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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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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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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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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귀(餓鬼)

DUMMY

그날 저녁 칼리가 뜨기 전에 룽카를 만날 수 있었다. 아란트 성태와는 다르게 모든 가족이 몰려나온 아틸렌의 가족들은 40명이나 되는 대가족이었다. 상급전사가 7명이나 있는 아틸렌의 사냥 단은 데니아의 예상대로 4마리의 야생 소우를 잡아 여관 앞에 몰려나온 상인들과 협상 중이었다.


"소우의 상처도 깊고, 길도 들이지 않아서……."


"좋아 한 마리당 6골드 32실버 11코인으로 한다."


아틸렌의 작은 몸에서 박력 있는 말이 터져 나오자 상인은 겁먹은 것처럼 물러서며 고개를 끄떡였다. 하지만 누구도 상인이 겁먹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본전은 찾는 것이 나락의 상인이었다.


"우와……."


직원의 연락으로 나온 일행들은 골드 단위로 사냥감이 거래되자 부러워했다. 칸을 만나기 전에 가장 비싸게 잡은 사냥감조차 실버 단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아틸렌으로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나있었다. 충분히 8골드 이상을 받아야하는 야생 소우지만 최면술사가 없어 최면을 걸어 길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값이 많이 떨어졌다. 최면술사만 있었다면 약간의 시약 값만으로 조련이 가능했다. 야생 소우를 잡기 위해 소우의 발에 짓밟힌 아이들이 5명이나 됐다. 부활할 정도는 아니지만 신전이나 마기들에게 치료를 받아야했다. 고생한 만큼 큰 이익을 받지 못했다.


"오랜만이군."


흙과 피 그리고 땀으로 범벅이 된 룽카가 칸에게 다가왔다. 팔이 한쪽 사라졌지만 밝은 얼굴을 보였다. 소우에게 밟힌 룽카의 팔은 치료가 불가능해 지금은 외팔이었다. 반가워하는 룽카를 향해 칸은 고개를 끄떡여줬다. 룽카는 무뚝뚝한 그를 알기 때문에 미소로 받았다.


"여기 묵나?"


칸이 다시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그럼 술이나 한잔 하세 여기 특산인 고마주는 걸쭉하지만 구수하지, 내가 살 테니 가세, 아! 그리고 무기는 놔두게 어차피 중간에서 뺏기니까"


룽카가 앞장서 여관으로 들어갔다. 아틸렌의 가족들은 소우를 건네주느라 바빴고, 칸의 가족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룽카가 칸만을 초대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서 오게"


룽카의 재촉에 데니아가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 칸은 무기들을 일행에게 건네고 그를 따라갔다. 룽카는 여관 접수대 쪽으로 갔고 거기를 지키는 직원과 병사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어줬다. 그를 따라 문을 나서니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보였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도 병사가 투귀 견을 데리고 지키고 있었다. 무기가 있는 지 눈으로 한번 보고 병사는 고개를 돌렸다. 불법인 주점조차 남작의 것이었다. 다 알지만 모른척하는 대표적인 곳이 주점이었다.


가이리나 신역에서 주점이 불법인 것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도리어 직접적인 원인인 '식량' 때문이었다. 술을 만들기 위해서 들어가는 곡물의 량은 굶주린 수만 명을 먹일 수 있는 량이었다. 때문에 다른 시대와 문화의 금주령처럼 강제적이지 않아도 주점은 알아서 숨어들었다. 그리고 주점이 숨어들자 불법도 아닌 항상 같은 짝을 이루는 '매춘'도 숨어들게 되었다.


술과 매춘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부가 오가는 고가치 산업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숨어들었지만 어느 영지나 영지의 지배자가 직접 관리했다. 그것도 불법이지만 가이리나 여신은 직접적으로 벌을 내리지는 않았다. 여신도 술과 매춘 그리고 권력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 가지 '율법'을 정해 확산을 막았다. 굶주림을 막는 다는 이유의 금주령이 대표적으로 그런 여신의 율법이었다.


"그대여 내게 빠져들어요. 나의 품은……."


주점 안은 넓었고 백여 명의 전사들로 꽉차있었다. 정면의 무대에는 음악사가 네 개의 팔로 하프를 연주하며, 떠들썩한 곳에서도 잘 들리는 음성으로 조용히 노래를 했다. 목소리는 나른하고 몽롱했다. 주점 안의 열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가타지만 묘하게 어울리며 전사들을 흥분시켰다.


"캬~ 좋군."


고마주는 고마를 발효해 걸쭉하고 독했다.


"그래 칼의 의식은 잘됐나?"


칸은 말 대신에 목에서 목걸이를 꺼내보였다. 날카로운 어금니 같은 뼛조각이 보였다. 이것이 본래 칼의 증표인 봉인 골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대장간이나 보석 세공 소에서 장식 좀하지 그랬나?"


남성의 척추에서 꺼내는 봉인 골은 아이를 가지는 기능을 봉인하는 뼈로 대부분의 칼은 이 증표를 장식해서 보관했다. 하지만 칸은 자신의 척추에서 꺼낸 뼈를 황당해 할뿐이었다. 칼의 증표로 쓰지만 않는다면 벌써 버렸을 것이다.


"내 것 정도는 돼야지"


룽카가 자랑스럽게 자신의 증표를 보여줬다. 확실히 부유해서인지 증표는 비싸보였다. 빛나는 보석과 금으로 장식된 둥근 패 안에 봉인 골이 박혀있었다. 칸의 얼굴에 표정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룽카의 증표는 레키가 전에 보여준 증표와 거의 흡사했다.


"불법으로 꺼내는 자들도 다 장식을 하는데 그냥 가지고 다니기에는 폼이 안 나지!"


봉인 골을 꺼내는 것은 어려운 시술이지만 신전의 사제들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신전의 사제들은 신성력으로 자연스럽게 봉인 골을 꺼내지만 마기나 불법 치료사들도 수술을 통해서 꺼낼 수 있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칼이 되는 것보다는 쉽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돈을 모은 남성들이 한다.


"어이 여기 애들 좀 데려와!"


"네 알았습니다."


칸이 너무 딱딱 하자 룽카가 접대를 하는 페어리들을 불렀다. 두 명의 페어리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칸과 룽카 옆에 앉았다. 샤리만큼 어려보이는 페어리들은 미소녀들이었다. 조각 같은 얼굴을 가지고 살결이 비추는 얇은 망사만으로 가린 몸매가 대리석처럼 희어 여려보였다.


"안녕하세요."


페어리들이 인사를 했지만 칸의 표정을 풀리지 않았다. 그녀들에게서 풍기는 기운에 눈살을 찌푸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음악사의 노래 소리도 거슬렸다.


"왜 너무 어린가? 더 풍만한 애들이 좋나? 아니면 더 어린애들로?"


"필요 없다."


칸의 말에 룽카는 입맛을 다시고 페어리들을 물렸다. 아쉬운 듯 미련을 버리지 못한 페어리들이 자리에서 벗어났다. 룽카를 알고 있는 페어리들은 그가 돈 많고 매너가 좋은 고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 안부는 그만 묻고 사냥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세."


칸은 무뚝뚝했고 룽카는 그를 풀어주는 것을 포기했다. 사실 칸도 풍류를 아는 무인이지만 나락에 와서 풍류를 즐길 만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 세계에는 아직도 그가 모르는 위험이 많았고, 걸쭉한 고마주는 마음에 들었지만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 수없는 페어리들이 풍기는 부자연스러운 기운도, 몽롱한 음악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상 우리는 자네만을 보고 자네 가족까지 합류시킨 것일세, 다른 가족들은 그렇게 필요가 없네, 그러니까 자네가 하는 것에 따라 사냥과 분배가 이루어질 걸세"


룽카는 칸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40명의 인원과 상급전사들 갖춘 대가족에게 겨우 초보를 면한 사냥꾼들은 필요가 없었다. 특별한 능력을 갖춘 자들이면 모르지만 칸의 여성들은 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아마 며칠 후에 연락된 최면술사가 도착하면 바로 사냥을 나갈 것일세, 언제나처럼 야생 소우 사냥이지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산체로 잡아야하는 것이니 힘들 거네."


칸은 잠시 생각했고, 룽카는 기다렸다. 그를 좋아하지만 가족이 먼저였다. 아틸렌이 그를 사귀어두라고 해서 필요가 없지만 끌어들인 것이다. 그는 강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알고 고개 숙일 필요가 있었다.


"좋군. 나 혼자 간다."


하지만 칸의 생각은 룽카의 범위 밖이었다. 여성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칸에게 맞지 않았다. 그는 보수적인 가부장제의 무사였다. 룽카의 말은 그것을 상기시켰고, 결단을 내리게 만들었다.


"그. 그래"


룽카는 당황했다. 가족의 지원 없이 혼자서 싸운다는 것은 위험한 짓이었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가족 외에는 믿을 수 없었다. 물론 가족 내에서도 배신이 일어나지만 남보다는 나았다.


"그럼 내일 부탁한다."


칸은 고마주를 들이켰다. 걸쭉한 고마주가 들어오자 몸에 열기가 올랐다. 사냥은 쉽지는 않겠지만 그가 못할 일은 없었다. 다만 사냥과 이 세상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칸은 말은 안했지만 룽카에게 고마워했다. 룽카도 얼떨결에 고마주를 들이켰고 칸의 깊은 눈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술!"


룽카의 외침은 어둡고 현란한 색상으로 가득한 주점에서 또렷이 들렸다. 하지만 뒤돌아보는 사람은 기다리고 있던 페어리뿐이었다. 큰 주점이라 백여 명이 넘는 전사들이 가득했지만 서로 자신들 이야기 하느라 바빴다. 술을 마시고 소마초를 피우며 하루의 피로를 풀던가. 페어리들과 장난을 쳤다. 이곳에서 싸움을 하든 노골적으로 페어리와 관계를 갖든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음악사의 노래와 연주는 계속됐다. 듣는 사람이 없어도 사람들의 고막에 흘러들었다.


"내가 성전에 갔을 때는 말이야 아굴라 판이 붕괴될 때쯤이었지! 그 때가 진국이거든 판이 붕괴될 때 엑소가 무지 나와!"


룽카는 취했는지 자신의 군대이야기를 떠들었다. 칸은 알 수 없는 단어들과 이야기에 흥미가 동했다.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룽카의 이야기를 막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이해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칸도 독한 고마주와 주점에서 흐르는 탁하면서도 열기를 뿜어내는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아! 소마초 피지 않을래?"


룽카가 소마초를 건넸지만 칸은 거절했다. 뿌옇게 타오르는 연기를 보고 정체를 알았기 때문이다. 기분을 좋게 하지만 머리를 상하게 하는 이런 종류를 전생에서도 많이 봤고 해보기도 했다. 배우지 않는 것이 나았다.


"그래 아! 참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엑소"


칸은 처음 듣는 단어를 기억해뒀다.


"맞아 엑소 그래 그 무지막지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엑소가 판이 붕괴될 때 많이 나오지 그래서 저주 받을 천상의 신들이 빌어먹을 바할라의 괴물전사들을 풀어놨어, 우리 나락의 전사들은 그들이 점령한 광산을 먹으려고 진입했다가 무지 죽었지, 그 때 우리 부대에 나하고 한 명만 살아남았어........"


룽카는 추억에 잠겼고 칸은 성전에 대해들은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침묵했다.


"그래서 겨우 칼이 됐지 그 때 동료들의 영혼석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지, 빌어먹을 바할라놈들!"


룽카는 흥분했다. 성전에서 부대의 동료애는 각별했다. 가족들과는 다른 감정이 있었다. 너를 위해 내가 죽고 나를 위해 네가 죽는 동료애가 전사들을 성숙시키고 또한 타락 시키는 곳이 성전이었다.


"내가 칼이 되자 아틸렌이 불렀지 아틸렌인 강한 남성을 원해서 많이 성전에 보냈지만 칼이 된 것은 나밖에 없었거든, 나는 더 싸워 작위를 받고 싶었지만 기다리는 가족들 때문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


회한과 추억 그리고 욕망이 교차하는 룽카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단단한 그의 얼굴에 알게 모르게 많은 흔적과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성전보다는 여기가 좋아."


룽카의 얼굴이 펴졌다.


"동료들도 좋지만 가족들만 하겠어? 그리고 성전에서는 여성을 품기가 어렵거든 전투 중에 하는짓도 재미있지만 한두 번 해보면 그것도 식상하지 그 짓은 편안하게 할 때가 최고거든 하하하"


그리고 음흉한 얼굴이 되었다. 칸은 약간의 미소를 보였을 뿐이다.


그 후에도 룽카의 이야기는 계속됐지만 술에 취해 횡설수설 했을 뿐이다. 다만 성전을 이야기하면서 나락과 다른 차원을 연결하는 라르사에 대해서 말할 때 이룰 수 없는 꿈에 안타까워했다. 다만 그도 라르사를 직접 보지는 못했는지 신전이라고 하기도 하고 탑 또는 산 심지어 사다리라고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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