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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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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37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3.01.19 19:34
조회
20
추천
1
글자
7쪽

7. 전투(1)

DUMMY

“끄악!”

“뭐, 뭐야!”


우리는 눈앞에서 갑작스레 벌어진 경악할 말한 상황에, 급하게 구르던 발을 멈추곤 주위를 살폈다.


“괘... 괜찮아요?”

“미, 미친!”


잘려나간 사내 근처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랑이. 평소 냉정함을 잃지 않던 그녀였지만, 눈앞에서, 그것도 목에서 나온 핏물을 뒤집어 쓸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지 사색이 된 얼굴로 말을 더듬고 있었다. 물론 그 뒤에 있던 우리들 역시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썰물 들어오듯이 엄습해오는 공포심에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우리들. 나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말문을 열었다.


“... 즉사야.”


랑이는 잘린 사내의 목을 쳐다보며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깨비가 아니라 인간인 이상, 한 번 잘려나간 목을 다시 붙일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잠깐, 이 절단면... 뭔가 이상해.”

“응?”


돌연, 절단면에서 이상한 점을 찾은 랑이. 보통 사람이 목을 벨 경우, 검의 특성상 깔끔한 일직선의 형태의 절단면이 나타나야 하는데, 사내의 목의 절단면은 찢겨나간 종이처럼 울퉁불퉁하고 더러웠다. 마치 누군가가 잡아 뜯은 것처럼 말이다.


“이게 무슨...”

“주변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저, 저기!”


주위를 둘러봐도 이상한 점이 없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석오였지만, 무엇인가 찾은 듯 말을 더듬으며 한 곳을 가리키는 한량.


한량의 목소리에 동요한 우리는 반사적으로 그의 손가락 끝을 향해 시선을 옮겼고, 그 끝에는 기이하게 고개를 까닥거리고 있는 도깨비 한 마리가 있었다.


“도, 도깨비!”

“다들, 전투 준비해!”


나는 큰 소리로 단원들을 한 곳으로 모아 세웠다. 단장이 우리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준 것 중 하나가 바로, 도깨비를 만나면 흩어지지 말고 한 곳에 모여서 싸우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 뭘 들고 있는 거야?”

“사람의 목 아니야?”

“... 아무래도 12단원들의 목인 것 같아.”


한량의 말대로 무엇인가를 들고 있는 도깨비. 찢겨나간 얼굴가죽 때문에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형태상 사람의 목임에는 틀림없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말처럼 단원들의 목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럼 저게, 두 도깨비 중 하나...?”

“응. 다른 한 마리는 단장이 맡고 있는 것 같아. 이렇게 안 돌아오시는걸 보면...”

“그럼 저 괴물을 우리끼리 죽여야 되는 거야?


질색한 듯 얼굴을 잔뜩 찡그리는 한량. 나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끼, 끼긱-


나뭇가지 위에서 기이한 목소리를 내며 연신 고개를 이리저리 꺾어대는 도깨비. 전에 만났던 도깨비처럼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흰색의 장발, 5척 정도의 키, 그리고 적안을 갖고 있었다. 사냥한 인간으로부터 빼앗은 건지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손톱은 각각의 길이가 제각기로 울퉁불퉁해져 있었다.


“우웩.”

“말은, 못하는 건가?”

“아무래도 지능은 낮은 것 같아... 중하등 정도인 것 같은데?”


연신 괴이한 소리만 내며 집어든 머리의 핏물을 받아먹는 도깨비를 보며 헛구역질을 하는 한량. 나와 랑이는 침착하게 도깨비를 이리저리 뜯어보고 있었다.


“뭐, 이리 재고 있어봤자 달라지는 게 있어? 결국 저 도깨비를 죽이면 되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

“이참에 전주에 겪었던 치욕을 깨끗이 씻겨내 보자고!”

“자, 잠깐!”


석오는 무기력하게 구경만 했던 과거의 자신이 마음에 걸렸는지, 빠득빠득 주먹을 꽉 쥐고는 우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깨비를 향해 단신으로 돌진했다.


히아아아아압!-


긍재풍속도첩(兢齋風俗圖帖), 제 3장-


목동오수-


탓-


쾅-


순식간에 뛰어나가 도깨비의 몸통을 부여잡은 석오. 그 반동으로 나뭇가지 밑으로 떨어진 도깨비에게 쉴 틈도 주지 않고, 곧바로 메치기를 시도했다.


“히아아아아압!”


쾅-


허리를 말굽 모양의 교량처럼 뒤로 굽혀 도깨비를 넘겨버린 석오. 굉음과 함께 일어난 먼지구름 사이에서, 우리는 석오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석오야!”

“해치운 건가?”


몸을 풀기 위해 거대한 월도를 이리 저리 휘두르며 먼지 너머의 윤곽에 집중하는 한량.


확실히 도깨비에게는 석오의 공격이 들어간 모양이었지만, 도깨비는 아직도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끼, 끼기기긱, 끼기기기긱-


“뭐, 뭐야!”


바닥에 도깨비를 꼬라박고 다시금 자세를 고쳐 잡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던 석오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도깨비에게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석오의 야심찬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기이한 소리를 질러대던 도깨비는, 천천히 바닥에 박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역시 택도 없나...”

“우리도 공격하자!”


석오의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 공공연해진 지금, 우리는 서둘러 도깨비를 향해 돌진했다. 먼저 도깨비에게 공격을 시도한 사람은, 움직임이 가장 빨랐던 랑이였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1장-


주유청강-


재빠른 자신의 이점을 이용해 신속하게, 그러면서 부드럽게 도깨비의 목을 노리는 그녀. 다행히도 도깨비는 가만히 서 있기만 했기 때문에 칼날이 도깨비의 목에 다다랐지만, 강철과도 같이 단단한 도깨비의 살갗에 조그마한 상처조차도 생기지 않았다.


챙-


“?!”

“비켜봐!”


검이 도깨비의 목 앞에 그대로 멈춰버리자 당황한 랑이, 뒤에서 두 번째로 돌격하던 한량은

공격이 막혀버린 그녀에게 비키라고 소리를 치곤 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히아아아아압-


챙-


도깨비의 머리에 월도의 날을 수직으로 내리꽂는 한량. 굉음이 주변에 울려 퍼질 정도로 강하게 내리친 그였지만, 두개골 정 중앙에 멈춘 칼날은 도깨비에게 그 어떤 피해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했다.


“뭐, 뭣!”

“그대로 있어!”


나는 도깨비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버릴 속셈으로 정수리에 닿아있는 한량의 칼날에 추가적인 공격을 가했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3장-


무녀신무-


챙-


“크윽...”


두 칼날이 부딪혀 울려 퍼지는 굉음과 몸으로 흘러들어오는 반작용의 힘. 떨려오는 팔 때문에 잔뜩 얼굴을 일그러트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우뚝 서 있는 도깨비를 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히아아압-


퍽-


그와 동시에 뒤에서 자세를 정비하던 석오가 내지른 주먹. 도깨비와 부딪히는 마찰음이 선명하게 울려 퍼졌지만, 역시나 도깨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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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9. 전투(3) 23.01.26 21 1 6쪽
32 8. 전투(2) 23.01.23 21 1 7쪽
» 7. 전투(1) 23.01.19 20 1 7쪽
30 6. 조우(3) 23.01.17 22 0 7쪽
29 5. 조우(2) 23.01.15 27 1 6쪽
28 4. 조우(1) 23.01.13 28 1 6쪽
27 3. 환지혼(2) 23.01.11 29 1 6쪽
26 2. 환지혼(1) 23.01.09 31 1 7쪽
25 2장 1. 중중등 도깨비 23.01.07 42 1 7쪽
24 1장 마지막화. 22.11.18 93 1 7쪽
23 23. 22.11.09 73 1 10쪽
22 22. 22.11.08 78 1 10쪽
21 21. 22.11.07 79 2 9쪽
20 20. +2 22.11.03 85 2 10쪽
19 19. 22.11.01 83 2 10쪽
18 18. 22.10.31 85 2 9쪽
17 17. 22.10.28 85 2 9쪽
16 16. 22.10.27 90 2 10쪽
15 15. 22.10.26 88 2 9쪽
14 14. 22.10.24 102 1 9쪽
13 13. 22.10.19 99 2 9쪽
12 12. 22.10.17 99 2 9쪽
11 11. 22.10.15 101 2 9쪽
10 10. 22.10.10 106 2 9쪽
9 9. 22.10.08 111 2 9쪽
8 8. 22.10.03 10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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