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33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3.01.09 07:40
조회
30
추천
1
글자
7쪽

2. 환지혼(1)

DUMMY

“크, 크크크크크크큭.”


조소를 띠는 도깨비 앞에서, 단장은 그를 잔뜩 경계한 채 품에서 환(環) 모양의 물건을 꺼내들었다. 당연히 그것이 어디에 쓰이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던 도깨비는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입가에 줄줄 흐르는 침을 연신 닦아내고 있었고, 우리 역시 영문을 모른 채 고개만을 갸웃거리고 있었다.


“저건...?”


옥가락지를 보는 듯한 생김새와 색을 띠고 있는, 엽전보다는 살짝 작은 크기에 약과와도 같은 두께를 갖고 있는 ‘그것’을 단장은 기세등등하게 집어 들더니 이내


꿀꺽-

“?!”


단숨에 목구멍 안으로 삼켜버렸다.


“뭐, 뭐야 저게?”

“... 설마, 환지혼(環之魂)?”


당황해하는 한량 옆에서 곰곰이 생각하던 랑이. 수재답게 영멸원에서 배웠던 내용 중 한 부분이 떠올랐는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환지혼?”

“응, 고리 모양의 각성제로, 복용자의 혼을 ... 증폭시켜준다고 했었나?”

“맞아, 일시적이지만 신체능력을 폭발적으로 올려주더랬지.”


역시나 환지혼에 관련된 기억이 떠오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랑이의 설명에 살을 붙였다.


한편, 단장을 먹어치울 생각뿐이던 도깨비도 그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이전에 있던 여유로움이 가신 듯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다. 환지혼을 먹은 뒤 넘쳐흐르는 혼의 양이 피부에 직접 와 닿는지, 위기감을 느낀 도깨비는 급히 그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탓-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 단장. 그는 돌진해오는 도깨비를 앞에 두고 돌연 검을 바닥에 푹 내리꽂고는, 이내 낮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단원풍속도첩(檀園風俗圖帖), 제 20장-


편자박기-


촤아아악-


엄청난 기세로 날아오는 도깨비의 손이 그의 목에 다다름과 동시에 위로 굳세게 뽑아든 검. 그동안 나누던 합에서는 속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도깨비였지만, 전과는 다른 속도로 전개되는 단장의 공격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미처 막아내지 못하고


“끄아아아아아악!”


고통의 단말마와 함께 복장(腹臟)으로부터 왼쪽 큰 가슴, 그리고 옆구리 부분이 덩어리 채 잘려나갔다.


“... 용케도 반응했군.”


정확히 반으로 잘려나갈 줄 알았던 단장은 혀를 차며 다시금 자세를 고쳐 잡았다.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구현해 낸 검술이었지만, 도깨비는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어 명을 부지한 것이다.


“이, 이 개자식이!!”


물론 목숨만을 부지했을 뿐이지 한 번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단번에 입은 단장. 도깨비는 치명상에 거친 숨을 고르며 분한 듯 단장을 잔뜩 노려봤다. 그는 무량한 혼에 의해 베어진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지 봇물 터지듯 나오는 피에 어찌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무릎만을 꿇고 있었다.


“단념해라. 이제 저세상으로 보내주지.”

“이, 비열한..."


촤악-


부드럽지만 간결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가로로 그은 한 획.


마치 도화지에 큰 붓으로 한 획을 그어내듯 내지른 단장의 검에 깔끔하게 잘려나가는 도깨비의 목.


투, 투두둑-


깔끔한 절단면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핏물. 잘려진 머리는 지면을 힘없이 굴렀다.


“,,, 이긴 거야?”

“다, 단장님!”


뒤에서 넋 놓고 보고 있었던 우리들. 순식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쉽사리 믿겨지지 않아 그 자리에서 몇 초간 우둑하니 서 있다가, 곧바로 단장을 향해 달려갔다.




***




“도술을 쓸 줄 모르는 녀석이라 다행이지, 중상등급이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하셨어요.”


단장으로부터 도깨비의 구념을 건네받은 단원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영멸청 본관 1층에는 토벌한 도깨비의 구념을 제출하는 부서가 설치돼 있다. 이 곳에는 주로 전투에는 소질이 없지만 도깨비에 관해 박해한 지식을 갖고 있는 단원들이 소속해 있는데, 제출받은 구념들을 연구하고 각종 주구들을 만드는 일들을 하고 있다.


영멸청의 각 단들은 제출한 구념의 개수, 질에 따라 분기별로 평가를 받는데, 높은 평가를 받으면 봉급의 인상은 물론 진급의 기회가 열리기 때문에 토벌한 도깨비의 구념을 챙기는 것은 영멸청 단원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상식이 돼 버렸다.


추가로 구념을 통해 만들어내는 주구에 대해 설명하자면, 영멸청에서는 수집한 이 구념들로 주술사들이 사용하는 주구를 만들어내는데, 높은 급의 도깨비로부터 나오는 구념일수록 더 수준 높은 주구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 그렇기에 구념의 질이 높을수록 이를 제출한 단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중급 이상의 도깨비는 보기 드물기도 하고, 중상급은 더더욱 그러하니 걱정할 것 없다.”

“하지만 만나셨으니까...”

“...”


자꾸만 사족을 다는 단원이 귀찮다는 듯 째려보는 단장. 그녀는 차가운 그의 태도에 다소 맘이 상했지만, 품의 차이 때문인지 서둘러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걱정돼서...”

“됐네.”


단장은 이 상황이 불편한 듯 손을 휘젓고는 도망치듯 자리에서 벗어나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장은 잡담을 나누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우리들을 힐끗 쳐다보곤 무심하게 말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네, 단장님이야말로 괜찮으세요?”


단장의 말에 서둘러 잡담을 멈추곤 답을 한 우리, 그의 몸상태를 되묻자 단장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나저나 단장님,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던 와중, 돌연 단장을 향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석오. 그런 그를 단장이 쳐다보자 석오는 손가락으로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며 익살스럽게 물었다.


“단장님이 전투에서 먹었던, 그...”

“환지혼이라고 이 바보야.”

“아, 맞다 환지혼!”


석오는 랑이의 꾸짖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를 더 높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환지혼은 저희에게 따로 주지는 않는 것입니까?”

“...”


꽤나 당돌한 그의 질문에 단장은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이내,


“환지혼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


라고 물었다. 우리가 영멸원에서 ‘환지혼’에 대해 배운 것을 단 한마디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았다.


“음... 엄청 강해진다는 거?”

“...”


단장은 석오의 당찬 대답에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곤 말문을 열었다.


“단순히 그 뿐이라면 좋겠지만, 힘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부작용 역시 존재하지.”

“부작용이요?”


랑이 역시 처음 듣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단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쉬곤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선도깨비실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관련 공지(수정) 22.09.30 99 0 -
33 9. 전투(3) 23.01.26 21 1 6쪽
32 8. 전투(2) 23.01.23 21 1 7쪽
31 7. 전투(1) 23.01.19 20 1 7쪽
30 6. 조우(3) 23.01.17 22 0 7쪽
29 5. 조우(2) 23.01.15 27 1 6쪽
28 4. 조우(1) 23.01.13 28 1 6쪽
27 3. 환지혼(2) 23.01.11 29 1 6쪽
» 2. 환지혼(1) 23.01.09 31 1 7쪽
25 2장 1. 중중등 도깨비 23.01.07 41 1 7쪽
24 1장 마지막화. 22.11.18 93 1 7쪽
23 23. 22.11.09 73 1 10쪽
22 22. 22.11.08 78 1 10쪽
21 21. 22.11.07 79 2 9쪽
20 20. +2 22.11.03 85 2 10쪽
19 19. 22.11.01 83 2 10쪽
18 18. 22.10.31 85 2 9쪽
17 17. 22.10.28 85 2 9쪽
16 16. 22.10.27 90 2 10쪽
15 15. 22.10.26 88 2 9쪽
14 14. 22.10.24 102 1 9쪽
13 13. 22.10.19 99 2 9쪽
12 12. 22.10.17 99 2 9쪽
11 11. 22.10.15 101 2 9쪽
10 10. 22.10.10 106 2 9쪽
9 9. 22.10.08 111 2 9쪽
8 8. 22.10.03 108 1 9쪽
7 7. 22.10.01 122 2 9쪽
6 6. 22.09.25 134 2 9쪽
5 5. 22.09.24 155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