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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나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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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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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4,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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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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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3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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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애욕(愛慾)

DUMMY

"파카가 백 마리 이상 모이는 파카 집을 건드리느니 나놈에게 뛰어드는 것이 낫다. 나놈들은 곱게라도 죽이지만 파카 독에 중독되며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만큼 고통스러워."


"그래도 모르잖아요. 아리엘언니의 귀 날개가 변했으니 남모르는 파카 집을 발견했을 수도 있잖아요."


레키가 얼결에 아리엘을 언니라고 불렀다. 열매당의 유혹에 빠져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조금씩 사이가 좋아졌지만 레키의 말은 의외였다. 그래서 데니아도 반박하지 않았다. 어색하던 사이가 좋아진 것을 놓치지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칸을 돌아봤다. 칸은 고개를 끄떡여줬다.


"좋아 그럼 가서 살펴보자 만약 파카집이 너무 크면 포기한다. 알았지?"


"네!"


"응"


여성들은 신나서 대답했고 아리엘이 가리키는 숲으로 들어갔다. 숲은 울창하고 어두웠다. 겨우 두 겹 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간혹 세 겹 나무가 드문 보일뿐이지만 네 겹 나무숲보다 더 컸다. 네 겹 나무 보다 크기가 작아 더 촘촘했고 무엇보다 벌목을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언의 신왕이 정한 율법에 따라 벌목은 금지되었지만 언제나 율법을 정하면 어기는 자들도 생기는 법이다. 특히 근래에는 벌목이 전 신역에서 공공연히 자행됐다. 신왕의 이름을 빌린다면 모두 저주 받을 자들이지만, 그의 이름도 잊혔고 저주를 내릴 주술사나 언령술사 중에 벌목의 혜택을 안 받은 자도 드물었다. 다만 마수와 나놈들이 무서워 늪 안 깊숙이까지 벌목을 하지 않아 아직은 거대한 밀림이 늪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앗 규율향이다."


"규울나무다!"


"많다!"


여성들은 제각각 떠들었다. 숲길에서 멀리 들어오지 않았는데 네 겹 나무 수십 그루가 큰 그늘을 만들고 그 밑에 규울 나무를 키우는 군락이 보였다. 규울 나무에는 연노랑색의 열매들이 익어 주렁주렁 매달려있어 특유의 시고 달콤한 향이 주위를 맴돌았다.


"맛있겠다."


"우와~"


모두들 침을 삼켰다. 열매당도 맛있지만 규울 열매의 시고 달콤한 맛은 특히 여성들을 유혹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구하기 어려운 열매도 아니어서 모두들 한두 번은 먹어본 열매였다.


"기다려 파카다."


데니아가 말렸다. 규울 나무의 열매에 진홍색의 색을 띤 주먹만 한 벌레가 윙윙되며 자신이 있음을 알렸다. 모든 독이 있는 벌레가 그렇듯이 파카도 화려한 진홍색의 등판을 보이고 요란하게 다녔다.


"많다……. 아니 너무 많네."


파카들을 하나 둘 쫓던 데니아의 눈이 커졌다. 처음에 한두 마리만 발견했지만 일단 눈에 익자 나무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파카가 엄청나다는 것을 안 것이다.


"저기 파카 집……."


아리엘은 아쉬운 듯 네 겹나무의 가지 사이를 가리켰다. 모두들 아리엘의 손가락을 쫓아 파카 집을 봤다.


"이잉~"


샤리가 먼저 울먹였고 다른 여성들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파카 집은 커다란 네 겹 나무의 중앙에 토굴만큼 큰 입구를 내고 수많은 파카들이 들락거리는 곳이었다. 백 마리가 아니라 2백 마리는 충분히 들어갈 파카 집이었다.


"한두 개가 아니네요."


레키도 파카의 소리에 익숙해지자 파카 집들을 찾았다. 그녀들의 눈에 뜨인 파카 집만 4개였고 처음 것을 제외하고도 백에서 50마리는 충분히 살 파카 집들이었다.


샤리는 입을 다물고 표정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열매당과 규울의 유혹을 컸지만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만큼 철없지는 않았다. 하나 둘 여성들이 아쉬움을 참고 고개를 돌렸다. 치사인 아리역시 수백의 파카와 싸울 바보는 아니었다. 침을 삼키며 뒤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칸?"


칸이 일어나 파카집이 있는 네 겹 나무를 향해 걸었다. 여성들은 멍한 얼굴이었고 파카들은 놀라서 날개소리를 높였다. 파카들의 가슴이 벌어지면 날카로운 독침을 내보였다. 그러나 칸은 멈추지 않았고 파카들은 공격하지 않았다. 여성들의 얼굴은 걱정과 놀람으로 변해갔다. 칸이 한발자국 앞으로 나갈 때마다 주위의 파카들은 수십 마리씩 모였고 한 발작 뒤로 물러났다. 그가 걸을 때마다 파카들은 더 많이 모여 칸을 둘러싸 거대한 막을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물러설 뿐이었다. 파카들은 수백이 아니라 천여마리를 넘어 2천여마리에 가까웠다.


파카의 특이한 거대 군락은 규울 나무 군락이 만들어낸 특별한 일이었다. 백여 마리가 모이는 것도 힘들던 파카가 풍부한 규울 나무 열매의 도움을 얻어 종족수를 늘렸고 늘어난 파카들은 강해졌다. 강해진 파카들은 더 이상 적들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고 규울 나무가 있는 이 숲을 지켰다. 규울 나무 군락은 파카들의 보호로 더 커졌고 파카들도 따라서 커졌다.


지금은 이 곳 숲에서는 파카들이 가장 강했다. 심지어 대괴들조차 감히 이곳을 침범하지 못했다. 길에서 멀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아무도 모험을 하지 않았다. 천 마리 이상 몰려 있는 이곳의 파카는 더 이상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군대라도 순식간에 전멸시키는 재앙이었다.


우우웅


천 마리 이상의 파카들이 일제히 날개소리를 내자 숲이 울릴 정도였다. 그리고 날갯짓에 폭풍이 일어나듯 바람이 땅의 낙엽들을 사방으로 날렸다. 파카들의 벽 앞에서 누구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칸은 검을 뽑지 않았고 살기도 내뿜지도 않았다. 다만 걸었을 뿐이었다. 자연스럽게 나락에서 받은 기운들이 거칠게 몸 주위를 맴돌았지만 파카들과 기세싸움을 걸지도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파카들은 공격하지 못했다. 그 가 태연히 네 겹 나무 위를 올라 한가득 열매당을 퍼 담을 때조차 공격하지 못했다. 숲에서는 무엇도 무서워하지 않던 파카들이 본능적으로 칸의 시선을 피했다. 칸은 열매당을 원했고 파카들은 열매당을 지켜야하지만 본능은 싸우지 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거대한 본능의 외침에 파카들은 눌려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위이잉


작지만 화려한 털로 치장한 여왕 파카가 집에서 나와 가지에 앉았다.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자가 온 것이다. 하지만 여왕은 도리어 파카들에게 독침을 넣을 것을 날개의 비빔 소리로 알렸다. 파카들은 망설이면서도 여왕의 명령에 충실이 따랐다.


여왕은 칸이 충분히 열매당을 물통에 담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용기를 내 그의 앞까지 날아갔다. 무심한 듯 깊은 눈은 여왕을 향해 잠시 시선을 주었다. 여왕은 부르르 떨었다. 그것만으로 그녀는 감격했다. 열매당은 더 많은 종족을 늘리기에 필요한 것이지만 지금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녀는 도리어 자신이 축복받았다고 생각했다. 지성을 가진 후에 언제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던 그녀는 답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그동안 살았고 열매당을 모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담는 열매당이 너무 적다고 푸념했다. 그가 가져온 수통은 그녀가 보기에 너무 작았다.


칸이 가진 수통은 일행들 것 중에 가장 컸다. 여행자들은 항상 물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수통은 며칠 아껴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컸고 안 가득 열매당을 담을 수 있었다. 열매당은 물처럼 묽지는 않지만 너무 진하지도 않아 수통에 충분히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열매당은 네 겹 나무 안의 빈 공간에 하나 가득 있어 수통 하나에는 퍼낸 흔적조차 없었다. 일행을 향해 돌아오면서 칸은 잘 익은 규울 열매도 두 손 가득 따왔다.


위이잉


뒤에 수많은 파카들이 칸을 배웅했다. 파카들은 마치 반가운 손님을 보내듯이 아쉬워했다. 한순간의 만남은 그들을 변화시켰고 더 변화시킬 것이다. 파카들은 전설을 만들고 신화를 꽃피울 것이다. 이 순간 파카들은 나락의 새로운 지성체로 태어나고 있었다. 그들의 여왕은 위대한 존재를 향해 깊은 연모의 눈빛을 보냈다.


"까악!"


"칸 최고야"


"저도요~"


여성들은 칸이 가져온 열매당과 규울에 정신이 팔렸다. 열매당이 담긴 수통을 데니아가 가져갔다. 눈치를 보던 샤리가 데니아에게 덤볐지만 꿀밤만 맞았다. 규울 열매를 나눠 들고 아리엘과 아리가 뒤돌아 가자 샤리와 레키만 멀뚱히 서있게 됐다. 샤리의 얼굴은 다시 울먹였지만 레키는 영악했다. 칸에게 애교를 부리며 다가서더니


"아 달다"


그의 손을 핥아 열매당의 맛을 봤다. 칸은 난처했다. 평소 그를 두려워하던 샤리까지 열매당의 유혹에 팔려 칸의 손가락을 빨았다. 데니아가 봤다면 야단을 쳤게 지만 데니아와 아리엘, 아리는 벌써 음식을 가지고 멀찍이 가있었다. 수통을 잡고 열매당 안으로 담갔던 손에는 열매당이 얼마 묻지 않았지만 샤리와 레키는 손을 핥으며 단맛이 행복해했다. 소녀들의 혀가 닿을 때마다 칸을 손을 움찔했지만 빼기에는 소녀들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샤리! 레키 안와?"


다행이 멀리서 데니아의 목소리가 들렸고 칸은 억지로 손을 뺄 수 있었다. 걸어가는 칸의 발걸음이 평소보다 빨랐고 어색했다. 소녀들은 아쉬운 듯 그의 뒤를 따랐다. 탐욕으로 반짝이는 눈은 그의 손에 박혀있었다. 맛있는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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