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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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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8,903

작성
22.08.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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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장. 캬티냐 기지(1)

DUMMY

1.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흘러갔다. 지구의 신디케이트 본부와 회의를 마치고 나온 김철수는 바로 샘슨과 나를 불러 캬티냐 기지의 탐사 결정을 알렸다.


“준비는 다 되어 있겠죠? 신디케이트의 임원들이 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쓰나미에 파괴된 크레인을 고쳤습니다. 지금이라도 잠수가 가능합니다.”


샘슨은 그렇게 말했지만 불안한 기색이었다. 아무래도 우르인간들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김철수가 나를 보았다.


“이번에도 같이 가주는 거겠죠?”


나도 모르게 머뭇거렸다. 김철수가 달래듯 말했다.


“캬티냐 기지로 가는 길은 유로파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무난하게 탐사를 마칠 수 있을 겁니다.”


내가 거부한다고 탐사가 미루어질 것도 아니고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사실 유로파행 우주선에 탄 후부터 난 호랑이 등에 올라타 버린 셈이었다. 지금으로서는 계속 호랑이 등을 타고 가는 수 밖에 없었다.


“같이 가야죠. 모든 사람이 말하는 캬티냐 기지를 한 번 보고 싶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김철수는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그럼 김 이사님과 나 두 사람만 갑니까?”


“예. 이번 탐사는 둘만 가기로 하죠.”


“방역관들이 캬티냐 기지에 가기를 원하던데요?”


“안돼요. 이번 탐사는 안 됩니다. 유벤타 알파라는 신디케이트의 최고 비밀 사항에 관련된 탐사입니다.”


“하지만 WHO에 대한 신디케이트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에, 다음에 가라고 하죠.”


그 ‘다음’이라는 게 있을지는 자신 없었다. 방역관 얘기가 나오자 김철수는 더욱 서둘렀다.


“그들이 따라오기 전에 지금 바로 갑시다. 샘슨 공장장님, 지금 바로 출발이 가능하죠?”


샘슨은 당황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빨리 잠수정 기지로 가죠.”


김철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와 김철수는 그대로 통제실을 나와 잠수정 기지로 향했다. 우리는 긴 순회복도를 걸으며 별거 아닌 대화를 나누었다. 유로파에는 있지도 않는 날씨와 음식 같은 얘기였다. 우르 인간과 심해, 그리고 방역관과 관련된 주제를 일부러 피했던 것이다.


공장의 끝에서 일층으로 내려와 우르 투입구 옆의 에어록에서 우주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잠수정 기지까지 가는 동안 우르 인간이 나타나지 않을까 불안했다. 내가 쉬고 있을 때, 몇 차례의 지진이 있었다고 했지만 우르인간이 나왔다는 통제실의 경고는 없었다. 유벤타 공장 전체가 너무 평온했다. 내게는 그 평온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나는 괜히 불안해하며 잠수정 기지로 들어갔다. 샘슨이 연락해 놓아서인지 잠수정은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 점검 중이었다. 엔지니어 두 명이 계측기를 들고 외부 선체를 살피고 있었다. 김철수가 큰 소리로 물었다.


“지금 바로 잠수 할 수 있나요?”


“이 부분만 끝나면 바로 가능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엔지니어들은 밸러스트 부분을 급하게 살펴본 후 잠수정 통제실에 점검을 끝냈다고 말했다.


“자, 빨리 잠수합시다.”


무슨 예감이라도 들었는지 김철수는 더욱 서둘렀다. 김철수의 감은 맞았다. 우리가 잠수정에 막 오르려는 순간 미찌코가 나타났다.


“왜 나를 빼놓고 가요?”


미찌코가 화난 눈으로 김철수에게 쏴 부쳤다. 김철수는 당황함을 얼른 감추고 능글거리는 투로 말했다.


“가와무라 박사가 전번에 너무 고생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김 박사와 둘이서만 가려했지요.”


미찌코는 김철수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날카롭게 물었다.


“나를 떼어 놓고 캬티냐 기지에 가려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보죠?”


김철수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같이 갑시다. 위험을 감수하겠다니 같이 못 갈 게 있겠어요?”


미찌코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 쪽은 보지도 않고 제일 먼저 잠수정으로 들어갔다. 잠수정의 내부는 동일했다. 그래서 익숙하기도 했지만, 공포의 순간을 떠올리기도 쉬웠다. 나는 적의 성벽을 향해 앞장서 돌격하는 소모품 노예 병사 같은 심정으로 잠수정의 부조종석에 앉았다. 주조종석은 김철수가, 미찌코는 내 뒤에 자리했다. 2호 잠수정을 인양하러 갔을 때와 같은 배치였다. 잠수정은 크레인으로 내려져 곧장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


“허유, 그 방역관들을 태우지 않아 다행이야···”


김철수가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내게는 자기 위안처럼 들렸다. 잠수정은 기지의 분출공을 천천히 하강했다. 아직은 우르가 출몰하는 구역이 아니었다. 나는 화면을 보며 죄어드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두 번의 잠수에서도 살아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살수 있다는 말로 계속 마음을 달랬다. 이윽고 기지와 통하는 분출공을 벗어나며 폭이 40m 정도로 벌어졌다. 우르 탐지기는 조용했다. 폭이 점점 넓어지며 병목지점까지 내려왔다.


“이제 방향을 틉시다.”


에머와 분출공을 조사하러 갔을 때나 2호 잠수정을 인양하러 갔을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잠수정의 선수가 향해졌다. 잠수정은 얼음벽을 따라 비스듬히 하강을 계속했다. 100m 내려 갈 때마다 벽에 설치해 놓은 센스와 신호를 주고받았다.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절대 없다는 말이었다. 신경 쓸 것은 해류였다. 그것도 엔진을 가동시켜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을 수 있었다. 우르가 광파발생기에 진정되기만 한다면 김철수의 말대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았을 것이다.


김철수가 긴장을 털어내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우르의 서식 밀도를 조사하러 보낸 잠수 드론이 수중동굴을 발견할지는 몰랐어요. 모두가 깜짝 놀랐지. 우르의 서식지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드론을 동굴 안으로 넣었는데, 그곳에 공기가 차있는 거대한 공동이 있을지는 몰랐어요.”


“왜 공기가 차있게 되었을까요?”


“그건 몰라요. 성분은 주로 수소였는데, 유로파가 생성될 무렵의 기체가 갇힌 거겠지요. 자연이란 그렇게 신기한 겁니다.”


김철수는 그 물을 전기분해 시켜 그 동굴에 산소를 채웠다는 말을 덧붙였다. 20여분이 지났어도 우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20여분만 더 가면 캬티냐 기지였다. 잠수정 안의 긴장이 풀렸다.


“내가 고속도로를 가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았어요?”


김철수의 자신감에 미찌코가 뒤에서 코웃음을 쳤다.


“예상 도착 시간을 보면 아직 20분을 더 가야해요.”


“이대로라면 한 시간이라도 문제없어요.”


김철수는 여전히 여유만만 했다. 캬티냐 기지에 거의 다와 갈 무렵 우르탐지기가 울렸다. 우리는 엔진을 끄고 약 1km 밖에서 우르 두 마리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 사이 해류에 1km 정도 떠내려갔지만 금방 원복 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것이 캬티냐 기지에 도착할 때까지 만났던 유일한 우르였다. 잠수정은 센스의 위치정보에 따라 캬티냐 기지로 들어가는 수중동굴의 입구에 닿았다.


“캬티냐 기지에 잡아 놓았던 우르가 아직 있을지도 몰라요. 엔진을 최소치로 낮춥니다.”


그러고 보니 진짜 위험은 지금부터였다. 나는 몸이 굳어졌다. 김철수도 긴장했는지 침을 한 번 삼키고는 서서히 잠수정을 동굴 안으로 진입시켰다. 동굴 입구는 폭이 5m 정도로 였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지고 높아졌다. 김철수는 탐조등을 켜지 않았다. 입력된 좌표를 따라 컴퓨터가 잠수정을 자동 조종했기에 조명이 필요 없었다. 미찌코가 급하게 입을 열었다.


“우르 탐지기가 조용하다면 캬티냐 기지가 어떤 상황인지 보게 조명을 켜 봐요.”


김철수가 즉각 반대했다.


“불빛이 퍼져나가면 우르가 찾아올지 몰라요.”


“카티냐 기지가 얼마나 파괴되었는지 알아야 될 거 아니에요? 수중동굴이 무너져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나는 평소답지 않는 미찌코의 과감한 주장에 놀랐다. 미찌코는 지금이 모든 의혹을 풀 기회라고 보고 어떤 위험도 무릅쓸 각오를 한 모양이었다. 김철수는 미찌코와 싸우기 싫은지 아무 말 없이 탐조등을 켜 좌우로 비추었다. 거칠고 무작위적인 형태의 얼음벽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곧 동굴은 잠수정 다섯 대가 나란히 들어갈 만큼 넓어졌다. 입구에서 조금 안으로 들어가자 폭이 2, 3m는 될 것 같은 검은 띠가 얼음벽에 이어져 있었다. 미찌코가 그럴 것 같았다는 투로 내뱉듯 말했다.


“곰팡이에요. 안에서 밖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김철수가 비웃는 투로 반박했다.


“내 눈에는 밖에서 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맞나 보자고요.”


미찌코가 자신만만히 대꾸했다. 곰팡이의 띠는 얼음벽 한쪽을 완전히 점령한 곳도 있었지만, 시들어가는 잎처럼 색깔이 엷어지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미찌코의 말처럼 곰팡이의 오염이 캬티냐 기지에서 시작되었다면 이곳에서 곰팡이가 가장 번성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곰팡이는 확장하지 못하고 쇠퇴하는 모습이었다. 김철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곰팡이가 심각하군. 캬티냐 기지도 곰팡이가 뒤덮었을 가능성이 있겠어.”


미찌코가 ‘흥’하는 소리를 내었다. 나는 이 물속에 얼마나 많은 곰팡이 포자들이 떠돌고 있을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엄청난 포자의 수에도 불구하고 곰팡이는 동굴 전체를 점령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얼음의 온도가 곰팡이의 정착을 억제시킬 수도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요인이 곰팡이가 세상을 지배하는 걸 막고 있는지도 몰랐다.


잠수정의 탐조등에 비추진 수중동굴의 얼음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광파 발생기와 조명등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꺼진 상태였다. 잠수정은 암흑 속을 조심스레 앞으로 나갔다. 동굴이 크게 한번 휘어졌다. 동굴 벽 여기저기에서 얼음이 튀어나오며 폭이 좁아졌다. 잠수정 조종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동굴은 다시 반대로 휘어지며 넓어졌다.


그리고 얼마간의 부드러운 곡선 길을 만들었다. 잠수정은 곡선의 얼음벽을 따라 조용히 앞으로 나갔다. 몇 분간 이었을까! 잠수정을 담그고 있던 물이 얕아진다 느껴지는 순간 잠수정의 윗부분이 물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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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4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2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7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9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7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6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50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3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2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8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1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4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9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6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9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1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6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6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2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1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2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4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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