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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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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35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2.09.24 12:35
조회
155
추천
1
글자
9쪽

5.

DUMMY

정식적으로 입학에 성공한 입교생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각자 종이에 써져 있는 순서대로 마당 위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제각기 두 손에는 가득 챙겨온 보따리들이 들려있었는데, 석오와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씨줄은 넷, 날줄은 열둘로 구성된 집합체 안에서 석오와 나는 차례대로 왼쪽 두 번째 자리 세 번째, 네 번째에 위치해 있었다. 각 날줄 맨 앞쪽에는 커다란 표지판이 하나씩 세워져 있었는데, 그 표지판 안에는 각기 다른 글자들이 써져 있었다.


어느덧 모든 입교생들이 열외 없이 모였고, 맨 앞에 있는 단상 위로는 저번 시험에 있었던 비색 도복을 입은 사내가 올라와 있었다.


“크, 크흠!”


그는 헛기침을 크게 하곤, 말문을 열었다.


“축하하네, 총 48명의 입교생들. 자네들은 앞으로 각 줄에 일렬로 서 있는 4명이 한 조를 이뤄 이 영멸원 생활을 지내게 될 걸세. 조의 이름은 자네들을 기준으로 왼쪽에서부터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로 총 십이 간지의 이름을 따 불릴 테니 알고들 있게. 그럼, 각 조를 이끌 사범들을 소개하지. 자, 앞으로.”


사내에 손짓에 단상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12명의 단원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 저 사람들은?”

“응, 저번에 우리와 대련을 했던 단원들인 것 같아.”


석오가 깜짝 놀라 손가락질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황색 도복을 입은, 우리들과 대련을 펼쳤던 단원들은 각자 맡은 조의 표지판 옆에 위치했다. 우리 조의 단원은 작주 나와 칼을 맞댔던 그 단원이었다.


“저 사람은 너랑 싸웠던...?”

“응, 엄청난 실력이셨어.”


나는 짧게 답하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사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영멸청 소속 정9품, 척완주 라고 한다. 잘 부탁한다.”


짧고도 간결한 그의 자기소개에 우리 조를 포함한 모든 입교생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정9품...”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사람인 것 같긴 해.”

“내가 알기론 종9품을 시작으로 정1품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들 해. 열명단에 들어가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들어가도 한 계급 올라가는데도 크나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어.”

“그렇다면, 엄청 강해보였던 저 사부가 고작 정9품이라는 소리는...”

“아직 우리는 한참 멀었다는 소리지.”


석오는 내 말에 잔뜩 풀이 죽은 채 서 있었고, 나는 그런 그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위로해줬다. 아직 첫 걸음마를 땐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나는 이럴 때일수록 더욱 곧은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작 이런 것에 주늑들기 시작하면, 그 여인에게 다가가는 일은 더욱 멀어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총 12명의 사부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곧이어 단상 위에 서 있던 사내도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자, 나는 영멸청 소속 정6품, 이제현 이라고 하네. 이 영멸원의 통솔자로서 최선을 다할 테니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오길.”


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고, 나와 석오 역시 높디높은 그의 계급에 입을 떡 하니 벌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6품? 네 말로 치자면 엄청난 사람이잖아!"

"... 그러게, 저 사내는 확실이 뭔가 다른 것이 있는 모양이야."


기개 넘치는 저 사내의 계급을 들은 나는, 문득 공경하는 눈빛을 한 채 그를 빤히 쳐다봤다.




***




마당 위에서 열렬한 소개 행사를 마친 입교생들과 사부들은, 곧바로 이제현 사부의 통솔 하에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는 영멸원 정문 앞에 양 쪽으로 들어서있던 두 건물이었는데, 각각 ‘동재’와 ‘서재’로 불렸다.


이번에 입교한, 나와 석오를 포함한 48명의 입교생들은 동재 1층에 머무르게 됐다. 가운데 칸은 복도식이었는데, 현관문을 기준으로 양 옆으로 길게 뻗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각 방의 크기는 한 칸 정도인 것 같았다. 각자 방의 위치 역시 조 순서대로 왼쪽에서부터 두당 한 칸의 방으로 구성돼 있었다.


‘축’ 이라는 이름의 조로 편성된 우리는 자연스럽게 왼쪽에서 3, 4번째 칸을 사용했다. 왼쪽 3번째 칸부터 시계방향 순서대로 나, 석오, 그리고 같은 조원인 한 남자와 여자가 안으로 들어갔다.


배정받은 방에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자 첫 눈에 들어온 것은 왼쪽 상단 구석에 놓여 있는 침구류였다. 흰색 이불 2장이 겹겹이 쌓여있고 그 위로는 베게 하나가 올려있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시야에는 작은 서궤와 문구류들. 이를테면 먹과 붓 같은 것들이 들어왔고 그 사이로는 양 옆으로 열 수 있는 창호가 하나 들어나 있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나는 깨끗한 방 시설에 만족하며 얼른 짐을 놔두곤 밖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방에 짐만 놔두고 밖으로 나오라는 총괄자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오늘 입교한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많은 모양이다.


“어때, 방은?”

“좋은데? 언뜻 봤을 때는 만족스러웠어.”

“그치?”


동재 밖으로 나와 줄을 서고 있는 석오를 본 나는 실없는 말을 주고받으며 그의 뒤에 나란히 줄을 섰다. 석오 역시 방이 만족스러웠는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모든 입교생들이 다시 모이고, 우리는 이제현의 인솔 하에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재를 시계방향으로 크게 한 바퀴 돌아 동재 뒤편에 있는 큰 한 개의 정문을 지나 도착한 곧은 ‘문영당’이라는 곳이었는데, 작주 입교 시험을 보기위해 왔었을 때 봤던 큰 목조 건축물과 비슷한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정면 11칸, 측면은 5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지붕은 팔작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층수는 아무래도 총 6층으로 구성돼 있는 모양이다.


“자, 이곳이 바로 자네들이 문예를 익힐, ‘문영당’ 이라는 곳이라네. 이 곳의 1층에 있는 각 방에 조 단위로 들어가 사부들이 자네들에게 간단한 교육을 할 예정이니 사부들을 잘 따라가게나.”

“네!”


잔뜩 군기가 든 몇 명의 입교생들의 대답과 함께 우리는 사부의 인솔에 따라 문영당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일단은, 각 조원끼리 자기소개부터 할까 하는데.”


가로 세로 2칸의 크기로 구성돼 있는 방에 씨줄 방향으로 나란히 앉아있는 우리에게, 사부는 자기소개를 제안했다.


“조끼리의 단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 영멸원에서, 일단 너희들이 누군지 부터는 서로 알아야 하니까.”

“...”


척사부의 제안에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한 조원들은, 순식간에 깔린 적막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앉아있기에 바빴다. 나는 이 불편한 상황을 깨기 위해 먼저 자기소개를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손을 번쩍 든 내 모습에 나머지 조원들과 사부의 이목이 집중됐고,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16살인 이 연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방 안에 흐르는 고요한 적막, 하지만 이내


짝짝짝-


석오는 열렬히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두 번째로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나는 연이랑 친구인 16살 김석오라고 해. 모두 잘 부탁해.”


짝짝짝-


이번에는 다른 조원들 역시 같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석오가 소개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자신의 차례라고 직감한 한 남자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체격은 석오만큼은 아니었지만 꽤나 다부졌고 까무잡잡한 피부색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나는 대구에서 온 김한량이라 한다. 나이는 너희랑 똑같고... 잘 부탁한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한량은 어색하게 우리와 눈을 맞추곤 이내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한량의 자기소개까지 끝나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 조원은 여자아이였다. 이 조원은 처음 보자마자 충격을 먹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도 그럴게 그녀는 ‘단발’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당연시되는 통념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음에도 그녀의 머리카락은 짧게 잘라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까 마당에서도 많은 입교생들이 그녀의 머리를 보곤 적잖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안녕하세요, 이 랑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역시 16살이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랑이는 자신의 모습에 개의치 않고 당당한 모습을 한 채 자기소개를 마쳤다. 처음에 랑이의 머리카락을 봤을 땐 매우 당황했었지만, 이제현이나 척사부도 딱히 문제시삼지는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이질적인 모습을 받아들이게 됐다.


“자, 모두 소개도 끝났으니까...”


모든 조원들의 소개가 끝나자 척사부는 다시금 말문을 열었다.


“이론 교육을 시작해볼까?”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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