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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흘 님의 서재입니다.

슈퍼 SSS 급: 전설이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무흘
작품등록일 :
2018.10.26 00:18
최근연재일 :
2019.04.14 18:3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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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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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9,231

작성
18.11.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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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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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6화 얼음과 눈의 세상

DUMMY

36화 얼음과 눈의 세상


엘이 흥미롭단 눈으로 강한을 관찰했다.


이전에도 저렇게 강한 자가 있었던가? 내가 살아있을 적에도?


우후죽순 쓰러져나가는 동료를 보며 엘이 상기된 얼굴을 했다. 주인님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면.

그러면.

이런 모습을 보신다면 정말 좋아하시겠지.

그분의 유일한 즐거움이니까.

상을 주실 거야.


잘려지고 태워진 동료들이 바닥 위로 픽픽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엘이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앞으로 나서며.


*


막 달려오던 자의 머리를 벤 강한이 황급히 물러섰다. 유리와 창민도 화들짝 놀라며 뒤로 뛰었다.


갑자기 강렬한 한기가 느껴지더니 천장이 윙윙 울렸기 때문이다.


강한이 다시 살아나는 이들을 보며 혀를 찼다.


“이러면 끝나지 않겠는데?”


유리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앞으로 나오는 엘을 가리켰다.


엘이 동료들 보라는 식으로 손을 휘휘 젓곤 물었다.


“이봐, 자네, 나와 일대일로 겨루면 어떨까?”


강한이 무슨 꿍꿍이냔 얼굴로 쳐다보자 엘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보아하니 자네는 나와 같은 등급이야. 내 동료들을 투입한다 해도 자넬 이길 순 없어. 그러니까 서로 쓸데없는 시간낭비 하지 말자고.”


이길 수 있단 자신감 때문일까?


엘이 할버드를 빙글빙글 돌리며 다가왔다. 여유가 넘쳐났다. 강한이 신중하게 엘을 쳐다보다 앞으로 나섰다.


확실히 계속 살아나는 저들과 싸우느니 엘과 정면으로 붙는 편이 좋았다.


힘을 아낄 수도 있고.


거기다 엘이 기가 막힌 제안을 해왔다.


“자네가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날 꺾어야 해. 그리고 날 꺾는다면 동료들은 다시 살아 날 수 없지. 그러니 최선을 다 해봐.”


어째서 저런 비밀을 말하는지 몰랐지만 강한은 손해 볼게 없다 생각했다. 그래서 제안을 승낙했다.


*


엘은 강한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랐다.


강한이 주인님을 만족시킨다면 상으로 자신과 동료들이 풀려나게 되니까.

그리고 이 자리를 강한과 저들에게 물려주게 된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아무런 의미가 존재하지 않고 단지 올라간다는 행위만 남아있는 탑은 그런 장소다.


각 층을 차지한 주인이 바뀌지만 그 끝에 존재하는 건 단지 동물원 원숭이 신세일 뿐이다.


절대로 오만하지 말지어니.


당장 뒤로 돌아 나갔어야 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미 희망이 다한 셈이지만.


*


강한은 자신만큼이나 혹은 자신보다 강할 가능성이 농후한 엘을 관찰하며 신중하게 행동했다.


여유를 부리던 엘이 전투가 시작되자 무섭도록 집중했기 때문이다.


빈틈이 없었다.


정말 딱 그 말이 어울리는 상대였다.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위압감을 느끼며 강한이 호흡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엘 역시 시계 방향으로 돌며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두 사람 사이가 점점 가까워졌다.


조금씩.

조금씩.


염탐하는 늑대처럼.


강한이 느린 동작으로 사일런스와 플레임 이블을 겨누었다.


엘 역시 할버드로 강한을 겨누었다.


시선을 주고받는 모양새가 된 두 사람이 동시에 호흡을 멈추었다.


지금이다.


엘이 어깨를 움직이는 순간에 맞춰 강한이 뛰었다. 크게 횡으로 휘둘러진 할버드가 우측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쾅!


플레임 이블을 세워 할버드를 막은 강한이 뒤로 주룩 밀렸다.


힘이 굉장했다.


계획대로라면 막고 반격을 해야 했는데, 보기 좋게 막혔다.


손바닥이 얼얼하군.


강한이 오른 손을 털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저 정도 위력이면 스쳐도 키가 반으로 줄지 않을까 싶었다.


다시 자세를 잡는 엘을 보며 강한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


엘이 할버드를 세우고 냉기를 폴폴 뿜었다.


강한이 플레임 이블로 불길을 뿜곤 눈을 마주 보았다.


열기와 냉기가 만나 수증기가 발생했다.


*


유리와 창민은 언케니 벨리(사람과 유사한 무언가를 볼 때 느끼는 불쾌감)를 불러일으키는 엘의 동료들을 보며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다행이 둘 다 전문 분야가 나이트메어였고,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치가 지닌 불사의 구슬은 아이템이다.

그리고 아이템은 붉은 안개와 상관없이 늘 강력한 능력을 제공한다.

저들이 되살아 난 건 분명 아이템 덕분이다.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아이템이 없으면 이들은 재로 돌아간다.


다만, 리치를 직접 상대한다거나, 불사의 구슬을 빼앗는 건 불가능하니,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굴려야했다.


이 싸움에 끼어들 수 없으니까.


창민이 그런 고민을 하며 수염을 뜯었다.


엘이 손가락을 튕겨 동료들을 되 살렸을 때 어떤 현상이 발생했지?


한기가 몰려왔다.


그 후엔?


문양이 희미하게 울리는 느낌이 들었지.


그럼?

두 현상이 연관 있지 않을까?


창민이 유리를 쳐다보았다.


“저런 문양과 관련된 기록이 있었어.”


실마리를 잡은 두 사람이었다.


창민과 유리가 미소 지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조상님 말 틀린 게 하나도 없네.


저건 문양이 아니라 일종의 회로다.

마치 전기 신호를 보내 특정한 작업을 하도록 유도하는 물건처럼 말이다.


창민이 말했다.


“탑 안의 키메라가 강해지는 이유가 있었군.”


유리가 창을 꽉 쥐며 말했다.


“저 문양을 파괴하면 이들 힘이 약해질 거예요. 그리고 다시 살아날 순 없겠죠.”

“하지만.”


유리가 쥐었던 창을 내려 보며 말했다.


“네,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두 사람은 리치가 직접 내려올 경우를 염려했다.


강한이 이길 거란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엘마저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니까.


유리가 걱정스런 눈길로 강한을 쳐다봤다.


*


구석에 처박힌 강한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생각보다 대단했다.


아마도 리치가 부여한 힘이 엘을 이전 보다 강하게 만들어 준 모양이었다.


“부족해! 부족하다고!”


기세가 오른 엘이 할버드를 들고 뛰어오며 강한 머리를 내리쳤다.


사일런스와 플레임 이블을 겹쳐 막은 강한이 공기를 터트렸다.


그리고 뒤로 밀려나는 엘에게 윈드 커터를 마구잡이로 날렸다.


날카로운 예기가 사방을 베며 지나갔다.


멀뚱히 서서 구경하던 엘의 동료들이 희생양 되어 쓰러졌다.


이를 본 엘이 얼굴을 구겼다.


“이건 일대일 이라고 했잖아!”


버럭 소리친 엘이 허공에 아이스 스피어를 소환해 날렸다.


플레임 이블과 사일런스로 이를 모두 쳐낸 강한이 대꾸했다.


“뭐라는 거야?”


한국말로 하면 이해해주겠지만, 영어라 알아듣지 못한 강한이 플레임 이블을 역수로 쥐었다.

그리고 염동력을 불어넣어 불길을 일으키고 이를 윈드커터에 실어 날렸다.


엘이 서둘러 빙벽을 만들어 날아오는 불길을 막았다.


-푸스스!


녹아내린 빙벽을 따라 수증기가 올라왔다.


강한이 투시로 엘 위치를 파악하곤 빠르게 달려갔다.


이를 발견한 엘이 할버드를 휘둘러 강한이 피하리라 예상된 지점을 내리쳤다.


아쉽게도 땅을 갈랐지만.


고양이처럼 몸을 날린 강한이 사일런스를 초승달 모양으로 휘두르며 할버드를 잘랐다.


손잡이를 제외한 할버드가 쿵 하고 떨어지더니 즉시 소멸했다.


엘이 당황했다.


“뭐?”


강한이 면상에 주먹을 날렸다.


-퍽!


부러진 이빨이 바닥 위로 툭툭 떨어졌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갑자기 변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엘이 허둥거렸다.


강한이 플레임 이블과 사일런스를 번갈아가며 빠르게 휘둘렀다.


낙조처럼 불길이 퍼졌다.


엘이 막기 급급한 얼굴로 밀리기 시작했다.


강한이 그런 엘을 몰아붙이며 말했다.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어.”


사일런스를 던진 강한이 엘 주변 공기를 응축시켰다.

그리고 플레임 이블로 불길을 쏘자 거대한 폭발과 함께 화염이 타올랐다.


말소.


사일런스가 엘을 수십 번씩 베며 불길 사이를 왕복했다.


수증기조차 피어오르지 않는 열기 속에서 엘이 울부짖었다.


*


엘은 감격했다. 주인님께서 주신 선물에 울부짖을 정도로 벅차올랐다.


썩지 않던 육체가, 끝나지 않던 운명에 마침표가 찍히다니.


뜨거운 불길 속에서 피부가 녹고, 날카로운 날이 몸을 절단해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털썩 바닥으로 주저앉은 엘이 사라진 불길을 느끼며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아늑하고 포근한.


*


길고 느린 호흡을 뽑아낸 강한이 이마를 훔쳤다. 방한복이 불편할 정도로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플레임 이블과 사일런스를 검집에 꽂은 강한이 엘을 쳐다봤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재가 되더니 이내 다른 키메라처럼 사라졌다.


동료들도 하나씩 재가 되어 나풀나풀 흩날리더니 소멸했다.


강한이 생각했다.


어째서 마지막 순간 엘이 웃고 있단 느낌을 받았을까?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지만, 왠지 그랬다는 기분에 강한이 이겼으면서도 찝찝해 할 때였다.


창민이 소리쳤다.


“강한!”


강한이 창민의 손끝을 따라 천장을 보았다.


진동하는 문양이 보였다.


엄청난 한기와 동시에 중력이 배가 된 느낌이 들었다.


강한이 두 다리로 힘겹게 버티며 눈을 찡그렸다. 문양 사이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말로 형언하기 힘든 두려움을 불러오는 존재.


눈동자가 자리 잡아야 할 부분에선 푸른 불꽃이 차갑게 타올랐고,

앙상해 보이지만 단단한 느낌이 드는 뼈가 몸을 이루고 있었으며,

주위를 로브처럼 둘러싼 검은 기운이 사이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주변 온도를 빼앗는 한기.


절대영도에 가까운 한기가 몸을 핥았다.

머릿속까지 어는 기분이었다.


뭐지?

불가능한 일이다.


정상이라고 보기 힘든 엄청난 초능력이 사방에 넘쳐흘렀다.


강한이 베리어를 잔뜩 강화시키며 억지로 상대를 쳐다봤다.


이게 리치가 지닌 힘이란 말인가?


종잇장처럼 얇아지는 베리어가 느껴졌다.


날카로운 한기가 몸으로 파고들어 체온을 빼앗았다.


심장이 두근거리더니 시야가 어두워지고 숨까지 막혔다.


누군가 목을 조르는 느낌이었다.


몸이 덜덜 떨렸다.


“추위가.”


플레임 이블을 꺼내 지팡이처럼 몸을 지탱한 강한이 외쳤다.


“불을!”


염동력을 플레임 이블에 끝까지 주입했다.


거친 불길이 치솟으며 주변을 한 가득 메웠다.


사일런스를 사용할 힘이 남아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틈이 없어 아쉽군.


아무리 연습했다고는 하나, 절대 영도에 가까운 한기를 몰아내기 위해선 버티고 버텨야 했다.


그나마 체온을 유지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유리와 창민은 상태가 훨씬 안 좋았다.


몸이 얼어붙으며 미약한 숨이 뿜어져 나오는 상태였다.


순식간에 파랗게 질린 얼굴과 보라색으로 변한 손끝이 보였다.


무리를 해서라도 불길을 뻗은 강한이 창민과 유리까지 감쌌다.


서리가 내릴 때처럼 서서히 얼어붙던 두 사람이 녹기 시작했다.


강한이 코피를 벌컥벌컥 쏟으며 플레임 이블을 양손으로 쥐었다.


리치가 내뿜는 한기에 시시각각 밀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한계까지 염동력을 불어넣으며 플레임 이블이 지닌 발록의 힘까지 모조리 깨웠다.


“녹아 버려!”


폭발하듯 일어난 불길이 탑을 뒤흔들었다.


지옥에서 뿜어져 나온, 활화산에서 직송한 신선하고 맹렬한 불의 대해가 탑을 달구었다.


리치가 그런 강한을 보며 손을 뻗었다.


마치 소중한 장난감을 다룰 때처럼.


강한이 두 눈을 크게 떨었다.


문양 사이로 몸을 반쯤 빼낸 리치가 뻗었던 손을 감싸 쥐자 불길이 사그라졌다.


거짓말 같았다.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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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박멸의 시간 18.12.08 718 15 10쪽
45 45화 벌레 군단 18.12.07 690 16 11쪽
44 44화 벌레 군단 18.12.06 700 15 11쪽
43 43화 벌레 군단 18.12.05 722 15 12쪽
42 42화 희생과 책임 사이 18.12.04 697 16 12쪽
41 41화 희생과 책임 사이 18.12.03 744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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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알다가도 모를 결과 18.11.29 833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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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얼음과 눈의 세상 18.11.26 923 16 11쪽
33 33화 각자의 사정 18.11.25 998 18 11쪽
32 32화 각자의 사정 18.11.24 961 20 11쪽
31 31화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 18.11.23 1,023 21 12쪽
30 30화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 18.11.22 961 17 11쪽
29 29화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 18.11.21 1,074 20 13쪽
28 28화 안개 속으로 18.11.20 1,048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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