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무흘 님의 서재입니다.

슈퍼 SSS 급: 전설이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무흘
작품등록일 :
2018.10.26 00:18
최근연재일 :
2019.04.14 18:30
연재수 :
170 회
조회수 :
134,953
추천수 :
2,072
글자수 :
939,231

작성
18.11.15 18:30
조회
1,263
추천
20
글자
11쪽

23화 악으로, 깡으로

DUMMY

23화 악으로, 깡으로


자도성이 재미난 유흥을 즐겼다는 얼굴로 한참을 웃었다. 마지막에 보여준 강한의 얼굴이 너무 웃겼기 때문이다.


마치 뒤통수를 크게 맞은 듯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다 허둥지둥하는 꼴이라니.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자도성이 비꼬자 자민이 옆에서 거들었다.


“멍청하게 속는 모습이 재미있네요.”


한참을 낄낄 거리며 웃은 자도성이 눈물을 훔쳤다. 쉽사리 진정되지 않아 어깨까지 들썩였다.


자도성이 크게 심호흡을 하며 억지로 웃음을 멈췄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진정됐다.


길게 한숨을 내 쉰 자도성이 말했다.


“아, 정말 재미있었어. 아주 재미있었어.”


자민을 쳐다본 자도성이 함박미소를 지었다.


“이제 전야제를 즐겼으니, 본식을 준비해야지. 대망의 피날레를 위해서.”


자민이 기대감 어린 손짓으로 유리가면을 만졌다.


“직접 지켜볼 거예요? 어떻게 되는지?”


자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 멋진 광경을 놓친다면 평생 후회할 테니까.”


입술을 혀로 핥은 자도성이 목에 건 원격신호기를 내려다봤다.


*


온통 어둠이었다. 먼지가 가득해 숨을 쉬기도 힘들었고, 방향감각이 사라졌다.


강한이 기침을 토하며 더듬거렸다. 폭발로 인한 열기를 머금은 바위덩어리가 느껴졌다.


“자도성, 이 씹어 먹어 버릴 놈.”


바위를 주먹으로 내리친 강한이 일어서기조차 힘든 공간을 가늠해 보았다.


머리 바로 위가 천장이었다. 사방이 막혀 있었고, 먼지와 섞인 공기가 느껴졌다.


바람하나 없는 완전 밀폐된 공간이었다. 언제 질식할지 몰랐다.


여러모로 최악.


기껏해야 10분정도 버틸 수 있을까?


어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


강한이 염동력을 이용해 천장을 밀어냈다.


최대한 주의 깊게 천천히.


하지만 균형이 엇나간 바위가 우수수 떨어지며 강한을 덮쳤다.


깜짝 놀란 강한이 본능적으로 양팔을 겹쳐 머리를 보호했다.


*


신호기가 전부 교체되었다는 사실을 입수한 무강이 심각한 얼굴을 했다.

이제 화학가스탄을 터트리기 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 강한이 실패하면 어쩌지?


그런 불안감이 불현 듯 온 몸을 휘감았다. 그럼 자신들은 꼼짝없이 질식하는 셈이었다.


독자적으로 움직여야 할까?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 강한을 믿고 싶었지만 상황이 영 안 좋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한담.”


한참을 고민하던 무강이 결정을 내렸다.


강한을 믿고 기다리기로.

그 촌놈이라면 반드시 재앙을 막아 주리라.


무강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도망가지도, 독자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


드디어 대망의 날이었다.

자도성이 북한산 정상에 올라 사방을 살폈다. 신호기는 전부 교체되었고, 이제 폭발시키는 일만 남았다.


사방을 쭉 둘러본 자도성이 자신만의 왕국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히죽 웃었다.


“잿더미 위에 다시 세운 왕국이라.”


생각만 해도 멋졌다.

왕이 되어 모든 이들을 발아래 두고 신처럼 지낼 생각에 솜털이 곤두설 정도였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


목에 걸고 있던 원격신호기를 꺼낸 자도성이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모두 보라는 듯이 한참을 그러고 있던 자도성이 소리치며 버튼을 눌렀다.


“시작이다!”


폴리스 내부에 있던 화학가스탄이 연달아 폭발하기 시작했다.

새 왕국을 위한 축포가 울려 퍼졌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자도성이 양 팔을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쓰러지는 사람들.


무색의 죽음이 폴리스를 가득 물들였고, 의문을 남긴 채 죽은 사람들은 눈을 감지 못했다.


“이제, 모든 걸 다시 시작하는 거다.”


몸을 부르르 떤 자도성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도 오늘은 평생 동안 기억에 남을 순간이지 않을까 싶었다.


*


무강은 절망했다. 연달아 울려 퍼진 폭음은 죽음을 알리는 사형선고였다.


아파트 위에서 내려 보자 쓰러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포스겐 가스에 노출되면 30초에서 1분 안에 질식사 하고 만다.

비중이 높은 가스가 산소를 밀어내고, 유독 기체가 폐를 망가트리기 때문이다.


아,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독자적으로 움직이기엔 너무 늦었다. 철석같이 강한을 믿다 마주한 참담한 결과였다.


머리를 감싸 쥔 채 주먹으로 내리친 무강이 후회를 시작했다.


“차라리 내 쪽에서 먼저 손을 썼어야 했어. 정면으로 대응했어야 하는 건데. 제기랄.”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었다.


한 사이코에 의해.


피할 수도, 숨을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다.


죽음은 그렇게 천천히 찾아와 사람들을 집어 삼켰다.


무강이 착잡한 눈으로 다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도저히 볼 수 없었다.


모든 게 자신이 만든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젠장.”


*


자도성은 아주 만족스런 풍경을 감상했다. 북한산에서 내려다본 서울시 전체는 정말이지 아름다울 정도였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 위해 스스럼없이 거름이 되는 저 존재들을 보아라.


미천한 것들.


자신을 믿지 않는 저들의 존재적 가치는 거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똥이나 썩은 낙엽처럼 말이다.


이제 자신이 건설한 왕국이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면 더럽고 냄새나는 거름덩어리는 전부 치워버리고, 신화를 쓸 생각이었다.


절대자로써.


자도성이 다시 한 번 폴리스 내부를 둘러보았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 찬물을 끼얹는 무언가가 있었다.


자도성이 곰곰이 생각하다 위화감의 원인을 깨달았다.


바람이었다.


폴리스 내부에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전에도 있었던가?


두 눈을 날카롭게 뜬 자도성이 생각했다.


아니, 없었다.

돔이 외부와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대기가 순환하지 않는 이상 바람이 불 수 없다.

공기정화기가 빨아들이는 힘이 미미한 흐름을 만들긴 하지만 한계가 있는 법.

이렇게 머리카락이 날릴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말도 안 돼.”


점점 강해진 바람이 폴리스 내부를 휘감고 돌기 시작했다.


이제 옷이 펄럭거릴 정도였다.


자도성이 균형을 잡기 위해 두 다리에 힘을 주고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서둘러 자민을 불렀다.


“바람, 바람이 불고 있어!”


다급함을 담은 목소리였다.


자민이 대답했다.


“지금 확인하는 중입니다.”


바람이 포스겐 가스를 날리면 효과가 반감된다.


“서둘러. 이러다가 작전이 실패하면 오히려 우리가 엿 되는 거야!”


통화를 종료한 자도성이 불안한 눈으로 바람을 느낄 때쯤, 자민이 연락했다.


“원인을 알아냈습니다.”


자도성이 물었다.


“말해 봐. 어째서 바람이 부는 거지?”


자민이 잠시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강한이 나타났습니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 자도성이 다시 물었다.


“뭐?”

“강한이요.”

“그 촌놈이?”


자도성이 황당하단 얼굴을 했다.


무너진 동굴에 깔려 죽었을 녀석이 어떻게 나타난단 말인가?


자도성이 다시 물었다.


“무슨 소리야?”


자민이 대답했다.


“천장을 보십쇼.”


보기 싫은 끔찍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얼굴로 자도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강렬한 LED 등에 비친 그림자가 보였다.


눈을 찌푸린 자도성이 손가락으로 그늘을 만들었다.


LED등과 철골 구조물 사이에 앉은 형체가 손을 뻗고 있었다.


“살아있었다고?”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자도성은 더 이상 말을 있지 못했다.


자민이 말을 이었다.


“공기정화기를 보십쇼. 강제로 회전시키고 있습니다. 포스겐 가스를 빨아들이기 위해서요.”


하마터면 핸드폰을 떨어트릴 뻔 한 자도성이 허겁지겁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보시는 대로입니다. 염동력으로 강제회전 중입니다.”


자도성이 다시 강한을 확인했다.

염동력이 일으킨 파장과 넘실거리는 붉은 안광이 주변을 가득 매운 상태였다.


자도성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이런 무슨 개 같은 경우가!”


자도성이 소리쳤다.


“지금 당장 저 새끼를 막아!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으라고!”


자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내렸다.


“저격총을 가져 와라.”


얼마 안가 무식해 보이는 긴 대물 저격총이 건네졌다.


이를 일어선 채 견착한 자민이 조준경에 눈을 들이밀었다.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강한이 십자선 안에 들어왔다.


정확히 중앙을 맞춘 자민이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쾅!


대포처럼 폭음을 뿜어낸 대물 저격총이 불을 뿜었다. 거대한 12.7mm 탄환이 마치 황소처럼 뿔을 세우고 날아갔다.


자민이 미소를 지었다.


공기정화기를 돌리는 동안은 절대로 막거나 피할 수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


하루 전,


강한이 부족한 공기를 느끼며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산소가 아주 옅었다. 더 이상 지체하다간 여기서 질식할지도 몰랐다.


강한은 결정을 해야 했다.


모험을 할지, 아니면 운명을 받아들일지.


그리고 강한은 전자를 택했다.


주저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무릎 꿇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강한은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매한가지라는 생각을 하며 어두운 공간 사이로 붉은 안광을 뿜어냈다.

그리고 집중력을 끓어 올렸다.


점 같은 염동력을 선과 면으로 재단하고 투시 능력으로 뚫고 나갈 만한 길을 찾았다. 동시에 단기 예지로는 위험 정도를 파악했다.


얼마 안가 가장 안전해 보이는 바위를 빼낸 강한이 벌어진 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여기저기 긁히고 깨졌지만 강한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길을 막는 바위를 쪼개고, 염동력으로 받치고, 밀어내고 하면서.


마침내 끙 하고 몸을 빼낸 강한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커다란 바위가 바닥으로 떨어지다 작은 돌무더기 위에 걸린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넓었다.


강한이 굽은 허리를 쭉 폈다.


“아, 온몸이 욱신거리네.”


근육을 이리저리 푼 강한이 주변을 살폈다. 다행이 공기가 충분했다. 당분간은 버틸 수 있었다.


마른 입술에 침을 묻힌 강한이 다시 빼기 좋은 바위를 찾았다.


정면에 있는 바위가 적당해 보였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고, 뒤 쪽으로 벌어진 틈새가 보였다.


“으윽, 조심해야겠어. 장작더미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하나가 무너지면 전체가 딸려 올 거야.”


단기 예지로 떨어지는 바위를 파악한 강한이 조금씩 속도를 냈다. 반복해서 하다 보니 익숙해진 덕분이었다.


적당한 바위를 빼내고 무너지려는 다른 바위를 염동력으로 지탱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방법.


하지만 가면 갈수록 사용해야 할 염동력 양이 늘었다. 강한은 점점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얼마인지 모를 시간동안 같은 작업을 반복하자 눈이 움푹 들어갈 정도였다.


붉은 안광도 눈에 띄게 줄었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론 집중력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마치 타고 남은 심지처럼 수척해진 강한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앞으로 얼마나 뚫고 나가야 할까?


투시로 바라보았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왔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강한이 실망스럽다는 얼굴로 혀를 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슈퍼 SSS 급: 전설이 된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52화 쓰레기 장 18.12.14 666 15 11쪽
51 51화 쓰레기 장 18.12.13 649 16 13쪽
50 50화 쓰레기 장 18.12.12 702 16 14쪽
49 49화 쓰레기장 18.12.11 676 13 11쪽
48 48화 박멸의 시간 18.12.10 700 15 12쪽
47 47화 박멸의 시간 18.12.09 697 17 10쪽
46 46화 박멸의 시간 18.12.08 717 15 10쪽
45 45화 벌레 군단 18.12.07 687 16 11쪽
44 44화 벌레 군단 18.12.06 698 15 11쪽
43 43화 벌레 군단 18.12.05 721 15 12쪽
42 42화 희생과 책임 사이 18.12.04 696 16 12쪽
41 41화 희생과 책임 사이 18.12.03 740 17 11쪽
40 40화 희생과 책임 사이 18.12.02 756 16 12쪽
39 39화 알다가도 모를 결과 18.12.01 800 17 12쪽
38 38화 알다가도 모를 결과 18.11.30 803 18 11쪽
37 37화 알다가도 모를 결과 18.11.29 831 20 12쪽
36 36화 얼음과 눈의 세상 18.11.28 869 15 11쪽
35 35화 얼음과 눈의 세상 18.11.27 860 16 11쪽
34 34화 얼음과 눈의 세상 18.11.26 922 16 11쪽
33 33화 각자의 사정 18.11.25 994 18 11쪽
32 32화 각자의 사정 18.11.24 960 20 11쪽
31 31화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 18.11.23 1,019 21 12쪽
30 30화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 18.11.22 960 17 11쪽
29 29화 무모함과 용기는 종이 한 장 차이 18.11.21 1,072 20 13쪽
28 28화 안개 속으로 18.11.20 1,046 20 11쪽
27 27화 안개 속으로 18.11.19 1,049 19 12쪽
26 26화 안개 속으로 18.11.18 1,197 22 14쪽
25 25화 악으로, 깡으로 18.11.17 1,243 21 11쪽
24 24화 악으로, 깡으로 18.11.16 1,222 22 12쪽
» 23화 악으로, 깡으로 18.11.15 1,264 2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