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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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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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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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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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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귀(餓鬼)

DUMMY

칸도 나락에서 처음 마시는 술에 취하고 룽카도 만취하자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아직도 술꾼들의 향연과 페어리들의 가느다란 웃음소리가 남아있고 음악사의 노래가 사람들을 흥분시켰지만 그는 룽카를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다행이, 여관에 머무는 줄 아는 듯 계산을 요구하지 않아 돈을 데니아에게 모두 맡긴 그로서는 다행이었다.


그날 밤 여관에서는 술에 취한 룽카가 아틸렌을 거칠게 다뤄 복도에 지키고 있던 병사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아틸렌은 룽카가 이렇게 만취한 것은 처음이라 약간을 걱정하면서도 그의 적극적인 정열을 즐겼다. 나락에서는 함부로 술에 취하는 것도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붉었다. 태양은 피처럼 붉었다.


“으아아악”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고 스스로를 살해했다.


“세상의 종말이다.”


“모두 미쳤어 미쳤어!”


그리고 서로를 죽였다.


“죽어라!”


“살려줘 으아악”


그의 검은 붉었다. 피가 방울져 땅으로 떨어졌다.


“막아라!”


광인들을 막기 위해 그의 검은 더욱 붉어졌다. 단단한 다리가 대지를 세우고 미친 세상의 물결을 막았다.


“어머니~”


비명을 대신한 소리가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팠지만 그의 얼굴은 천년의 거암처럼 미동도 없었다.


“대종사님...”


쓰러지는 부하들에 어떠한 희망도 주지 않고 그는 붉음을 갈랐다. 그의 검은 자비가 없었다. 천지처럼 무심했고 높은 가을 하늘처럼 무친했다. 그러기에 미친 하늘아래 세상을 지키는 검이 될 수 있었다.


“으아악”


무정한 검이 붉은 하늘을 갈랐다.


..................



칸은 얼굴을 만지는 손길을 느끼고 서서히 잠에서 깼다.


“음음음~”


아리엘의 부드러운 허밍의 노래가 방안에서 조용히 춤을 췄다. 이불도 요도 침대도 없이 지푸라기가 대신하는 싸구려 여관방의 더러운 벽에는 지나간 자들의 욕설로 가득 찼지만 노래는 행복하게 율동했다.


칸이 눈을 뜬지도 모르고 그의 왼쪽에 앉은 아리엘은 즐겁게 노래하며 정인의 얼굴을 매만진다. 오른편에서는 칸의 한 팔을 저리게 만드는 아리가 더욱 그의 품안으로 들어오고 아침을 알리는 빛이 손바닥보다 작은 창으로 쏟아졌다.


'흐려....'


싸구려 고마주의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들어 세상을 봤다. 왜 느끼지 못했을까? 나락은 뚫린 태양의 빛 아래 어두웠다. 칸은 나락의 낮이 밝다고 생각한 이유를 생각해봤다. 아마 그것은 빛조차 붕괴되는 심연을 거쳐 처음 본 빛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연에서 나왔을 때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이곳은 구원의 땅이 아니었다. 이곳이 바로 지옥이라 불리는 나락이었다.


“어머 깼어요?”


아리엘은 부끄러운 손길을 재빨리 치우고 얼굴을 붉혔다. 도둑질하다 들킨 아이처럼 부끄러워했다.

잠시 그녀의 해맑은 얼굴을 보던 칸은 조심스럽게 지쳐 쓰러진 아리의 머리에서 팔을 빼고 앉았다. 레키가 그의 발밑에서 잠들어 있었다. 데니아와 샤리가 보이지 않았지만 걱정되지는 않았다. 새벽에 데니아와 샤리가 나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배고프세요?”


아리엘은 고마빵을 찾았다. 칸은 속이 불편했지만 무심히 빵을 받았다. 그리고 거친 빵을 물고 천천히 씹었다.




“천천히 먹어”


데니아는 사제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빵을 먹는 샤리에게 말했다.


“응”


샤리는 이제는 그녀의 작은 손바닥보다 작아진 고마빵을 조심히 뜯어먹었다. 고마빵은 거칠었지만 콩두의 찌꺼기로 만든 빵이나 괴수의 고기 보다는 맛있었다. 부족하지만 뒷맛은 달았다.


“샤리님 이쪽으로 오세요”


가이리나의 사제가 샤리를 부르자 샤리는 데니아를 봤고 데니아는 고개를 끄떡였다. 저 안은 샤리 혼자만 들어가야 했다. 가이리나의 사제를 따라 샤리가 들어가자 데니아는 자리에 일어나 신전의 기도소로 갔다.


부드러운 노란벽돌로 만들어진 기도소는 신들의 어머니 가이리나의 부드럽지만 강한 어머니의 기운을 담고 곳곳에 신들의 역사를 새긴 조각들이 침묵에 잠겨 있었다.

데니아는 무릎꿇고 기도를 올렸다. 떠돌아 다녀야 하는 운명을 받은 테헤라의 권속조차 받아주는 가이리나의 기도소에서, 그녀는 가족의 안녕을 빌었다. 작은 신성력을 얻은 그녀에게도 신의 축복은 머물러 약하지만 영혼의 떨림이 말없이 들렸다.


“응애 응애”


깊은 정적의 기도소를 울리는 어색한 소리에 데니아는 기도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설마하는 얼굴로 돌아봤을 때 놀라움으로 그리고 서서히 부러움으로 표정을 바꿨다.

아기는 울었고 난처해진 어머니는 가슴을 열어 젖을 먹였다. 아기는 꼼지락거리며 어머니의 젖을 받아먹었다. 어머니는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아기를 보듬었다.

데니아는 슬픈 눈으로 부러움을 담아 하염없이 어머니와 아기를 바라봤다. 아기의 어머니의 등에 한 쌍의 날개가 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을 막아 아기의 얼굴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수한 신전과 신마대전을 거치면서 신들은 흡수되고 커지며 일부는 승화하면서 현재까지 왔어, 그리고 대부분 여신들만 살아남았지 남신들은 '생명의 샘'을 직접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에 배신을 당하거나 권속을 얻지 못해 몰락해버렸기 때문이야. 신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지만 독불장군은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특이하게 이지미 여신은 혈귀라는 종족을 만들어 낳지 않고 피로서 권속을 만드는 능력이 있어"


"나도 알아!"


샤리는 소년의 설명에 소리를 질렀고, 소년은 놀랐다. 숙성의 샘에서 처음 만났지만 비슷한 또래가 없었던 소년은 샤리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며 신기한 이야기로 샤리를 사로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의 이야기를 흥미진지하게 듣건 샤리가 고개를 돌린 것이다. 샘 밖으로 나온 뽀얀 어깨가 약간씩 떨린다는 것을 소년은 아직 알지 못했다.


"어어 그래........"


샤리가 돌아서자 소년도 시무룩해졌다. 처음으로 마음에 맞는 자신 또래의 아이와 만나 즐거웠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 샤리가 돌아선 것이다. 이곳에서도 가끔 어린아이 모습의 사람을 만나지만 모두 모습만 아이일뿐 나이들은 영혼이었다. 샤리는 조숙했지만 동심을 가지고 있었고 칸의 보호 속에서 동심을 키울 수 있었다.


숙성의 샘은 자주 이용되는 곳이 아니었다. 알을 낳기전에 키우거나 부활한 육체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사용되는 곳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숙성의 단계를 건너뛴다. 하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돈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샤리가 숙성의 샘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샤리야"


오랜 시간 침묵 속에 있던 소녀와 소년을 고개를 돌렸다.


"언니!"


데니아가 다가오자 샤리는 시간이 됐다는 것을 알았다. 연한 우윳빛 샘에서 몸을 일으킨 샤리는 벌거벗은 몸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데니아에게 뛰어갔다. 찰랑이는 머리카락과 귀여운 소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소년은 멍하니 샘 안에 있었다.


최면술사는 오지 않았다.


“판타그린의 가격이 올랐습니다.”


칸은 침묵을 지켰다. 룽카가 소개한 암매상은 그의 기세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판타그린을 팔지 않았다.


“얼마나 올랐나?”


“10%로 올랐습니다. 요 근래 성전에서 계속 패하고 있어 살육자의 피가 모자릅니다.”


판타그린은 살육자들의 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칸도 들어 알고 있다. 칸은 판타그린이 필요했다. 아니 아리가 필요했다. 가이리나 여신과 단절한 아리는 변화를 격고 있지만 도와줄 곳이 없었다. 신전을 가지 못하는 아리에게 판타그린은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었다.


“음.....”


판타그린을 사기 위해 많은 돈을 썼다. 샤리를 위해 신전에 납부하는 기부금을 제외하고 가족에게 남은 돈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열매당을 판돈을 가지고 온 칸은 여관에서도 자지 못하고 마을 구석의 토굴에서 기다리는 아리와 가족들을 생각했다.


“내가 조금 보태지”


룽카가 돈을 내자 암매상은 품속에서 작은 병을 건냈다.


“고맙다.”


칸은 거절하지 못했다. 그의 자존심은 뭉개졌지만 자존심보다 중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사냥을 못해서 어렵군.......”


룽카네도 며칠째 사냥을 못했다. 그들은 비축한 돈이 많아 당장은 어렵지 않지만 사냥을 못하고 계속 쉬는 것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최면술사가 오지 않아 사냥을 못한다는 것은 핑계였다.

아란트성에서 오케아스가 반란을 일으켰고 나놈들이 곳곳에서 인간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마을 밖은 위험했다.


“돈을 벌대가 없나?”


칸에게 돈이 필요했다. 가족들과 함께 고마밭에서 고마를 캤지만 그것은 하루양식에 불가했다.


“글쎄 마땅한 사냥터가 없어서.......”


마을은 오랜만에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사냥을 못한 사냥꾼들이 피신해온 것이다.


“혹시 돈이 필요하시다면........”


암매상은 침묵에 빠져있는 칸을 향해 말했고 칸은 고개를 돌려 깊은 눈으로 그의 말을 재촉했다.


“투기장에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만.......”


암매상은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 봤기에 칸이 강하다는 것을 짐작했다.


“투기장? 안돼 좋은 꼴 못봐!”


룽카는 반대했다. 그도 지하에 설치된 투기장을 알고 있지만 위험했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벌수도 있지만 그만큼 상처도 받는 곳이다.


“알려주게”


그러나 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족을 지키는 것은 무사에게 명예보다 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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