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전투(2)
“뭐, 뭐야...”
공격을 퍼부어도 도깨비에게 단 하나의 유효타도 먹이지 못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 우리들은, 재빨리 그에게서 벗어나 다시금 경계자세를 취했다.
“저게 가능해?”
“흠집 하나 안 나다니... 얼마나 단단한 거야?”
입속에 머금은 침을 내뱉으며 장갑을 꽉 동여매는 석오. 나머지 단원들 역시 무식하게 단단한 도깨비의 육체에 경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어떻게 공략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탓-
“?!”
돌연 눈앞에서 사라진 도깨비.
이어서,
““석오야!””
퍽-
랑이와 내 외침을 듣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석오의 옆구리를 정확히 가격하는 도깨비. 우리는 가까스로 그의 움직임을 포착했지만, 석오는 대응하지 못한 채 무방비상태로 옆구리를 내줘버렸다,
“커억...!”
각혈과 함께 족히 10자는 옆으로 날아간 석오. 굵은 나무기둥에 부딪혀 더 이상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갈비뼈와 내장이 파열된 듯 쉽게 일어서지 못하고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신음을 냈다.
“야, 괜찮아?”
“조심해! 또 온다!”
달려가서 석오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금 도깨비에게 시선을 옮겨갔다.
“일단 저 개자식을 먼저 처리하자고!”
“자, 잠깐!”
옆에서 그녀의 말을 거들곤 월도를 치켜들며 도깨비를 향해 돌진하는 한량. 그는 단원이 당했다는 생각에 열이 잔뜩 받은 듯 상기된 얼굴로 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히아아아아압!-
탁-
“뭣?!”
하지만 그런 한량의 합을 한 손으로 막아버린 도깨비. 월도의 날을 부여잡은 도깨비는 이내 팔의 핏줄이 구더기처럼 튀어나올 정도로 힘을 주더니,
파직-
월도의 날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
규격 외의 힘에 화들짝 놀란 한량. 예상치 못한 괴력에 뒤로 주춤한 한량의 빈틈을, 도깨비는 놓치지 않고 그대로 그의 복부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퍼억-
“억...”
숨을 쉬는 것조차도 괴로운지 가격당한 명치 부분을 고통스럽다는 듯 부여잡은 한량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다행이도 명은 붙어있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였지만, 꽤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지 일어날 기색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한량!”
“잠깐! 흥분하지 마.”
한량까지 당해버린 이 상황에 잔뜩 흥분해버린 내 몸이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쏠리자, 랑이는 황급히 팔로 나를 저지해 나섰다.
“흥분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하지만...!”“같이 공격해보자. 일단...”
랑이는 돌격하기 전에 준비할 것이 있다며 품에서 환지혼을 꺼내들었다. 환지혼에 대해 단장이 말한 것들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을 따질 때가 아니라며 그녀는 잽싸게 약을 삼켰고, 나 역시 이에 수긍하며 재빨리 품에서 꺼내 먹어치웠다.
꿀-꺽
“?!”
환지혼을 삼킴과 동시에 몸에서 바로 반응이 왔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약효는 바로 빨라진 심장 박동이었다. 터질 듯이 빨라진 박동의 속도 때문인지 체온 또한 비약적으로 올라간 듯 했고, 거친 숨을 몰아쉬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호흡이 가팔라졌다.
“하아, 하아...”
“후우우...”
나는 랑이의 말대로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가슴팍에 손을 얹고 진정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그녀 역시 몸에 나와 비슷한 변화가 왔는지 복식호흡을 시도하고 있었다.
끼, 끼긱-
우리가 그렇게 환지혼을 먹고 난 뒤의 부작용에 휩쓸려 있을 동안, 도깨비는 고개를 기이할 정도로 옆으로 꺾어대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랑이는 이를 눈치 채곤 서둘러 돌격 자세를 잡았지만, 우리가 자세를 완벽히 고쳐 잡았을 때에는 벌써 10자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와 있었다.
“.,, 진정됐어?”
“응...”
결연한 각오와 함께 잔뜩 움켜쥐는 사인검의 손잡이.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곤 살짝 고래를 끄덕였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상의를 하지 않아도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저 도깨비를 죽이는 것.
그러기 위해선, 단장을 이기기 위해 연마했던 기술, 오늘 단장과 대련할 때 했던 ‘그’ 기술을 쓰는 방법밖에 없었다.
탓-
동시에 자리에서 도약한 우리는, 각자 왼, 오른편에서 검을 어깨 너머로 크게 치켜들며 동시에 외쳤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3장-
단오풍정-
도깨비를 중심으로 스쳐가는 바람처럼 양 옆을 엄청난 속도로 베어버린 우리. 큰 반호를 그리며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검이 도깨비의 옆을 깔끔하게 잘라내 버렸다.
촤악-
“끼이이익!”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소름끼치는 비명을 내지르는 도깨비. 이 도깨비와의 전투가 있고 나서 처음으로 들어간 유효타에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됐어!”
“기뻐하긴 일러. 다음이야”
“아, 응!”
하지만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 한 다리를 회전축으로 삼아 반원으로 돌려 다시금 몸을 도깨비 방향으로 돌리는 랑이. 한껏 기뻐하던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랑이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탓-
양 옆구리에 생긴 상처가 고통스러운 듯 양 손으로 이를 연신 매만지며 비명을 질러대는 도깨비를 보며,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랑이가 재빠르게 발을 굴러 도약했다.
이번 합동 공격에는 우리 조원들 중 가장 속도가 빠른, 랑이의 사인검에서부터 비롯됐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1장-
주유청강-
촤아악-
부상을 입은 몸을 비틀어 움직이려는 도깨비의 움직임을 원천봉쇄하려는 듯, 랑이는 도깨비의 발목을 향해 칼날을 휘둘렀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흘러들어가는 검의 궤적이 부드럽게 도깨비의 발목을 지나갔고, 그 위력을 방증하듯 도깨비의 발목에는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끼, 끼기기기긱!”
“지금이야!”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버리는 도깨비와 나를 향해 소리치는 랑이. 그녀의 뒤를 따라 달려가고 있던 나는 서둘러 도깨비의 목을 조준해 검술을 펼쳤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2장-
유곽쟁웅-
사악-
흩날리는 도포자락과 함께 몸을 빙글 회전하며 앞으로 내지르는 사인검. 도깨비의 목을 떨어뜨릴 작정으로 강하게 휘둘렀지만,
턱-
“젠장!!”
“끼, 끼긱!”
얄궂게도 반 정도만 잘려버린 목.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칼날은 목 정 중앙에 떡하니 멈춰버렸고, 도깨비는 기이하게 머리를 잔뜩 흔들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대로 있어!”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나온 탄식에도, 랑이는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도깨비를 향해 다시금 달려들며 기세좋게 외쳤다.
히아아아아압!-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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