만, 물건은 사람이 사용해야 의미가 있는 법입니다. 지금까진 발명 해놓고 묵혀 두었지만 적임자를 만났으니 이 놈들도 구실을 해야죠.”


진열장 유리창을 활짝 연 준이 뒤로 살짝 물러났다.


“마음에 드는 녀석을 찾아보세요. 마음이 통하면 평생 가는 좋은 친구가 될 겁니다.”


멍하니 각종 물건들을 보고 있던 강한이 침을 꼴깍 삼켰다.


헌터인 만큼 장비 욕심을 버리긴 힘들었다.


만약 플레임 이블이 없었다면 강한은 이 자리에 서있지 못했다.


좋은 장비는 훨씬 강한 상대를 이길 수 있도록 하며 목숨도 구해준다.


“마음이 통한다라.”


진열장을 돌아보던 강한이 문득 한 물건 앞에서 섰다. 심연처럼 아름다운 푸른빛이 돌고 있었다.


준이 그 물건을 보며 말했다.


“페어리 날개를 재단해 만든 장비입니다. 강철보다 200배 더 단단하고 가벼워요. 유연하기도 하고요.”

“입어 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준이 코트를 꺼내 넘겨주며 부연 설명을 했다.


“이름은 간단히 블루 코트라고 지었습니다. 헌팅 슈트와 같이 입으면 방어력이 월등히 좋아 질 겁니다.”


강한이 블루 코트를 입고 몸을 움직여 보았다.


무게가 느껴 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거치적거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공기저항을 감소시키는 기분이 들었다.


“굉장한데요?”


준이 기분 좋게 웃었다.


“그게 한 벌에 13억짜리입니다. 원가만 따졌을 때요.”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강한을 보며 준이 말했다.


“그런데 적임자가 단 한명 뿐이니 할인을 해드려야겠죠. 1억 깎고 무이자 12개월 할부로 매달 1억씩 어떤 가요?”


괴짜인 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돈에 관해선 철두철미한 성격 같았다.


강한이 말했다.


“할부로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준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네?”


블루 코트를 내려 본 강한이 대답했다.


“일시불로 지급하죠.”


마침 수환에게서 받은 돈과 미노타우루스 핵을 처분하고 남은 돈이 꽤 있었다.


이 정도는 감당할 만 했다.


준이 핸드폰 위로 떠오른 이체금을 보며 얼떨떨 한 얼굴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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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벌레 군단 18.12.06 700 15 11쪽
43 43화 벌레 군단 18.12.05 72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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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희생과 책임 사이 18.12.03 744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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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알다가도 모를 결과 18.11.29 832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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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얼음과 눈의 세상 18.11.26 923 16 11쪽
» 33화 각자의 사정 18.11.25 998 18 11쪽
32 32화 각자의 사정 18.11.24 961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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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 18.11.22 961 17 11쪽
29 29화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 18.11.21 1,074 20 13쪽
28 28화 안개 속으로 18.11.20 1,048 20 11쪽
27 27화 안개 속으로 18.11.19 1,051 19 12쪽
26 26화 안개 속으로 18.11.18 1,198 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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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악으로, 깡으로 18.11.16 1,225 22 12쪽
23 23화 악으로, 깡으로 18.11.15 1,265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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