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41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2.10.19 17:40
조회
99
추천
2
글자
9쪽

13.

DUMMY

*** 2주일 전,




“사부님, 어쩐 일이십니까?”


척 사부의 부름에 무도장 뒤편 산 속으로 들어온 나는, 멀리서 그를 발견하곤 뛰어가 말했다.


“저번 입교 시험때 말이다.”

“입교 시험?”

“그래, 네가 쓴 검술 말이다. 혹시 어디서 본 것이냐?”

“... 마지막에 나눴던 그 검술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척사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우연치 않게 보게 됐습니다. 산 속에서 도깨비랑 만났을 때, 저를 구해준 한 여인이 썼던 검술입니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밥을 먹으려 해도 항상 그 검술이 눈에서 아른거립니다. 만월 아래에서 아름답고 부드럽게 가로지르던... 아무래도 무심코 동경해 버리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여인을 말이냐?”

“네, 그래서 저도 꼭 써보고 싶어서 흉내 내 보았습니다만... 마음먹은 대로 검이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지.”


척 사부는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답했다.


“그 검술은 사인검으로 펼칠 수 있는 혜원전신첩 중 5장에 해당되는 검술이다. 10년을 넘게 수련해도 흉내 내기는커녕 눈으로 쫓기도 힘든 검술인데, 그 검술을 한 번 본 것으로 따라하다니.”

“... 그렇게 대단한 것이었습니까?”

“그럼, 물론 아직 한 참 멀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척 사부는 본론으로 넘어가려는 듯 헛기침을 하곤 다시금 말문을 열었다.


“네 녀석이 눈은 좋은 모양이니 내 검술을 눈에 담아 보거라. 2장까지는 나도 할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정말인 것입니까?”

“그럼. 흔치 않은 기회니 부지런히 배우도록.”

“알겠습니다!”


잔뜩 신이 난 나는 두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쥔 채 크게 소리쳤고, 척사부는 그런 내가 만족스럽다는 듯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 다시 결투장 안으로,




“...”

“하아, 하아...”


나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고 있었고, 얕지만 복부 쪽에 상처를 입은 박 귀는 당황한 듯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너, 어째서 이 기술을?!”

“...”


나는 커져만 가는 심장박동 소리에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쿵, 쿵, 쿵-


당장이라도 찢겨져 나갈 것만 같은 근육들, 맹렬하게 박동하는 심장. 분에 맞지 않는 기술들을 연달아 사용해 몸에 무리가 온 모양이다.


“...”


박 귀는 그런 나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흘겨보고는, 다시금 자세를 고쳐 잡았다. 아무래도 이 번 한 합으로 나를 쓰러트릴 속셈이다.


‘어떡하지? 이젠 한계야...’


상대방을 향해 검을 겨누려고 해봐도 팔이 움직이지가 않는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힘을 줘 봐도 팔은 움직이지 않았고, 아슬아슬하게 검을 잡고 있는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박 귀는 전력으로 달려들 작정인지, 등 뒤에 차고 있던 단검 하나를 꺼내들어 양 손에 두 검을 들곤, 나를 향해 x자 모양으로 겹쳐 겨누었다.


‘... 나도 반격을 해야 되는...!’


“전력으로 승부해주지.”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1장-


쌍검대무-


비장한 말과 함께 나를 향해 달려드는 박 귀. 나는 결국 검을 들지 않기로 한다.


챙-


“?!”


내가 검을 땅바닥에 떨어뜨리자 흠칫 놀란 듯한 박 귀. 하지만 구태여 연연하지 않고 다시 나를 향해 돌진했다.


긍재풍속도첩(兢齋風俗圖帖), 제 3장-


목동오수-


나는 석오의 경기에서 본 그의 무술을 따라해 보기로 결심했다. 움직여지지 않는 팔은 내버려 둔 채, 모든 힘을 다리에 집중시키곤 그 자리에서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아 달려드는 박 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뭣?!”


히아아아아앗!-


예상치 못한 내 공격에 당황해하는 박 귀, 나는 기합을 지르며 너덜너덜한 다리를 움직인다.


챙-


털썩-


“크윽...”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서로가 반작용의 힘으로 나가 떨어졌다. 박 귀는 서둘러 손으로 땅을 짚곤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이제 더 이상 남아있는 힘이 없던 나는 경기장 바닥에 누워있을 뿐이었다.


“승자는, ‘진’조의 박귀!”


와아아아-


이제현 사부의 선언과 함께 관중들의 환호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




무도장에서 한바탕 무술대회가 끝나고, 아쉽게도 초급생들 중 2등을 차지한 우리 조는 중급생들간의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해 잔뜩 풀이 죽어있었다. 아무래도 박 귀가 속한 ‘진’조만이 중급생들과 11일에 경기를 치루는 모양이다.


옷을 입고 있어서 티는 나지 않았지만, 아직 상처가 다 낫지는 않았는지 석오는 복부 쪽에 붕대를 감고 있는 상태였고, 한량 역시 다리 쪽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리 실망할 것 없다. 벌써 너희들은 5점의 점수를 얻지 않았느냐. 앞으로 노력하기에 달려있는 법.”

“맞아, 애들아. 초급생들 사이에서 2등도 엄청나게 잘한 거라니까?”


나는 척사부의 말에 호응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 내가 그리 허무하게 당하지만 않았어도.”

“아니, 내가 그 재수 없는 녀석이랑 비기지만 않았어도...”

“...”


한량과 석오, 그리고 랑이는 각각 자신들이 치렀던 경기가 아쉬웠는지 연신 한숨을 쉬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들의 기운을 차리게 해주고 싶어 분위기를 띄어보기 위해 노력했다.


“자자, 지난 일들은 잊고... 사부님 말대로 소중하게 얻은 이 5점에 의의를 두자고!”

“맞아, 이렇게 후회만 해봤자 달라질 건 없어.”


랑이는 내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응.”

“...”


한량과 석오 역시 못 이기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척사부는 이런 암울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박수를 치며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아무튼 이번 5월에는 각자 대회 간 생긴 부상을 치료하는데 전념하도록. 6월 달에는 전체적인 평가가 있을 테니 틈틈이 준비들 해두고.”

“평가요?”


휘둥그레진 눈으로 묻자, 척사부는 어이가 없다는 듯 답했다.


“전에 말했지 않느냐. 영멸원에서는 매 6, 12월에 시험을 본다고. 이 시험에서도 고득점을 받는다면 점수를 얻을 수 있으니 열심히 준비하라고 일러줬을 텐데.”

“네, 확실히 그러셨어요.”

““뭐?””


랑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척사부의 말에 긍정했지만, 한량과 석오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하아.”

“하하하...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되니까!”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지며 한숨을 쉬는 랑이, 나는 열심히 노력하자는 의미로 불끈 쥔 주먹을 연신 흔들었다.


“그럼 이번 시험 역시 조 단위로 점수를 받는 건가요?”

“물론. 1등부터 3등까지 각각 10, 7, 5점을 받게 돼 있지.”

“시, 십점?!”


예상치 못한 고점에 한량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그래, 어찌 보면 무술대회보다도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지.”

“혹시 시험에서는 어떤 걸 평가받는 거죠?”

“필기와 실기.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고 말했었잖니.”


다소 천진난만하게 물은 내 질문에 랑이는 척사부 대신 답했고, 척사부는 그녀의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문영당과 무영당에서 공부해온 것들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 말은... 전부 다 공부해야 된다는...?”

“아무래도 고득점을 노리려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

““흐아아...””


석오와 한량은 괴롭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고, 나는 한껏 좌절하고 있는 애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같이 공부하면 되지. 랑이도 도와준다고 하니까, 힘내보자고!”

“... 뭐?”


랑이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나를 째려봤지만, 나는 그런 그녀가 거절할 수 없도록 환한 미소만을 보였다.


“하아... 알겠어.”


랑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끄덕였다.




***




얼떨결에 4명이 모여서 공부를 하기로 결정이 난 우리 조원들은, 점심시간에 남는 자투리시간이나 오후 수업이 끝난 뒤 기숙사에서 모여 틈틈이 공부를 진행했다.


모이는 기숙사 방은 주로 내 방이나 한 량의 방이었는데, 석오의 방은 너무 더러워서 모이기가 힘들었고, 랑이의 방은 방주인이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관복의 색 순서가... 백색, 비색...?”

“아니, 순서대로 백색, 자색, 비색, 청색, 황색! 얼마나 더 외우는데 시간이 필요한 거야?”

“미, 미안...”


석오는 외우는 것이 서툴러 랑이한테 한껏 구박받고 있었고, 나는 어린 양처럼 순순히 랑이의 말을 따르는 석오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종종 웃음을 터트렸다.


“저기, 연이야. 영멸청의 총 인원은 500명이였지?”

“응. 평안도, 함경도, 전라도, 경상도와 더불어 한양까지 총 5군데에 위치해 있다고 했지 아마?”

“맞다, 그랬었지!”


내 대답에 한량은 손뼉을 짝 치며 다시금 공부에 매진했다.


이렇듯 나와 랑이가 한량과 석오의 공부를 도와주며 6월달에 있을 시험을 차근차근히 준비해 나갔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선도깨비실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관련 공지(수정) 22.09.30 100 0 -
33 9. 전투(3) 23.01.26 21 1 6쪽
32 8. 전투(2) 23.01.23 21 1 7쪽
31 7. 전투(1) 23.01.19 21 1 7쪽
30 6. 조우(3) 23.01.17 22 0 7쪽
29 5. 조우(2) 23.01.15 27 1 6쪽
28 4. 조우(1) 23.01.13 28 1 6쪽
27 3. 환지혼(2) 23.01.11 29 1 6쪽
26 2. 환지혼(1) 23.01.09 31 1 7쪽
25 2장 1. 중중등 도깨비 23.01.07 42 1 7쪽
24 1장 마지막화. 22.11.18 94 1 7쪽
23 23. 22.11.09 73 1 10쪽
22 22. 22.11.08 78 1 10쪽
21 21. 22.11.07 79 2 9쪽
20 20. +2 22.11.03 85 2 10쪽
19 19. 22.11.01 84 2 10쪽
18 18. 22.10.31 85 2 9쪽
17 17. 22.10.28 85 2 9쪽
16 16. 22.10.27 90 2 10쪽
15 15. 22.10.26 89 2 9쪽
14 14. 22.10.24 102 1 9쪽
» 13. 22.10.19 100 2 9쪽
12 12. 22.10.17 99 2 9쪽
11 11. 22.10.15 101 2 9쪽
10 10. 22.10.10 106 2 9쪽
9 9. 22.10.08 111 2 9쪽
8 8. 22.10.03 108 1 9쪽
7 7. 22.10.01 123 2 9쪽
6 6. 22.09.25 134 2 9쪽
5 5. 22.09.24 156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