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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 님의 서재입니다.

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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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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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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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0,840

작성
06.09.0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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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31
추천
49
글자
10쪽

아귀(餓鬼)

DUMMY

.............



신전을 오르는 계단 옆에 잘 닦여진 왼쪽 길을 따라 가면 다섯 겹 나무의 그늘을 지붕 삼은 건물을 볼 수 있다. 마을의 다른 건물과 다르게 3층의 건물은 벽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균형과 조화가 엿보였다. 그리고 신전보다는 못하지만 작은 조각들이 정성들여 새겨진 이곳은 마을의 실질적인 주인 비야마 남작의 저택이었다.


소년은 바람 속에서 주술의 도구를 흔들었다. 다섯 겹 나무의 그늘 밑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기 위해 소원을 빌었다. 어린 소녀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채를 흔들며 주문을 외었다.

채에 촉촉이 묻힌 우윳빛 액체는 사랑의 대상과 질투의 대상을 잇는 상징이었고 소년이 소원하는 사랑의 결정이었다. 유모를 통해 어렵게 구한 액체가 흔들리는 채에 묻어 바람을 타고 있었다. 바람이 물들어 우윳빛을 띄어갔다.


그들은 굶주렸을 뿐 결코 이성이 없지는 않았다.


'배고파'


그들은 하루종일 굶주렸다. 비록 고마풀죽이지만 먹을 때도 배고파 했다.


'배고파'


그들은 원초적 본능인 식욕만을 남긴 자들이었다. 다른 이들보다 추하고 약하지만 도리어 욕심은 적은자들이었다.


'먹을 것'


그들은 나락의 맨 아래층에 해당했지만 가장 삶에 가까웠다. 식욕조차 버린다면 삶을 다시 얻을 수 있었다.


'맛있는 것 없나'


그러나.....


식욕은 무엇보다도 버리기 어려운 욕망이었다.


"악"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일꾼의 비명이 들렸다.


"맛있는 거다!"


잠자다 졸지에 벼락을 맞은 일꾼 한명이 버둥거리며 검은 물체를 벗어났다.


"안돼 먹을게 아니야 시체다!"


검은 물체를 알아본 한 일꾼이 소리쳤다.


"시....시체?"


소리와 냄새에 일어선 일꾼들이 주춤 물러섰다. 그리고 다시 휴식처는 침묵에 빠진다.


"햐 그런데 냄새 한 번 죽인다......"


열매당의 달콤한 향기는 일꾼들의 코를 흥분 시키고 뇌를 마비시켰다.


"한 번만......"


더 이상 참지 못한 한 일꾼이 시체에 달려들어 열매당을 핥은 것은 순식간이었다.


"안돼!"


다시 일꾼 한명이 소리쳤지만 시체를 핥는 소리는 휴식처의 침묵을 깼다.


"나도~"


그리고 침을 꿀꺽 이던 일꾼들이 개미처럼 달려든 것도 찰라 간이었다.


어두운 밤 때아닌 휴식처에서 시체를 핥는 소리가 몸서리치게 들렸다. 칼리조차 그 소리에 부르르 떨며 창백해졌다.


"비켜"


"웃기지마 내 자리야"


시체를 사이에 두고 서너 명이던 경쟁자들은 수십, 수백으로 늘었고 휴식처는 아수라장이 됐다.


아작!


더 이상 핥을 것이 없던 시체에 이빨을 들이 된 일꾼이 생기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을 것이다.


"어?"


일꾼은 바싹 한 살점이 맛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갈등의 시간과 죄책감의 시간이 엇갈렸다.

선택의 시간이 온 것이다.


그러나


역시 예정되어 있었다.

그들은 너무 배가 고팠을 뿐이었다.


"크아아아"


한 명이 미친 듯이 시체를 파먹자 다른 일꾼은 질린 듯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너무 맛있게 살점을 파먹었다.


"안돼~"


누가 소리쳤지만 그들의 이성은 벌써 배고픔에 먹혀버렸다.




'어려워'


칸은 상대의 붉은 눈을 직시했다. 흘러내리는 침에 번들거리는 이빨이 드러났다.


"크크크"


오직 싸우기 위해 살아있는 존재였다.


"와아아아"


관중들은 피을 원하고 있었다.

칸의 관리자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상대는 승리가 아니라 살의에 미쳐있었다.

칸은 이 미친 투사와 2시간을 넘게 싸워야 했다.


'힘들겠어'


이성을 잃은 상대를 가지고 '연기'하기는 힘들었다.하지만 해야 했다. 그의 승률을 너무 높았다. 승률이 높아 상금은 많지만 배당이 낮았다. 2시간이상을 싸워 아깝게 져줘야 했다.


칸은 룽카가 붙여준 관리자에게 고개를 끄떡여 안심을 시켜줬다. 그는 가족이 위험한 투기 장에 오는 것을 싫어했기에 관리자는 룽카의 가족 중에 한명을 선택했다. 관리자는 안심한 표정이었다. 그는 몇 개월동안 칸을 따라다녔고 누구보다도 믿게 되었다.


"죽여버려 뭉개버려"


투기장의 열기는 높아졌고 관중들의 눈도 충혈되어 간다.


그리고


날아든 주머니가 투기 장 바닥에 떨어져 터진다. 피어나는 가루는 이 비야마 남작령의 상징인 고마가루였다.


"크아아아"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시체를 먹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타락했다.


'으드득'


뼈를 갉아 먹는 일꾼들은 더 이상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다. 입은 찢어지고 이빨을 삐져 나왔다. 배고픔과 두려움으로 떨리던 눈동자는 광기에 물들어 휘 번득했고, 손과 발은 탐욕스러운 짐승처럼 굽었다.


'캬아악'


악령들이 즐거이 비명을 질렀다. 파티를 벌리기 위해 몰려든 악령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일꾼들을 물들였다.


시체는 순식간에 동이 낫다. 수백의 일꾼이 먹기에는 너무 양이 적었다.

그리고 경쟁을 넘어서는 일이 발생했다.


"조금만~"


발가락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던 일꾼을 공격한 것은 친하던 일꾼이었다. 둘은 살점도 얼마 없는 발가락을 가지고 싸웠다. 그리고 날카로워진 손톱이 동료의 살을 찢었다.


"이 새끼가!"


분노한 일꾼이 이빨을 들어내고 물어뜯었다.


"크악"


일꾼들은 피을 흘리며 서로를 물어 뜯었다.

그리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먹었고 더욱 타락한다. 악령들은 더욱 즐거워 했다.


"으아악"


더 탐욕스러워진 자는 동료들을 닥치는 데로 물어 뜯었고 일꾼들은 비명을 질렀지만 곧 살을 찢고 나온 피의 냄새에 취한다. 이제 그들의 탐식은 서로의 살을 뜯어야만 충족될 정도로 변했다.


'배고파'


끝없는 배고픔


'맛있는 것'


서로의 살을 씹다 못해 자신의 살을 씹는 아귀들은 '먹음'에 잡아 먹힌다.


"크아아아"


괴물이 탄생하고 있었다. 그것도 생존을 위한 괴물이 아니라 탐식에 미친 광기의 괴물이 안식처에서 서서히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엷게 흐르는 우유빛 바람이 공포에 물들어 괴물에게서 도망친다.


"킁! 맛있는 냄새"


거대한 아귀와 서로 잡아 먹던 아귀들은 처절한 몸부림을 갑자기 멈춘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격렬했던 행위가 섬 뜻하게 침묵으로 바뀌고 그들의 눈은 마을의 중심으로 모아진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냄새가 서로를 잡아먹던 행위를 멈추게 했다.


꽝!


벽이 무너지고 아귀들이 나왔지만 칼리의 달빛은 그들을 녹이지 못했다. 지글거리며 아귀들의 외피을 녹였지만 악령보다 더한 집념의 아귀들은 피부가 타들 어가도 무시했다. 피부 안까지 녹이기에는 칼리는 노쇠해 보였다.


"으아아악"

"막아"

"습격이다!"

"창고를 사수해라!"


아귀들이 맨 처음 공격한 곳은 식품점이었다. 한 밤중에 공격을 받은 경비병들은 졸음에 깨어나 침입하는 아귀들을 막았다.


"죽어!"

"크아악"

"먹을 것!"


성급한 발걸음이 계속되면서 창고로 경비병들이 모여들었다. 아귀들은 먹을 것을 찾아 창고를 습격했고 경비병들은 무기를 들어 막았다.


"크아악"

"물러서지마 라!"

"이 새끼 떨어져"


아귀들은 먹이를 찾아 몸을 던졌다. 하지만 경비병들의 창칼을 넘어서기에는 약했다. 찢어진 입에 날카로운 이빨이 삐져나오고 탐욕스러운 발톱이 바닥을 긁었지만 나락에서 수많은 괴물들과 싸워온 병사들을 이기기에는 부족했다.


경비병들은 아귀들을 손쉽게 물리쳤다. 몸을 돌보지 않고 덮치며 빈틈을 노려 팔과 다리를 물고 늘어졌지만 그들은 침착하게 아귀들의 목을 따고 배를 쑤셨다.


"1열 뒤로 물러서고 2열 앞으로 3열 준비하라"


경비대장의 침착한 대응에 아귀들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우두득"

"아그작 쩝쩝"


와중에도 시체를 뜯어먹는 소리에 경비병들은 소름이 돋았다. 아귀들은 동료들의 시체와 떨어진 팔다리를 주어 먹었다.


"크아아아"

꽝!


식료품 건물을 흔드는 굉음이 점차 가까워지자 경비병들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아귀들은 손쉽게 잡았지만 굶주려 몰려드는 아귀들은 끝이 없었다. 일꾼들이 아귀로 변하면서 수백의 아귀들이 몰려든 것이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오려고 악을 쓰는 한 존재 때문에 더욱 어두워졌다.


쿠앙!


드디어 한쪽 벽이 무너졌다.


"달빛이 들어온다. 준비해라!"


경비병들은 품 속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내 몸에 뿌렸다. 짧은 시간이지만 칼리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액체가 쭈르르 몸을 적신다.


"캬아아"


대아귀가 포효하며 경비병을 너머 창고를 급습한다.


"막아"

"으아아악"


대아귀는 느렸지만 거대한 몸에서 나오는 힘은 경비병들의 창칼을 무시했다.


"커엉 컹!"


귀견들이 달려들어 대아귀를 물어 뜯었다.


"깨갱 캐갱"


물어 뜯던 귀견들은 도리어 대아귀의 살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귀견들을 잡아 먹었다.


"이 새끼가!"


아끼던 귀견들이 잡아 먹히자 경비병들은 몸 속에 숨어 있던 식귀들을 뽑아냈다.


"으악"


하지만 식귀들의 공격은 주인을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무기가 아니라면 공격자를 도리어 잡아먹는 대아귀를 더 강해지게 만들 뿐이었다.


"모두 무기를 들어라 식귀는 집어넣어!"


경비대장은 냉정하게 판단하고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시발 지원은 언제 오는 거야!'


그는 속말로 지원병들이 늦는 것을 욕했지만 칼리가 높이 뜬 밤에 지원병들이 늦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꽝!

"창고가 부서진다"

"피해라!"


무너지는 건물 잔해에 경비병들은 부산스럽게 움직였지만 대아귀가 음식물을 집어먹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 치우는 대아귀는 더욱 더 배고파지고 있었다.


'더 맛있는 거 더 맛있는 거.....'


식욕은 끝없이 음식을 찾고 맛은 마약처럼 더 맛있는 것을 찾았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29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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