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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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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353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2.11.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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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0.

DUMMY

고위 관리 분의 엄청난 발언 이후, 우리는 그의 뜻을 따라 무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내건 조건은 단 하나,


우리 4명이 힘을 합쳐 그에게 단 한 번의 공격이라도 성공할 것.


“조그마한 생채기라도 좋으니, 단 한 번이라도 성공한다면 너희들을 영멸청으로 데려가주지.”

“정, 정말이십니까?”


검 집에서 환도를 꺼내며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던져준 그. 갑자기 주어진 기회가 믿겨지지 않았던 나는 더듬으며 되물었다.


“그럼, 약속은 꼭 지키지.”

“이, 이거 진짜야?”


조원들 역시 얼떨결한지 서로를 쳐다보며 잔뜩 상기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방어만 할 테니, 한 번 들어와 보거라.”

“...”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무도장. 조원들 그 누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 기회가 절호의 기회임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후우우-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조원들을 의식한 나는, 침을 꼴깍 삼키곤 숨을 크게 내뱉었다.


그리곤,


히아아아아압!-


크게 기합을 외치며 왼손은 뒷짐을 쥔 채 우리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던 그를 향해 돌진했다.


챙-


울려퍼지는 파열음 소리. 온 힘을 실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내 검을 밀쳐냈다.


“윽...”


반작용으로 내가 휘청거리는 사이, 뒤에서 석오가 그를 향해 달려든다.


탓-


석오는 그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지만, 그는 고개를 살짝 틀어 이를 피하곤 검의 뒷매기 부분으로 그의 목을 가격했다.


“커억...”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 없었는지 가격당한 부위를 손으로 감싸며 주저앉는 석오. 이와 동시에 한량과 랑이는 상대방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히아아아앗!-


기합과 함께 큰 월도를 휘두르는 한량, 그와 맞춰 랑이는 낮게 몸을 회전시켜 상대방의 하단부를 노렸다.


“호오...”


상대방은 그런 그들을 보곤 조소를 띠더니, 낮게 읊조리며


단원풍속도첩(檀園風俗圖帖), 제 14장-


씨름-


콰아앙-


엄청난 기세로 검을 바닥으로 내리 꽂았다.


“윽...”


그 여파로 인해 상대방의 머리를 향해 월도를 내지르던 한량은 1자는 족히 날아갔고, 하단부를 노리던 랑이 역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주위는 무술의 세기를 방증하듯 먼지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고, 지면은 깊게 파였다.


“... 힘 조절을 더 해야하나?”


생각보다 힘을 강하게 줬는지 머리를 긁으며 머쓱해하는 상대방. 그와 대비되게 바닥을 구르고 있던 우리는 상대방과 도저히 좁힐 수 없는 격차에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젠장!”


땅을 쾅 치며 분해하는 석오. 상대방은 우리를 향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만 할건가?”

“... 아, 아직이요!”


둘도 없는 기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젠장, 이대로라면 상처는커녕 칼끝도 닿지 않을 기세야.’

“잠깐만.”


자세를 고쳐 잡으며 어떻게 공략해야할지 고민하는 나를 대뜸 랑이가 붙잡곤,


“따로 따로 들어가면 각개격파 당할게 뻔해. 한꺼번에 공격하자.”


라며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일리있는 그녀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곤,


“그럼, 내가 한 번 틈을 만들어볼게. 그때 한꺼번에 공격해.”


라고 속삭이며 말했다.


랑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나머지 조원들에게 우리의 계획을 전달했다.


“작전을 잘 모색해 보았느냐?”


속닥속닥 얘기를 주고받은 우리를 보며 조소를 띠는 상대방.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곤,


“공격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계획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1장-


임하투호-


탓-


빠르게 도약해 상대방으로 돌격. 하지만 너무나도 가볍게 환도를 살짝 들어 이를 막아내는 상대방.


“이것 뿐인 게냐.”

“... 지금이야!”


가소롭다는 듯 나를 보는 상대방에게 휘둘리지 않고, 조원들을 향해 소리 지르며 다음 무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단원풍속도첩(檀園風俗圖帖), 제 14장-


씨름-


쾅-


“뭐, 뭣!”


방심하고 있던 그는 예상치 못한 내 무술에 당황하다 자세가 흩어져 버린 상대방. 이를 놓칠 리가 없는 조원들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1장, 주유청강-


긍재풍속도첩(兢齋風俗圖帖), 제 3장, 목동오수-


단원풍속도첩(檀園風俗圖帖), 제 4장, 길쌈-


랑, 석오, 한량이 순서대로 읊조리며 그를 향해 칼날을 들이민다.


자세가 흐트러진 상대방의 몸에 칼날이 닿을 것만 같았던 긴박한 상황, 돌연 그는 휘청거리는 한 다리에 힘을 꽉 주곤 그 자리에서 크게 한 바퀴를 돌면서 무술들을 받아쳐냈다.


챙, 챙, 챙, 챙-


엄청난 힘의 반동으로 전부 나가떨어진 조원들, 나 역시 그가 엄청난 속도로 내지른 검에 맞아 바닥에 주저앉고야 말았다.


“... 크윽!”


패배를 직감한 석오는 다시금 땅을 쾅 내리쳤고, 나를 포함한 다른 조원들 역시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별다른 동요 없이 우리의 무술들을 받아치던 그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 짝-


“...?”


영문 모를 행동에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그는


“대단하군, 대단해!”


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저희...”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내가 그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자, 그는 내게 손을 내밀며


“합격이라네, 합격!”


이라는 믿지 못할 결과를 전해줬다.




***




“합, 합격이라면 설마?”

“그래, 자네들을 내가 영멸청에 데려가주지.”

“...”


믿지 못할 소식에 그대로 얼어붙어버린 우리.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이내


“와아아아!”


소리를 질러대며 서로 부둥켜안기 시작했다.


“지, 진짜야?”

“정말로???”


믿지 못하겠는 듯 연신 서로를 껴안으며 기뻐하는 조원들. 랑이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듯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분명 저희는 단 한 번도 공격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어째서?”

“그렇긴 하지. 확실히, 자네들은 조그마한 생치기 하나 내지 못했지.”

“그렇다면...”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말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한 축 조원들을 보곤


“가능성을 봤다네.”


라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정말 괜찮겠습니까?”


관리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채 물어보는 척완주.


결국 김성제의 아집으로 축 조가 영멸청에 입영하는 것이 확정돼 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합격을 받아버린 축 조원들은 믿겨지지가 않는 듯 서로에게 연신 “진짜야?” 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결국 자신들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기숙사로 향한 조원들. 척사부는 홀로 남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김성제를 보곤 말을 건 것이다.


“기초적인 교육은 대강 마쳤지 않느냐.”

“하오나, 아직 몇 명은 혼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 빨리 현장에 투입하다가 잘못 되기라도 하는 게 아닌지...”

“... 자네는 정말 제자들을 아끼는구먼.”

“...”


속마음을 들켜버린 척완주는 빨개진 얼굴을 의식해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김성제는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일명경인(一鳴驚人) 이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아무리 미덥지 않아도 일단 시작하고 나면, 필히 높은 경지까지 오를 인물이니라.”

“미덥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기우이니라.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특별히 내가 신경 써서 관리할 테니.”


척완주의 어깨를 툭툭 치며 그를 안심시키는 김성제. 이내 조금은 마음이 놓인 듯 한 그는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했는지 정식적으로 김성제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제 제자 놈들을.”


라고 정중하게 손을 건네며 부탁했고, 김성제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럼, 내 약속하지.”


라며 손을 마주잡았다.




***




“정말로 우리가 영멸청에 가는 거야?”

먼저 짐을 싸고 밖으로 나온 한량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상기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 관리 분의 말에 따르면 그런 것 같아. 정말 우리가 영멸청에 들어가다니...”


이 기쁜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기숙사에 있는 짐을 정리하면서도 연신 그의 말을 되뇌며 히죽히죽 웃음이 터져 나왔으니 말이다.


관리 분의 말에 따르면 내일 동이트기 전까지 영멸원 앞에 한데 모인 다음, 그의 통솔 하에 영멸청까지 간다고 한다. 모일 때는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고 오라고 하셨는데, 영멸청에도 영멸원처럼 기숙사가 있고, 옷도 따로 지급하기 때문에 따로 많은 짐을 챙길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내심 아쉽기도 하네. 반년도 안 돼서 여길 떠날 줄은 몰랐으니까.”


다음으로 정리를 마친 랑이가 말을 거들었다.


“아무래도, 사부님과 떨어진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에 걸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척사부에게 많은 은혜를 입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본디 영멸청에 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갑자기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떠나는 편이 사부님에게도 좋은 일일걸?”

“응?”

“제자들이 영멸청에 들어가면, 그 사부들이 진급을 한다는 모양이니까.”

“정말?”

내 말에 랑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너무 마음에 담고 있을 필요는 없어.”

“네 말대로라면 기분 좋게 떠날 수 있겠는걸.”


마지막으로 짐 정리를 마친 석오가 말을 덧붙였다.


“응... 그렇겠지?”


나는 다소 떨떠름한 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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