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공 님의 서재입니다.

마하나라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274,758
추천수 :
7,799
글자수 :
900,840

작성
06.08.31 22:28
조회
8,836
추천
56
글자
9쪽

애욕(愛慾)

DUMMY

다음날이 되자 안개는 언제 피었나 싶게 사라졌다. 습격은 더 이상 없었다. 헤그머의 빛이 밝게 동굴 밖을 비추자 샤리가 눈을 떴다.


"샤리야 괜찮니?"


데니아의 목소리는 떨렸다.


"으응"


샤리는 어렵게 말했고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억지로 웃었다. 샤리가 억지로 웃자 일행을 안쓰러웠지만 조금은 안심을 했다.


"배 고프지? 아침 준비하자"


일행들은 부산을 떨며 아침을 준비했다. 밤 동안 잠을 못 자 피곤했지만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기에 서둘렀다. 음식은 거친 콩두 빵과 육포가 전부였지만 불에 조심스럽게 익혀 천천히 씹어 먹었다. 음식조차 귀한 이곳에서 적은 음식량으로 많은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는 꼭꼭 씹어 먹는 것은 필수였다. 천천히 먹으면 영양분도 많은 량을 흡수하고 속의 부담도 적었다. 거기다 배출하는 량도 적어지기 때문에 위험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아유 냄새"


차례대로 볼 일을 보고 마지막으로 아리엘이 코를 움켜잡고 구덩이를 매웠다. 실제로는 소화가 대부분된 배설물이라 냄새가 없었다.


"다 준비가 됐니?"


데니아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준비가 끝났는지 마지막으로 눈으로 살펴보고, 품속에서 피리를 꺼내 불었다.


쿠우우?


숲의 덤불 밑에서 도끼 새들이 하나둘 머리를 들었다. 굴을 파고 칼리의 달빛을 피하는 것은 나락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다. 훈련된 도끼 새들은 주인 주위에 굴을 파고 잔다. 그들도 어제의 난리를 알았지만 본능적으로 더욱 깊게 숨어있었다.


"각자 자신의 도끼 새에 타라"


데니아가 샤리를 데리고 올라타자 일행도 도끼 새들에게 짐을 지우고 올라탔다. 레키가 아쉬운 듯 칸을 바라봤지만 어제 같은 사치를 바랄 수 없었다.


"가자"


일행이 준비를 마치자 칸도 손을 들어 시종마를 소환했다. 별다른 소환의식이나 주문 없이 간단한 말에 검붉은 그림자가 땅에서 일어서며 6개의 다리를 가진 시종마로 변한다. 6개의 다리 중에 2개의 다리는 짧은 기형의 모습이지고, 혼이 없는 영석이 조금씩 빛을 냈다.


"점차 말에 가까워지네."


아리엘은 괴물에 가깝던 시령마가 전생의 생물과 비슷해지자 중얼거렸다.


"주인이 원하니까"


영체에 불과한 시령마는 칸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은 시령마라고 부르기에는 모자랐다. 육체도 어느 정도 갖췄고, 자아도 서서히 자리 잡는 시종마의 모습이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주인의 생기를 흡수하지 않고 스스로 땅속의 기운을 흡수해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보아 곧 완전한 시종마가 될 것이다. 시종마는 주인의 영향을 받아 하루가 다르게 변했다.


"가자"


칸의 두 번째 말은 일행을 움직이도록 했다. 시종마 위에서 당당히 앉아 앞장을 섰고 뒤를 도끼 새들과 일행이 천천히 따랐다. 그는 부드럽게 움직이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전해주는 시종마가 마음에 들었다. 주인을 닮아가는 시종마였다.


일행은 천천히 움직였다. 샤리를 걱정한 데니아가 도끼 새를 천천히 몰았고 은연중에 일행도 데니아의 속도에 맞췄다.


"아리엘 졸지 마 그러다 떨어진다."


"응? 으응"


밤을 지새운 영향과 따뜻한 헤그머의 빛 때문에 모두 조금씩 졸았다. 데니아도 졸렸지만 입술을 물고 참았다. 그녀의 품 안에서 샤리는 다시 깊게 잠들어있었다. 샤리가 잠들자 전염처럼 데니아도 하품과 함께 졸음이 왔다. 헤그머는 높이 떠올라 있었다.


"쉰다."


칸은 길을 재촉하지 않았다. 길을 빨리 갈 이유가 없었다. 혈귀들의 위협도 그의 마음에는 없었다. 그늘로 찾아들어간 일행과 도끼 새들은 꾸벅꾸벅 졸았다. 칸은 그들을 지켜보다 일어서 조용히 대륜권을 시전했다. 부드럽게 풀리는 근육과 뼈가 밤새 흥분된 마음을 달랬다.


아무도 보지 않는 평화로운 들판에서 대륜권은 천하를 호령하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정지된 듯 고요한 움직임만을 보였다. 기합도 없었고 힘찬 발굴음도 없었다. 군무를 추는 무용수처럼 정형화된 모습도 아니고 선녀의 춤처럼 아름답지도 않았다. 그저 한걸음 나가서 손을 들고 다시 물러서 돌아보며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돌릴 뿐이었다. 어떠한 오묘한 경지도 보이지 않았고 현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륜권은 단지 무심할 뿐이었다.


단순하고 고요한 움직임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돌덩이 같았다. 덤덤함은 몸속에서 발정난 수말처럼 흥분된 기운들을 무시했다. 여성들과 관계를 갖지 못해 흥분한 기운들이 칸을 괴롭혔다. 기운은 흘러넘쳤고 혈도는 부풀어 올랐다. 쿤달리니의 각성과 타투의 발전으로 무한한 정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무한한 정력이 여성들을 만나므로 조금씩 정화되고 빠져나갔다.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었고, 여성들은 많은 에너지를 받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 에너지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흘려버렸다.


그러나 아직 여성들과의 사랑은 부족했다. 본능을 부정하지 않지만 사랑을 모르지도 않았다. 여성들은 아직은 사랑을 몰랐다. 어색한 사랑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칸에게 피곤함을 줬다. 그러나 그는 담담히 받아들이고 기다릴 줄 알았다. 지금 흥분된 기운을 다스리듯 무심해 보였지만 그는 중심에 있었다.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흥분한 기운들이 혼자서 날뛰다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상대해 주지 않자 칸의 리듬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무심한 듯 평범한 걸음 속으로 조화를 이뤘다.


쿵!


갑작스런 진각이 땅을 울렸다. 칸은 서둘러 대륜권을 끝마쳤고 일행들은 오수에서 깨어났다.




"하루는 더 걸릴 것 같아요"


데니아는 아리와 지도를 놓고 상의 하더니 칸에게 보고했다. 여행 중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길을 서둘지 않아 예상했던 5일을 넘을 것 같았다. 칸은 짧게 고개를 끄떡였을 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일행도 칸이 대수롭지 않게 보이자 얼굴을 폈다. 음식도 넉넉했고 큰 위험도 없었다. 혈귀들의 공격이 걱정됐지만 칸을 믿었다. 그는 자신들을 지켜 줄 것이다.


두꺼운 구름이 헤그머의 빛을 가렸다. 습기가 없어 비는 올 것 같지는 않았고, 바람도 잔잔히 불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기후였다. 낮에는 본능적으로 악령들은 숨기에 흐린 날씨에도 주위는 상쾌했다. 저녁이 다가올 때까지 평화로운 여행은 계속됐다.


"언덕만 넘으면 한 걸음 사거리에 도착해요"


한 걸음 사거리는 큰 야영지다. 춘타카 늪지를 횡단하는 순례자의 대로와 아란트 성과 비야마 등의 사냥터가 몰려있는 숲을 잇는 길이 만나는 곳이다. 전략적 요충지로 신마전쟁 때 한 걸음을 더 얻기 위해 수천의 전사가 쓰러졌다고 한 걸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하고 꿈의 순례자들이 고통을 참으며 '한 걸음만 더' 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해서 걸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와 많다"


큰 길의 큰 야영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야영지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행의 예상을 훨씬 넘었다.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터에는 네 겹 천장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수많은 토굴이 보였지만 사람들로 빽빽이 차있었다. 가장 넓은 공터에는 커다란 천막이 펼쳐져 많은 수의 전사들과 물건이 들락거렸다.


"조심해라"


전사들은 일사분란 했고 물건들은 대부분 장비나 무기였다. 그 중에 딱딱한 갑질의 부속물들과 모피가 겹침 나무의 진액으로 반들거리는 천막 안으로 옮겨지는 것도 보였다. 천막은 달빛을 막기 위해 발라진 진액으로 진녹색이었다.


"군대네요"


아리는 천막에 걸린 깃발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자작의 군대에요 칼퀴의 갑주를 전리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여울의 도시를 공격한 나놈들을 토벌하기 위해 이번에 조직된 군대 중에 한 부대 같아요. 그런데……. "


아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큰손 족의 가죽도 있어요. 큰손 족을 공격하는 것은 불법인데……."


큰손 족은 평화로운 종족이지만 숲의 주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숲에서의 능력이 가장 뛰어난 종족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사냥꾼이나 엽대(레인저 부대)라도 큰손 족을 숲에서 이길 수는 없다. 그리고 가이리나 신역은 큰손 족에 대해서 다른 신역처럼 관대했고 평화를 유지했다. 군대가 큰손 족을 공격한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쉴 곳을 찾아봐"


데니아는 아리가 고민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야영준비를 했다. 식사는 아무데나 먹으면 됐지만 잠자리는 동굴이 필요했다. 그런데 군대가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칸까지 흩어져 자리를 찾아 봤지만 자리는 마땅한 곳이 없었다. 군대뿐만이 아니라 군대의 이동에 합류해 안전하게 길을 갈려는 상단과 여행자들이 군대만큼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행은 서둘렀다. 구름이 두텁게 껴 밤이 빨리 와 그늘 속에 숨어있는 악령들이 깨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행은 빨리 자리를 잡아야 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29 05:04)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하나라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2 마병(魔兵) +10 06.09.02 7,958 54 13쪽
71 마병(魔兵) +10 06.09.02 7,984 52 14쪽
70 마병(魔兵) +10 06.09.02 8,031 57 14쪽
69 마병(魔兵) +9 06.09.02 8,224 62 17쪽
68 마병(魔兵) +9 06.09.02 8,109 50 17쪽
67 마병(魔兵) +10 06.09.02 8,070 52 13쪽
66 마병(魔兵) +8 06.09.02 8,327 52 16쪽
65 마병(魔兵) +10 06.09.02 8,089 56 11쪽
64 마병(魔兵) +11 06.09.02 8,322 53 18쪽
63 마병(魔兵) +8 06.09.02 8,367 47 17쪽
62 마병(魔兵) +8 06.09.02 8,633 51 15쪽
61 아귀(餓鬼) +25 06.09.01 8,369 57 16쪽
60 아귀(餓鬼) +9 06.09.01 7,966 56 15쪽
59 아귀(餓鬼) +9 06.09.01 8,032 49 10쪽
58 아귀(餓鬼) +9 06.09.01 8,061 57 11쪽
57 아귀(餓鬼) +9 06.09.01 7,992 56 9쪽
56 아귀(餓鬼) +9 06.09.01 8,004 51 12쪽
55 아귀(餓鬼) +13 06.09.01 8,013 56 10쪽
54 아귀(餓鬼) +13 06.09.01 8,113 55 12쪽
53 아귀(餓鬼) +12 06.09.01 8,467 55 10쪽
52 아귀(餓鬼) +12 06.09.01 8,822 57 14쪽
51 애욕(愛慾) +21 06.08.31 8,904 57 10쪽
50 애욕(愛慾) +9 06.08.31 8,535 52 8쪽
49 애욕(愛慾) +18 06.08.31 8,579 54 12쪽
48 애욕(愛慾) +17 06.08.31 8,534 53 11쪽
47 애욕(愛慾) +15 06.08.31 8,595 55 10쪽
46 애욕(愛慾) +9 06.08.31 8,497 55 10쪽
45 애욕(愛慾) +7 06.08.31 8,699 57 10쪽
» 애욕(愛慾) +15 06.08.31 8,837 56 9쪽
43 애욕(愛慾) +8 06.08.31 9,080 5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