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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07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2.10.27 17:35
조회
88
추천
2
글자
10쪽

16.

DUMMY

“랑이야!”

“역시나... 이 새끼들이였구나.”


랑이는 잔뜩 화가 난 듯 아랫입술을 잔뜩 깨물곤 묘 조원들을 살기어린 눈빛으로 쳐다봤다.


“ㅋㅋㅋㅋㅋ, 역시나 올 줄 알았어.”

“뭐?”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내가 한심하다는 듯, 조소를 띠며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넌 미끼라는 소리야. 우리의 목표는 저 계집을 죽이는 것뿐이라고!”

“뭐?... 어째서?”

“왜냐고? 그야,”


그는 한 순간에 표정을 잔뜩 굳히곤, 랑이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윽박지르며 말했다.


“저 계집년이 주제도 모르고 날뛰니까 그렇지! 천한 것들 주제에 감히 내게 말대꾸를 해? 감히 나와 겸상을 해? 감히 나와...”


잔뜩 흥분한 그는, 숨을 고르곤 다시금 조소를 띠며


“하아... 대회에서는 어떤 추잡한 술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참에 확실히 니 주제를 알게 해주지.”

“ㅋㅋㅋㅋㅋ.”


라며 독설을 퍼부었고, 주변의 다른 이들 역시 키득키득 비웃고 있었다.


“뭐 이런 미친놈이...!”

“됐어.”


역겨운 그의 말에 열이 받아 반박을 하려던 찰나, 랑이는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때문에 미안해. 이젠 내가 알아서 할게.”

“하지만...!”


검을 치켜들려는 내 손을 다시금 막아선 그녀는, 단지 씁쓸한 미소만을 짓고 있었다.




***




챙, 챙-


역시나 맹렬히 돌진해대는 도깨비, 랑이를 공격하라는 그의 말에 잔뜩 흥분한 도깨비가 랑이를 연신 공격해대지만, 여유롭다는 듯 그녀는 이를 모두 막아내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1장-


주유청강-


촤아악-


끼이이이익!-


호흡을 가다듬으며 검술을 펼쳐 도깨비에게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한다.


“...?!”

“저 녀석, ‘혼’을 다룰 줄 아는 것 같습니다!”


랑이에게 입은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는 도깨비를 보곤, 진 조원 중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 저 계집이?”

“다음은 너희들이니까, 닥치고 기다리고 있어.”

“저, 저년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을 째려보는 랑이, 굴욕적이라는 듯 그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이를 갈고 있었다.


“어떡하죠, 형님? 이대로라면...”

“닥쳐! 나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는 괜스레 역정을 내며 뒤에서 숨겨놨던 ‘무엇’인가를 천천히 준비하고 있었다.


한편, 상처를 입었음에도 더 빠른 속도로 공격해대는 도깨비.


챙, 챙, 챙-


끼이이익!-


“... 젠장.”

“괜찮아?”

“... 슬슬 무리야. 이번 한 번으로 끝내야 될 것 같아.”


그녀에게도 만만치 않은 상대인 듯 도깨비가 나무를 이리저리 타고 움직이면서 돌진할 때마다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챙-


도깨비의 한 합을 막아냄과 동시에 또 다시 검술을 펼칠 자세를 준비하는 랑이는,


끼이이이이익!-


맹렬히 돌진하는 도깨비에게 맞춰 낮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그 때였다.


탕!-


엄청난 폭발음이 숲 속에 퍼져나갔고, 이와 동시에 도깨비는 랑이의 복부를 주먹으로 강타했다.


퍼억-


“커억...!”


1자 정도는 날아간 듯 한 랑이. 그녀의 옷은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주위에는 선홍빛 웅덩이가 고이기 시작했다.


“랑이야!”


깜짝 놀라 그녀에게 달려간 나는, 재빠르게 피가 흐르는 복부 쪽을 손으로 강하게 압박했다.


“무, 무슨...”

“조금만 버텨! 지혈하고 있을게.”


나는 너무나도 많은 랑이의 출혈량에 주위를 가득 메운 화약 냄새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 어때, 많이 아프지?”


그런 우리가 한심하기라도 한 듯, 그는 작은 마상총 하나를 오른손에 든 채 낄낄거리고 있었다.




***




마상총,


조총의 여러 종류 중 하나인 총으로, 2자 정도 안 되는 크기로 휴대성이 뛰어난 조총이다. 불이 붙은 화승을 화문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되는 순발식이기 때문에 재빠른 사격이 가능하는 장점이 있는 총이다.


그래서일까, 랑이는 도깨비에 시선이 쏠려있어 그가 마상총으로 쏜 총알에 정확히 명중해버리고야 만 것이다.


손으로 아무리 압박해도 출혈이 멈추지 않자, 나는 입으로 옷의 일부를 찢어 환부에 마구 우겨 넣었다. 그런 다음 크게 찢은 옷의 일부로 환부를 중심으로 크게 세 바퀴 둘러 매듭을 지었다.


“... 너라도 도망가. 어차피 저놈들의 목적은 나니까.”

“... 싫어.”

“야!”


말을 듣지 않는 내가 짜증이 난다는 듯 고함을 치는 랑이.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응급처치를 하면서 외쳤다.


“닥쳐!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버리고 도망가지 않을 거야.”

“...”

“어이구, 미천한 것들이 의리는 있는 모양인 게로구나.”


역겨운 미소를 지은 채 비아냥거리는 묘 조원들. 나는 재빨리 응급처치를 마치곤, 고개를 까딱이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도깨비를 향해 다시금 검을 치켜들었다.


“왜, 발악이라도 해 보게? ㅋㅋㅋㅋ.”

“...”

“뭐, 재미 없지는 않을 것 같구나. 자, 물어뜯어!”


끼이이이이익-


명령을 받은 도깨비가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한다.


근력은 나보다 우위. 속도는 나와 비등하거나 그 이상. 눈으로는 쫓을 수 있겠지만 몸이 제대로 반응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무리 베어도 바로 회복해버리는 성질.


현재 혼을 다루지 못하는 나로선, 저 도깨비에게 어떠한 유효타도 먹일 수가 없다.


‘... 젠장, 답이 없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여기서 랑이를 버리고 도망갈 수는 없다.


여기서 도망쳤다간,


무심코 동경해버린 그 ‘여인’을 볼 낯이 없잖아.


탓-


어느새 내게 맹렬히 돌진하기 시작한 도깨비. 나는 두 손으로 검을 잔뜩 움켜쥐곤, 힘껏 내지르며 소리쳤다.


히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나와 도깨비가 부딪히기 일보 직전.


탁, 탁, 탁-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제 3장-


무녀신무-


흩날리는 황색 도복과 함께, 검은색 갓을 쓴 한 사람이 돌연 나타나 도깨비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끼이이이이익!-


정타로 들어갔는지 기이한 소리를 연신 내지르던 도깨비는, 어느새 동그란 구념 한 개만을 덩그러니 떨어뜨리며 사라져버렸다.


“괜찮은 게냐?”

“사부님!”


그 사람은 바로,


우리 축 조의 사부,


척사부였다.




***




“어, 어떻게 벌써?”

“네놈들 짓이로구나.”


척사부는 도깨비를 베었던 그 검을, 이제는 묘 조원들을 향해 겨누며 말했다.


“... 분명 수면 약을 탔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리하였습니다! 분명히 차를 담아둔 주전자에...”

“아, 그게 네 짓이었구나.”


척사부는 혀를 끌끌 차며,


“몸을 갈고닦으면 그런 것쯤은 쉽게 떨쳐낼 수 있는 법. 너희들에게 너무 얕보인 모양이로구나.”

“뭐 그딴 말도 안 되는...!”

“... 젠장, 닥치고 가만히 있어!”


랑이에게 총을 쐈던 남자가 다시금 총을 척사부에게 들며 소리쳤다. 언제 심지에 불을 붙였는지는 몰라도, 빨갛게 타오르고 있는 불이 곧 총구에서 총알을 발사될 것임을 암시했다.


“ㅋㅋㅋㅋ, 어차피 결국 인간. 사이좋게 다 같이 뒤져!”

“사, 사부님!”


탕-


기세 좋게 쏘아올린 총 한 발.


하지만 가뿐하게 몸을 비틀어 이를 피하는 척사부는, 곧바로 그에게 도약하여 칼끝 뒷매기 부분으로 그의 복부를 가격했다.


퍽-


“커억...”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에 모두들 벙 쪄 있는 상태에서, 척사부는 나머지 묘 조원들을 향해 조소를 띠며 말했다.


“어디, 더 해 보겠느냐?”

“...”


더 이상 저항할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들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




큰 부상을 입은 랑이는 척 사부가 데려온 의원들에 의해 곧바로 의감소로 후송됐다. 총에 맞아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긴 하지만, 초기에 했던 응급처치 덕분에 목숨에 지장은 없다고 하는 모양이다.


한편 나와 랑이의 목숨을 위협했던 묘 조원들은 이후 모두 퇴학조치가 취해졌는데, 추후 형조의 판단 하 전옥서로 후송조치 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기숙사에서 잠에 빠져있던 석오와 한량은, 나와 랑이가 죽을 뻔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아채지 못해 도와주지도 못했다는 죄책감에 한참 동안을 나에게 사죄했었다. 물론 나는 그럴 때마다 손사래를 치긴 했지만 말이다.


“...”

“깼어?”


뒷산에서 변을 당한 뒤, 처음 눈을 뜬 그녀는 비몽사몽한지 실눈을 뜬 채 옆에 앉아있는 나를 쳐다봤다.


“... 여기는?”

“의감소야. 몸은 괜찮아?”

“... 그 자식들은?”

“다 끝났어. 걱정하지 마.”

“으윽...”

“자, 일단 움직이지 말고 누워있어.”


몸을 일으키기도 힘든 모양인지 고통을 호소하는 랑이. 그런 그녀의 안정을 위해 나는 다시금 그녀를 자리에 눕혔다.


“쉬고 있어. 나는 애들을 불러 올게.”

“... 잠깐만.”


랑이가 의식을 차렸다는 소식을 우리 조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을 무렵, 돌연 그녀가 나를 불러 세웠다.


“응?”

“미안해. 나 때문에 너도...”

“또 그런다.”“하지만, 그놈들은 내가 목적...”“신경 쓰지 마. 같은 조원이니까, 당연한 거야.”

“... 그럼,”


랑이는 창 쪽으로 돌렸던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더니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곤,


“고마워.”


라는 말과 함께 환하게 웃었고, 나 역시 미소를 지으며


“나도 고마워.”


라는 말로 화답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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