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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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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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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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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마병(魔兵)

DUMMY

................................



헤그머의 빛이 자자지기 시작하고 전사들의 그림자는 길어진다. 공터를 채운 전사들이 조용해 질 때까지 칸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둘 웅성이고 소란스럽던 전사들이 칸의 분위기에 조용해지자 비로소 칸은 입을 열었다. 헤그머가 지기 전에 일을 끝내고 싶었다.


"쟈론, 부커, 부리, 모햐카, 너, 너, 너, 너 말고 그 뒤에 키 큰놈 너, 너 긴칼든 너, 너, 모두 나와라."


15명이 칸 앞에 섰다. 삼백의 전사들 중에서 칸이 고른 자들이었다. 잘 싸우는 자, 끈질긴 자, 임기응변이 좋은 자, 머리가 좋은 자, 권위가 있는 자, 존경을 받는 자, 상항 파악을 잘하는 자, 지휘를 잘하는 자들이었다. 칸의 눈을 피한 자들은 없었다. 백만의 대군을 거느렸던 칸의 눈을 벗어날 만큼 대단한 자도 없었다.


"쟈론, 전사들은 모두 몇 명인가?"


칸이 다짜고짜 물었다.


"뭐?"


쟈론은 당황했다.


"너, 모두 몇 명이냐?"


칸은 다른 자를 지목했다.


"대장 너를 포함해 모두 307명이다."


칸에게 맞아 바닥에 얼굴이 부딪쳐 이빨이 몇 개 부러지고 입이 터져 나온 모햐카의 말은 듣기 어려웠지만, 칸은 만족했다.


"너희들이 조장이다. 각자 20명씩 전사들을 나눠라, 사람이 모자라면 19명으로 만든다. 자 흩어져라."


칸의 명령이 떨어지자 15명은 흩어졌다. 재빨리 움직이는 자도 있었지만, 아직 어리둥절해 하는 자들도 있었고, 신경도 쓰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칸은 두 번 다시 말하지 않고 그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곧 전사들은 조로 나눠지기 시작했지만, 가족과 소속이 달라지자 여기저기서 불만과 욕설이 튀어나왔다. 조장들은 쉽게 조를 만드는 자, 주먹다짐을 하는 자, 소리 높여 다투는 자, 쩔쩔 메는 자, 포기하고 기다리는 자로 다양했다.


조가 다 나눠졌을 때는 칼리가 뜨기 전이었다. 사람들은 칼리가 뜰 기미가 보여도 움직이지 않는 칸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조를 정했다. 이런 공터에서 칼리를 만나기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내일 아침, 헤그머가 뜨기 전, 칼리가 진 후 바로, 이곳으로 모인다. 각 조원은 자신들의 조장을 기억하고 내일 아침 각조로 모인다. 그만 돌아가라."


칸의 명령에 따라 전사들은 흩어졌다. 하루 종일 싸움과 긴장 때문에 전사들은 피곤해 있었고, 칼리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부리나 쟈론이 칸의 곁에 마지막으로 남았지만 칸의 침묵에 말을 붙이지 못하고 칼리에게 쫓겨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공터에 칼리가 떠오르고, 칼리의 달빛이 그의 피부에 부딪치며 검게 산란했다. 칸은 생각에 잠겼다. 나락으로 내려와 가족을 얻었고 군대를 얻었다. 뿌연 기억 속에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다. 얼마나 달려야 하는가,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가, 세계의 구원은 언제 이루어지는가, 여신은 언제까지 꿈을 꿀 것인가 그의 머릿속을 채우는 번뇌가 깊었다.


번뇌는 한 순간에 비어진 중심으로 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칼을 버리지 않은 숙명자로서, 번뇌는 칸의 것이었다. 고통도, 외로움도, 슬픔도, 욕망도, 욕정도, 괴로움도, 사랑도, 죽음도, 삶도 그의 것이었다. 물러서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고, 받아들이려고 하지도 않고, 거부하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고 온전히 칸은 서있었다.


"칸, 카아안!"


아리엘의 부름에 칸은 눈을 떴다. 칼리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은 칸은 가족들에게 돌아갔어도 오랜 시간을 있지 않았다. 그는 가족들 외에 돌봐야 할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칸은 그의 품안에 안겨있는 레키를 조심스럽게 재우고 움직이지 않음으로 공기를 흩이지 않고 병영을 나섰다. 중간 중간에 아틸렌의 전사들이 망을 봤지만 아무도 그의 그림자를 본 자는 없었다.


칼리의 달빛 아래 고마밭은 넓었다. 요새를 둘러싸고 지평선이 보일정도였다. 고마밭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북으로 외곽에 있는 관문 장벽부터 요새까지의 거리는 천천히 걸어 반나절의 길이였지만 동쪽부터 서쪽까지의 걸이는 한나절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이 넓은 농장에 고마가 빽빽이 차 있었다.


고마의 두꺼운 잎은 칼리에 견디느라 표면은 각질을 띠고 있어 달빛에 반짝였다. 칸은 고마밭을 달려 주위를 돌아보았다. 고마밭은 비야마 남작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농장으로 서쪽 절벽 지대, 북쪽 관문, 남쪽 비야만 요새, 동쪽 두터운 목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사고가 난 곳은 동쪽, 정확하게는 동남쪽이었다. 동쪽의 목책 중에 남쪽에 치우친, 비야만 요새보다 남쪽으로 더 내려간 지역에서 목책이 무너져 있었다.


다른 곳의 고마는 멀쩡했지만 이곳의 고마밭에는 싸움의 흔적이 뚜렷했다. 괴수와 괴수들 간의 먹이 싸움, 사람과 괴수간의 싸움 그리고 고마와 괴수간의 싸움이었다. 고마도 나락의 생명체로 만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사람들이 돌보기 시작하면서 많이 야생의 힘이 떨어졌지만 날카로운 가시와 독을 가지고 있고 채찍 같은 촉수도 있었다. 고마밭 곳곳에 보이는 괴수의 시체들은 고마의 뿌리에 이끌려 땅속에서 양분으로 바뀌어 갔다.


그런 고마의 힘이었기에 큰 고마들이 몰려있는 곳은 아직은 안전했다. 가이아의 성직자들만이 키우고 재배할 수 있는 - 칸 가족들도 아리가 없다면 불가능했다. 고마는 콩두에 비하여 키우기가 몇 배는 어렵지만 대신 높은 영양과 빠른 성장 때문에 남작이 무리를 해서 시작했고 몇 번의 실패를 통해 성공하여 그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 원천이었다.


칸은 동남쪽의 목책들을 꼼꼼히 살폈다. 제삼의 눈은 칸에게 많은 도움을 주며 어둠 속에서 작은 돌멩이까지 구별하게 했다. 부서진 목책은 7군데였으나 큰 곳은 한 곳이고 다른 한 곳은 컸지만 지형이 좋지 않아 많은 괴수들이 들어오기에는 불편했다. 나머지 5군데의 구멍들도 살펴봤다. 발자국들을 살피고 칸은 생각에 빠졌다.


초소와 망루가 무너진 곳도 돌아보고 목책 너머 괴수들의 흔적도 찾아보았다. 밤이슬을 맞으며 돌아다니는 악마의 모습은 달빛아래 섬뜩한 아름다움을 선사했지만 칼리를 따라 날아오르는 달빛나비들 외에 본이는 없었다.



....................





다음날, 전사들은 모여들었다. 하지만 조를 제대로 찾는 자들은 드물었다. 어제 저녁과 같은 혼란이 계속되었고 몇 개조를 제외하고는 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모든 조원이 온 조는 왼쪽에, 조가 없는 자들은 오른쪽에 선다. 조를 만들지 못한 조장들도 오른쪽에 선다."


전사들은 칸의 명령에 웅성거렸다. 칸의 무심한 목소리에 놀라 재빨리 움직이는 자들도 소수 이었지만 대다수 느리게 갈라졌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진 전사들의 수가 비슷할 정도로 조를 찾지 못한 전사들이 많았다. 이해하지 못했거나, 반항하거나, 신경을 쓰지 않고 있거나, 잊어버렸거나 칸의 명령이 무시당한 것은 같았다.


"모두 무기를 내려놓고 앞으로 나온다."


좌우로 갈라진 전사들이 정면으로 대치하게 되자 전사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눠 싸운다. 규칙은 어제와 같다. 시작해라."


칸의 명령이 떨어졌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전사들이나 조장 모두 어리둥절할 뿐이다.


"부리!"


칸의 호명은 부리를 움직이게 했고, 그를 따르는 조원들도 싸우게 만들었다. 칸이 부리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뿐이었다. 조장들 중에 가장 간절한 자가 그였다. 부리는 간절하게 살아남고, 싸우고, 일어나고, 과거의 영광을 찾고 싶어 했다.


싸움은 어제와 같았지만, 끝은 더 빨리 왔다. 왼 쪽에 서있는 조들은 순식간에 흩어진 오른 편을 제압해 버렸다. 적이 누구인지, 아군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던 오른 편 전사들은 조들에 의해 각개 격파 당했고 뭉쳐진 조들은 손쉽게 흩어진 오른 편 전사들을 쓰러뜨렸다. 싸움이 끝나고 왼 편이 제자리를 찾았을 때 공터의 흙바닥에는 신음하는 오른 편 전사로 가득했다.


"이해를 못하는 자들은 없을 것이라 본다. 다시 조를 만들어라. 시간 내에 조를 짜지 않으면 다시 싸운다."


조는 빨리 만들어졌다.


"우리가 무엇을 먼저해야하는 지 듣고 싶다. 10분 뒤 각 조장은 나에게 의견을 말해라."


조장들은 칸의 명령에 다시 어리둥절했지만, 지난번처럼 굼뜨지는 않았다. 조장들은 생각을 정리한 자, 남에게 의견을 묻는 자, 소리 높여 토론하는 자, 조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 조원과 같이 고민하는 자로 다양했다.


"말하라"


칸은 어떠한 도구의 도움도 없이 헤그머의 감도로 정확하게 10분에 조장들을 모았다. 능력자들에게나 있는 능력을 칸은 제3의 눈으로 알았다.


"먼저 고마밭을 지키고 있는 가문들이 언제까지 기다려 줄지 알아야 다음을 말할 수 있습니다."


모햐카의 말이 맞았다. 고마밭 경비를 위해 경비대가 만들어 진 것이다.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고마밭 경비고, 가문들이 언제까지 기다려 주는 가에 따라 경비대의 준비 기간이 달라졌다.


"오늘 오후부터다."


칸이 오늘 아침에 받은 가문의 결정이었다.


"가문들은 우리에게 너무 시간을 주지 않는군요.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무기를 수선하고 배불리 먹어야 합니다."


"다음에는?"


"고마밭의 울타리를 고쳐야 합니다. 그리고 동쪽 성벽을 고치고, 외각 관문 요새를 보수해야합니다."


모햐카는 누구에게 묻지도 않고, 마치 생각해둔 바가 있는 듯 또렷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다음"


모햐카에게 다른 말이 없자 칸은 쟈론을 지목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사들의 훈련입니다. 보시면 알듯이 전사들은 제각각입니다. 따라서 훈련을 통해 조직적으로 싸우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어떻게?"


칸의 말에 쟈론은 당황한다.


"그러니까 에……."


"그만, 다음 너."


칸은 다른 자를 지목했고 쟈론은 뻘줌해져서 들어갔다. 조장들의 의견은 다양했지만, 당장 경비대가 고마밭으로 가야한다고 하자 의견은 많지 않았다.


"조는 5개씩 모아 3개의 부대로 만든다."


부대를 만드는 것은 조로 나누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이루어졌다. 15명의 조장들이 동전을 던져 결정했다.


"부대는 1부대는 쟈론, 2부대는 부커, 3부대는 모햐카가 맡는다. 부대장은 자신의 조에서 조장을 뽑는다. 단 이는 한시적이다."


부대와 부대장이 만들어졌다.


"모두 배불리 먹고 무기를 수리한 다음 11시경에 요새 정문으로 부대 단위로 모인다."


배불리 먹을 식량은 없었다. 가문들이 식량을 거머쥐고 전사들을 조정하기 위해 배급을 주고 있을 뿐이었다. 고마밭이 안정을 찾기 전까지 배불리 먹는 다는 것은 말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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