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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조선도깨비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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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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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수 :
1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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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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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8.

DUMMY

그 뒤로는 숨 돌릴 시간도 없이 바빴다. 오전에는 도깨비의 약점이라든지 역사, 생김새 등에 대해 배웠고, 오후에는 각자 선택한 무기를 다루는 연습을 진행했다. 물론 각자의 신체등급에 맞게 체력과 근력 역시 매일 꾸준히 단련했다. 특히 신체등급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은 나는, 매일같이 고강도의 운동을 척사부로부터 받았다.


그렇게 한 달여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는 자못 능숙해져가는 자신들의 검술 실력에 자만감이 가득 차 있었다. 나날이 늘어가는 실력에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나 역시 늘어나는 체력, 근력과 함께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범한 평일의 오전, 오늘도 역시 어김없이 문영당에 모여 도깨비에 관한 내용을 공부할 참이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표정의 척사부는, 교육을 하기 전 할 말이 있다는 듯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 오늘은 너희들이 꼭 알아야 할 일이 생겨 이것을 먼저 공지해주마.”

“일이라뇨?”


석오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다음달에 있을 무술대회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

“무술대회?”

“그런 것도 있어요?”


한량과 나는 예상치 못한 척사부의 말에 되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어나갔다.


“이 영멸원에는 총 12개의 조가 있지 않느냐. 물론 너희 초급생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이 영멸원에는 이번 년도에 입학한 우리, 초급생들은 물론 작년, 재작년에 입학한 생도들도 있다. 이들은 각각 중급생, 고급생으로 불리며 3년 안에 영멸청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제적을 당하기 때문에 고급생에게는 이번 년도가 영멸청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아무튼 급별로 있는 각 조끼리 결투를 펼쳐 1등을 가려내는 대회인데, 이 대회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내면 추후 점수를 부여받을 예정이다.”


여기서 척사부가 말하는 점수란, 영멸원과 영멸청이 약조를 맺고 만들어진 ‘점수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각 조의 총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조원 전체가 영멸청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척사부가 말하기로는, 영멸청에는 무조건 '조 단위'로밖에 들어갈 수 없는 모양이다. 물론 특출난 인원이 있다면 개인만 뽑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정말요?”

“그래, 초급생들 중에서 너희 조가 3등 안에만 든다면 중급생들과 또 경쟁을 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중급생들과의 결투에서도 3등 안에 든다면?”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묻자, 척사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 고급생들과의 경기 역시 할 수 있는 셈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많은 점수을 얻을 수 있겠네요?”

“그렇지. 그렇기에 너희 초급생들에게 더더욱 좋은 기회가 되는 대회인 거지.”


랑이의 질문에 척사부는 은은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이번 무술대회는 영멸청에 꼭 들어가고 싶은 나에게 있어서 둘도 없는 절호의 찬스임에 틀림없다. 초급생, 중급생, 고급생과의 결투에서 모두 상위권의 결과를 얻으면 총 3번의 점수를 얻을 수 있지 않은가! 계획대로 점수를 얻는 데 성공한다면 그 여인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셈이다.


“애들아, 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너만 그러디? 나도 이 대회에서 꼭 이기고 싶은걸.”


석오의 대답에 한량과 랑이 역시 결의에 찬 눈빛을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무술대회는 다음 달, 1일에 있을 예정이니 모쪼록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네!”


우리는 다함께 크게 대답했다.




***




무술대회,


영멸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대회로서, 영멸원에 입학한 생도들이라면 누구든지 조 단위로 대회에 나갈 수 있다. 초급생들은 5월 1일, 중급생들은 11일, 고급생들은 21일에 진행하며 각 급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생도들은 다음 급 생도들간의 대회에 재차 참여할 수 있다.


상위권 성적을 얻으면 포상으로 점수를 얻게 되는데, 초급생들 간의 대회에서는 1등부터 3등까지 각각 7, 5, 3점, 중급생들 간에는 10, 7, 5점, 마지막으로 고급생들 간에는 15, 13, 10 점을 얻는 구조였다. 자신이 속한 조가 40점을 넘는다면 영멸청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만큼, 모든 생도들간의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다면 32점의 엄청난 고득점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 고득점은 초급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긴 하지만, 모든 생도들에게 있어서 이 대회는 영멸청으로 가기위한 발판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대회 진행 방식은 1대1 대결로 진행된다. 각 조당 한 명씩 나와 대결을 펼친 다음, 패배한 조는 다음 조원이 나와 승리한 상대 조원과 다시금 대결을 펼치는 형식이다.


“어때, 자신 있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후, 평소와 다름없이 무술 연습을 하고 있는 나에게 석오가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다가오는 무술대회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뭐, 아직까진 모르겠어. 다른 조원들 실력을 잘 모르니까.”

“1등은 무리일수도.”

“응?”


갑자기 한량이 끼어들며 말했다.


“저기 ‘진’ 조에 있는 한 사내는 절대 못 이겨. 이미 사부들 사이에서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받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설마, 입교시험 때의 그?”


한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것 좀 봐봐. 저 사내가 검을 휘두를 때면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확실히 한량의 말대로 그가 무술 연습을 하고 있을 때는, 같은 조는 물론 다른 조의 조원들까지 그의 검술에 미혹되고 말았다. 그 여인의 검술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 정도는 아니지만, 저 사내의 검술 역시 아름다웠다. 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한량과 같은 월도였지만, 무기의 크기가 무색할 만큼 엄청난 속도로 주위를 가차없이 베어버리고 있었다. 확실히 곡선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날카롭고 재빠른 직선 형태의 검술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풍(風)을 일으켰고, 주위로는 엄청난 양의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살기는 주변의 생도들에게도 피부로 느껴질 만큼 생동적이었고, 자연스럽게 그를 경외하게 됐다.


“뭘 뚫어져라 보고 있어. 각자 연습이나 해.”

“어, 어? 응.”


그런 우리가 한심하다는 듯 랑이는 고개를 가로젓곤 다시금 검술 연습을 시작했다.


“우리도 그만 쳐다보고 연습이나 하자.”

“... 응.”


문득 부끄러워진 우리는 다시 개인 연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펑, 펑, 펑-


무도장 한 가운데에는 무술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무술대회는 영내에 있는 무도장에서 진행됐는데, 결투가 진행되는 구역은 끈을 이용해 만들어져 있었다. 중앙으로부터 일정 거리만큼 떨어져 둥글게 호가 만들어져 있었고, 그 뒤로는 하얀색 천막이 쳐져 있어 영멸원 생도들과 사부들이 편히 구경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역시 조 순서대로 ‘자’ 조와 우리 조인 ‘축’조가 결투를 벌이게 됐다. 석오와 한량은 잔뜩 긴장했는지 낯빛이 다 창백해질 정도였다.


“야, 괜찮아?”

“어, 어? 물론! 아무렇지도 않지.”


내 물음에 석오는 별로 개의치 않다는 듯 애써 미소를 지었고, 그런 그에게 괜스레 부담감을 지우고 싶지 않아 그와 한량의 어깨에 손을 살짝 올리곤 말했다.


“자, 부담감 갖지 말고 해보자.”

“그래, 즐기자.”


한량은 그런 나를 쳐다보곤 역시 웃으며 말했다.


“자, ‘자’ 조와 ‘축’ 조는 무대 중앙으로 이동하도록.”


이어서 이제현 사부의 목소리가 무도장 내에 울려 퍼졌고, 나는 깊게 숨을 내뱉으며


“가볼까?”


라는 말과 함께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우리 조원들의 결투 순서는 이름 순서대로 석오, 한량, 랑, 나 순서였다. 아무래도 긴장감 넘치는 이 대회의 첫 출전선수로서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석오는 우리에게 애써 미소를 보였다.


“가, 갔다 올게? 애들아?”

“...”


삑사리까지 내가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석오가 안쓰러웠던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억지미소를 지으며 연신 손을 흔들었다.


“자 두 생도, 서로 인사하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얼떨결에 인사를 받아버린 석오는, 이제현 사부의 지휘 하에 황급히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상대방 역시 석오와 마찬가지로 맨손으로 싸우는 모양인지,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주먹을 쥔 두 손을 들어올렸다.


“저쪽도 맨손이구나.”

“그러게, 상대가 무기를 들지 않아서 다행인건가.”

“...”


한량과 내가 주고받는 말에는 별 관심 없는지, 랑이는 그저 두 생도들의 전투가 시작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자, 시작!”


사부가 내지르고 있던 팔이 들어올려지고, 드디어 첫 결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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