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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 님의 서재입니다.

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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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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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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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9
글자수 :
90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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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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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12쪽

아귀(餓鬼)

DUMMY

토굴 안에서 여성들은 고마밭에서 얻은 고마줄기를 잘게 찢었다. 섬유질을 많이 포함한 고마줄기는 옷감을 만드는 재료 중에 하나였고 손이 많이 가지만 돈을 벌 수 있었다.


“아리엘 너무 나가지 마!”


“알았어 언니!”


아리엘은 토굴입구에서 고마줄기를 다듬으며 칸을 기다렸다. 오후에 아리의 약을 전해준 칸은 다시 나가더니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휴~”


어제보다 흐려진 칼리의 달빛이 마을을 쓸쓸히 비췄다. 아리엘은 칸에 대한 괜한 걱정에 마음이 불편했다. 언제나처럼 룽카와 술 한 잔 할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오늘따라 걱정이 되는 것은 여성만의 육감이었다.


“아리언니 그냥 자”


샤리가 아리가 꾸벅꾸벅 졸자 걱정스럽게 말했다.


“응? 으응 괜찮아”

아리는 노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고마잎을 다듬었다. 하나의 선택, 그녀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지만 힘들었고 미안했다. 최면은 가족들만이 아니라 그녀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그녀는 가족의 일원이었다.




“와아아아”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칸은 피를 흘리며 넘어졌다. 스쳐지나간 얼굴 중에 룽카의 걱정스러운 표정이 보였지만 그는 쓰게 웃고 다시 일어났다.


“애송이 덤벼라!”


가이리나의 상급전사임을 보여주는 근육질의 상대자는 칸을 비웃었다. 네 개의 손이 비틀어진 근육으로 솟아올라있었고 움켜진 주먹이 바위처럼 단단했다.

그는 칸을 못맞당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투기장에 온 애송이가 운이 좋아 몇 명의 상대자를 이기고 올라온 것이다. 그처럼 투기장에서 잔뼈가 굳은 투사가 운 좋은 애송이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했다.


“퉤!”


칸은 입안에 고인 피를 뱉고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싸우면서 겨우 치료한 상처들이 터지면서 피가 투기장 바닥에 흘렀다.


“퍽!”


“크윽”


무참한 투사의 주먹이 칸의 복부에 꼿혔고 몸은 다시 바닥에 뉘였다. 입에서 터져 나온 피가 길게 뒤따랐고 벌거벗은 복부는 시퍼런 자국으로 얼룩졌다.


“쿨럭”


작은 비틀림으로 충격을 흘렸지만 무지막지한 상대방의 주먹은 인간의 위력이 아니었다. 다른 세상에서는 마족의 투사라 불리는 상대방의 주먹은 마력을 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했다. 칸의 강인한 몸이 아니였다면 걸레가 되어 부셔졌을 것이다.


이자를 만나기 위해 몇 개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들이 파열됐었다. 전에 상대자에게는 한 움쿰의 살덩이까지 잘려나갔었다. 손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자였다. 하지만 칸은 고통을 이겨내며 난투를 벌여 이겨냈다. 그답지 않은 거친 싸움이었다.

지나온 상처들에게서 고통과 함께 피가 흘렀다. 비록 치료수로 상처를 치료했지만 다시금 받은 충격에 상처들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부러진 갈비뼈가 다시 부서지면서 칸에게 아득한 고통을 전해줬다.


그 때 안타까운 얼굴의 룽카가 성급히 손을 올렸다. 그리고 가장 높은 배당이 떨어진 도박판은 접수를 멈췄다.


‘우드득’


부서진 어깨뼈를 맞추며 칸은 일어섰다. 그리고 기달렸다. 달려들기에는 더 이상 힘이 없었다.


“용기는 가상하지만 끝내주지”


투사는 계속 일어나는 칸에게 질렸는지 끝을 내기 위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칸은 기다렸다. 치열함에 근육들이 부들부들 떨었다.


“이야얍”


네 개의 손이 폭풍처럼 휘둘려져 벼락처럼 떨어졌다. 은은히 주먹 끝에 머무는 마력이 검붉게 타올랐다.

투사가 펼치는 주먹질에는 질서가 있었고 화려함이 있었다. 무공이라고 칭하기에는 어렵지만 수많은 세월동안 전승되고 다듬어진 흔적이 엿보였다. 그리고 실전에서 갈고 닦여진 투사의 주먹질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칸은 그를 쓰러뜨려야 했다. 하지만 칸은 운 좋은 애송이가 돼야지 강자가 돼서는 안됐다. 강자가 이기는 것은 배당이 적었다. 적어도 아리의 약값을 충분히 확보하기 전까지는 치열하고 위험하게 싸워야 했다.


“으라차”


칸은 주저앉아 투사의 아래로 넘어졌다. 그리고 힘차게 다리를 잡으며 흔들었다. 벼락처럼 몰아치는 주먹은 허공을 쳤고 화려한 몸짓에 흩어진 중심은 칸의 무게를 못 이겨 넘어졌다.


“와아아아”


관중의 환호 속에 머리를 든 칸의 이마는 피로 번들거렸다. 투사가 쓰러질 때 아랫배에 처박은 이마는 그의 아랫배를 보호하는 날카로운 돌기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하지만 투사는 정신을 못차렸다. 공격은 약해 보였지만 칸의 박치기는 무서운 기술을 품고 있었다. 단순히 고개를 숙여 치는 것이 아니라 목을 돌려 이마의 양쪽으로 회전공격을 하는 기술을 몸 깊이 충격을 넘겼다.


“죽여 죽여버려!”


미친 관중들의 열기를 받으며 칸은 투사를 개처럼 두둘겼다. 양손에 피가 튀고 까진 팔꿈치가 허연 뼈를 내비쳐도 이를 악물고 투사를 팼다. 투사를 괴로움에 몸을 움추려 뼈돌기들을 내보내 방어했지만 칸의 난타는 교묘했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손길하나 하나에 법과 질서가 있었고 그의 투기가 흘렀다.


“컥컥”


투사의 거친 호흡과 떠는 근육을 느끼면서 칸은 승리를 예감했다.


하지만.......


‘안 좋아.......’


자신의 거친 호흡 속에서 무엇인가 어긋나고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안에서 강한 것들이 부딧치고 있었다.


비야마는 풍족해 보이지만 남작령에 불가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모두가 아니듯 비야마에도 감춰진 것이 많았다. 순례자의 길이 가까운 비야마는 거대 도시들인 아란트성, 붉은 기사단의 주둔지 그리고 약탈당했지만 여울의 도시를 삼각형으로 잇는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남작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 강한 비야마 남작이 웅크린 곳이었다. 그의 속셈은 알 수 없지만 지리상의 이점으로 비야마에는 많은 상인들이 넘나들었다. 특히 도시 안으로 들어 갈 수 없는 불법 품들이 알게 모르게 거래되는 곳이었다.


“아빠는 둘째가 자라기를 기다리는 거야”


소년은 질투로 손가락을 씹으며 말했다.


“나는 여신께 받혀진 아이니까 아빠에게는 소용이 없겠지....... 아빠는 둘째를 통해 자신의 가족을 키울 생각이 분명해! 그래서 둘째가 자라기를 기다리는 거지”


소년은 침울하게 말했지만 샤리의 감정은 변화가 없었다. 나락에서는 큰일도 아니었다. 할 능력이 없어서 안할 뿐 능력이 되는 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안 돼 언니가 주술은 하지 말레!”


소년의 비밀을 듣고도 샤리는 소년이 원하는 것을 해줄 생각이 없었다. 샤리를 더 이상 주술사로 키우기 싫은 데니아가 주술을 금했다. 주술사는 큰손족의 능력이지 테헤라의 것이 아니었다. 저주의 주술은 위력이 크지만 미래가 없었다.


“돈 줄게 나 돈 많아!”


“흥 필요 없어”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샤리는 거부했다. 한 달 전이라면 고민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돈이 필요 없었다. 샤리의 가족들은 풍족했다. 좋은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를 가졌고 문제도 없었다.


“부탁이야”


소년은 간절했지만 샤리의 돌아선 고개를 돌리게 하지는 못했다.




투기장에서 주점까지는 통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합법적인 투기장이 불법적인 주점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폭력과 술 그리고 여자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괜찮나?”


룽카의 질문에 칸은 고개만 끄떡였다.


“칼퀴새끼가 너무 설치던데?”


룽카는 조금 전에 칸을 쓰러뜨린 투사에게 욕을 했다. 칸이 쓰러져 패배를 인정했지만 그는 쓰러진 칸을 잔인하게 공격했다. 룽카가 투기장 안까지 들어와 말리지 않았다면 목숨까지 위험했을 것이다.


“괜찮다”


하지만 칸은 부서진 갈비뼈를 맞추고 찢어진 복부를 치료수로 치료할 뿐이었다. 솔직히 칸은 크게 다쳤지만 위험하지는 않았다.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당해준 것이었다.


“그래……. 아무튼 이번에 네가 져서 배당이 컸다.”


룽카가 돈을 건넸다.


“고맙다.”


“고맙기는 우리도 이번일로 돈 좀 벌었다.”


룽카의 가족들도 칸의 승부를 통해 돈을 벌었다. 투기장에서 벌어지는 도박은 컸기에 사냥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승부조작은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족들의 얼굴도 다알려진 것 같다.”


룽카의 가족까지 끌어 들여 도박을 했다. 승리만이 아니라 패배도 돈을 벌 수 있었다. 아니 승승장구하는 칸이 패배하면 더 많은 돈이 벌렸다. 상대방에게 돈을 걸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꼬리도 길면 잡히듯이 그것도 끝이 보였다.

투기장의 승부조작은 쉬워 보이지만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칸처럼 승부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투사는 없었다. 그리고 관중들이 열광할 정도로 피와 땀을 흘려 연기할 수 있는 투사는 더욱 없었다.


“반란도 잡혀가고 국경의 붉은 기사단이 움직여 나놈들도 정리돼가니 우리는 사냥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너도 투기장에서 나오는 상금이 많아졌으니 그것만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룽카가 말했듯이 점차 전적이 높아지는 칸은 승리상금도 높아졌다. 처음에는 진다면 겨우 치료비 수준을 받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져도 웬만한 사냥보다 나았다.


“그래”


칸은 치료를 끝내고 술잔을 들었다. 싸구려 고마주가 아니라 콩두로 만들어진 증류주가 독하지만 부드러운 향기를 내며 칸의 입안을 넘어갔다.


"야 이 새끼야 애는 내거야!"


"샹 뭐 이런 년이 있어! 먼저 찜하면 됐지 애들이 네 것 내 것이 어디 있냐!"


칸과 룽카가 술에 취해갈 때 거친 욕설이 오갔다. 귀여운 페어리를 사이에 두고 남성 전사와 여성 전사는 숨겨둔 무기까지 꺼냈고 주위의 물건을 부수며 서로를 위협했다. 항상 위험에 노출되는 전사들이 주점이라고 무기를 모두 두고 오지는 않았다. 짧지만 숨기기 쉬운 단검을 들고 고함을 쳤다.


"헛소리마 애는 나하고 계속 놀던 애야 더러운 손 안 치울래?"


여성이 페어리의 빈약한 가슴에서 아직도 손을 떼지 않은 남성 전사를 노려봤다. 그러자 그녀의 가슴에서 식귀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흥분하자 전사의 생기를 마시며 자라는 식귀들이 깨어난 것이다.


"겨우 살푸나를 믿고 게기냐!"


남성 전사는 코웃음치며 한쪽 팔을 들어냈다. 팔에 박힌 3개의 영혼석 중에서 하나가 깨어나며 큰 아가리를 벌렸다. 사람을 통째로 먹어치울 정도의 크기였다. 크로커 계열의 식귀였다. 살푸나나 크로커 모두 이곳에서 구하기 쉬운 식귀였다.


"까아악!"


남성 전사의 품 안에 있던 페어리가 중성적이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크로커가 페어리를 긴 혀로 핥았기 때문이다.


"이 새끼가!"


그의 행동은 명백한 도발이었다. 여성의 날카로운 귀 날개가 펴지면서 입에서 긴 송곳니가 들어났다. 갑자기 부풀어 오르는 근육과 갈색으로 변하는 피부색이 가이리나의 권속에 속하는 전사임을 알려줬다.


"웃기네!"


그녀의 전투 모드에 남성도 전투형태로 바꼈다. 그는 떠돌아다니는 테헤라의 권속이라 몸에서 가시들이 뻗어 나왔고 딱딱한 갑옷처럼 근육이 굳었다.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주점에서 발생하는 싸움은 주로 말다툼이나 주먹질이 고작이었지. 이번처럼 식귀가 나오고 전투모드로 변신해 싸우는 경우는 드물었다.


"싸워 죽여 버려!"


"저년을 뭉개버려!"


하지만 구경꾼들은 말리지 않고 싸움을 부추겼다. 주점의 열기가 점점 달아올랐고 직원들을 도망을 쳤다. 이상한 것은 병사들이 오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남성 전사의 품에 애처롭게 쓰러져 있는 페어리와 네 개의 팔을 조용히 무릎에 올리고 야릇한 미소를 짓는 음악사가 전부였다. 페어리와 음악사의 눈이 만나 반짝였다. 아름다우면서 누구를 홀릴 것 같은 음악사의 눈이 더욱 웃음을 지었다.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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