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42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2.10.17 18:05
조회
99
추천
2
글자
9쪽

12.

DUMMY

“나 원, 이것 참... ㅋㅋㅋ.”


상대방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찼다.


“짐승 같은 놈들에 이이서 이번에는 화냥년이라니...”

“...”


모욕적인 말들을 내뱉는 그녀였지만, 랑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바로잡으며 결투 준비를 할 뿐이었다. 별로 동요하지 않는 랑이의 모습에, 그녀는 살짝 당황해하더니 이내 조소를 띠며 말했다.


“쳇... 뭐, 네 년이 어디까지 그 상판대기를 쳐들고 있을 수 있는지 보자고.”


“자, 시작!”


챙-


시작과 동시에 맞닿는 두 사인검. 랑이는 한 손으로 든 검을 날카롭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챙, 챙, 챙-


“이, 이년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휘몰아치는 랑이의 검술에 상대방은 받아치는 것에 고작이었다.


촤아악-


“꺄악!”


랑이의 검 끝을 미처 피하지 못한 상대방은, 얼굴 근처에 생긴 상처에 비명을 질렀다.


“왜, 아파?”

“이, 이...!”


랑이가 코웃음 치자 잔뜩 열이 받은 상대방은 부들부들 거리는 손으로 검을 간신히 부여잡곤 다시금 달려들었다.


챙, 챙, 챙-


하지만 그런 상대방의 맹공에도 전혀 지칠 줄 모르는 랑이. 결국 랑이는 빠르고도 우아하게 한 바퀴 몸을 회전시키고는,


스윽-


상대방의 목 언저리에 칼날을 들이미는 데 성공했다.


“크, 크윽...”

“승자는, ‘축’조의 이 랑!”


그렇게 이제현 사부의 선언과 함께, 랑이의 결투는 다소 싱겁게 끝이 나 버렸다.




***




“자, 시작!”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가 시작되고, 이번에도 랑이의 선제공격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챙, 챙-


“화낭년치곤 꽤나 좋은 검술이구나. 하지만,”


이번에는 부드럽게 받아치는 상대방. 몰아붙이는 랑이와 살짝 거리를 벌리고는,


단원풍속도첩(檀園風俗圖帖), 제 11장-


서당-


촤악-


재빠르게 랑이를 가로지르며 두 팔에 상처를 내는데 성공했다. 미처 반응하지 못한 랑이가 우스운지, 그는 허공에 검을 휘둘러 피를 칼날로부터 떨쳐내 버리곤 조소를 띠며 말했다.


“역시 교육이 필요한 년이구나.”

“... 뭐래.”


하지만 랑이는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내뱉곤, 냉담한 표정과 함께 자세를 고쳐 잡았다.


“어디, 들어와 보겠느냐?”


그런 랑이를 보며, 상대방은 자신에게 오라는 듯 손짓하며 비웃었다.


후우우-


랑이는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낮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1장-


주유청강-


쏴아아-


랑이가 휘두른 검은 마치 피리가 된 것 마냥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상대방을 향해 흘러들어간다. 우아하고도 아름답지만, 하나의 갈매기가 날아가는 듯 한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다.


촤악-


“크윽... 이 년이...”


예상치 못한 랑이의 검술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상대방은, 어느새 생겨버린 복부 쪽 상처에 그만 두 무릎을 바닥에 꿇고야 만다.


“흥.”

“승자는, ‘축’조의 이 랑!”

“랑이야!”


콧방귀를 끼는 랑이와 함께 울려 퍼지는 승전보. 역시나 관객들은 조용했지만, 나는 있는 힘껏 랑이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의감소에 있는 한량과 석오 몫까지 말이다.


그런 나를 본 랑이는,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손은 흔들었다.




***




드디어 남은 세 조는 각각 ‘축’, ‘진’, ‘해’ 조가 됐다. 아무래도 환자가 두 명이나 생긴 우리 조를 배려해주는 모양인지, 우리 ‘축’조는 부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진’ 조와 ‘해’ 조의 결투 결과는, 당연하게도 ‘진’조의 승리. 그 사내가 있는 ‘진’조는 다른 어떤 조와 비교하더라도 막강해 보였다.


“괜찮겠어?”


곧바로 ‘진’조와의 마지막 결승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랑이. 석오와 한량이 의감소 신세를 지고 있는 탓에 랑이가 우리 조의 첫 결투 선수가 돼 버렸다.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볼게.”


랑이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머금었지만, 안색이 마냥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도 그럴게 그녀 혼자서 4경기를 뛰었지 않는가. 이미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랐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시작돼 버리고야만 랑이의 결투. ‘진’ 조에서는 전과 마찬가지로 그 사내가 결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 조에서는 모든 경기를 그 사내 혼자서 해치우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결투의 결과는,


처참하게도 단 한 합에,


“승자는, ‘진’조의 박 귀!”


그 사내의 승리로 결착이 나 버렸다.




***




챙-


“크윽...”


평소대로라면 냉소적인 표정을 한 채 몰아붙여야 할 랑이가, 박 귀가 휘두른 사인검에 두 손을 써가며 애를 먹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랑이는 당황해하며 서둘러 몸을 비틀며 다음 검술을 펼치려던 찰나,


촤악-


“...?”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진 박 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는 랑이 뒤편에 서 있었고, 랑이의 옷에는 사선으로 길게 상처가 나 있었다.


“윽...”


밀려오는 고통과 각혈로 자세가 망가트려지고야 만 랑이, 이어지는 박 귀의 공격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그만!”

황급히 그를 제지하는 이제현 사부, 그리곤 박 귀의 승리를 알리며 결투를 끝냈다.


와아아!-


결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달아올랐다.


4경기 연속 이겨오던 상대를 단 한 합 만에 이겼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상대가 바로 단발머리를 한 랑이라는 사실.


모든 것들이 복합하여 발생된 연쇄작용으로 관객들은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열광했다.


“괜찮아?”

“응, 미안. 이겨야 됐었는데.”

“아니야. 넌 충분히 잘 해줬어.”


이미 4번의 결투를 이겨줬음에도, 랑이는 자책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다쳤다는 사실도 내팽겨 둔 채 말이다.


나는 의원들이 랑이를 의감소로 데려다줄 때까지 옆에서 그녀를 다독여줬다. 랑이는 꽤나 분했는지 날카로운 눈매가 더욱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랑이 역시 의감소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고, 마지막 순서였던 내가 결투에 나설 차례가 됐다.


‘하아아...’


보란 듯이 상대를 때려눕혀준 석오, 비겁한 ‘묘’조의 술책에도 굴하지 않았던 한량,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워준 랑이.


문득 머릿속에 조원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이젠 내가 조원들을 위해 힘을 쓸 차례야.’


탁, 탁, 탁-


마음속으로 깊은 다짐을 맹세한 나는, 결의에 찬 발걸음으로 경기장 중앙을 향해 걸어 나갔다.




***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하지.”


박 귀와의 인사를 마치고, 나는 다시금 사인검을 치켜들어 결투 준비에 나섰다.


쿵쾅쿵쾅-


“후우우...”


사무치게 떨리는 마음속 심장을 다스리듯 크게 숨을 내쉬곤, 상대방을 잔뜩 노려봤다.


“자, 시작!”


챙-


이제현 사부의 구령과 함께 달려드는 박 귀. 나는 가까스로 그의 한 합을 막아낸다.


“크으윽...”


타앗-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서둘러 그와 거리를 벌리곤 다시금 자세를 고쳐 잡았다.


‘아직까진 괜찮아. 천천히 공격을 막아내다가, 방심하는 한 틈을 노리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찰나였다.


스윽-


“... 어?”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나와 버린 탄식. 재빠르게 나를 가로지르고 간 박 귀는 어느새 내 뒤편에서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있었다.


촤아악-


무의식적으로 몸을 비튼 탓에 옆구리 쪽에 생겨버린 상흔. 깊진 않았지만 상대방을 향한 공포심이 들기엔 충분했다.


“...?”


박 귀 역시 이를 피할 줄은 몰랐는지 살짝 당황해하며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고, 나는 오른쪽 옆구리에 난 상처를 한 번 매만지고는 다시 두 손으로 사인검을 잡았다.


‘젠장, 너무 빠르잖아.’


받아치기만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상대방을 향해 돌진해 보기로 다짐했다.


히아아압!-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1장-


임하투호-


두 손으로 잡은 사인검을 전방을 향해 잔뜩 내지른 상태에서, 마치 화살이 날아가는 듯 한 속도로 재빠르게 상대방을 향해 돌진했다.


채앵-


하지만 몸을 비틀더니 서둘러 옆구리에 검을 갖다 댄 박 귀, 애석하게도 검끼리 부딪치는 파열음만이 울려퍼졌다.


‘젠장, 역시 이 한 합으로는...’


촤아악-


나는 오른쪽 다리를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여 다시금 상대방을 향해 몸을 돌리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5장-


월하정인-


촤악-


그 여인이 썼던 검술을 재현해냈다.




***




“저게 네가 말했던...”

“그렇습니다. 아직 저 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검술을...”

“흠...”


관객석에서 이를 바라보던 이제현 사부는 척완주와 함께 흥미롭다는 듯 이 연의 검술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저 정도까지 흉내 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재능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비록 박 귀 생도를 이길 순 없겠지만, 앞으로 몇 년, 아니 몇 개월만 있으면 어찌 될지는...”

“과연, 내 눈에도 그리 보이는구나.”


척완주의 말에 이제현 사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선도깨비실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관련 공지(수정) 22.09.30 100 0 -
33 9. 전투(3) 23.01.26 21 1 6쪽
32 8. 전투(2) 23.01.23 21 1 7쪽
31 7. 전투(1) 23.01.19 21 1 7쪽
30 6. 조우(3) 23.01.17 22 0 7쪽
29 5. 조우(2) 23.01.15 27 1 6쪽
28 4. 조우(1) 23.01.13 28 1 6쪽
27 3. 환지혼(2) 23.01.11 29 1 6쪽
26 2. 환지혼(1) 23.01.09 31 1 7쪽
25 2장 1. 중중등 도깨비 23.01.07 42 1 7쪽
24 1장 마지막화. 22.11.18 94 1 7쪽
23 23. 22.11.09 73 1 10쪽
22 22. 22.11.08 78 1 10쪽
21 21. 22.11.07 79 2 9쪽
20 20. +2 22.11.03 85 2 10쪽
19 19. 22.11.01 84 2 10쪽
18 18. 22.10.31 85 2 9쪽
17 17. 22.10.28 85 2 9쪽
16 16. 22.10.27 90 2 10쪽
15 15. 22.10.26 89 2 9쪽
14 14. 22.10.24 102 1 9쪽
13 13. 22.10.19 100 2 9쪽
» 12. 22.10.17 100 2 9쪽
11 11. 22.10.15 101 2 9쪽
10 10. 22.10.10 106 2 9쪽
9 9. 22.10.08 111 2 9쪽
8 8. 22.10.03 108 1 9쪽
7 7. 22.10.01 123 2 9쪽
6 6. 22.09.25 134 2 9쪽
5 5. 22.09.24 156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