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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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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45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2.10.10 18:05
조회
106
추천
2
글자
9쪽

10.

DUMMY

우우우-

“아니 저것들이!”


관객석에서 쏟아지는 야유. 아무래도 그 대상은 랑이를 향한 것임에 틀림없다. 남, 여를 불문하고 모두 상투를 트고 있는 와중, 혼자서만 단발로 머리를 잘라버린 랑이에게는 따가운 눈총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쏟아지는 비난에 화가 난 한량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나는 서둘러 그를 제재하며 말했다.


“진정해, 이럴수록 랑이에게만 불리해져.”

“하지만...”

“걱정 마. 랑이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으니까.”


내 말대로 랑이는 확실히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무표정인 상태로 묵묵히 상대방을 향해 손을 건넬 뿐이었다.


“흥, 어이가 없군.”


상대방은 관중들의 시선을 의식하듯 랑이를 향해 건방진 태도로 일관하며 손을 내쳤다.


“자, 시작!”


상호간의 인사치레가 끝나고, 경기는 이제현 사부의 신호와 함께 시작됐다.


“단번에 끝내주지!”


유홍도 생도는 경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월도를 한 바퀴 크게 휘둘러 랑이를 향해 내질렀다.


챙-


하지만 랑이는 너무나도 여유롭게 그 공격을 한 손으로 잡은 사인검으로 막아내 버렸다.


엄청난 체격차이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상대방의 일격을 막아낸 랑이의 합에, 전 관객의 시선이 집중됐다. 랑이를 향해 쏟아지던 비난과 야유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경기장에는 고요한 침묵만이 잔잔히 깔렸다.




***




“혼을 담았군.”

“혼을 담았다뇨? 저 검에 말입니까?”


이제현의 한 마디에 척완주는 깜짝 놀라 되물었고, 이제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주술’도 걸지 않은 검에 말이다. 꽤나 재능이 있는 녀석이군.”

“...”


사람의 몸에 흐르는 혼을 무기 또는 신체에 담기 위해 주술사들은 대장장이가 만든 무기에 주구를 통해 주술을 불어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영멸청 단원들이 들고 다니는 무기들에는 모두 주술사들이 새겨 넣는 글씨인 ‘주언’ 박혀 있는 것이다.


이 ‘주언’은 사용자의 혼이 무기에 흐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매제 역할을 해줄 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검술을 구현화 시켜주는 일도 해준다.


그래서 일반적인 무기, 즉 ‘주언’ 새겨 있지 않는 무기에 자신의 혼을 싣는다는 것은 재능 또는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고, 그 놀라운 일을 랑이는 지금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제 막 영멸원에 들어온 이 랑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녀는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임이 틀림없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군. ‘혼’을 다루는 방법을.”

“... 확실히 사부님 말대로라면 대단한 녀석이긴 하네요.”


척완주는 사부의 말을 듣고는, 이 랑의 모습을 다시금 집중해서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 이 년이!”


단순히 완력으로 밀린다고 생각한 유홍도 생도는 잔뜩 볼이 상기된 채 더욱 힘으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 랑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한 손으로 그의 공격을 막아내더니,


챙-


가뿐히 그의 월도를 밀어내 자세를 무너뜨렸다. 엄청난 힘의 반작용으로 휘청거리는 그에게 랑이는 발길질로 복부를 걷어차 쓰러트리곤,


쾅-


스윽-


사인검을 그의 안면에 위협적으로 갖다 댔다.


“이번 결투의 승자는 ‘축’ 조의 이 랑!”


...-


“랑이야!”


예상치도 못한 결과인지 이제현의 결과 발표에도 관중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오직 같은 조 녀석들만 그녀의 이름을 외쳐댔다.




***




“어떻게 한 거야?”

“대단한걸. 힘으로 넘어뜨리다니.”

“... 몰라, 나도.”


나와 한량의 호들갑에 랑이는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냥, 질 것 같지는 않았어.”

“그것도 사인검으로 월도를...”

“그래도 너무 부담감 갖지는 마, 아직 나도 남아있으니까.”


나는 우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랑이가 부담감을 갖지는 않을까 걱정돼, 괜스레 마지막 경기에 대한 긴장감을 없애주려고 노력했다.


“... 응, 그래도 최선을 다 해볼게.”

“그래!”


랑이는 환하게 웃는 내 모습에, 따라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경기장으로 걸어 나갔다.


“마지막 녀석은... 환도네.”

“응, 가장 보편적인 무기지.”


‘자’ 조의 마지막 생도인 상대방이 들고 있는 무기는 조선군이 흔히들 사용하는 환도였다. 보편적인 무기인 만큼 사용감이 좋고 다양한 검술들이 개발돼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자, 시작!”


흐이아아압!-


챙-


맹렬한 기세와 함께 달려드는 상대방, 랑이는 역시나 손쉽게 막아낸다.


챙, 챙, 챙, 챙 -


무차별, 불규칙적으로 공격해대는 상대방의 공격을 전 경기와 동일하게 한 손으로만 잡은 사인검으로 막아내는 랑이. 있는 힘껏 내려치는 상대방은 점점 지치기 시작한다.


“하아, 하아...”

“...”

“괴물같은 녀석. 넌 왜 지치지도 않는 거지?”


그렇게 내리 1분 동안 맹공을 퍼붓던 상대방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랑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넌 왜 지치는 거지?”

“... 건방진 녀석.”


랑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진난만하게 되묻자, 상대방은 바닥에 침을 내뱉곤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챙, 챙-


하지만 바뀔 리 없는 흐름. 랑이는 그렇게 한참동안 공격만 받아내다가 상대방의 빈틈을 발견하곤 재빠르게 목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었다.


“정지!”


상대방이 내려치기 위해 환도를 정수리 부분에 올렸을 무렵, 랑이의 사인검은 이미 상대방의 목 언저리에 위치해 있었다. 이에 이제현 사부는 황급히 시합을 중지시키곤, 랑이가 승리했음을 공공연하게 표했다.


“이번 결투의 승자는 ‘축’ 조의 이 랑!”


...-

“와아아!”


역시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관중. 이에 우리는 더 큰 목소리로 랑이를 향해 손을 흔들며 기쁨을 나눴고, 랑이 역시 우리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




오전에 있던 경기에서 총 6개의 승리조가 결정됐다.


우리 조인 ‘축’조와 ‘묘’, ‘진’, ‘오’, ‘유’ ‘해’의 다섯 조가 승리의 결실을 맺었는데, 이 6개의 조들은 오후에 조 순서대로 맞붙어 3개의 조로 간추린다. 이어서 한 개의 조는 ‘사부’들의 추천에 따라 부전승으로 올라가고, 나머지 두 조 중 승리한 한 조가 올라가 마지막 조와 1등을 겨루게 된다.


비록 자신이 속한 조가 승리하지 못했어도, 관중석에 앉아있는 수많은 생도들과 사부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특히 ‘진’ 조의 그 사내가 나타가 검을 휘두를 때면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탄식했고, 결투가 그의 승리로 결착이 났을 때에는 영멸원 전체가 떠내려갈 정도로 환호성을 질러댔다.


한편, 오전에서 승리를 따낸 우리는 맛있게 점심을 먹은 뒤, 경기장 뒤편에서 오후에 있을 결투를 대비하고 있었다.


“어때, 나갈 수 있겠어?”

“그럼! 몸 하나는 튼튼하다고.”


방금 의식을 차린 석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른쪽 팔을 윙윙 휘두르며 말했다.


“상태가 이상해지면 바로 말하고.”

“알았어, 하지만 정말 괜찮은걸?”


한량이 꽤나 걱정스러워하자 석오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후에는 우리 연이가 활약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어? ...응! 오전에는 한 경기도 치루지 못했으니까. 앞으로 있을 결투는 내게 맡겨.”


앞서 있었던 조원들의 활약으로 결투에 나가지 못했던 나는 석오에 말에 긍정하며 답했다.


“그래, 다들 순위권을 향해 조금만 더 힘내보자.”

“응.”

“자, 다들 손 모으고.”


랑이의 진두지휘 하에 중앙으로 손을 모은 우리는,


하나, 둘, 셋-


아자, 아자!-


힘찬 구호와 함께 결의를 다졌다.




***




대진표는 역시나 조 순서대로, 우리 ‘축’조는 ‘묘’조와, ‘진’조는 ‘오’조, 마지막으로 ‘유’조는 ‘해’조와 맞서게 됐다.


‘묘’조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만큼, 우리 모두 더욱 투지로 불타올랐다.


“저 재수 없는 자식들한테 한 방 먹이고 오라고!”

“ㅋㅋㅋ 깜짝 놀라지나 마라.”


석오는 우리의 응원에 크게 웃고는 경기장 중앙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갔다.


“뭐야, 이 더러운 평민이랑 칼을 맞대야 되는 거야?”

“뭐?”


역시나 보자마자 시비를 걸어오는 상대방. 또 잔뜩 화가 오른 석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되묻는다.


“ㅋㅋㅋㅋㅋ, 역시 짐승마냥 흥분 하나는 잘 하는 군.”

“이 개자식이!”

“워, 진정하라고. 단독으로 먼저 공격하면 실격인건 알고는 있는 거지?”

“... 젠장!”


석오는 달아오르는 몸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곤, 잡아든 멱살을 다시 내려놨다. 이에 상대방은 더럽다는 듯 옷을 손으로 탁탁 털고는 조소를 띠며 말했다.


“뭐, 천천히 교육시켜 줄 테니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너는 꼭 내가 이긴다.”

“ㅋㅋㅋㅋㅋ.”

“자, 시작!”


그렇게 이제현 사부의 신호와 함께, 치열한 결투가 시작됐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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