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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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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56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3.01.13 20:35
조회
28
추천
1
글자
6쪽

4. 조우(1)

DUMMY

그 날이 있고난 뒤 수 일 후,


매일 하는 일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새로운 한 가지 훈련이 생겼다.


또 다시 중하등 이상의 도깨비를 만났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점심을 먹고 오후 경계 작전에 나서기 전, 반시진 정도는 단장과의 단체 훈련을 하기로 했다.


훈련 방식은 매우 간단했는데, 바로 단원 4명이서 힘을 모아 단장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일 대 다라는 방식에 난색을 표했던 석오였지만, 아무리 공격해 봐도 자신의 칼날 끝이 단장의 옷 끝자락에도 미치지 못하자 어느 순간부터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하아, 하아...”

“꽤나 늘었구나.”


흡족한 듯 옅은 미소를 띠며 환도를 집어넣는 단장. 훈련을 시작한지는 아직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는 단원들이 꽤나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 놀리시는 거예요?”


숨을 고르며 잔뜩 눈을 치켜드는 랑이. 실제로 오늘 역시 단 하나의 유효타도 성공하지 못했던 우리였기에, 단장의 말은 다소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단장은 우리의 의견을 일축하며 단호하게 답했다.


“전혀. 꽁무니만 쫓아다니던 전과 비교해봤을 땐, 확실히 움직임이 좋아졌다. 자, 보거라.”


단장은 바지의 왼쪽 옷감 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


단장의 손가락 끝에는 일자로 쭉- 하니 잘려져 나간 옷감이 있었다. 물론 그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공격이 단장에게 닿았다는 생각에 우리는 깜짝 놀랐고, 특히 석호는 팔을 크게 휘두르며 크게 외쳤다.


“됐어! 드디어...!”

“뭐, 단 한 합, 그것도 옷이었지만 말이야.”

“...쳇.”

“농이다. 자, 슬슬 마무리하고 순찰이나 하러 가자꾸나.”

“네!”


반시진 동안 온 힘을 다해 훈련에 임했던 만큼 우리의 몸은 녹초가 돼 있었지만, 훈련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됐는지 일하러 가자는 단장의 말에도 환하게 웃으며 크게 답했다.


마을 경계의 큰 틀은 항상 같았다. 마을 주위를 크게 돌며 마을의 위협이 될 만한 도깨비를 조우하면 이를 처리하는 것이다. 보통 조우하는 도깨비들의 등급은 대부분이 하하등이었고, 가끔씩 하중등의 도깨비를 만났었다.


하중등의 도깨비들 조우했을 때는 단장이 도맡아서 이를 처리했지만, 하하등의 경우에는 일부로 우리에게 이를 처리할 기회를 줬기 때문에 차근차근 현장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오후에도 마을 주위의 치안을 위해 경계 작전을 하고 있을 때였다.


오전에 있었던 3마리의 하하등 도깨비를 제외하곤 별 다른 일이 없었기에, 우리는 넓게 펼쳐져 있는 갈대밭에서 여러 잡담을 나누며 단장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6자 정도 되는 긴 갈대의 길이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맨 앞의 단장은 낫으로 이를 차근차근 걷어내 가며 나아갈 길을 만들고 있었다.


“어땠어? 색주가는? 따라가길 잘했지?”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던 한량은 대뜸 석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저번 휴일에 갔었던 유흥점을 말하는 모양이다.


“아휴, 말도 마.”


석오는 고개를 휘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한 쪽에서는 시끄럽게 악기를 켜대지, 술 때문에 취기는 올라오지!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뻗어버렸다니까.”

“하긴, 첫 음주였다고 했지? ㅋㅋㅋ.”

“...닥쳐!”


한량은 석오의 어깨를 툭툭 건들며 실없이 웃어댔고, 석오는 부끄러운지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씩씩 거리며 그런 한량을 나무랐다.


“야.”

“응?”


그 두 명이 하는 말만 들으며 뒤에서 걷고 있었던 나와 랑이. 예상치 못한 랑이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 너도 갔어?”

“가다니?”

“저 바보들이 말하는 색주가 말이야. 저번에 너한테도 권했었잖아. 물론 난 안 갔지만.”


변명이라도 하는 듯 석오와 한량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답하는 랑이. 당시 술을 마시고 유흥을 즐길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지 않았던 나는, 그녀에게 있는 사실대로 답했다.


“안 갔어.”

“왜?”

“... 그냥?”

“뭐야, 그냥이라니. 나야 여자라 그렇다 치지만, 너는 왜 안 갔는데?”


끈질기게 물어보는 그녀의 질문에 다소 곤란했던 나는, 이대로 아무런 부연설명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고 판단하곤 적당히 얼버무리기로 했다.


“술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잘 못 마시기도 하고.”

“뭐야, 의왼데?”

“잘 마실 것처럼 보여?”

“아니, 그건 아닌데...”


랑이는 팔을 휘저으며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머뭇머뭇 거리더니,


“안 갔으면 됐어.”


라는 의미심장한 말만을 남긴 채 내 앞을 쭉 앞질러갔다.


‘... 뭐야?’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그저 고개만을 갸웃거린 채 다시금 상념에 빠졌다. 전주, 중중등 도깨비와의 조우가 있던 날로부터 갖가지 고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가장 주된 고민은 바로 ‘그 여인’에 관한 내용이었다.


중중등의 도깨비를 상대로 무력하게 뒤에서 구경만 하는 지금 내 상태론, 그녀를 동경하는 내 마음이 한없이 부끄러워질 뿐이었다. 이렇게 마을 경계만 돌면서 하하등 도깨비들만 죽인다고 해서, 과연 그 여인에게 닿을 수 있을까?


‘젠장...’


무심코 혀를 차는 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단지 혀를 굴리는 일 밖에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때였다.


... 님!-

“뭐, 뭐야?”


갑작스레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얼어붙은 우리. 단장과 더불어 우리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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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장 1. 중중등 도깨비 23.01.07 42 1 7쪽
24 1장 마지막화. 22.11.18 94 1 7쪽
23 23. 22.11.09 73 1 10쪽
22 22. 22.11.08 79 1 10쪽
21 21. 22.11.07 80 2 9쪽
20 20. +2 22.11.03 85 2 10쪽
19 19. 22.11.01 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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