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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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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44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2.11.08 17:35
조회
78
추천
1
글자
10쪽

22.

DUMMY

도깨비,


생명이 命(명)을 다하면 나오는 魂(혼)의 念(염)이 응집돼 생기는 귀신의 일종.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생명의 혼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단 한 개의 혼이지만 염이 너무 강해 단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런 혼들이 응집되고 응집돼 球念(구념)이라는 결정체를 만드는 것이다.


“아무래도 개성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왜 갑작스럽게 개성에 도깨비들이 많아졌는지에 대한 랑이의 질문에, 나리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 것은 차차 알아가도록 하고, 드디어 도착했구나.”

“오, 저기가!”


나리에게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그토록 염원하던 영멸청에 도달하게 됐다.


영멸청의 첫 인상은,


성.


물론 그 크기는 비할 데가 못하지만, 한양을 둘러싼 도성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정문에는 보초병 두 명이 마주보고 서 있었는데, ‘멸’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는 도복을 입은 것을 통해 영멸청 소속 단원임을 알아봤다.


“수고 많으십니다, 나리.”

“그래, 뒤에는 내가 데려온 신입들이니 들여보내주게.”

“아, 알겠습니다!”


우리를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보고 있던 초병들은 나리의 말에 곧바로 경계심을 거두곤 정문을 천천히 열었다.


끼이익-


“자, 들어가자꾸나.”


다그닥, 다그닥-


말을 타고 천천히 들어간 영멸청 내부에서, 우리의 눈에 가장 먼저 띤 것은 중앙에 있는 거대한 목조탑이었다. 총 6층으로 구성돼 있는 탑이었는데, 영멸원의 탑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누각형태의 목탑이었다. 목탑 최상단 중앙에는 ‘영멸청’ 이라는 단어가 한자로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는데,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지라 징발된 많은 백성들이 탑 위에서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와...”

“오, 엄청 크네.”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영멸원의 건물들과 비견되는 그 웅장함에 압도된 나는 무의식적으로 탄식을 내뱉었지만, 석오는 별 감흥이 없는 듯 한번 슬쩍 보고는 빌린 말을 반납하기 위해 영멸청 내부에 있는 역으로 다가갔다.


영멸청 내부에는 거대한 목조탑 이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있었는데, 용도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비석들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는 마당, 기숙사로 보이는 넓고 기다란 한옥들, 그리고 저잣거리를 연상시키는 수많은 사람들과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다.


“와, 엄청난 인파네요.”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숫자에 감탄하고 있는 한량을 보곤, 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다들 도깨비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이 안으로 들어온 게지.”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건가요? 개성은?”


랑이의 질문에 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내 친히 너희들을 데려온 것이 아니겠느냐.”


우리를 흩어보며 답했다.


“일단은 너무 걱정하지말고, 말부터 반납하자꾸나.”

“네.”


우리는 심란한 마음을 뒤로하고, 나리의 말마따나 말을 반납하러 움직였다.


그렇게 말을 반납하고 난 뒤, 우리는 나리의 인솔 하에 처음 눈길을 끌었던 큰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말하길, 일단은 도복과 검, 그리고 각종 생활용품들을 받고 난 뒤 기숙사에 짐을 정리하러 가면 된다고 했다.


“과연 어떤 검일까?”

“그러게, 아무래도 주언이 박혀있는 검이겠지?”


새로운 무기를 받는다는 생각에 들뜬 한량과 석오는 나리의 뒤를 바짝 쫓으며 따라갔고, 나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그들을 천천히 뒤따라가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응?”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내가 걱정되는 듯 랑이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들며 말을 건넸다.


“되게 심각해보여서... ㅋㅋㅋ.”

“아, 아니야. 그냥 나리의 말이 마음에 걸려서.”


장난스레 쿡쿡 웃는 랑이에게 별 일이 아니라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 손사래 치며 답했다. 그러자 랑이는


“어떤 말?”


이라고 반문하며 호기심을 가졌고, 이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금 설명하기 시작했다.


“개성에 도깨비들이 넘친다고 했었던 말이 걸려서... ‘나는 혼을 아직 다루지도 못하는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시답지 않은 걱정 같은 거야.”

“...”

“하하하... 역시 별거 아니지? 그냥 신경 쓰지...”

“아니!”


다소 멋쩍어 머리를 긁적이며 대화를 마무리하려던 찰나, 랑이가 크게 외치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곤, 다소 비장한 표정을 한 채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있으니까...!”

“...응?”


뒤편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 때문인지, 나리와 조원들의 이목은 순식간에 랑이에게 쏟아졌다. 이에 한껏 당황한 랑이는,


“아, 아니야.”


라며 내 어깨에 올린 손을 치우곤, 순식간에 나를 앞질러나갔다.


“뭐, 뭐야?”

“오~”


나리는 별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곤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앞으로 걸어 나갔고, 한량과 석오는 각각 당혹스러움과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물론 비아냥거리는 석오에게 짜증이 치밀어 올랐는지, 랑이는 그의 다리를 세게 걷어차곤 앞으로 씩씩거리며 걸어갔다.


“악! 야, 왜이래?”


석오는 그녀에게 걷어차인 곳이 아픈 듯 손으로 맞은 부위를 어루만졌고, 한량은 그럴 줄 알았다며 석오를 나무랐다.


‘그래, 정신 차리자! 랑이도 저렇게 걱정해주는데, 다른 조원들한테 폐를 끼칠 순 없지.’


한편, 나는 괜히 침울해져 있어 조원들에게 걱정만 끼친 것 같아, 주먹을 꽉 쥐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대로 조원들의 짐이 될 순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터벅, 터벅-


그렇게 당찬 각오를 마친 나는, 멈췄던 다리를 다시금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평산성의 형태를 띠고 있는 개성의 영멸청은, 본디 본부의 역할을 하던 평양의 영멸청의 역할을 이어받은 곳인 만큼 꽤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도깨비들의 침입을 의식한 듯 영멸청 주위로는 족히 10척은 되 보이는 성곽을 둘렀고, 본부는 계단식 궁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에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큰 목탑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총 2개의 문(門)이 있었는데, 각각 영방문(靈防文), 영멸청전문(靈滅廳前門)이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물론 우리가 향하는 곳은, 이 두 개의 문을 지나면 있는 영멸청 본관이었다.


“이것이 영방문. 이 곳에서는 본관으로 들어가기 위한 신분 검사를 하지. 자, 각자 마패를 꺼내 보거라.”

“네.”


나리의 명령에 따라 품에서 주섬주섬 마패를 꺼내는 조원들. 허리에 착검을 한, 영방문을 지키고 있는 단원에게 각자 마패를 보여준 우리는, 다소 손쉽게 출입을 허가받았다.


“이 마패가 곧 자신이 영멸청의 단원이라는 증표이니 꼭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거라.”


다시 한 번 마패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주는 나리.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으로 마패를 집어넣었다.


영방문의 크기는 성문보다는 작았지만, 팔작지붕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중앙에는 영방문의 문패가 걸려 있었다. 대문 바로 위와 지붕 밑에는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누각 형태로 돼 있었는데, 난간에 팔을 걸친 채 이야기를 주고받는 단원들이 몇 명 있는 것으로 보아 일종의 휴식공간이나 경계 목적으로 쓰이는 것 같았다.


터벅, 터벅-


나리를 따라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우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일렬로 쫙 늘어져 있는 가게들이었다. 가게들은 대로를 따라 양쪽으로 늘어져 있었는데, 각종 먹을거리와 장신구, 옷 등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이 곳이 바로 영방문과 영멸청전문을 연결해주는 사환대로(死還大路) 이니라.”

“이 가게들은 뭐에요?”


궁금한 마음에 랑이가 질문을 던지자, 나리가 답했다.


“영시장(靈市場)이라고 불리는, 영멸청 단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시장인 셈이지. 품질 좋은 물건들을 기존 저잣거리보다 훨씬 산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오...”


우리는 잔뜩 들뜬 마음에 대로를 걸으며 가게에서 어떤 물건을 팔고 있는지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대로의 크기는 우리 4명과 나리가 횡으로 나란히 걸어도 절반이 남을 만큼 큰 도로였지만, 영시장을 이용하는 많은 단원들로 인해 북적북적거렸다.


“확실히 사람들이 많네요.”

“대부분의 영멸청 전력들이 이곳에 와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전에 말씀하셨던...”


내 질문에 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영멸청 총 단원들 중 5할 정도가 이 곳에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될게다.”


믿기 힘든 사실을 알려주었다.


“심각하긴 한가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한 곳에 모여 있다니.”

옆에서 듣고 있던 한량이 잔뜩 심각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응, 총 5개의 지부가 있음에도 여기에만 절반의 단원들이 있는 거니까...”“짜식!”


덩달아 심각해진 나도 그의 말을 거들었지만, 석오는 내 등을 팍 치며 별 일 아니라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오히려 좋은 거 아니야? 여기서 활약하면 승진도 빠를 테고.”


라는 긍정적인 말을 내뱉었고, 랑이 역시 이에 동의하는 듯


“결국 우리의 노력에 달려있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자고.”


주먹을 쥔 채 팔을 굽혔다.


“응...”

“그래야겠지?”

“자, 드디어 두 번째 대문에 도착했구나.”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금 결의를 다지는 사이, 우리는 드디어 영멸청으로 향하는 마지막 대문인, 영멸청전문에 도착하게 됐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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