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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04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3.01.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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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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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9. 전투(3)

DUMMY

기합과 함께 도약하는 랑이. 하지만 도깨비는 돌연 머리를 옆으로 꺾어 내지른 랑이의 칼날을 피하곤, 검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내 복부를 세게 가격했다.


“커억...”


예상치 못한 도깨비의 신체능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나는, 격하게 피를 내뱉으며 뒤로 밀려나가 버렸다.


“이 개자식이!”


고통스럽게 배를 부여잡는 나를 보고는 잔뜩 흥분한 랑이, 도깨비를 향해 격분하며 검을 휘둘렀다.


“끼기긱?”


하지만 감정이 실린 탓에 쉽게 읽혀버린 그녀의 일격, 도깨비는 우습다는 듯 손쉽게 이를 피하곤 그녀의 목덜미를 순식간에 잡아버린다.


“커억...!”

“랑이야!”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당해버린 랑이.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도와주기 위해 달려갈 심산이었지만, 복부에 입은 타격의 영향인 듯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으윽..."

‘젠장...! 내장이 파열된 건가?’


내장은 물론 이를 감싸는 갈비뼈까지 금이 간 모양인지,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격렬하게 요동치는 고통이 몸 구석구석에서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어 입안에서 맴도는 핏물을 바닥에 내뱉곤 다시금 검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황은 이미 도깨비가 랑이를 옆으로 강하게 뿌리치듯 내던지고 난 뒤였다.


콰직-


역시나 나무기둥에 맞고 힘없이 축 처져있는 랑이. 더 이상 일어날 기력은 없는 듯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하아, 하아...”


똑바로 자세를 잡아보려고 하지만, 눈 앞에서 펼쳐진 절망적인 상황이 나를 옭아맸다.


조원들이 모두 도깨비에게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자신 역시도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이 상황이 나를 더욱 강하게 옥죄고 있던 것이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끼긱? 끼긱?”


조소를 띠며 터덜터덜 걸어오는 도깨비에게 겨눈 검은 내 공포심과 비례해 잔뜩 떨리고 있었고, 심장은 언제든지 터질 준비가 돼 있다는 듯 맹렬히 박동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이마에 흐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인가?’


조원들이 힙을 합쳐도 이기지 못하는, 고작 중하등 도깨비에게 생을 마감하는 인생.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부모님을 뵐 면목도 없고,


미천한 나를 돌봐주셨던 아가씨를 뵐 면목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여인에게 품었던,


무심코 품어버린 동경어린 마음을 되돌아볼 면목도 없다.


‘포기하면... 편해질까.’


나는 기어코, 부들부들 떨면서도 들고 있던 검을 맥없이 내려놓았다. 무심코 더 이상의 반격은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질끈 눈을 감아버린 나, 도깨비에게 순순히 목숨을 내줄 심산으로 온 몸에 힘을 뺀 채 시체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척사부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마치,


죽기 전 주마등처럼 말이다.



***



“하아, 하아...”

“흐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단장과의 수련이 진행되던 와중, 실력에 진척이 없다고 생각된 나는 척사부에게 탄식을 내뱉었다.


“... 어떡해야 되죠?”

“무엇을 말이냐.”


단련을 위해 뽑아든 검을 집어넣는 척사부. 나는 전에 있었던, 묘 조원들과의 사건에서 단 하나의 유효타도 먹이지 못한 사건을 조심스레 꺼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흠집 하나 낼 수 없었습니다. 타인의 기술을 눈으로 베낀다 해도, 그 기술로 도깨비를 죽일 수 없다면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 여인의 검술이나, 영멸원에서 봐왔던 기술들을 눈으로 보고 따라할 수는 있었던 나였지만, 혼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지금으로선 도깨비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 확실히 네 녀석의 재능은 뛰어나다. 특히 그 눈, 한번이라도 본 기술을 모두 모사할 수 있게 머릿속에 저장해 놓는 그 눈은 가히 신물(神物)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


보다 고등의 기술을 구사하기 위해선 몇 년, 아니 수십 년 동안 갈고 닦아야 하는 범인에 비해 확실히 더 높은 고지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지만 영멸단에서 가장 필요시 하는, 혼을 다루는 능력이 네게는 결여돼 있는 모양이로구나.”


그렇다. 척사부의 말대로 내게 혼을 재주 좋게 다루는 능력 따윈 없었다. 랑이처럼 무의식적으로, 자유자재로 혼을 다루기는커녕, 일반 영멸원 생도들처럼 혼을 다루는 능력이 점진적으로 올라가지도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혼을 다루는 데 서투르구나. 흠...”

“... 역시 저는 영멸청에 들어갈 수 없겠죠?”


불변의 사실에 기가 잔뜩 죽은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척사부는 돌연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곤 따듯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 네 녀석은 분명 나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내 보증하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때가 되면, 분명 혼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답답한 마음에 그만 입을 다물고 만 나. 척사부는 그런 나를 보곤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조바심이 나는 네 마음도 알겠지만, 너는 항상 몸에 힘을 너무 많이 주는구나. 때론 긴장을 풀고 흘러가는 데로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떻겠느냐?”

“그게 무슨...?”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되묻는 나. 내 궁금증을 자아낸 척사부는, 다소 무책임하게 손을 저으며 답했다.


“뭐, 때가 되면 다 알게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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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전투(3) 23.01.26 21 1 6쪽
32 8. 전투(2) 23.01.23 20 1 7쪽
31 7. 전투(1) 23.01.19 20 1 7쪽
30 6. 조우(3) 23.01.17 22 0 7쪽
29 5. 조우(2) 23.01.15 26 1 6쪽
28 4. 조우(1) 23.01.13 28 1 6쪽
27 3. 환지혼(2) 23.01.11 28 1 6쪽
26 2. 환지혼(1) 23.01.09 30 1 7쪽
25 2장 1. 중중등 도깨비 23.01.07 41 1 7쪽
24 1장 마지막화. 22.11.18 92 1 7쪽
23 23. 22.11.09 72 1 10쪽
22 22. 22.11.08 78 1 10쪽
21 21. 22.11.07 78 2 9쪽
20 20. +2 22.11.03 84 2 10쪽
19 19. 22.11.01 82 2 10쪽
18 18. 22.10.31 84 2 9쪽
17 17. 22.10.28 84 2 9쪽
16 16. 22.10.27 88 2 10쪽
15 15. 22.10.26 88 2 9쪽
14 14. 22.10.24 100 1 9쪽
13 13. 22.10.19 98 2 9쪽
12 12. 22.10.17 99 2 9쪽
11 11. 22.10.15 99 2 9쪽
10 10. 22.10.10 105 2 9쪽
9 9. 22.10.08 110 2 9쪽
8 8. 22.10.03 105 1 9쪽
7 7. 22.10.01 121 2 9쪽
6 6. 22.09.25 133 2 9쪽
5 5. 22.09.24 15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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