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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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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36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2.10.01 12:35
조회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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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7.

DUMMY

처음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무영당 2층의 ‘의감소’라는 곳이었다. 이 곳에는 과거 내의원이나 혜민서에서 진료를 봤었던 의원들 4명이 있었는데, 생도들이 다쳤을 때 이를 치료하거나 오늘과 같은, 건강상태를 진료하는 일을 하는 모양이다.


의원들은 신장을 재거나 맥을 짚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들의 건강상태를 측정했다. 우리 조원들은 물론 다른 조의 생도들 역시 진료를 보기 위해 의감소에 모였다.


진료를 보는 와중 점심시간에 싸웠던 ‘묘’ 조의 조원들과 마주치긴 했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별 일은 없었다. 물론 경멸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긴 했지만 말이다.


의감소에서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난 뒤, 우리는 무영당 뒤편의 ‘무도문’이라는 대문을 지나 무도장으로 향했다. 나와 석오가 맨 처음 입교시험을 보기 위해 모였던 장소 말이다.


“자, 지금부터 신체 등급 측정을 시작한다. 처음은 근력, 그 다음은 체력을 측정할 예정이니 몸을 풀고 있도록.”

“네!”


척사부의 진두지휘 하에 우리는 사부 앞으로 일렬로 나란히 서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척사부의 옆에는 자그마한 탁자가 설치돼 있었는데, 붓과 벼루, 그리고 우리 조원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종이가 올려 있었다.


척사부는 벼루에 먹을 갈고는, 다시금 우리 조원들이 서 있는 곳 앞으로 걸어와 자세부터 측정 방법까지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줬다.


“자, 모두 두 손을 땅에 짚은 채로 엎드리도록.”

“네?”

“... 이렇게 말이다.”


척사부는 우리가 이해하기 쉽도록 직접 시범을 보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자세로 팔을 굽혔다 펴기를 십 회 실시한다. 그 다음부터는 이 옆에 있는 쌀가마니를 등 위에 하나씩 올리며 반복적으로 십 회씩 실시한다.”

“... 저 쌀가마니를?”

“왜, 할 만한데?”


척사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수십 개의 쌀가마니가 잔뜩 쌓여져 있었고, 이에 나는 흠칫 놀라 반응했다. 물론 석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코웃음치기에 바빴지만 말이다.


“걱정하진 말거라, 본디 쌀가마니와는 달리 20근(12kg)도 채 되지 않으니 말이다. 자. 모두 엎드리도록.”

“...네”

“네!”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며 나와 석오, 한량, 그리고 랑이는 손바닥을 바닥에 짚은 채 일렬로 엎드렸다. 그리곤,


“자, 지금부터 십 회 실시한다.”


라는 척사부의 명령 하에 팔을 굽혔다 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처음 십 회는 네 명의 조원들 모두 무리 없이 잘 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쌀가마니가 등 위에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고통으로 가득 찬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크윽.”

“...”


털썩-


가장 먼저 탈락한 것은 랑이와 나였다. 쌀가마니 2개가 올라가자, 그만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게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나는 조원들 중 가장 먼저 탈락한 결과에 부끄러워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랑이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을 뿐 별다른 동요를 보이진 않았다.


그 후로, 네 가마니 째에는 한량이, 여섯 가마니 째에는 석오가 탈락했다. 꽤나 놀라운 기록임에도 석오는 아쉬운 듯 혀를 차며 씩씩거렸다.


“하아, 하아... 젠장, 평소에 운동 좀 할걸.”

“...”

“자, 다음으로는 체력 측정이 있을 테니 잠시 목이나 축이고 있어라.”


척사부는 조원들이 힘들어 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등급 측정 전에 미리 우물에서 퍼왔던 물을 어디선가 가져와 우리 앞에 놔두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이런 척사부의 배려에 일동 감사를 표하며 차례대로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




체력측정은 무도장 뒤편에 있는 작은 산을 한 바퀴 도는 것을 기준으로 하기로 했는데, 조 단위로 측정하는 모양인지 출발지점에는 12개의 모래시계가 놓아져 있었다.


“각 조는 일정한 간격마다 출발하여 이 산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체력을 측정하겠다. 각 조가 출발할 때마다 지정된 모래시계를 돌려놓을테니 안심하고 달리도록.”

“네!”


모든 사부들을 대표하여 척사부는 출발지점 앞에서 생도들에게 측정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고, 곧이어 체력측정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기세등등하게 달려나갔지만, 동산이라도 산은 산인 모양인지 달릴수록 숨이 가파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나무뿌리와 거센 풀들은 나를 끈질기게 괴롭혔고, 갈수록 높아지는 고지의 영향 탓인지 숨소리는 점차 날카로워졌다.


우여곡절끝에 완주를 성공하긴 했지만, 우리 조에서 가장 늦게 들어온 모양인지 이미 석오와 한량, 랑이는 측정을 마치고 앉아서 쉬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우리 조의 맨 끝 줄로 터벅터벅 걸어가 주저앉고는 숨을 골랐다.


“하아, 하아.”

“ㅋㅋㅋㅋㅋ 괜찮아? 너한테는 버거웠을 것 같은데.”

“... 버틸만 해.”


조롱섞인 석오의 물음에 짧게 대답한 채 옆에 구비돼 있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렇게 모든 조의 체력측정이 마치고, 우리는 척사부의 진두지휘하에 해산하여 동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자,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그 다음날 아침, 문영당에 모인 우리 앞에서 척사부는 종이 한 장을 꺼내들었다.


“어제 있었던 신체등급 결과를 발표하겠다.”

“오, 드디어!”


석오는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척사부가 든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물론 나는 결과가 처참할 것임을 직감하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석오, 연, 랑, 한량 순서대로 말해주마.”

“네!”


한량도 내심 기대되는 듯 석오와 함께 힘차게 대답했다.


“중상등, 중하등, 중등, 중등. 이상이다.”

“중상등?”


석오는 예상외로 낮게 나온 체력측정 결과에 불만족스럽다는 듯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뭐, 불만이 없을리는... 없겠지만 이 결과 내용이 너희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가할 순 없으니 진정하고.”

“... 쳇, 상등일 줄 알았더만.”

“그러게, 이쯤되면 누가 상등을 받았는지 궁금한걸.”


한량 역시 내심 불만이 있는 듯 석오의 말을 거들었다.


“아, 참고로 상등은 이번 입교생들 중 단 한명 뿐이었다.”

“단 한명이요?”


우리는 깜짝 놀라 되묻자 척사부는 고개를 끄덕이곤 귀찮다는 듯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그래, 입교시험 때 사부를 이긴 그 놈 말이다. 뭐, 논외인 녀석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도록.”

“젠장, 얼마나 괴물같은 녀석인거야.”


석오는 혀를 차며 투덜거렸다.


“이번 교육시간에는 작일 말했던 ‘도깨비를 죽이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 아마 우리 몸 안에 흐르는 혼을 이용하는 거였죠?”


랑이가 묻자, 척사부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일단은 너희들이 사용할 무기에 대해 설명해주지.”

“무기요?”


달그락-


척사부는 방 뒤편에 놓아져있던 보따리를 우리 앞으로 끌고와서는 매듭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보따리를 열자 안에는 크고 긴 검부터 그때 그 여인이 쓰던 검까지 다양한 무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단 천천히 둘러보고,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골라보거라. 물론 고르지 않아도 되고.”

“네!”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기들의 모양에 우리는 고양된 표정을 한 채 무기를 둘러보기에 바빴다.


당연스럽게도 나는 그 여인이 쓰던 무기인 사인검을 단번에 집어들었다. 영멸청에 들어가고 싶은 이유도, 이 영멸원에 내가 있는 이유도 모두 그 여인 때문이였기 때문이다.


한량은 맨 처음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길고 거대한 검을 집어들었는데, 사부님의 말로는 ‘월도’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칼날은 반달 모양처럼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있었고, 이를 지탱하는 손잡이 부분은 창과 같은 부류처럼 길고 곧았다.


랑이는 나와 같은 사인검을 집어들었고, 석오는... 고민이 되는 듯 어떠한 무기도 들지 않은 채 턱을 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척사부는 그런 석오를 바라보더니,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맘에 드는 것이 없으면 고르지 않아도 된다. 맨 손으로도 싸울 수 있으니 말이다.”

“맨손이요?”


예상치 못한 사부의 말에 놀란 석오는 되물었다.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우리 역시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다. 맨손으로 싸울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네 혼의 흐름을 주먹이나 다리에 집중시켜 도깨비에 타격만 줄 수 있다면, 때로는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실제로 맨손으로 싸우는 단원들도 존재하고.”

“...”


석오는 사부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이내


“그럼, 전 맨손으로 싸우겠습니다.”


라는 결의에 찬 대답을 내뱉었고, 사부는 흡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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