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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38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2.10.26 17:20
조회
88
추천
2
글자
9쪽

15.

DUMMY

“뭐, 뭐야? 이 사람은? 네가 한 짓이야?”

“사람? ㅋㅋㅋ.”


그는 내 질문에 한심하다는 듯 비아냥거리더니,


“저건 사람이 아니야, 도깨비지.”


라는 충격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도, 도깨비라고?”

“그럼! 내가 사역하고 있는 도깨비지.”

“... 사역이라니?”


묘 조원들 중 가장 지위가 높아 보이는 한 남자가 기이한 형태를 한 채 서 있는 도깨비의 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주구(呪具)를 통해 도깨비를 조종한다고 할 수 있지.”

“그게 가능한 거야?”


그가 내뱉는 말들이 믿겨지지 않아 재차 되묻자,


“그럼, 너희 같은 하등한 녀석들은 상상도 못할 것들이지.”


라는 냉소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곤 조소를 띠며 나를 가리키더니 도깨비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도깨비는 내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는 소리지. 뭐, 이를테면,”

“...?”

“저 천한 것을 먹어치워라.”


끼이이이이이이이익!-


“크윽...”


엄청난 굉음소리에 반사적으로 귀를 막은 나를 빤히 쳐다보는 도깨비는, 이어서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자, 잠깐!”

“ㅋㅋㅋㅋㅋ, 열심히 도망쳐 보라고.”


저벅, 저벅-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오던 도깨비는,


저벅-


탓-


돌연 엄청난 속도와 함께 이제 막 일어선 내게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채앵-


“윽...”


수련을 위해 가져온 사인검으로 간신히 도깨비가 뻗은 손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근력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 몸이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ㅋㅋㅋㅋ, 고작 생도인 네가 중하등의 도깨비를 검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젠장...!”


촤아악-


확실이 그의 말대로 점점 밀려나기 시작한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해 몸을 비틀어 도깨비를 밀쳐냈다.


끼이이이익-


반작용의 힘으로 바닥에 쓰러져 버린 도깨비는, 기형적인 소리와 함께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아직 내 몸 안에 있는 혼을 다루지 못하는 나로선, 이 도깨비에게 어떠한 공격을 가해도 치명타를 줄 수가 없다.


‘도망쳐야 되나?’

“ㅋㅋㅋㅋㅋ, 역시 주제에 맞게 바닥을 기어야지, 암!”

“ㅋㅋㅋㅋㅋ, 맞습니다!”


잠시 도망쳐버릴까 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태평하게 팔짱을 낀 채 비아냥거리는 진 조원들을 보자니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꽁무니 빠지게 도망쳐 버린다면, 앞으로 영멸원에 다닐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 젠장!”


나는 사인검을 두 손으로 꽉 쥔 채, 다시금 나를 향해 덤벼드는 도깨비를 향해 겨눴다.


그렇다, 나는 이 도깨비를


쓰러트릴 생각이다.




***




똑, 똑, 똑-


“...?”


모두가 잠들 시간,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끼이익-


귀찮지만 얕은 잠에서 깨어난 랑이는,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 뭐야?”


고개를 돌려 양 쪽을 확인해 봤지만 문을 두드린 범인은 보이지 않았고, 살짝 짜증이 난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으려고 했다.


“... 어?”


그렇게 문을 닫던 그녀가 손을 멈춘 이유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 한 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종이를 집곤, 쓰여 있는 글씨를 차근차근히 읽어봤다.


“이 연을... 납치했다? ... 찾고 싶으면 무도장 뒤편 산 쪽으로 오라고? 하.”


종이에 적혀있는 어이없는 내용에 실소가 나와버린 그녀,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종이를 찢으려던 찰나,


‘... 확인만 해 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 이 연이 살고 있는 방으로 걸어가 문을 두드려 봤다. 이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다시 방에 들어갔다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똑, 똑, 똑-


...-


똑, 똑, 똑-


...-


연신 두드려봐도 아무런 답이 없는 연이. ‘혹시나 깊게 잠들었나?’ 라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는 랑이는, 그 방 안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곤 탄식을 내뱉었다.


“... 설마!”


짚이는 인물들이 있는 모양인지, 랑이는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나갈 채비를 하였다.




***




챙-


“크윽...”

“어때, 받아치는 것만 해도 벅차지? ㅋㅋㅋㅋㅋ.”

“... 닥쳐!”


히아아아압!-


잔뜩 힘을 줘 나를 잡아먹을 듯이 달려든 도깨비를 밀쳐내곤, 자세를 고쳐 잡았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1장-


임하투호-


촤아악-


끼이이이익!-


재빠르게 도깨비의 복부를 가르며 돌진. 도깨비는 고통스러운지 괴기한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ㅋㅋㅋㅋㅋ, 소용없다고. 혼도 다루지 못하는 네 녀석으론.”

“... 젠장.”


확실하게 도깨비를 베었을 참이었지만, 어느새 다 나아버렸는지 벤 흔적은 도깨비 몸 그 어디에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하긴, 너네같이 혼도 못 다루는 천한 것들이 도깨비를 잡는 방법이 있긴 하지. 구념을 부시는 거였나?”


묘 조원 중 한명인 그의 말대로, 혼을 다루지 못하는 생도들도 도깨비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바로 구념(球念)을 부시는 것.


모든 도깨비들의 몸에는 자신의 혼을 담아두는 구슬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 구술을 바로 구념이라고 부른다.


크기와 색깔은 도깨비마다 제각기 다르지만, 모양은 모두 둥근 구슬 모양이라고 하여 '구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모든 도깨비들은 바로 이 구념이라는 것으로부터 기인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명치와도 같은 구념이 부셔진다면 도깨비 그 자신 역시 없어지게 된다.


“문제는...”

“그걸 네놈 같은 천한 것이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곳에 있지 않는다는 거겠지, ㅋㅋㅋ.”


그의 말대로 구념은 도깨비의 몸 어딘가에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것. 즉, 어느 특정한 장소에 있다고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도깨비의 등급이 올라갈수록 그 강도도 강하고 크기도 작기 때문에, 도깨비 몸속의 구념을 찾아내서 부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네놈은 이제 저세상행이라는 거지!”


챙, 챙, 챙-


전나무들 사이로 몸을 숨기며 정신없이 나를 향해 돌격하는 도깨비. 간신히 눈으로 쫓아 막아내곤 있지만, 이대로라면 한계에 다다른다는 것쯤은 뻔 한 수순이다.


촤아악-


“크윽...”


미처 막아내지 못한 도깨비의 한 합. 결국 내 복부 쪽에 도깨비의 손톱자국이 남겨져 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꼴좋다는 듯 웃어대는 묘 조원들. 나는 꽤나 깊게 베인 상처 부분을 애써 외면한 채, 다시금 도깨비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았다. 상처 부위로 흐르는 피는 내 옷을 조금씩 적셔오기 시작했지만. 이를 신경 쓰고 있을 틈은 없었기 때문이다.


챙, 챙-


“하아, 하아...”


지치지도 않는지 나무들 사이를 재빠르게 왔다 갔다 하며 맹렬히 돌진해대는 도깨비.


‘더 이상 이렇게 받아치기만 해서는 답이 없어...!’


스윽-


나는 잔뜩 치켜들었었던 검을 내려놓곤, 지그시 눈을 감았다.


“ㅋㅋㅋㅋ, 드디어 포기한 거냐?”


후우우-


그의 조롱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경을 검 한 군데에 집중시켰다.


그 다음, 도깨비가 돌진해오는 순간에 맞춰 깊게 숨을 내쉬곤, 낮게 읊조렸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2장-


청루소일-


도깨비가 돌진함과 동시에 간결하게 내지른 검.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듯 치켜든 검에 도깨비는 그만 반으로 갈라지고야 말았다.


끼이이이익!-


“?!”


마냥 웃고만 있던 그들은 깜짝 놀라 당황해했고, 나는 숨을 고르며 반쪽이 된 도깨비에게 칼을 겨누고 있었다.


“후우...”

“저 녀석, 벌써 2장을...?”

“... 괜찮아. 혼을 담지 않았어. 저걸 보라고!”


예상치 못한 내 검술에 당황해 수군수군 거렸던 그들은, 반이 갈라졌던 도깨비가 서서히 하나로 다시 붙어지는 걸 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역시 혼을 담지 않으면 도깨비를 죽일 수 없는건가!’


“흥, 운이 좋게 검술이 잘 들어간 모양이지만, 아쉽게도 구념은 가르지 못한 모양이로구나. 이제 어쩔 것이냐?”

“ㅋㅋㅋㅋㅋ, 곧 죽을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형님.”


끼이이이익-


어느새 완전히 회복한 도깨비는, 기이한 소리와 함께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전 공격에 꽤나 당황한 듯, 내 검 끝을 잔뜩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젠장, 이제 어떡하면 좋지?’


나는 몸에 무리가 간 듯 떨려오는 손을 애써 외면하며 깊은 고뇌에 빠졌다.


이 몸 상태라면 조만간 한계에 봉착할 것이 틀림없다.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타앗-


“괜찮아?”

“... 어떻게?”


깜짝 놀란 나를 뒤로하곤, 순식간에 내 앞에 나타나 도깨비를 향해 검을 겨눈 이는,


다름 아닌 랑이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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